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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31일 토요일

세계 큰손들이 북으로 가려는 이유는 첨단기술

세계 큰손들이 북으로 가려는 이유는 첨단기술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4/01 [04:13]  최종편집: ⓒ 자주시보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이 외교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는 가운데, 북 외무성에서 유럽을 담당하는 김선경 국장이 유럽연합(EU) 고위 관료와 만날 계획이라고 일본 NHK가 31일 보도했다.

NHK는 EU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김 국장이 다음주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EU 집행위원회, EU의 외교부 격인 대외관계청의 고위 관료들과 회담하고 다음달까지 여러 나라를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주된 의제는 EU가 북에 행하고 있는 개발 지원과 제재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였다.

유럽연합은 예전부터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좋은 북의 CNC 장비 등을 일부 수입하여 활용하기도 하는 등 북의 뛰어난 과학기술력을 일찍이 파악하고 교류협력을 하고 싶어했지만 북핵문제에 따른 미국의 대북제재에 보조를 맞추느라 본격적인 대북교류협력사업은 추진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관계가 정상화될 조짐을 보이자 북과의 교류협력에 적극 나서려는 것 같다.
특히 북중정상회담으로 마음이 더욱 급해진 것 같다. 앞으로 북 외교관들이 더욱 바빠질 것이다.

중국 현지취재를 통해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중국의 대기업들이 북의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가들을 채용하여 신제품 개발 등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손전화 등 중국의 정보통신제품의 수준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데 이번 북중정상회담을 통해 그런 교류협력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되면 유럼의 경쟁력이 더 심각한 위기에 처할 우려가 높다. 
따라서 유럽연합의 대북제재에 대해 재검토가 절실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북은 자립경제를 기본으로 틀어쥐고 나가면서도 서방 자본주의 진영과의 교류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를 예나 지금이나 일관되게 표하고 있다. 단순한 의지가 아니라 이미 서해와 동해 그리고 최근엔 평양 남쪽 등지에 특구 수십 곳을 조성하여 서방과의 공동개발을 추진할 기반을 이미 다 갖추고 있다. 제재만 풀리면 가히 폭발적인 서방자본들의 투자가 단행될 것이다. 세계 큰손들이 북으로 북으로 몰려갈 태세다.

북은 지정학적으로만 봐도 가장 넓은 태평양과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관문 중에 관문이다. 대형짐배들이 드나들 수 있는 얼지 않는 항구도 즐비하다. 나진, 청진, 김책, 단천, 원산항 등 동해의 대규모 항구와 서해 남포, 신의주 등은 국제항으로서의 모든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주변에 중국이라는 세계의 공장이 있고 한국, 일본, 대만 등 높은 기술 수준을 자랑하는 부품, 소재 기업들이 즐비하다. 거기다가 러시아의 어마어마한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넘쳐나며 중국의 동북3성에도 많은 지하자원이 있고 북도 자원의 보고이다. 동북3성과 러시아의 극동 초지와 농경지에서는 세계인들의 먹을거리를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 
하기에 어떤 사업이건 다 할 수 있고 만든 제품들은 태평양 연안국가나 동남아, 유럽, 인도, 아프리카 등으로 바로 배나 기차에 실어 얼마든지 수출할 수가 있다. 

또한 북은 천혜의 관광지도 즐비하다. 압록강과 동, 서해에 아름다운 섬도 많고 전국 각지에 명승지가 많아 싱가포르, 홍콩, 미국의 라스베거스와 같은 MICE단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국제회의(Conference), 전시사업(Exhibition)-를 만들기에도 최적의 조건이다. 

본지 소식통에 따르면 북은 기본적으로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사업보다는 첨단산업과 관광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북은 세계적인 첨단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인재 대부대를 준비해 놓고 있다. 인공위성을 마음 먹은 대로 쏘아올릴 수 있는 것만 봐도 북의 기술력이 세계 최첨단임은 단방에 증명된다. 수만개의 부품, 그중에서도 작은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초정밀 부품들과 뛰어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없이는 불가능한 장비가 위성로켓이다. 미국도 세계 각국과 협력하에 위성로켓을 만들고 있다. 세계 어느나라도 독자적으로 로켓을 만드는 나라는 없다. 오직 북만 가능하다. 
그래서 작심하고 달려드니 지난해 그 많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는 족족 성공시켰던 것이다. 

재래식 무기에서도 북의 기술력은 추종불허이다. 순항미사일이나 스마트 폭탄이 아닌 300미리 방사포탄을 200KM 떨어진 목표물에 1미터 오차범위 안에 꽂아넣는 나라는 오직 이북뿐이다. 휴대용 대공, 대전차미사일은 세계 최강을 자랑한다. 미사일 강국 러시아에서도 수천기를 수입해다 사용할 정도이다.
선군-915전차는 현존 최강의 전차이다. 

거기다가 원격조종이 아닌 자율주행 인공지능 무인 전투함, 무인전차, 무인수중드론, 무인공중드론을 유일하게 개발 실전배치한 나라도 북뿐이다. 

▲ <사진 3> 2013년 3월 24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살펴본 첨단군사장비는 인공지능전투함에 장착하는 전자광학조준장치(EOTS)였다. 딱 봐도 소형 무인전투함인데 원격조종도 아닌 인공지능으로 자율전투를 하는 최첨단 전투함이라고 한다. 미국의 무인전투함도 원격조정이 없이는 운용이 불가능하다. 원격조종은 통신이 차단되면 끝장이다.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거기다가 북은 휴대용 경수로(휴대용 원자로)를 개발한 나라이다. 작은 미사일에도 장착할 수 있는 크기이다. 이를 무인 무기나 미사일에 장착하면 사거리의 한계가 사라진다. 전자총, 전자포를 장착하면 탄알의 한계도 없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북과 전격적으로 정상회담을 선언하고 평양행 비행기표를 예약한 것도 바로 이런 북의 어마무시한 군사력 때문이다.

북은 관광경쟁력도 매우 높은 나라이다. 북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범죄가 없고 바가지 요금이 없는 안정된 사회환경, 친절한 주민들, 아름다운 경관, 맛있는 음식은 북이 독보적이다.

이를 온세계 투자가들은 익히 알고 있다. 미국의 전설적 투자가 짐 로저스가 그토록 대북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며, 구글회장이 직접 딸을 데리고 평양을 방문한 목적도 북의 정보통신기술력을 엿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지금 국제정세의 흐름을 보면 중국,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세계적인 큰 손들이 북으로 북으로 들어갈 태세다.
정세는 남측을 마냥 기다려줄 것 같지 않다. 남측이 남북경협으로 살 길을 찾으려면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에만 목매달고 있다가는 그 목줄에 질식사하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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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30일 금요일

그의 삶에서 예수가 부활했다

그의 삶에서 예수가 부활했다

조현 2018. 03. 30
조회수 1835 추천수 0

부활절-.jpg 

1일은 부활절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다. 언제까지 부활을 기념만 할 것인가. 오직 그런 부활을 신화니 기념일로만 박제화한다면, ‘그리스도’는 만우절의 거짓이 된다. 믿는다는 것과 삶의 불일치, 자본주의에서 더욱 벌어지는 그 간극이 그 거짓신앙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가르침, 그리스도의 피흘림, 그리스도의 부활을 자신의 삶으로 살아내려는 이들이 이땅에 있었다. 우리 곁에 온 예수였다. 우리 곁에 머물렀던 참그리스도인 9명의 삶이 <사랑하며 춤추라>(신앙과지성사 펴냄)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예수의 삶을 살아낸 어른들의 이야기’란 부제가 붙었다.

 예수원 설립자 대천덕, 성자적 의사 장기려, 풀무원공동체의 창설자 원경선, 가나안농군학교 설립자 김용기, 광주의 여성운동 대모 조아라, 원주의 헌신적 선교사 나애시덕, 거지와 고아들의 아버지 황광은, 고난의 삶의 대변자 권정생, 맨발의 성자 이현필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이나 이들 가족 혹은 제자들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본 9명의 각자의 저자로 나서 그 감동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되살려냈다.

 발문을 쓴  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는 “지난 세기 이 척박한 땅에 태어나 한 세상 살다 떠난 그들의 삶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우리 내면의 어둠이 조금씩 스러진다”며 “그들의 삶과 실천은 온통 욕망 주위를 맴돌며 사는 우리 삶의 부끄러움을 환기시키지만, 새롭게 살고 싶다는 열망을 일깨운다”고 했다. 추천사를 쓴 김상근 목사(한국방송공사 이사장)는 “예수님이 가셨던 길을 따라간 분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밝혔다. 또 김신일 박사(전 부총리,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는 “작게라도 흉내 내며 조용하고 진실하게 예수를 따르자”고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은 눈물의 감동만 주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택한 고난과 헌신, 사랑이 얼마나 큰 삶의 기쁨, 특히 혼자만의 기쁨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기쁨의 자장으로 끌어올리는지를 보여준다. 일화 한토막씩을 통해 그들의 가슴 속으로 들어가본다.
 
 ◇대천덕(양혜원 일본 난잔종교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 저)
 1-.jpg경제와 영성을 연결한 예수원 철학의 중심에는 코이노니아에 대한 가르침이 있다. 이것을 대신부님은 ‘물만두 신학’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물만두는 다른 음식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만두에는 껍질이 있지 않습니다? 껍질은 밀가루로 만든 것이어서 그것만으로는 별 맛이 없습니다. 껍질 속에 고기가 있는데 만두의 참맛은 만두소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껍질이 없으면 속에 든 고기가 다 풀어지기 때문에 껍질로 꼭 싸주어야 합니다. 껍질이나 소나 둘 다 필요합니다.”
 대신부님은 경제 정의와 성령의 은사를 연결시키고 있다. 고린도 교회에 은사가 많았는데도 병든 자들이 많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드을 멸시하였기 때문”이라고 대신부님은 설명한다. 기적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누는 일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나눔을 해야 하나님도 하나님의 일을 하실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교인들이 서로 나우어 주고 서로에 대하여 진실한 관심을 갖고 사랑하고 인정할 때 하나님께서 놀라운 일을 행하실 것입니다." 이처럼 코이노니아는 믿는 사람들이 서로 자원하여 물질을 나누는 것이고 이러한 만두 껍질이 있어야, 만두소, 곧 하나님의 능력인 고기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대신부님은 이것이 선택 사항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가르치셨다.
  
2-.jpg◇장기려(지강유철 양화진문화원 선임연구원 저)
 선생의 다른 인간됨은 어떤 사람을 거지, 대통령, 행려병자 등 그가 가진 권력·돈·신분에 따라 각기 다르게 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생은 평양에서든 부산에서든 자기 집에 구걸 온 거지와 겸상했다. 겨울에는 입고 나갔던 코트를 거지에게 벗어주고 들어오기 일쑤였다.
 복음병원장 시절, 사택에 숨어들었던 도둑이 책이라도 갖다 팔면 돈이 될까 싶어 가지고 나가려다 선생에게 들켰다. “젊은이, 그 책 가져가면 고물 값 밖에 더 받겠소? 그러나 나에겐 아주 소중한 것이라오. 내가 그 책값을 쳐 줄테니…”하며 돈을 주고 놓아 주었다.
 선생이 6·25전쟁 이후 고집을 부리며 무료 병원을 계속한 것이나, 부산대학교 뒤편 창고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행려병자들을 식구처럼 돌보았던 것은 그들을 자기 자신처럼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산 간질환자들의 모임을 알고 평생 그 회장직을 놓지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정부보다 10년이나 먼저 가난한 환자들을 위한 의료보험조합을 설립했던 것, 그리고 몇 년 뒤 보사부 장관이 영세 사업자를 위한 의료보험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23만 명의 회원을 둔 의료보험조합을 ㅁ나들 수 있었던 것 또한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그런 선생에게는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든 거지든 행려 병자든 모두가 사람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3-.jpg원경선(원혜영 국회의원·원경선의 아들 저)
 전 세계 인류 중 4분의 1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과 2초에 1명꼴로 굶어 죽어가고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아버지는 결심하면 곧바로 행동에 옮기는 사림이다. 곧 국제기아대책본부에 가입했다. 정농회 회원들, 기독동신회 교인들, 풀무원 회도도 적극 동참케했다. 아버지는 풀무원 회사의 직원들을 교육할 때마다 나에게 갈비탕 두 그릇 사 줄 사람은 손들어보라고 했다. 사람들은 다 손을 들었고 아버지는 그들에게 갈비탕 두 그릇 값인 만 원씩을 내달라고 했다. 그렇게 마련한 기금들이 보태져 에티오피아로 전해졌다.
 아버지는 우리 가족 모임을 갖기만 하면 자식들은 물론 손자들에게도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얼마를 내놓을 것인가를 적어내라고 했다. 귀가 뜨일 때마다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자란 손자들은 월급을 받을 나이가 되자 자동이체로 통장을 등록하고 다달이 일정 금액을 기부하게 되었다.
  
4-.jpg◇김용기(김장생 연세대 인문예술대학 교수 저)
 가난안농장에서의 공동체의 일과는 새벽 4시에 김용기의 차남 김범일이 치는 개척의 종과 함께 시작된다. 개척의 종은 매일 세 번씩 10차례를 친다. 첫 번째 종은 육체의 종이다. “육체의 잠을 깨자. 육체의 잠이 들면, 나태와 빈곤의 늪에 빠지게 된다.” 두 번째 종은 정신의 종이다. “정신의 잠을 깨자. 정신의 잠이 들면, 주권을 빼앗기게 된다.” 세 번째 종은 영혼의 종이다. “영혼의 잠을 깨자. 영혼의 잠이 들면, 하나님을 빼앗기게 된다.”
 기상 후 애국가를 4절 까지 부르고, 4킬로, 8킬로, 12킬로 구보를 한다. 구보를 하는 동안 그들은 ‘정신 개척’, ‘우리는 젊다’, ‘역사는 부른다’와 같은 구호를 외쳤다. 7시부터 아침식사 전까지 아침기도회를 한 후 식사를 한다. 가난안농장에서의 식사는 구호로 시작을 한다. “먹기 위하여 먹지 말고 일하기 위하여 먹자.” 주식은 고구마였고 음식은 조금이라도 남길 수 없었다. 치약은 3미리, 비누는 남자 2번, 여자 3번만 사용한다. 저녁 10시까지 노동은 계속 된다. 생일이나 회갑 또한 이곳 가나안에서는 없다. 태어난다는 것 자체가 기쁜 일이 아니라 예수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이 중요하고 기쁜 일임으로 매일매일을 새로이 태어나는 자세로 살아야지 일 년에 한번 생일상을 차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회갑은 가난한 농민들에게 허례허식이 된다며 자신부터 생일이나 회갑을 없앴다.
 
 5-.jpg조아라(유성희 한국 YWCA 사무총장 저)
 여성으로 조아라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26세에 남편을 잃고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살기에도 조아라의 인생은 벅찬 것이었다. 자신의 아이들은 뒷전에 두고 버려진 아이들을 챙기느라 분주했던 조아라는 평생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유복자로 태어난 둘째 아들이 장로 장립을 받던 날, 조아라는 직접 안수를 하면서 울고 말았다. 기쁘면서도, 서럽고 힘들었던 세월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이 땅의 수고를 모두 마친 후 그녀가 자신의 방에 남긴 것은 평생 사용했던 낡은 재봉틀과 구석구석 닳은 가방 한 개와 손수 만들어 입었던 옷가지 몇 개가 전부였다.
 조아라는 역사의 아픔을 온몸으로 품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 싸다. 우리도 조아라처럼 살 수 있을까. 조아라를 닮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조아라 선생은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어렵더라도, 무섭더라도, 네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해야 한다. 그것이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면 물러서지 말아라.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섭섭해하지 말아라. 묵묵히 네 길을 가면 하나님은 늘 동행해 주신다.”
 
 6-.jpg◇나애시덕(최종수 미 연합감리교회 은퇴목사)
 나애시덕은 2003년 케이비에서 텔레비전이 <인물현대사>에 선정한 유일한 외국인이다. 어느 감리교 목사가 자기 교인 한 사람을 입원시키기 위하여 자기 교인 한사람을 입원시키기 위하여 엑스레이 사진을 가지고 와서 독실한 감리교인이니까 꼭 입원시켜 달라고 나 선생님에게 부탁하였다. 그런데 나 선생님은 뜻밖에도 불교신자였던 환자를 먼저 입원시켰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감리교 목사는 대단히 화가 났다. 이 목사가 나 선생님에게, “당신은 감리교에 충성스럽지 못하다”라고 항의하면서 화를 냈다. 감리교인 대신에 불교신자를 먼저 입원시키다니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 이때 나 선생님은 “요양원에서 누가 먼저 입원해야 하느냐는 흉부 엑스레이가 보여주는 병 상태에 따라 결정됩니다. 엑스레이 사진에는 감리교인, 비교인의 표시가 없지요!” 나 선생님은 고국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이었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 대하여 항상 마음 아파했다.
 
 7-.jpg◇황광은( 김정호 후러싱제일교회 담임목사 저)
 황광은은 거지들 고아들과 늘 어울리는 삶을 살았다.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당당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정신을 길러줬다. 그것이 삼동 사업이었다. 종로 네거리 뒷골목에 원래가 변소였던 자리를 개조해 살 집을 마련하고, 그들과 함께 그곳에서 지냈다. 여름에는 심한 냄새가 났었고 겨울에는 또 견딜 수 없을만큼 추웠다. 추운 겨울에도 고아들과 함께 거기서 잤고, 냄새나는 여름에도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었다. 훗날 와이엔시에이 총무를 지낸 현치호씨의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거기 음식을 한 끼도 먹지 않았습니다. 보기만 해도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데 그걸 어떻게 먹고 앉아 있습니까. 그러나 광은은 그 고약한 냄새나는 곳에서 보기에도 지저분한 음식을 함께 먹곤 했었지요. 아무튼 천성이 아니고는 못 할 일이었습니다.”
  
8-.jpg ◇권정생(이철지 전 종로서적 대표 저)
 이오덕 선생은 권정생 선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탱자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인 조그만 교회 한쪽에 있는 부속 건물의 방 한칸을 빌려 자취를 하고 있는 그는 내게 모든 신상 얘기를 해 주었다. 그는 한 해 동안 총 수입이 4천5백 원으로 살았다고 했다. 4천 원은 원고료 수입이고 5백 원은 어느 낯선 할머니가 주고 갔다는 것이다. 신춘문예 시상식도 못 갔단다. 입을 옷도 여비도 없었고, 건강 때문에도 갈 수 없었다. 나는 그때, 다만 동화를 쓰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난듯한 이 작가가 깜박거리는 목숨의 불을 간신히 피워 가면서 40년 가까운 반생을 온갖 신체적 물리적 또 정신적 고통 속에서 얼마나 처절한 생활을 하여 왔는가 하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어쩌면 그는 우리 민족의 온갖 불행을 한 몸에 지니고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후 어느 가을날에 그의 토담집을 다시 방문했다. 권 선생은 그의 표현대로 불쌍하게 떨어진 낙과를 주워 모았다면서 주섬주섬 꺼내 놓았다. 일행들은 흠집 난 곳을 피해 가며 맛있게 먹었다. 먹성이 안 좋은 편이라 주저하는 내겐 먹어보라는 흰소리도 하지 않았다.
 방 한구석에는 흰쌀밥 담은 양재기가 놓여 있었다. 그 밥을 셋으로 구분하고 한쪽은 ‘누렁이’ ‘꾸구리’ 몫, 다른 한쪽은 ‘생쥐’ 몫, 또 다른 한쪽은 ‘당신’것이냐고 물었더니 아무 말이 없다.
 
 9-.jpg◇이현필(조현 <한겨레> 종교전문기자 저)
 이현필은 자신을 내어주는 그리스도의 삶을 그대로 살려고 몸부림쳤다. 그를 따르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현필이 한국전쟁 중 설립한 동광원에서는 언님(동광원의 수녀)들이 출가 전 낳은 아이들을 고아들 속에 넣어 함께 키웠다. 자기 자식들과 고아들을 전혀 차별하지 않고 먹는 것도,입는 것도 똑같이 키웠다. 먹어도 같이 먹고, 굶어도 같이 굶었다. 그때 아이들이 오는대로 받다보니 먹이고 재우는 아이들이 정원을 몇배나 넘는 600명이 넘었다. 제대로 허가받은 고아원도 아니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너무 많아지자 광주시청에서 아이들을 모두 다른 고아원으로 분산시켰다. 가까운 데로 보내면 아이들이 다시 찾아온다며 멀리 순천과 목포로 보내버렸다. 그런데 며칠 뒤 아이들이 절반 이상이 돌아왔다. 걸을 수 없는 어린아이들을 빼고는 대부부의 아이들이 며칠 동안 산을 넘고 물을 건너서 동광원을 걸어 찾아왔다. 고아들을 자식처럼 대하는 그곳이 배곯더라도 그 어떤 곳보다 좋았던 것이다.
 

평양 다녀와 본 조용필의 너스레 "긴장할 것 없다"

18.03.31 11:38l최종 업데이트 18.03.31 12:33l
사진·영상: 유성호(hoyah35)



평화 위해 V 포즈 취하는 방북예술단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축 예술단 평양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국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평화 위해 V 포즈 취하는 방북예술단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축 예술단 평양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국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유성호
방북예술단 "잘 다녀오겠습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축 예술단 평양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국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방북예술단 "잘 다녀오겠습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축 예술단 평양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국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유성호
"이번 공연의 주제는 '봄이 온다'이다. '봄이 온다'는 주제처럼 따스한 평화의 봄기운이 한반도에 불어올 수 있도록 여러분들께서도 지지해주시고 청원해주시기를 부탁드리겠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인사가 끝나고 박수가 나왔다. 31일 오전 9시 40분께, 김포공항 국제선 로비에 마련된 간이무대에는 20여 명의 음악인들이 자리했다.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 '봄이 온다'에 참여하는 예술단 본진이 오늘 평양으로 떠난다. 방북 전 국민들게 인사하기 위해 마련된 이 자리에는 여러 매체의 기자들 그리고 예술단을 응원하기 위한 팬들까지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윤상 "공연 바라보는 시선, 한 가지만 있는 것 아니지만..."
방북하는 도종환 "평화의 봄기운이 한반도 불어올 수 있도록 지지해 달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축 예술단 평양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 절차를 밟고 있다.
▲ 방북하는 도종환 "평화의 봄기운이 한반도 불어올 수 있도록 지지해 달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축 예술단 평양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 절차를 밟고 있다.ⓒ 유성호
윤상 "평화 염원 담아 최선을 다하겠다"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축 예술단 평양 공연’을 이끄는 가수 윤상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국민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윤상 "평화 염원 담아 최선을 다하겠다"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축 예술단 평양 공연’을 이끄는 가수 윤상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국민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유성호
주무부서의 장관이자 이번 예술단의 단장이기도 한 도종환 장관은 "13년 만의 평양공연이 성공적으로 치러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면서 "문화·체육 분야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 그리고 남북간 상호존중과 화해의 물꼬를 터나가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다"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번 예술단의 음악감독을 맡은 윤상은 "너무나도 큰 영광임과 동시에 설명하기 힘든 만큼의 무게감도 동시에 느끼고 있다"라면서 "대중음악계 별들이 한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윤상은 "어떤 분은 방송을, 광고를, 콘서트를 미뤄야 했다"라며 "그 짧은 시간 안에 준비를 하다보니까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참여해준 모든 아티스트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얘기했다. 끝으로 윤상은 "지금 이 공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라면서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봄이 온다'처럼 한반도에도 그런 평화의 봄이 함께할 수 있는 염원을 담아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돌아오겠다"라고 응원을 부탁했다.

이어서 출연하는 아티스트들이 짧게 한마디씩 소감을 전했다. 이날 예술단 단원들은 '봄이 온다'라는 이번 공연 제목처럼 '한반도의 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소녀시대 서현은 앞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하여 내려온 북측예술단의 공연에서 함께 사회를 본 바 있다.

북한에서도 노래뿐만 아니라 공연 사회를 볼 예정인 그는 이날 자리에서도 마이크를 붙잡고 간담회를 진행하며 자신의 소감도 전했다. 서현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동포들과 함께 공연할 수 있어서 벅차다"라며 "오늘 벚꽃이 피고 있더라. 우리 곁에 봄이 이미 와 있는 것 같다. 남과 북 사이에도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가수 백지영은 "(북측과) 잘 섞이는 공연을 하고 오겠다"라고 말했고, 알리는 "따뜻한 봄 전해드리고 오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뒤늦게 추가로 합류한 강산에는 "솔직하게, 아직도 꿈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라며 입을 열었다. 음향사고 때문에 잠깐 스피커에서 큰 소리가 나자 "이제 꿈에서 깨어나라고 그러나 보다"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많은 사람의 영혼을 담아서 목청껏 잘 다녀오겠다"라며 감사를 전했다.

이번 예술단의 막내인 걸그룹 레드벨벳은 멤버 조이가 드라마 촬영으로 인해 빠진 채 북한으로 떠나게 됐다. 앞서 윤상은 "가장 막내인 레드벨벳 같은 경우에는 처음 연출부의 섭외 때부터 많은 어려움들이 예상 됐었는데, 우려했던 대로 완전체로 참가하지는 못하게 된 상황"이라며 "멤버들이 다 한마음으로 뜻을 함께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아쉬워했다.

레드벨벳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멤버 슬기는 "뜻깊은 자리에 저희가 멋진 선배님들과 함께 공연하게 되어서 너무 영광이다"라면서 "저희가 막내니까, 밝은 에너지를 북측까지 잘 전달해드리고 오겠다"라고 말했다.

평양에 다시 가게 된 이들도 있어... 팬들도 응원


방북하는 조용필 "잘 하고 오겠습니다"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축 예술단 평양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 조용필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 절차를 밟고 있다.
▲ 방북하는 조용필 "잘 하고 오겠습니다"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축 예술단 평양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 조용필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 절차를 밟고 있다.ⓒ 유성호
방북하는 조용필 "잘 하고 오겠습니다"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축 예술단 평양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 조용필, 이선희가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국민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참석하고 있다.
▲ 방북하는 조용필 "잘 하고 오겠습니다"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축 예술단 평양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 조용필, 이선희가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국민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참석하고 있다.ⓒ 유성호
방북하는 서현 "남과 북 사이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축 예술단 평양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 서현과 알리가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 절차를 밟고 있다.
▲ 방북하는 서현 "남과 북 사이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축 예술단 평양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 서현과 알리가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 절차를 밟고 있다.ⓒ 유성호
이날 방북하는 아티스트 중에서는 북한 공연이 처음이 아닌 이들도 눈에 띄었다. 앞서 2005년에 평양에서 공연한 바 있는 조용필은 "여기서 공연하듯이 또, 북측에 가서도 편안하게 공연할 것"이라며 "저뿐만 아니라 뭐 여러 가수분들 긴장할 것도 없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연습도 다 마쳤고, 즐겁고 편안하게 저희들의 음악을 보여드리겠다. 잘하고 오겠다"라며 웃어보였다. 이선희도 "즐겁게 하고 오겠다"라며 짧고 굵은 한마디를 남겼다.

YB의 리더이자 보컬인 윤도현은 "16년 만에 다시 평양을 가게 되었다"라며 "그때에도 참 감동적이었지만, 이번에도 정말 감동적인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밴드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 역시 "13년 전에 단독 공연을 다녀왔다. 그때는 긴장이 됐는데, 이번엔 정말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아쉬웠던 건, 준비시간이 굉장히 짧아서 가수 분들이 악보와 같이 왔다"라면서도 "딱 한 번 맞춰봤는데,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포토타임에 앞서 서현은 "브이가 공연장에서는 피스, 평화라는 뜻으로 쓰인다"라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다함께 브이를 하며 사진을 찍겠다고 안내했다. 포토타임이 끝나고 아티스트와 매니저는 모두 휴대폰을 반납한 뒤 평양으로 떠나는 비행기 탑승 수속을 밟았다.

조용필을 응원하기 위해 온 50대 여성 팬은 "2005년에 (조용필이) 평양 공연을 했을 때, 그때도 걱정을 많이 했지만 TV로 공연을 보면서 많이 자랑스럽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5월 12일 잠실에서 콘서트가 있는데, 갑자기 평양 공연이 결정되어서 힘들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라면서도 "오빠가 결정한만큼 무조건 응원하고, 잘 하고 돌아오셨으면 좋겠다"라고 웃었다.

북한에서 공연하게 될 예술단은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그리고 추가합류한 강산에, 피아니스트 김광민까지 총 11명(팀)이다. 예술단 규모는 총 190여 명으로 태권도 시범단과 공연 스태프, 취재진, 정부지원 인력이 포함된 숫자이다.

이날 방북한 예술단은 오는 4월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단독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태권도 시범단은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같은 날 공연한다. 이어 2일에는 예술단이 합동공연 리허설을 갖고, 태권도 시범단은 평양대극장에서 합동공연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3일에는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 합동 공연을 선보이고 인천공항을 통해 돌아온다.

남북합동공연 실황은 TV프로그램 제작 및 녹화방송 될 예정이다.
방북에 들뜬 백지영-정인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축 예술단 평양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 백지영과 정인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 절차를 밟으며 들뜬 표정을 짓고 있다.
▲ 방북에 들뜬 백지영-정인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축 예술단 평양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 백지영과 정인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 절차를 밟으며 들뜬 표정을 짓고 있다.ⓒ 유성호
방북하는 레드벨벳 "밝은 에너지 북측까지 잘 전달하고 오겠습니다"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축 예술단 평양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 레드벨벳 멤버인 예리(왼쪽부터), 아이린, 웬디, 슬기가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 절차를 밟으며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또다른 멤버 조이는 국내 스케줄을 이유로 방북 예술단에 불참했다.
▲ 방북하는 레드벨벳 "밝은 에너지 북측까지 잘 전달하고 오겠습니다"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축 예술단 평양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 레드벨벳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 절차를 밟으며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성호
출국 절차 밟는 방북 예술단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참가자들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 출국 절차 밟는 방북 예술단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참가자들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출국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유성호

6명의 청년이 실명했다, 범인은 누구인가

[서평]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실명한 청년의 이야기 <실명의 이유>
2018.03.31 10:24:14




2년 전 이맘때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였다. 삼성전자에 휴대전화 부품을 납품하는 3차 협력업체 노동자 4명이 메틸알코올(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단다. 이 중 3명은 실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했다.(현재는 총 6명이다) 다급한 목소리가 수화기로 넘어왔다. 

어떻게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동시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매틸알코올로 시력을 잃는다고?" 

메틸알코올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기껏해야 소독약 정도로만 추측될 뿐이었다. 메틸알코올이 눈에 닿는다고 실명이 되나 하는 의문이 생긴 이유다. 뒤늦게 알게 됐다. 무지의 소치라는 것을. 

메틸알코올은 투명·무색의 인화성 액체다. 분무기로 뿌려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반면, 인체에는 치명적이다. 고농도에 노출될 경우, 두통 및 중추신경계 장애가 유발된다. 심할 경우, 실명까지 올 수 있다.  

당시 시력을 잃은 노동자들은 모두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메틸알코올을 사용했다. 메틸알코올은 휴대전화의 부품을 식히는 데에 사용한다. 이때 메틸알코올이 노동자에게 튈 수가 있다. 또한 식히면서 발생하는 증기가 노동자의 호흡기로 흡입되기도 한다.   

ⓒ민석기
아무 교육도 장비도 없는 파견 노동자 

이런 사고를 겪은 노동자들은 단순히 재수가 없어서 실명했을까. 이들을 취재한 선대식 <오마이뉴스> 기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선 기자는 최근 그들을 취재한 내용을 묶은 <실명의 이유>(북콤마)를 책으로 냈다.  

선 기자는 그러한 작업이, 메틸알코올이 얼마나 위험한지 누구도 노동자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한다. 일반 사람 입장에서는 메틸알코올의 위험성을 알기는 힘들다. 기자 역시도 메틸알코올로 시력을 잃는다는 이야기에 의문을 품었다.  

작업의 위험성을 노동자에게 고지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과 장비를 마련하는 것은 업체의 의무다. 하지만 이들 노동자가 일한 업체에서는 안전교육은 고사하고 작업할 때 변변한 안정장비조차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들이 실명한 이유다.  

"꿈에서는 앞이 안 보여요. 꿈이 안 깼으면 좋겠어요." 

김영선 씨는 갑자기 시력을 잃었다. 메탄올 수증기가 가득 들이찬 스마트폰 부품공장에서,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1년 반 후, 같은 피해자가 5명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현순 씨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자기가 사용하는 액체가 눈을 공격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누구도 그 액체가 위험하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일하는 12시간 내내, 환기도 되지 않는 좁은 공장에서 메탄올을 들이마셨다. 무방비 상태였다. (<실명의 이유> 중에서)

실명,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 

▲ 선대식의 <실명의 이유> ⓒ북콤마
선 기자는 이들의 실명 이유에 주목할 뿐만 아니라 그들 삶의 궤적도 추적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실명은 우연히 일어난 사고가 아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임을 꼬집는 것. 

선 기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들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짚어낸다. 실명을 당한 노동자들이 모두 파견노동자임을 지적하면서 파견법 문제를 조목조목 따진다. 

파견노동자로 공장을 돌리는 사업주는 파견업체를 통해 언제든 파견노동자를 채용한다. 

반면, 고용주로서의 책임과 의무는 지지 않는다. 파견업체에 공을 돌린다.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면서 권리는 무한으로 누리지만, 정작 그에 수반되는 의무, 즉 산업안전법 등은 전혀 지키지 않는 셈이다.   

파견법은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에 파견노동자를 쓰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일시·간헐적 사유가 있을 경우 6개월에 한해 파견 노동자를 쓸 수 있다는 예외가 있다. 그렇다보니 안전교육이나 안전장비 지급 등은 노동자에게 아득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불법이지만 법이 무력하다 

노동자들에게 메틸알코올의 위험성만 알려줬어도 그들이 그렇게 어이없이 실명을 했을까. 선 기자는 "이것은 '불법'이지만 여기서(파견법 구조 하에서)는 법이 무력하다"고 토로한다. 

"우리 눈 다 나으면 벚꽃 보러 가자." 
현순 씨는 자기처럼 앞이 캄캄한 동갑내기 피해자 진희 씨에게 말을 건넸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현순 씨는 창밖 풍경이 오후 6시의 어스레한 저녁 시간 때처럼 보인다고 말했고, 
진화 씨는 빛이 물러간 밤 9시의 세상으로 보인다며 말을 받았다. 
그땐 봄날 맑은 하늘에서 햇빛이 가장 강하게 쏟아지는 시간이었다. <실명의 이유> 중에서

실명을 한 노동자들의 눈에 빛이 보이기란 요원한 일이다. 다만, 그들과 같은 이유로 실명하는 노동자들은 더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선 기자가 <실명의 이유>를 낸 이유다.  

▲ 스물아홉의 이진희 씨. "저도 다치기 전에 풍경을 보면 시각이 먼저였어요. 근데 다치고 나서는, 바람을 타고 오는 꽃향기를 맡을 수 있게 됐어요." ⓒ민석기
▲ 전정훈 씨는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는 법도 터득했다. 문자메시지 화면을 갈무한 뒤 저장하고, 이를 최대한 확대해서 본다. ⓒ민석기

진천규 기자, 북 주민들 개성공단에 분노

진천규 기자, 북 주민들 개성공단에 분노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3/31 [02:41]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진천규 기자는 부산에서 북-미 간의 군사적 긴장이 팽팽하던 지난 해 말, 20일 간 인천에서 심양, 단둥을 거쳐 신의주로 평양으로 방북 취재를 다녀온 바 있다.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지난해 말 평양을 방문취재하고 온 진천규 기자를 만나 북의 동향에 대해 들어볼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진 기자는 북 주민들이 남측과의 경협에 대해 큰 실망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개성공단의 성공을 위해 노동력과 땅 등을 거의 무료로 지원해주다시피 했지만 남측 언론들과 반북 수구세력들은 무슨 큰 돈이라도 북에 지원하는 것처럼 꼴불견 생색내기에 핵개발 자금이요 뭐요 하면서 쩍하면 개성공단 문을 닫네 마네 하더니 결국 북에서 하지도 않은 천안함 격침을 이유로 개성공단 문을 닫아버린 남녘의 처사에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북은 해외에 노동력을 파견하면 그 나라의 월급을 다 받는다. 중국 현지에 가서 취재해보니 북은 식단표에 하루 계란 몇 알까지도 구체적으로 요구하여 다 관철시켰다. 그래도 워낙 일사분란하게 일을 잘하고 속썩이는 일이 없어 중국 기업들이 서로 북 근로자를 고용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한달에 1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개성공단을 위해 북 주민들이 헌신해온 것은 순전히 어려운 남측의 중소기업가들과 그 기업에서 먹고 사는 남녘동포들을 위한 사랑의 마음 때문이었다. 결국 남측은 개성공단에서 받은 배려와 은혜를 배신으로 갚은 것이다.

실제 중국에 투자했다가 망해나자빠진 많은 남녘의 중소기업들이 개성공단에 투자하여 2-3년만에 빌딩을 사고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는 것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그런 중소기업들이 북측에서 월급을 좀 올리자고 했을 때 '그러면 남는 것이 없게 되니 어쩌니' 하면서 우는 소리를 치는 것을 보고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가장 한심한 태도는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인 외화로 핵개발을 했다는 언론과 반북 보수세력들의 주장이었다. 그래 개성공단 폐쇄되어 핵개발이 중단되었던가. 오히려 수소폭탄이 만들어져 지구를 뒤흔들었다. 

개성공단은 북이 남측과 가장 가까운 군부대를 후방으로 철수하는 등 전략적 요충지까지 내주고 북의 성실한 근로자들을 거의 무료로 지원하다시피 해서 남과 북이 힘을 합치면 잘 살 수 있다는 '우리민족끼리'의 꿈을 키워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북에 무슨 큰 시혜라도 베푸는 양 꼴값을 떨다가 결국 문을 닫아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천안함 격침이 북의 소행이라는 억지 근거를 내세워 그런 망동을 부렸다. 양식이 있는 수많은 과학자들과 천안함을 건져올린 인양업체 대표가 폭발 증거라고는 발견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도 이런 사람들을 협박하고 탄압해왔다. 최근 KBS '추적60분'에서도 이것이 명백히 증명되었다.

지금 남녘은 청년실업문제, 가계부채문제,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로 경제 상황이 말이 아니다. 미국 달러가 오르니 금리까지 올라 역전세난에 깡통아파트까지 속출하고 있다. 대기업도 중국의 사드보복,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답은 남북경협뿐이며 북을 통해 대륙으로 진출하는 길밖에 없다는 주장이 대기업 경제연구소에서도 숱하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남북경협에 대한 이런 시혜적 태도를 버리지 못한다면, 나아가 북을 적으로 규정하고 대북적대시정책을 근본적으로 철폐하지 않는 한 남북경협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북의 좋은 점을 있는 그대로 보도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제작 반포요 뭐요 하며 감옥으로 끌고 가면서 무슨 경제협력사업을 한단 말인가. 지금도 본지 이용섭 기자는 국가보안법 상 찬양고무죄 위반으로 동부구치소에서 징역살이를 하고 있다.

북중정상회담은 북중경제교류협력 사업의 폭발적 전개를 예고하고 있다. 북이 언제까지 세계로 진출할 기회를 포기하면서 남녘을 기다려줄 수는 없을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북일정상회담에서 북과의 교류협력사업추진을 타진할 것이 자명하다. 이대로 가면 남측만 배제되어 대륙으로 진출할 수 없는 철조망에 갇힌 섬으로 전락할 것이다. 스스로 철조망에 목을 매다는 꼴이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고위급회담에서 의제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하는데 통일부 장관 입과 언론에서는 그 무슨 비핵화 논의가 핵심 의제가 될 것이란 말만 나오고 있을 뿐 남북교류협력, 남북통일에 대한 의제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북의 핵은 남측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 핵위협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북미정상회담에서 풀어야될 문제라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그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언정 그것을 핵심의제로 삼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남북정상회담의 본령은 남북관계의 확고부동한 발전전망을 밝히는 것으로 되어야 한다.

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중심으로 완전히 일심단결되어 있어 북 주민들이 남북경협에 아무리 실망했다고 해도 북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과거를 덮고 다시 하자고 하면 다시 일터로 달려나올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동포들에게 그런 실망과 분노를 안긴다는 것이 동포에 대해 얼마나 죄스런 일인가. 

문재인 정부가 부디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지고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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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마트 무빙워크 사망’ 21세 청년의 장례식장, 남겨진 동생의 편지

청년·노동단체 “하청의 또 하청, 위험의 외주화”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18-03-30 19:29:11
수정 2018-03-30 19: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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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故이명수씨 유족과 친구들은 사망현장 앞에 국화를 놓았다.
30일 故이명수씨 유족과 친구들은 사망현장 앞에 국화를 놓았다.ⓒ민중의소리


지난 29일 故이명수씨 장례식장엔 그의 친구들만 100여명이 왔다갔다고 했다. 다음날 오전 장례식장은 전날과는 다르게 한산했다. 조용한 장례식장에선 명수씨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려왔다. 어머니가 울음을 그치자 외할머니의 오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명수씨의 아버지는 이날 아침 일찍부터 진행되는 시신부검을 참관하러 고대안암병원에 갔다. 장례식장은 명수씨의 어머니, 삼촌, 여동생이 자리를 지켰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삼촌은 “이런 일이 제 주변에서 일어날 줄은 추호도 몰랐다”며 “집이 힘들어서 스스로 특성화고에 가고 돈을 벌겠다며 졸업하자마자 일자리도 구해 기특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어린 두 동생은 장례식장에 앉아 오빠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를 보는 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외삼촌 민씨는 핸드폰카메라 편지를 찍어뒀다. 민씨는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편지를 낭독했다.
앞서 故이명수(21)씨는 지난 28일 남양주 이마트 다산점 무빙워크를 점검하다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안전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작성된 안전교육점검일지엔 10분 동안 교육을 했다고 적혔지만, 실제로 CCTV에선 1분도 채 교육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씨는 외주의 외주화 관계에 놓인 하청노동자였다. 이마트가 계약한 업체가 또 하청을 줘 이씨가 속한 회사가 해당 무빙워크를 점검한 것이다. 경찰은 정확한 계약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자문을 구한 상태다.
30일 사고 현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 이명수씨의 외삼촌 민수홍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30일 사고 현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 이명수씨의 외삼촌 민수홍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민중의소리
“편안하게 잠자, 내 마지막 소원이야”
“우리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잠자. 내 마지막 소원이야. 하늘나라 가서 천사되어 우리가족 지켜준다고 꼭 약속해. 갑자기 떠나버린 오빠가 우릴 위해 먼저 갔다고 생각할게. 17년 동안 행복했고 고마웠어. 사랑한다 오빠. 잘 있어 안녕. 사랑하는 주현.”
故이명수씨의 동생 이주현(17)양이 쓴 편지다.
30일 사고 현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명수씨의 외삼촌 민수홍씨는 “여기서 여러 말 드릴 건 없고, 명수 동생이 오빠를 보내는 편지를 갖고 와서, 편지만 읽겠다”며 편지를 낭독했다. 애써 덤덤하게 이양의 편지를 읽은 민씨는 “얘 아래 이제 11살 먹은 동생도 있다. 걔 편지도 갖고 왔는데, 나머진 못 읽겠다”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두 조카가 기둥 같은 오빠를 한순간에 잃었다”며 “제발 귀 기울여주시고, 제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여러분이 도와달라. 잘못한 사람은 꼭 처벌을 받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명수씨와 같은 특성화고를 졸업한 이제현(21)씨가 미리 적어놓은 하고 싶은 말을 읽어내려갔다. 친구 이씨가 말하기 시작하자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도, 말하는 당사자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친구 이씨는 “제 친구 명수가 세상을 떠났다”며 “지금 명수가 떠난 게 실감이 나지도 않고, 믿기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명수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선생님을 존중하며 항상 성실했던 친구였고,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쉬는 날이면 집에서 동생을 챙기고, 삼촌과 함께 게임을 즐긴다고 자랑하던 명수였다. 그런 제 친구 명수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는데, 이마트는…”이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삼촌 민씨도 이명수씨와 함께 했던 순간이 떠올랐는지 얼굴을 뒤로 젖히며 소리 내어 울었다.
30일 고 이명수씨 장례식장 모습
30일 고 이명수씨 장례식장 모습ⓒ민중의소리
“하청에 또 하청… 위험의 외주화”
“이마트 정직원 사고였어도 다음날 떳떳하게 장사 했겠나?”
이날 기자회견에는 故이명수씨의 외삼촌과 친구들 말고도 청년단체, 노동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청년단체 청년전태일 김재근 대표는 “이마트 다산점은 사고현장을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놨을 뿐, 아무렇지도 않게 영업을 하고 있다”며 “한 명의 직원이 사고현장 앞에 서서 무빙워크를 이용하려던 고객들을 돌려보내기만 하고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고객들은 발길만 돌릴 뿐”이라고 한탄했다.
또 그는 “어제도 이곳에서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그땐 이마트 직원이 나와 여러분의 행동은 정치적인 것이라고 했다”며 “왜 그렇게밖에 해석하지 못하는지, 너무 마음이 슬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억울한 청년의 죽음을 결코 망각하지 말고 우리사회가 알아야 한다”며 “원청 이마트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도록 우리가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젊음을 꽃피우지도 못한 청년들이 산업현장에서 쓰러지고 있다”며 “2년 전 구의역 사고를 접한 우리는 비통했고, 안전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잔인한 현실에 반성했다. 하지만 그 잔인한 현실은 오늘도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고에 대해 이마트는 책임을 지겠다는 아무런 말도 없다. 우리사회가 청년노동자들을, 사람을 대하는 태도인 것만 같아 비통하다”고 성토했다.
최은철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28일 꽃다운 나이에 숨진 이 청년은 이마트 직원도 아니고, 이마트에서 무빙워크를 맡긴 티센크루프 업체도 아니다”라며 “하청에 하청을 받은 재하청업체의 직원”이라고 지적했다. 최 본부장은 “이마트 정직원이나 고위직에게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렇게 떳떳하게 다음날 장사를 할 수 있었겠나 싶다”며 “더 이상 정부기관은 이 사태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족, 친구들, 노동·청년단체 관계자들은 이마트 사고현장으로 내려가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명수씨가 숨진 무빙워크 앞에 들고 간 국화꽃을 내려놓았다. 금세 수많은 국화가 그곳에 쌓였다.
한편, 미루어졌던 발인은 오는 31일 오전에 진행된다. 기자회견 이후 이마트 관계자들은 장례식장을 방문할 예정이며, 가족과 사측은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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