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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31일 목요일

새해를 맞으며

 


김병길 자주시보 대표 | 기사입력 2020/12/31 [23:00]

2020년이 가고 새해 2021년이 밝았습니다. 

 

저는 새해를 맞으면서, 우리 자주시보 애독자 여러분에게 뜨거운 신년하례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해는 미증유의 코로나 창궐로 세계가 온통 아우성이었습니다. 이로 하여 경제의 침체와 정치의 혼란 등 사람들은 커다란 고통을 겪었으며, 그것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이 와중에 미국의 민낯과 허구가 똑똑히 드러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년이 넘는 코로나 싸움이 전대미문의 재앙으로 되어, 사회 전반에 불안과 침체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장담하던 제도개혁과 민생안정은 수구의 장애에 부딪혀 난관을 겪고 있으며, 남북관계도 여전히 긴장은 풀리지 않고 개선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암담한 한 해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희망을 버릴 수 없습니다. 

 

북녘은 코로나가 범접 못 하는 청정지역이며, 오히려 창조와 건설의 힘찬 동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실로 놀라운 일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나, 남과 북이 이미 이룬 여러 차례 합의에 따라 내왕과 교류협력으로 끊어진 민족의 유대를 잇고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며 관계를 개선하고 단결해, 통일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세계를 둘러보면, 수백의 나라와 민족 중 못 사는 나라, 뒤떨어진 민족은 있어도 분단된 나라, 서로 으르렁거리는 민족은 없습니다.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평화롭고 슬기로운 우리 민족이 외세의 농간에 놀아나 반세기가 넘도록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는 것은 민족의 수치이며 끔찍한 일입니다.    

 

피는 속일 수 없습니다. 민족은 숙명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민족자주를 목숨으로 외치는 것입니다. 

 

올해 우리는 민족의 자주를 실현하기 위하여 이미 널리 전개되고 있는 반미투쟁을 적극 추동하여 나아갈 것입니다. 반미투쟁의 기본내용은 주한미군 철수, 미국의 내정간섭 배격입니다. 우리가 미군 주둔을 요청한 일 없습니다. 한미방위조약은 일방적 불평등조약입니다. 우리나라는 주권국가이기에 그 내정에, 특히 남북문제에 미국이 간섭할 근거도 명분도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과거 식민지 시대의 나약한 약소민족이 아닙니다. 미국은 변화된 현실을 똑바로 보고, 우리의 존엄을 짓밟고 주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지배주의 정책을 당장 버려야 합니다.

 

송구영신의 이 마당에서 우리 자주시보는, 민족 분단을 극복하고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 언론인으로서의 자기에게 부여된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힘껏 노력하였음을 자부하며 올해에도 이에 박차를 가하여 더욱 분발할 결의에 넘쳐 있습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언론환경은 다소 개선되었으나 대북 분야 취재와 보도에는 아직도 많은 금기와 제약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제거하는 것 역시 우리의 당면한 과제일 것입니다.

 

인류 역사는 발전을 지향하며 우리 민족은 통일과 평화, 번영을 기원합니다. 우리 자주시보는 이 대로에서 추호의 동요 없이 일로매진함으로써 민족의 일원으로서의 영예로운 임무를 다할 것입니다. 우리 자주시보는 정세의 추이에 좌고우면하거나 일희일비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민족 언론의 양심에 따라 자기 소임에 충실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지지와 변함없는 성원을 바라며, 올해에 여러분에게 행운이 충만하기를 축원합니다.

 

 

2021년 1월 1일 

자주시보 대표  김 병 길 드림

2020년 12월 30일 수요일

문 대통령 부정평가 59.8% 최고치···국민의힘 4주 연속 1위지만 오차범위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리얼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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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또다시 취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31일 나왔다. 국민의힘은 4주 연속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지만 오차범위 내 접전 중이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8~30일 1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지난주에 비해 0.2%포인트 오른 36.9%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59.8%로 0.1%포인트 올랐다. 모름·무응답은 0.3%포인트 내린 3.3%였다.

긍정평가는 5주 연속 30%대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60%에 육박하며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권역별로는 광주·전라(6.4%포인트↓, 57.5%→51.1%, 부정평가 44.8%), 부산·울산·경남(2.0%포인트↓, 29.6%→27.6%, 부정평가 66.9%), 서울(1.6%포인트↓, 35.6%→34.0%, 부정평가 63.3%)에서 긍정평가가 하락했다. 대구·경북(10.6%포인트↑, 20.4%→31.0%, 부정평가 63.6%)에서는 긍정평가가 올랐다.

연령대별로는 30대에서 긍정평가가가 상승했지만, 70대 이상과 60대에서 하락했다.

정당 지지도는 이번 주에도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섰다. 4주 연속이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율이 지난주에 비해 3.4%포인트 내린 30.4%를 기록해, 0.6%포인트 오른 민주당(29.9%)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였다.

이 밖에 국민의당은 1.7%포인트 오른 8.1%, 열린민주당은 0.2%포인트 오른 6.7%, 정의당은 1.4%포인트 오른 5.8%, 기본소득당은 0.3%포인트 오른 0.9%, 시대전환은 0.3%포인트 내린 0.5%를 기록했다.

무당층은 지난주 대비 0.3%포인트 감소한 16.2%로 조사됐다.

국민의힘은 수도권을 비롯해 전 지역에서 지지도가 하락했다. 특히 지난주 민주당을 앞섰던 서울에서는 3.4%포인트 내린, 30.7%를 기록하며 민주당(32.1%)에 다시 뒤쳐졌다. 부산·울산·경남에서 2.8%포인트 내린 40.3%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리얼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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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310957001&code=910402#csidxb7079d2620641a0a60a3c47deefb391 


“요양병원에 환자들 갇힌 채 죽어가…정부 조처 너무 늦었다”

 등록 :2020-12-31 04:59수정 :2020-12-31 07:55


공포·무기력에 갇힌 요양병원의 절규

구로 미소들 190명 확진
정부 집단격리한 채 사실상 방치
감염병 치료 능력 없어 발만 동동
정부 “확진자 모두 전원할 것”
동일집단 격리(코호트 격리)된 서울 구로구 미소들 노인전문병원(요양병원)에서 지난 29일 함께 격리된 간호사가 외부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동일집단 격리(코호트 격리)된 서울 구로구 미소들 노인전문병원(요양병원)에서 지난 29일 함께 격리된 간호사가 외부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로는 이틀도 더 버티기 어렵다. 간병인들은 거의 그만뒀고, 간호사들은 기존 인력의 3분의 1 정도가 2교대를 짜서 기저귀 갈기, 환자 체위 변경, 가래 흡입 등을 하고 있다. 동료 간호사들이 감염되는 걸 지켜보면서도 밤낮으로 일하고 있다. 이제야 정부가 확진 환자들을 전부 옮기고, 인력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너무 늦었다.”


서울 구로 미소들 노인전문병원(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 15일이다. 불과 보름 사이 관련 확진자는 입원 환자 100명을 포함해 190명(30일 0시 기준)으로 늘었다. 그러나 아직도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확진 환자 37명과, 비확진 환자 92명이 동일집단 격리(코호트 격리)된 병원에 갇혀 공포와 무기력감 속에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날 병원에선 8번째 전수검사가 이루어졌다.

이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최희찬 신경과장은 30일 오후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환자들의 산소포화도가 나날이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정부는 요양병원 집단감염은 요양병원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너무 화가 났다”고 했다. 그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27일 ‘코호트 격리되어 일본 유람선처럼 갇혀서 죽어가고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을 구출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이유다.

이 병원에서는 이날까지 확진자 6명과 비확진자 12명이 숨졌다. 최 과장은 “심지어 확진 뒤 사망한 1명은 정부에 보낸 전원 우선순위 명단에 일주일 내내 있었던 환자였다”며 “그러나 감염병 전담병원들은 고령의 와병 환자란 이유로 기피하고, 정부도 사실상 방치하면서 병상 배정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수도권 요양병원 몇군데를 감염병 전담으로 지정한다고 하는데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요양병원은 애초에 경증이든 중증이든 감염병 환자를 치료할 수가 없다”고 했다. 당장은 경증으로 보이더라도 고령에 기저질환이 많아 순식간에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고위험군인 요양병원 확진자들이 우선적으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 과장은 집단감염 초기에 정부가 음성이 나온 환자들을 신속하게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에서 1등급 평가를 받을 만큼 시설·인력이 양호한 우리 병원에서도 비확진 환자를 1인실에 격리하기 어려웠다”며 “이 때문에 차츰 음성 환자들이 모인 병실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최근 보건소에서 4번 연속 음성이 나오고 1주일 동안 발열 증상이 없었던 이들만이라도 옮길 요양병원을 알아보겠다 했지만, 이조차도 어렵다는 연락이 전날 왔다고 그는 털어놨다. 뒤늦게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소들 요양병원에 남아 있는 확진자는 모두 전원시키고, 비확진자 92명은 병원에서 계속 관리하되 이를 위한 의료인력 34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너무 늦은 대응”이란 게 최 과장의 생각이다. 그는 “그나마 국민청원을 올린 뒤 여론의 관심이 커지고 나서야 병상 배정 속도가 빨라졌다. 지금껏 전화로만 지시사항을 알려주다가 전날(29일) 중수본 과장 2명이 찾아와서 대책을 논의하고 갔다”며 “요양병원 집단감염 대응은 더 신속해야 한다. 즉시 방역 전문가와 간병인·간호사가 현장에 파견되고 음성 환자들을 14일간 격리할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976667.html?_fr=mt1#csidxbd9ff1ab48149b4b02994dd7e4dc338 

앓는 것도 추위도 사치...살기위해 엄동설한 길바닥에 선 사람들

 LG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철회, 중대재해법 제정, 김진숙 복직 촉구 농성 이야기

이들은 영하 12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속에서도 농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프레시안>은 지난 30일, 코로나19에도 농성을 거두지 못하고 찬 바람을 맞으며 연말을 보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일하던 곳에서 계속 일하기 위해, LG트윈타워 농성장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서는 50~60대 청소노동자들이 16일째 농성하고 있다. 찬기가 올라오는 바닥에 은박지와 침낭을 깔고 생활한다. 그 위에 누워 침낭 한 장을 덮으면 잠자리가 된다. 유리로 만들어진 벽과 천장은 밖에서 새어들어오는 빛을 막아주지 못한다. 코로나19의 확산을 우려해 자면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날이 밝으면, 빗자루와 걸레 대신 피켓을 들고 로비를 오가는 LG그룹 임직원에게 자신들의 사정을 알린다. 농성 자리에서마저 내쫓길까 싶어 식사 때가 되면 조를 짜서 번갈아가며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고령의 청소노동자들이 한겨울 건물 로비에서 이런 생활을 이어가는 이유는 31일 사실상의 집단해고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이들의 회사인 지수아이앤씨(지수)는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에스앤아이)과의 청소 용역 계약이 종료됐다'며 이들에게 오는 12월 31일자 근로계약 만료를 통보하고 사직서 서명을 종용했다.


청소노동자들에게는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에스앤아이는 LG그룹과 LG트윈타워 건물관리 계약을 맺은 회사다. 지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두 고모인 구미정, 구훤미 씨가 50%씩 지분을 나눠 소유한 회사다. 두 회사는 근 10년간 LG트윈타워 청소용역 계약을 유지해왔다.


 

청소노동자들은 계약 종료의 배경에 노조 결성이 있다고 본다. 박소영 LG트윈타워분회장은 "노조가 생기기 전 근무시간 꺾기나 관리자 갑질 등을 참고 일 해왔다"며 "노조가 생기고 부당한 일들에 대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니 그게 보기 싫었던 것 같다"고 했다. LG그룹이 간접고용 청소노동자를 상대로 '무노조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30일, 청소노동자들은 영하 10도의 추위 속에 하얀 민복을 입고 LG트윈타워에서 구 회장의 집이 있는 용산 한남더힐까지 3시간여가 걸리는 거리를 걸었다. 당일 우원식, 박홍근 등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농성장을 찾아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청소노동자들이 구 회장과 의원들에게 전한 바람은 하나. 노조가 있는 지금의 일터에서 다시 전처럼 일하는 것이다. 박 분회장은 "다른 회사들은 노조를 인정하고 상생하는데 왜 LG는 못 받아들이는지 묻고 싶고 답답하다"며 "이 엄동설한에 여기서 내쫓기면 먹고 살 수가 없다. 우리에게는 생존권이 걸린 농성"이라고 말했다.


 

▲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서 농성하는 청소노동자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 30일 LG트윈타워 건물 앞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 집까지 걸어가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 ⓒ프레시안(최용락)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의 복직을 위해, 청와대 앞 단식농성장 


청와대 앞에서는 정홍형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부지부장, 성미선 녹색당 운영위원장 등 7명이 한진중공업 해고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요구하며 열흘째 단식 농성하고 있다. 이들의 방한대책은 침낭과 바람막이용으로 세워둔 박스가 전부다. 종로구청이 코로나19 확산 우려 등을 이유로 청와대 인근 천막 설치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1986년 옛 대한조선공사(현재 한진중공업) 노조의 어용성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고문당한 뒤 회사로부터 해고됐다.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2009년 11월과 올해 9월, 한진중공업에 김 위원의 복직을 권고했다. 지난 10월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김 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했다.


 

한진중공업은 김 위원의 복직과 관련해 '복직을 수용할 법적 의무가 없다'며 '재채용'안을 내고 있다. 35년 해고 기간의 임금에 대해서는 배임죄 성립 소지가 있어 지급할 수 없고 8000만 원의 위로금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는 이를 '김진숙 복직의 사회적 의미를 부정하려는 것'으로 보며 거부하고 있다. '복직 및 해고기간 임금 지급'과 달리 '재채용 및 위로금 지급'에는 과거 김 위원의 해고가 부당했다는 뜻이 담겨있지 않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30일 트위터에 "앓는 것도 사치라 다시 길 위에 섰다. 연말까지 기다렸지만 답이 없어 청와대까지 가보려한다"는 글을 남기고 부산 호포역에서 서울 청와대까지 걷기를 시작했다. 암 투병 중인 상황에서 내린 결단이었다.


단식 중인 정 부지부장은 김 위원의 복직에 대해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국가폭력에 의해 부당하게 일어난 해고"라며 "반드시 복직을 통해 권위주의 시대의 잘못을 바로잡고 새 시대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지부장은 "복직이 없으면 정년도 없다"며 "12월 31일 김 위원의 정년이 지나더라도 김 위원의 복직이 이뤄지지 않는 한 단식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30일 복직을 촉구하며 부산 호포역에서 서울 청와대까지 걷기를 시작하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왼쪽). ⓒ
금속노조

▲ 청와대 앞에서 김진숙 복직을 촉구하며 노숙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이들. ⓒ금속노조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국회 인근 단식농성장


 

국회 본청 앞에는 '사람을 살리는 단식농성장'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천막이 세워져 있다. 안에서는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센터 이사장 등 산재 유가족이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함께 21일째 단식을 하며 생활하고 있다.


 

의원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 제정의 필요성을 선전하고 필요한 경우 기자회견 등에 참여하는 것이 이들의 주요 일과다. 국회의 중대재해법안 심사 상황에 대응하기도 한다.


 

국회 정문 앞에 쳐진 천막에서도 고 김태규 건설노동자의 누나 김도균 씨, 고 이동준 CJ제일제당 현장실습생의 어머니 강석경 씨 등 6명이 단식 중이다.


 

이들은 동조단식자와 함께 국회 정문 앞에 세워진 김용균 노동자 조형물 앞에서 매일 2400배를 한다. 2400배를 참여자 수로 나눠 절하는 횟수를 채운다. 그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에서 동조단식자가 오고갔다.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국회에 제출된 5개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두고 입법 심사를 시작했다. 29일 정부는 △ 2명 이상 사망으로 중대재해 범위 축소 △ 건설·조선업 발주처 등 원청 기업 책임 삭제 △ 중소사업장 법 적용 유예 조항 강화 △ 인과관계 추정 조항 삭제 등 기존 법안에 비해 약화된 법안을 법사위에 냈다.


정부안이 나온 날, 김 이사장과 이 이사장은 국회 법사위에서 '말도 안 되는 정부안을 갖고 왔다', '처벌 수위를 너무 낮춰서 사람을 살릴 수 없는 법안을 만들어놨다'고 항의했다. 이에 30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을 가진 뒤 중대재해의 정의를 '1명 이상 사망한 재해'로 정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단식 중인 이 부위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김미숙 이사장이 중대재해를 사망자 2명 이상이 발생한 재해로 정의하면 김용균 노동자나 구의역 김군 같은 경우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게 되기 때문에 화를 많이 냈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의원들 중에는 중대재해법을 만들 것이니 단식을 멈추라는 이들도 있지만 감시의 눈길을 거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대재해법은 조문 하나 하나가 김용균 노동자, 김태규 노동자, 이한빛 피디의 죽음으로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는 재계 눈치를 보며 법안을 약화시려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정말로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더 촘촘한 법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 국회 본청 앞에 세워진 '사람을 살리는 단식농성장' ⓒ프레시안(최용락)

▲ 30일 국회 정문 앞 김용균 노동자 조형물 앞에서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기원하며 2400배를 하고 있는 사람들. ⓒ프레시안(최용락)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23017231808922#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전교생에 매주 2천원, '매점 기본소득' 후 이렇게 변했다

 

동초 '격차 없는 매점' 실험이 불러온 변화

20.12.30 19:38l최종 업데이트 20.12.30 19:38l


[월간 옥이네] 충북 보은 판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역시 학교 가는 재미는 수업보다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 혹은 '맛있는 급식', '하굣길 떡볶이'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쉬는 시간이나 늦은 오후 매점으로 달려가 호빵이나 아이스크림으로 출출함을 달래던 재미도 빠질 수 없죠.
하지만 이런 소소한 재미를 모든 학생이 누릴 수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용돈이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 교문 앞 분식점의 500원짜리 컵떡볶이도 사치였으니까요. 어쩌면 이것은 학교 안에서 시작되는 가장 가볍지만 가장 빈번한 '불평등'의 경험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작다면 작고 하찮다면 하찮을지도 모를, 이런 고민에서 의미 있는 실험을 시작한 곳이 있습니다. 충북 옥천군 안내면 오덕리를 지나면 금방인, 보은군 삼승면 판동초등학교(교장 이미애)입니다. 판동초는 10월말부터 전교생 41명에게, 일주일에 2천 원을 매점화폐로 지급하는 '매점 기본소득'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판동초는 어린이들이 학교 안에서 경험하는 '격차'를 인지하면서 이 같은 매점 기본소득을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매점 기본소득 시행 두 달여. 판동초등학교의 학생들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됐을까요? 그리고 판동초등학교는 매점 기본소득을 통해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요? 판동초등학교 매점 기본소득 현장을 찾아봤습니다.

"학교에 오는 것이 즐거워요"
 
 보은 판동초 매점 기본소득
▲  충북 보은 판동초 학생들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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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동초의 매점 기본소득이 실시되는 현장은, 지난해 9월 문을 연 매점 '빛들마루'입니다. 도내 학교 중에서는 네 번째, 도내 초등학교에서는 최초의 학교 협동조합으로 이곳 학부모와 교사로 이루어진 '팔판동 사회적 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판동초의 '매점 기본소득' 역시 팔판동 사회적 협동조합이 진행하는 것입니다.

"항상 매점에 오는 학생들만 오더라고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일 큰 건 역시 '용돈'이었어요. 가정 형편과 상관없이 용돈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도 있고요. 그렇다 보니 학생들이 이 공간에서조차 '격차'를 느끼게 되는 거죠. 그런 경험을 하게 하려고 이 공간을 만든 게 아닌데, 어떻게 하면 이 차이를 없앨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팔판동 사회적 협동조합 발기인이자 조합원이기도 한 판동초 강환욱 교사의 설명입니다. 조금이라도 '공평한' 소비권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마침 팔판동 사회적 협동조합 쪽으로 기부금 100만 원이 들어왔습니다. 친환경 간식만을 판매하고 수익은 모두 학생 환원 사업에 사용했던 매점인 만큼, 기부금 역시 학생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자연스레 100만 원은 이번 매점 기본소득의 종잣돈이 됐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학교 본관 2층 5학년 교실 앞 복도로 어린이들이 모입니다. 1주일에 한 번 지급되는 매점 기본소득을 수령하기 위해서입니다. 매점 기본소득은 기존에 있던 '매점 쿠폰'을 활용했습니다. 쿠폰이 기본소득에 사용되면서 이제는 '매점 화폐'라는 명칭으로 바꿔 부릅니다.
 
 보은 판동초 매점 기본소득
▲  충북 보은 판동초 매점 기본소득 게시판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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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 지급되는 방식 역시 눈여겨 볼만합니다. 누군가 '건네주는' 형태가 아니라 복도 벽면에 붙은 기본소득 수령 게시판을 통해 각자 알아서 찾아갑니다. 이 역시 '누군가의 베풂으로 지급받는 용돈'이 아니라 '이 학교 학생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로서의 기본소득'이 되고자 함입니다.

"아무래도 '용돈'은 가진 자가 베푸는 것이고, 언제든지 지급 여부나 규모가 바뀔 수 있는 거잖아요. 학교에서는 경제교육의 일환으로만 접근하게 되기도 하고요. 정기적이고, 무조건적이고, 모두에게 지급되는 점 등을 고려해 '기본소득'이라고 부르는 게 맞겠다 싶었습니다. 매점 기본소득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매점에서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어요. 다만 각자 사용 내역을 별도의 기입장에 기록하게 하는데, 이건 최소한의 경제관념을 위해서지 교사나 부모가 침범하는 부분도 아니고요."

이런 매점 기본소득이 처음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감지했던 학교 내 불평등을 조금은 상쇄해주었을까요. 변화는 학생들 사이에서 먼저 감지되고 있었습니다. 매점 매니저로 활동하는 6학년 설미진 학생은 "매점 기본소득 이후 매점에 못 오던 학생들이 확실히 많이 오고 있다"며 시행 전후의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용돈이 없거나 부족해 매점을 찾기 어려웠던 학생들 사이에서 '매점 기본소득'은 학교에 가는 재미가 됐습니다. 서우정(판동초 5) 학생은 "용돈을 못 받거나 부족한 친구들이 매점을 많이 이용하게 됐다"며 "저도 용돈을 받지 않는데 매점 기본소득으로 친구들과 함께 간식을 사먹을 수 있게 돼 정말 좋고, 학교에 오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습니다.

김호준(판동초 5) 학생 역시 "평소엔 용돈이 없어서 매점에 못 갔지만 요즘은 자주 가고 있다"며 "아침을 못 먹고 와서 배고플 때가 많았는데 매점에서 간식을 사먹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매점에 가는 것이 쉬워지고 부담스러워지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재미를 붙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판동초가 매점 기본소득 실시 3주차에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매점 기본소득에 대한 의견을 묻는 주관식 문항에서 '학교에 오는 이유가 늘었다', '용돈이 부족한 친구들이 거의 매일 매점에 오면서 기분도 더 좋아진 거 같다', '매점이 더 화기애애해지고 그동안 못 보던 친구들도 와서 좋다' 등 긍정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용돈을 어떻게 쓸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등의 답변도 눈에 띄었습니다.

학교 담장을 넘어 연대의 가치를 배우다
 
 보은 판동초 매점 기본소득
▲  충북 보은 판동초 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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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은 판동초 매점 기본소득
▲  충북 보은 판동초 매점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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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욱 교사는 학교에 오는 즐거움이 늘었다면 그 하나만으로도 이 공간의 역할은 충분히 다 한 것 아니겠냐고 말합니다. 강 교사는 "심층 인터뷰가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학생들 역시 전보다 골고루 매점을 찾고 있다는 것에서 마음의 불편함이 다소 해소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학생들이 말로 표현하진 못해도 학교의 즐거움, 나아가 학교가 학생들을 지지해준다는 인상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정서적 지지'가 건강한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판동초는 매점 기본소득과 학교 협동조합 매점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매점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통해 환경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기후위기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그 흔적으로 매점과 학교 복도에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분리수거 방법과 기후위기 게시물이 빼곡합니다.

이는 '마을 보행권'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이동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야기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되는 도로의 문제, 마을 안 보행권까지 돌아보게 된 것입니다.

"이 좁은 학교만이 아니라 마을, 지역, 나아가 온 나라와 연대하는 것이 이런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해요. 학교 현장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민주시민교육이자 사회적 경제 영역까지 아우르는 활동이 되기도 하고요. 이번에 옥천 안내중에서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한 Too나 이런 활동에 관심이 있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함께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연대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강환욱 교사)

옥천과 보은, 가까운 지역에서 비슷한 시기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은 앞으로 지역사회에 어떤 흐름을 만들게 될까요. 섣불리 전망할 순 없으나, 이 이야기는 계속될 듯합니다. 공동체 활성화라는 공통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곳에서 따로 또 같이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니까요.

한편, 판동초는 내년 학교 자체 예산으로 매점 기본소득을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월간 옥이네 2020년 12월호(통권 42호)
글·사진 박누리

[인터뷰] ‘노동 몫 최고위원’ 박홍배가 설정한 민주당의 방향키 “현장 속으로”

 “중대재해법 단식 농성장 갈 때마다 죄짓는 것 같아, 빨리 처리해야”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0-12-30 17:22:58
수정 2020-12-30 17: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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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최고위원이 28일 국회 당 최고위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12.28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최고위원이 28일 국회 당 최고위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12.28ⓒ정의철 기자  

"저는 우리 당이 더 깊이 국민 생활 현장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여당의 정책이 어떻게 국민과 노동자들의 생활에 스며들어 가고 있는지, 혹은 그렇지 못하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합니다."

노동 몫 지도부로서 첫 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최고위원의 첫 일성은 "현장 속으로"였다. 여의도에만 갇혀 있지 말고 국민의 현실이 어떤지,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직접 다가가 확인해봐야 한다는 당부였다. 이 말은 민주당이 국민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의미로 읽혀졌다.

그로부터 100여일이 흐른 지난 28일, 국회 최고위원실에서 만난 박 최고위원에게 되물었다. '민주당, 현장 속으로 잘 들어가고 있느냐'고. 그는 숨을 고른 뒤 "현장 활동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회의 시간이 바쁘게 흘러가긴 했다. '이낙연 호'가 출범하자마자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일정이 연이어 있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도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박 최고위원은 "추석 전후로는 대표도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는 활동을 많이 했고, 당내 노동존중 태스크포스(TF)도 당 전국노동위원회와 함께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업장이나 (노동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사업장 등을 방문하려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후에 국정감사 일정, 코로나19 때문에 마음대로 다니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 부분은 좀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의 방향키가 '현장'으로 향해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박 최고위원은 그 이유에 대해 "국민의 생각과 의회 정치를 하는 분들의 생각은 다른 경우가 많지 않을까 싶다"며 "이를테면 왜 그렇게 정쟁만 하느냐는 문제도 있을 것이고, 또 코로나19로 인해 민생이 굉장히 어려운데 너무 권력기관 개혁 문제만 수개월째 다룬다든지 하는 문제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내 삶은 정치와 무관하다'거나 나아가서 정치에 대한 혐오로 가지 않도록 국민의 눈높이와 입법권자 또는 당의 눈높이를 맞추는 활동을 해야 한다"며 "특히 제 경우에는 현재도 노조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많이 주문하고, 저 역시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고위서 양향자와 공개 충돌
"살아온 배경이 다르기 때문"
'중대재해, 예방이 중요하다' 당 일각 주장엔
"계속된 예방 활동에도 중대재해 안 줄어" 반박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최고위원이 지난 27일 금융노조 지도부와 함께 중대재해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찾은 모습.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최고위원이 지난 27일 금융노조 지도부와 함께 중대재해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찾은 모습.ⓒ박홍배 최고위원 페이스북

박 최고위원은 정당인이자 노조위원장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으로 취임해, 지난 8월 31일 이낙연 대표의 지명으로 노동 몫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당초 각오는 "당에서 끝까지 노동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는 데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던 문재인 정부였고, (정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이런저런 아쉬운 모습들도 나왔지만 노동계가 바라는 정치의 모습을 위해 당내에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깥에서 보던 정치와 직접 겪는 정치는 같지 않았다. 박 최고위원은 이 차이를 "배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점이 가장 다르냐'는 질문에 "국회의원 300명 한 분 한 분이 다 헌법기관이라는 말들을 하지 않나. 각자 옳다고 생각하는 법·제도 개선을 위해서 같은 사안을 놓고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모습들이 (밖에서 볼 때와) 참 다른 것 같다"고 에둘러 답했다.

답변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몇 장면들이 있었다. 공개 회의에서 박 최고위원과 양향자 최고위원이 같은 사안을 두고 결이 다른 발언을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16일에는 공정경제 3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였던 이른바 '3%룰'을 두고, 최근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두고 부딪혔다. 박 최고위원은 노동자 입장을, 양 최고위원은 기업 입장을 대변했다. 당 지도부 내에서 공개적으로 이견이 표출된 건 매우 드문 경우라 '공개 충돌'이라고 쓴 기사가 쏟아졌다.

박 최고위원은 "각자가 살아 온 배경이 다르다"며 "저는 노동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제가 낼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이야기를 해야 했다. 양 최고위원이 살아온 삶의 배경은 충분히 다 알고 있지 않나. (삶의 배경을 감안할 때) 그런 말씀을 하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임시국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중대재해법만 놓고 보더라도 민주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특히 '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경제가 어려운데 중대재해법까지 처리하면 너무 지나친 게 아니며 노골적으로 재계 편을 드는 의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잉 입법'이라거나 '처벌이 능사는 아니니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빠지지 않는다.

박 최고위원은 자신이 법을 전공한 사람도 아닌 데다가 원외 최고위원으로서 한계도 있지만 이 말은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로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를 반 이상 줄이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가 아니었느냐"는 것.

그는 "예방활동이나 기존 법안을 강화하는 법 개정은 그동안에도 계속해왔다. 그러면 중대재해가 줄어들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는 줄어들지 않았다"며 "기업 활동보다는 사람 목숨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대재해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가급적 연내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터뷰 이후 공개된 중대재해법 정부안은 당초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보다 대폭 후퇴해 껍데기만 남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더욱이 정부안을 중심으로 한 상임위 논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사실상 연내 입법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 최고위원은 3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안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언급한 뒤 "상임위는 정부안에 얽매이지 말고 기 제출된 법안을 중심으로 법 시행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종합적인 예측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정교하게 법안을 다듬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래서일까. 박 최고위원은 국회 앞에 설치된 중대재해법 촉구 단식농성장을 방문할 때마다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은 심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농성장에 갈 때마다 두 가지 마음이 든다. 하나는 이 법안을 빨리 처리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여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의 마음과 다른 하나는 노조 활동하는 사람의 입장, 이 두 입장에서 방문을 드린다"며 "빨리 중대재해법을 처리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제가 죄를 지은 것 같이 죄송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노동계가 민주당에 바라는 점은…
"제발 노동자를 적으로 만들지 말아달라"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최고위원이 28일 국회 당 최고위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12.28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최고위원이 28일 국회 당 최고위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12.28ⓒ정의철 기자

박 최고위원은 노동 몫 최고위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당과 노동계의 소통, 접점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그가 노동계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촛불정신을 잊지 말아 달라"는 것이라고 한다. 박 최고위원은 "이 정부를 탄생시켰던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고, 제발 노동자를 적으로 만들지 말아 달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앞으로 민주당이 어떤 과제에 집중해야 할지도 물었다. 민주당이 당력을 끌어모았던 검찰개혁의 첫 단계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며 일단락된 상황이니 이제는 다양한 개혁 과제들에 대한 집중도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박 최고위원은 당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비롯한 다양한 노동 현안들을 꼽았다. 그는 "ILO 3법이라고 얘기되는 노동 관계법들을 개정했는데, 협약 비준안은 아직"이라며 "이 협약 비준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플랫폼 노동자 보호 대책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21일 발표한 대책은 노동법으로 보호할 수 없는 노동자들에 대해 특별법을 제정해주겠다는 것인데, 사실은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노동 기본권을 보장해주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라며 "섣불리 진행하기보다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대화 결과를 국회가 반영하는 식으로 내년 상반기에 중점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반드시 해결하고 싶은 과제 역시 플랫폼 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 강화였다. 그는 "노동 시장이 계속 변하고 있기에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과 안전 보장에 대한 내용이 현안이 될 것"이라며 "그 부분들은 계속해서 관심을 두고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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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8일 월요일

김진애 서울시장 출마 소식에 김의겸 저격하고 나선 ‘조선일보’

 

도시전문가의 ‘부동산’ 해결 방안은?
임병도 | 2020-12-28 08:44:15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열린민주당 김진의 의원(비례대표)이 27일 국회에서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김 의원은 열린민주당이 당원과 시민을 대상으로 시행한 열린추천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된 후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보고’에서 “서울시장은 대선 디딤돌이 아닌 시정에 충실해야 하는 자리로 ‘현장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도시전문가로서 서울시정을 지원 하고 문제점을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한 경험을 바탕으로 당선 즉시 현장 중심으로 시장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의원은 서울대 공대 건축학과와 MIT대(도시계획 박사)를 졸업한 도시전문가로 공공 건설·건축위원회 등에서 활동했습니다. 18대 국회에서는 MB정부 4대강 저격수로 주목을 받았고, 2020년 열린민주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8년 만에 21대 국회에 재입성했습니다. 법사위로 활동하다가 최근 자신의 전문분야인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바꾸었습니다.

김진애 서울시장 출마 소식에 김의겸 저격하고 나선 ‘조선일보’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관련 조선일보 기사들 ⓒ조선일보 뉴스 캡처

김진애 의원이 도시전문가 출신임을 강조하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밝혔지만, 조선일보의 관심은 김의겸 열린민주당 대변인에게 집중됐습니다.

조선일보는 26일 < 강성 친문, ‘김진애 서울시장 출마’ 소식에 “김의겸을 국회로”>, 27일 <김진애 서울시장 출마, ‘흑석 선생’ 김의겸 의원뱃지 눈앞에> 등의 기사에서 김 대변인의 흑석동 상가 부동산 투자 논란을 다시 제기하면서 의원직 승계에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4번을 받았습니다. 당시 열린민주당은 정당 비례대표 투표에서 5.542%를 득표하면서 비례대표 후보 3번까지만 당선됐습니다. 만약 김진애 의원이 내년 보궐선거에서 열린민주당 공식 후보로 출마하면서 의원직을 사퇴하면 김의겸 대변인이 비례대표직을 승계하게 됩니다.

공직선거법 제53조 공무원 등의 입후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선거일 전 3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
2. 보궐선거등에 입후보하는 경우
3. 국회의원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에 입후보하는 경우

김진애 의원이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김의겸 대변인이 의원직을 승계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절차상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그런데 조선일보의 기사만 보면 마치 강성 친문 지지자들이 원해서 의원직을 승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만 보면 누군가를 흠집 내려고 작심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김진애 의원 입장에서 보면 서울시장 후보 출마 자체가 잘못된 일처럼 언론에 의해 왜곡되고 있는 셈입니다.

도시전문가의 ‘부동산’ 해결 방안은?

김진애 의원은 “언론은 부동산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가장 큰 변수라고 한다”면서 “서울이 진정 회복해야 할 것은 제대로 된 주택정책, 진취적인 도시정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의원은 “서울 시민 모두가 고가 아파트나 새 아파트에만 사는 건 아니다”라며 “대형 아파트 단지, 초고층 주상복합만이 아니라 도시형 아파트, 도심형 주택”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역세권 미드타운’, ‘공익적 재개발‧재건축’ 촉진, ‘복합성장거점 프로젝트’ 추진, ‘서울경제개발공사’ 설립, ‘10 분 동네로 서울 오아시스 네트워크’, ‘돌봄 오아시스 플랫폼’ 등의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김 의원이 도시전문가 출신임을 내세우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섰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박원순 시장의 성추문 의혹 논란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 부동산 문제 등으로 집권 여당인 민주당조차 어려운 선거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집값 하락과 상승, 전세 매물 부족 등 단편적이면서 자극적인 언론의 부동산 보도 속에서 도심형 주택이나 역세권 미드 타운, 공익형 재개발 등의 장기적인 방안은 언론이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을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김 의원이 도시전문가라는 장점을 내세우지만 언론의 관심조차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얼마나 자신의 공약을 홍보하고 알릴 수 있는지가 보궐선거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열린민주당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선정은 당헌에 따라 전당원 투표로 결정하고, 경선 방식 등 세부 절차 등은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확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2196 

2020년 12월 27일 일요일

새로운 길, 2021년 1월에 제시된다

 

[개벽예감 425] 새로운 길, 2021년 1월에 제시된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0/12/28 [08:49]

<차례>

1. 직설적인 질문과 솔직한 답변

2. 선평화, 후통일론의 실체

3. 선통일, 선평화론의 실체

4. 평화협정 체결하기까지 두 단계 거쳐야

5. 새로운 길, 2021년 1월에 제시된다

 

 

1. 직설적인 질문과 솔직한 답변

 

“통일을 해야 합니까? (Do you have to reunify?)"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질문이다. 2017년 11월 7일 서울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담화하다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와 같은 엉뚱한 질문을 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서 우리나라의 통일문제에 대해 그처럼 직설적인 질문을 제기한 대통령은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좀 특이한 사람이다. 그는 기존 관례와 격식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행동을 하는가 하면, 어떤 때는 듣기에 민망한 왜곡발언이나 허위발언도 꺼내놓지만, 그런 역겨운 언행 뒤에는 직설적이고 솔직한 면도 있다. 

 

통일을 해야 하느냐는 엉뚱하고 직설적인 질문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어떻게 답변했을까? 자세한 답변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워싱턴포스트>의 정치분석가 조쉬 로긴(Josh Rogin)이 2017년 11월 15일 그 신문에 실은, ‘트럼프는 남한 대통령에게 ’통일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략적인 사연을 찾아볼 수 있다. 그 기사에 따르면,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을 방문 중이던 조쉬 로긴과 대담하면서 그녀가 한미정상회담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문재인-트럼프 상춘재 담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쉬 로긴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그날 상춘재 담화 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질문에 답변할 때, “김정은 정권 아래서 비인간적인 대우(inhumane treatment)를 받으며 고통을 겪는 북조선 인민들에게 자신이 큰 책임감(great sense of responsibility)을 느낀다”고 하면서, “민주주의의 빛(light of democracy)을 북조선 인민들에게 비춰주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설마 그런 말을 했을까 하고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상춘재 담화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으므로, 위에 서술한 답변은 문재인 대통령의 속마음이 드러난 솔직한 발언이었다. 답변에서 드러난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은 ‘독재정권의 어둠 속에 있는 북측 인민들에게 자유민주주의의 빛을 비춰주는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여 북을 자유민주주의체제로 흡수해야 한다’는 극우반북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극우반북적인 견해를 가진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그가 ‘독재자’로 생각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한 직후 이런 말을 남겼다.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를 통해 수시로 논의할 것입니다.” 이것은 자신의 극우반북적인 견해를 은폐한 외교적인 발언이었다. 

 

위선적인 발언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19일 평양을 방문하는 중에 5.1경기장에 모인 평양시민 15만 명 앞에서, 그가 독재정권의 암흑 속에서 고통을 겪는다고 생각하는 북측 인민들에게 연설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보았습니다. 얼마나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갈망하고 있는지 절실하게 확인했습니다.” 이것도 역시 자신의 극우반북적인 견해를 은폐한 외교적인 발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적 발언 뒤에 극우반북적인 견해가 은폐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사람들은 그가 남북정상회담에서 쏟아낸 외교적인 발언에 찬사를 보내며, 그의 방북에 큰 기대를 걸었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적 발언 뒤에 극우반북적인 견해가 은폐되어 있다는 사실을 파헤쳐보면,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이 왜 전혀 이행되지 않았는지도 알 수 있고, 2020년 6월 16일 북이 왜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폭파해버렸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어 8천만 민족의 통일열망이 뜨거워졌던 2018년 9월 26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뉴스(Fox News)>가 문재인 대통령과 대담을 진행했다. 그 자리에서 대담진행자가 “대통령님 생애 안에 통일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십니까?”라고 질문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통일은 정말 예상할 수 없습니다. 통일은 계획대로 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은 평화가 완전해지면 어느 순간 정말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시기가 제 생애 안에 오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가 통일되는 날이 언제인지 예언할 수는 없지만, 통일의지를 가는 대통령이라면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방안과 경로를 담은 통일정책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위의 대담에서 나온 답변을 들어보면,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통일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문 대통령이 평화가 먼저 실현되고 통일이 나중에 실현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선평화, 후통일론을 믿고 있음을 말해준다. <사진 1> 

 

▲ <사진 1> 위의 사진은 2017년 11월 7일 서울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이다. 그날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직전 청와대상춘재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차담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통일을 해야 합니까?"라는 직설적이고 엉뚱한질문을 했다. 그런 질문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속마음을 드러내면서 솔직하게답변했다.  



2. 선평화, 후통일론의 실체

 

문재인 대통령이 믿고 있는 선평화, 후통일론은 남과 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면서 30년 정도 서로 왕래하고 협력하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통일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선평화, 후통일론은 통일국가건설을 사실상 반대하는 반통일론의 변종이 아닐 수 없다. 통일학의 견지에서 이 문제를 분석, 고찰하면 다음과 같다.

 

1) 선평화, 후통일론은 7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조국통일이 앞으로 30여 년이 더 지나 100년 뒤에야 실현될 것처럼 상상하면서, 조국통일위업을 다음 세대에게 미루려는 허황된 주장이다. 75년 동안이나 지속되는 민족의 분렬을 어떻게 해서든지 하루빨리 극복하고 통일국가를 건설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중대하고 절실한 조국통일위업을 기약 없는 먼 훗날로 미루는 것은 통일국가건설을 무한정 지연시키고 회피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평화, 후통일론은 1960년대 박정희의 선건설 후통일론, 그리고 1970년대 김대중의 선민주, 후통일론을 모방한 통일무한연기론이며 통일위업회피론이다. 지난 시기 선건설, 후통일론이나 선민주, 후통일론이 그러했던 것처럼, 현 시기 선평화, 후통일론도 통일국가건설을 무한정 연기하고 조국통일위업을 회피한다는 점에서 반통일론의 변종이라고 할 수 있다. 

 

2) 선평화, 후통일론은 남과 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면서 30년 정도 서로 왕래하고 협력하면, 어느 날 동부도이췰란드가 갑자기 무너지고 서부도이췰란드에 흡수되었던 것처럼 북의 사회주의체제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고 남의 자본주의체제에 흡수될 것이라는 전형적인 흡수통일론이다. 이런 내막을 알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남북평화공존과 남북상호협력은 남측의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시장경제가 30년 동안 북측에 점차적으로 침투, 확대되어 점진적인 개혁과 개방을 불러일으키고 북측의 자주적 사회주의와 사회주의계획경제가 변질, 소멸되는 점진적 붕괴과정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그러므로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남북평화공존과 남북상호협력은 흡수통일론의 정체를 은폐한 현란한 수식어에 불과한 것이다. 명백하게도, 선평화, 후통일론은 점진적인 흡수통일론의 변종이다. 

 

3) 선평화, 후통일론은 남과 북이 평화공존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평화를 실현하는 데서 가장 중요하고 선결적인 평화협정문제는 외면한다. 어느 날 누구의 머리 위에 포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위태로운 정전체제를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려면 반드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평화공존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강조해야 할 평화협정체결문제는 한 마디도 입 밖에 꺼내지 않는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평화가 절대로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선평화, 후통일론은 평화를 강조하면서도 평화협정을 외면하는 비과학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를 강조하면서도 평화협정을 외면하는 까닭은,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당연히 점령군이 철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한미국군철수를 반대한다. 반대할 뿐 아니라, 철군이라는 말만 나와도 조건반사적인 거부반응을 보인다. 만일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면, 한미동맹이 해체될 것이므로, 한미동맹을 ‘신성불가침’으로 여기는 문재인 대통령은 철군문제에 직결되는 평화협정체결문제를 철저히 외면하는 것이다.  

 

주한미국군이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정전체제 아래서 점령군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대북전쟁연습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런 참담한 현실 속에서 남과 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이다. 불행하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믿는 선평화, 후통일론은 그런 궤변과 결부되어 있다.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고서도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비과학적인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대안이 종전선언을 채택, 발표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 북, 미 3자가 종전선언을 채택, 발표하면, 전쟁이 끝나는 것이므로, 평화가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처럼, 종전선언이 발표되더라도 정전상태는 종식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종전선언을 발표하더라도 정전체제는 여전히 유지될 것이고, 따라서 미국이 지휘하는 한미연합군은 여전히 북침전쟁연습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침전쟁연습은 종전선언문을 한낱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종전선언을 발표하려는 구상은 문재인 대통령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전략적 추진방향은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과 매우 다르지만, 지난 시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도 종전선언을 진지하게 검토한 적이 있었다. 이를테면,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었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발표하려고 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하려고 했던 종전선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한 종전선언과 다른 것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구상은 종전선언⟶잠정협정⟶평화협정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점진적 과정이고, 그것은 곧 한미연합군의 북침전쟁연습중단⟶남과 북의 단계적 군비감축⟶주한미국군의 단계적 철수로 이어지는 단계적, 점진적 과정이다. 다른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하려고 했던 종전선언은 한미연합군의 북침전쟁연습중단⟶주한미국군감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부합되는 것이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설명한다. <사진 2>  

 

▲ <사진 2> 위의 사진은 군사분계선 남쪽에 설치된 철책과 철조망을 촬영한 사진이다. 반만년 동안 이어져온 민족의 혈맥이 저 철책과 철조망으로 끊긴 것을 생각하면, 너무도 원통하고 분하다.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에서는 한국군과 미국군이 합동으로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고 있고, 그 북측 지역에는 조선인민군이 단독으로전투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만일 조선인민군과 미국군이 우리 영토 안에서 무력충돌을 벌이면, 그것은 남과 북의 내전이 아니라, 미국의 무력침공으로된다.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군이 장악하고 있으므로, 우리 영토에서전쟁이 재발하면 한국군은 미국군의 작전통제를 받으며 미국군의 대북무력침공에 참가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을 분렬시키고 전쟁위험을 불러오는 군사분계선을철폐하고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려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해야 한다.  



3. 선통일, 선평화론의 실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6년 5월 6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를 하면서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책임진 우리 당 앞에 나선 가장 중대하고 절박한 과업”이라고 지적하고 다음과 같이 언명하였다. “우리는 전체 조선민족의 한결같은 지향과 요구에 맞게 하루빨리 분렬의 장벽을 허물고 조국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야 합니다. (중략) 나라와 민족들이 저마다 자기 리익을 내세우며 경쟁적으로 발전을 지향해나가고 있는 때에 우리 민족이 북과 남으로 갈라져 아직까지도 서로 반목하며 대결하는 것은 민족의 통일적 발전을 스스로 가로막고 외세에 어부지리를 주는 자멸행위입니다. 민족의 분렬을 더 이상 지속시켜서는 안 되며 우리 대에 반드시 조국을 통일하여야 합니다.” 8천만 민족의 숙원인 조국통일위업을 이른 시일 안에, 반드시 실현하려는 강렬한 통일의지를 표명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일방략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선통일론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선통일론은 자주적 평화통일론으로 집약된다. 자주적 평화통일론은 미국의 간섭을 배제하고 우리 민족끼리 평화통일을 실현하려는 주장이다. 역사적 견지에서 보면, 자주적 평화통일론은 1948년 4월 19일부터 4월 30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전조선 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와 전조선 제정당사회단체지도자협의회의에서 이루어진 전민족적 합의를 계승발전시킨 조국통일론이다. 연석회의와 지도자협의회는 미국의 조선분할점령정책을 추종한 친미우익세력을 제외한 남과 북의 좌우익세력이 모두 참가한 그야말로 전민족적 회의였다.   

 

미국의 간섭을 배제하고 우리 민족끼리 평화통일을 실현하려면 반드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해야 한다.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자주적 평화통일이 실현될 수 있다. 그러므로 평화협정체결은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남북평화공존론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김정일 국무위원장이 말하는 자주적 평화통일의 전제조건이며,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을 포기시키는 조치로 된다.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을 포기시키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화전략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선평화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통일우선주의와 평화우선주의를 통합한 선통일, 선평화론을 제시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처럼 중대하고 절박한 평화협정은 어떻게 체결될 수 있을까? 누구나 아는 것처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려면 협정체결당사자들이 평화회담을 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까지만 해도, 북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평화회담을 조미양자회담 또는 남북미 3자회담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북은 1990년 5월 31일 발표한 ‘조선반도에서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조국통일을 위한 평화적 환경을 마련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문서에서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 “조선반도에서 완전하고도 항구적인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현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전환시켜야 한다. 미국은 조선반도 평화보장의 주되는 당사자인 것만큼 평화협정체결을 위한 조미회담이나 3자회담에 반드시 나와야 할 것이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조미양자회담, 4자회담, 6자회담이 진행되었으나 평화협정체결문제는 미국이 거부하는 바람에 의제에 오르지 못했다. 더욱이 그런 회담들에 참석한 외교관들에게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중대사안을 다룰 권한이 없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중대사안을 다룰 권한은 조선의 최고령도자와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    하지만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조미정상회담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조미고위급회담에도 소극적이었던 그들에게 조미정상회담은 언제나 관심 밖에 밀려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조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떻게 해서든지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자신의 전략구상을 실현해야 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하여 조선의 핵무력을 완성하면, 미국은 조선의 핵문제를 협상하기 위해 그 동안 외면해온 조미정상회담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런 예상은 적중했다. 2017년 11월 29일 조선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하자, 2018년 1월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청와대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미정상회담을 제의했고, 마침내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었던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사진은 1999년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4자회담에 참가한 남,북, 미, 중 회담대표들이 촬영한 기념사진이다. 평화체제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린 4자회담은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제네바에서 네 차례 개최되었으나,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평화체제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6자회담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10차례나진행된 6자회담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4자회담과 6자회담의실패경험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중대사안이 오직 조미정상회담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안겨주었다. 그로써 평화협정체결문제를 조미정상회담에서 해결하려는 조선의 견해와 입장이 정당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4. 평화협정 체결하기까지 두 단계 거쳐야

 

사상 처음 성사된 것으로 하여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8천만 민족에게 커다란 기대와 희망을 안겨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발표된 공동성명 제2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선차적인 방도는,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 구상하고 있었던 종전선언을 채택, 발표하는 것이었다. 2018년 6월 14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말과 영어로 각각 작성된 종전선언문 초안을 가지고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 참석했다고 한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채택, 발표하려던 계획은 그가 주한미국군을 감군하려던 계획과 맞물린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에 주둔하는 미국군을 유지하는데 너무 많은 국가재정을 지출하지 않으려고 감군정책을 추진했고, 종전선언을 발표하려는 계획을 감군정책과 연동시키려고 했다. 다시 말해서,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종전선언을 채택, 발표한 뒤에, 주한미국군을 부분적으로 철수하는 감군조치를 실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준비해간 종전선언문 초안을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꺼내놓지 않았다. 그는 왜 꺼내놓지 않았을까? 2020년 9월 15일 미국에서 출판된 밥 우드워드(Robert U. Woodward)의 책 ‘격노(Rage)’에서 공개되지 않은 사연을 엿볼 수 있다. 그 책에 나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회고담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중에 “비핵화라는 말을 사용하는 데서 정말로 힘들어했고, 주춤거렸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중에 비핵화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고 주춤거린 까닭은, 조선이 “강도적인 비핵화요구”라고 비난할 만큼 일방적이고, 급진적인 비핵화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했기 때문이었다. 

 

2018년 6월 19일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국무장관은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일방적이고, 급진적인 비핵화를 실행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전협정을 확실하게 교체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전협정을 확실하게 교체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었지만,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일방적이고 급진적인 비핵화를 제의한 것은 합의를 가로막은 걸림돌로 되었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우선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평화실현과정에 부합되는 쌍무적이고 점진적인 비핵화를 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적이고 급진적인 비핵화를 제의했던 것이다. 

 

만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의한 쌍무적이고 점진적인 비핵화를 받아들이면서 종전선언문 초안을 꺼내놓았다면, 회담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전협정을 대신할 잠정협정(modus vivendi)을 체결하는 문제를 제의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잠정협정이란 적대관계에 있는 쌍방이 평화협정을 체결할 때까지 적대관계를 평화적으로 해소하는 정치적 합의를 말한다. 1996년 2월 22일 조선은 미국에게 다음과 같이 제의했었다. 

 

“정전협정의 거의 모든 조항들이 파괴되고 남아있는 조항들마저 현실을 반영할 수 없는 조건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현 정전협정을 대신할 수 있는 잠정협정을 체결하고 그를 리행하기 위한 잠정기구를 내올 데 대한 제안을 내놓고 그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할 것을 미국측에 또다시 제의하였다. 이 제안은 미국이 평화협정의 체결을 반대하고 있는 조건에서 조선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무력충돌을 방지하며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의 과도적인 기간에 필요한 잠정적인 조치로서 쌍방에 다같이 접수될 수 있는 현실적인 제안이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잠정협정과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선언은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방안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2018년 조미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의하면 그것을 받아들여 정전협정체결 65주년이 되는 2018년 7월 27일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그에 기초하여 잠정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차기 조미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2018년 7월 7일 조선 외무성 대변인이 발표한 담화가 말해주는 것처럼, 조선은 2018년 7월 6일과 7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몇 가지 방도를 제기했는데, 그 가운데는 “조선반도에서의 평화체제구축을 위하여 우선 조선정전협정체결 65돐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발표할 데 대한 문제”가 들어있었다. 

 

그러나 위에 인용한 조선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따르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조미고위급회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싱가포르 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요구만 들고 나왔”으며 “조선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문제까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놓으려는 립장을 취하였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18년 7월 6일과 7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음을 알 수 있다. 만일 그 회담에서 쌍방이 2018년 7월 27일 종전선언을 발표하기로 합의했다면,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은 결렬되지 않았을 것이며, 조미협상은 계속 진척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렵사리 성사된 조미정상회담을 조선의 핵무장을 일방적으로 해제하려는 기회로만 생각하는 전략적 오판에 빠지는 바람에 자기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놓쳐버렸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사진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중에서 공동성명 서명식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각각 공동성명문에 서명했고,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은 공동성명문을 교환했다. 공동성명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노력할 것이다"라는 조항이 들어있다. 두 정상은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으로 종전선언을 발표하려고 하였지만, 2018년 7월 6일 평양에서 진행된조미고위급회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여러 가지 조건과 구실을 꺼내놓으면서종전선언을 발표하는 문제를 무한정 지연시키고, 일방적이고 급진적인 비핵화를주장했다. 그로써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조미정치협상은 더 이상 진척될 수없었다.  

 

 

5. 새로운 길, 2021년 1월에 제시된다

 

2021년 1월 20일 조 바이든(Joseph R. Biden Jr.)이 대통령에 취임해도, 그는 조미정상회담을 외면하면서 조선의 핵무장을 일방적으로 해제할 생각만 할 것이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생각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예상하는 까닭은,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주둔미국군을 유지하는 비용을 너무 많이 지출하지 않기 위해 동맹관계를 약간 훼손하더라도 감군정책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동맹관계를 우선시하는 바이든에게서는 그런 감군정책마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선유세 중에 감군문제를 언급했었지만, 바이든은 대선유세 중에 감군문제에 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9월 초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가 평양을 방문하면 제3차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의사를 담은 마지막 친서를 보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받고 평양을 방문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묻는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아마도 아니다. 우리는 그에 대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런 답변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7통의 친서를 교환했던 친서외교는 중단되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2019년 11월 18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담화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무익한 그러한 회담에 더 이상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고, 2019년 12월 12일 조선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미국이 입만 벌리면 대화타령을 늘어놓고 있는데 설사 대화를 한다고 해도 미국이 우리에게 내놓을 것이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위에 열거한 상황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불러온다. 협상의 문은 모두 닫혔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비관적인 전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2019년 9월 초 트럼프 대통령에게 마지막 친서를 보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초청거부의사를 접하고 친서외교를 중단한 이후, 새로운 길을 모색하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10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두의 첫눈을 맞으시며 몸소 백마를 타시고 백두산정에 오르시였다”고 한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백두산 등정이었다. 당시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동행한 일군들 모두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동지께서 백두령봉에서 보내신 위대한 사색의 순간들을 목격하며 또 다시 세상이 놀라고 우리 혁명이 한 걸음 전진될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을 받아안으며 끓어오르는 감격과 환희를 누르지 못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첫눈 내리는 백두산에서 모색한 새로운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1월 1일에 발표한 신년사에서 언급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조미정상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사라져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없게 되었지만,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서 조국통일위업을 실현하는 새로운 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모색한 새로운 길은 장기간 협상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해결하는 기존 방도가 아니라, 협상을 배제하고 급진적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방도이다.  

 

2020년 8월 19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를 2021년 1월에 소집할 것을 결정하였다. 2021년 1월에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가 열리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서 조국통일위업을 실현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으로 예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