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380] ‘맨입’의 문화문법
요즘은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참으로 괴롭다. 나라가 좌우로 갈라지고, 뉴스는 온통 나라님 계엄 후 이야기만 나온다. 의미가 지나치게 변질되고 있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무자비하게 탄핵하는 야당이나 수도 읽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여당이나 똑같이 밉다. 재판도 하지 않았는데 내란이라고 하는 것은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
정치 관련 동영상을 보는데 홍모 시장과 문 전 대통령의 TV토론 요약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걸 맨입으로 해 줬어요?”라고 몇 번을 다그쳐도 문 전 대통령은 빙그레 웃기만 한다. 무슨 의미인지는 독자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필이면 ‘맨입’이라고 표현하는가 궁금했다.
‘맨입’은 ‘맨+입’의 형태로 이루어진 말이다. ‘이권이나 편의를 봐주는 대가 따위를 받지 않은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원래는 ‘아무것도 먹지 않은 입’을 이르는 말이다.
“야, 맨입에 김치만 먹으면 짜서 어쩌니?”와 같이 쓰던 말인데, 요즘은 ‘이권’과 관련된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다. 여기서 ‘맨’은 ‘일부 명사 앞에 붙어 다른 것을 더하지 않은’이라는 뜻을 더하는 말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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