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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2일 화요일

나경원, 원정출산 의혹 해소 ‘의사 소견서’ 논란에 “실컷 떠들어보라”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서라면 의사소견서는 올리지 않았어야
임병도 | 2020-12-23 09:48:09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나경원 전 의원이 아들 출생과 관련한 의사 소견서 논란에 “그렇게 자신 있으면 어디 실컷 떠들어보라”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21일 나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들이 논산 육군훈련소로 입대한다며 배웅하는 사진과 의사소견서를 올렸습니다. 아들을 출산했다는 서울대 병원 의사소견서에 대해 전문가들과 네티즌들이 문제점을 지적하자 나 전 의원이 발끈한 것입니다.

나 전 의원은 의사 소견서 논란에 “익히 예상했다. 안 그러고는 못 견딜 부류의 사람들이다. 사이비종교 행위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에게는 “터무니없는 말들을 지어내며 조작이니, 위조니, 로고가 없다느니”하면서 “스스로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도 않습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어서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을 가리켜 “이성의 영역을 완전히 벗어나 자신들만의 세계에 갇힌 자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의 반박과 다르게 전문가들의 지적은 굉장히 구체적이었습니다.

출생증명서가 아닌 의사소견서라 시작된 논란

▲나경원 전 의원이 원정 출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올린 의사소견서 ⓒ나경원 전 의원 페이스북

나 전 의원은 아들을 국내에서 출산했다는 자신의 말을 입증하기 위해서 ‘의사소견서’를 올렸습니다. 그러나 왜 출생증명서를 올리지 않았는지 의아합니다.

규모가 작은 산부인과 병원은 폐업 등으로 출생증명서 발급이 어려울 수 있지만, 서울대병원이라면 충분히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누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입증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공식적인 증명서는 출생증명서입니다. 의사소견서를 올리는 순간 이미 논란은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명석 동아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참 특이한 소견서”라며 “22년 전 분만한 걸 소견서로 발급하는 아주 이례적인 경우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교수는 “소견서는 말 그대로 의사의 소견 (opinion) 일 뿐입니다. 어디에도 서울대 병원에서 분만했다는 언급이 없다”면서 “차라리 진단서로 발급했다면, 발급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기에 더 신뢰가 갈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교수의 주장처럼 의사소견서에는 일반 검진(Routine check up)과 자궁근종(myoma)이라는 병명과 출산했다는 진료의사 의견만 있습니다. 병명과 출산과의 연관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자세한 의료 기록 대신 “유도 분만 위하여 입원하여고, 남아 분만 후 퇴원 진행”이라는 설명뿐입니다.

이외에 소견서 양식과 원본이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은 서울대병원의 공식 입장이 나올 때까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일요일 퇴원은 지금도 가능하기 때문에 무조건 거짓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나 전 의원이 2019년에 발급된 의사소견서를 2020년 12월에 올린 것은 아쉽습니다. 원정출산 의혹을 제대로 반박하려면 최근 의료 증명서를 제출하는 편이 더 신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군 입대자를 배려하는 검찰?

나 전 의원은 원정 출산과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법인 사유화 의혹, 아들 김씨의 특혜입학과 논문 저자 등재 의혹 등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나 전 의원의 지인 자녀 SOK 특혜 채용 의혹을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아들의 혐의도 무혐의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대검에 전달했습니다.

대검은 미국 예일대에서 입시 관련 답변이 올 때까지 김씨에 대해서는 ‘시한부 기소중지’로 결론을 내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수사팀이 무혐의 처분을 미루기 위해 기소중지를 하면 군검찰로 사건이 이송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나 전 의원 아들의 상황과 입장을 굉장히 배려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서라면 의사소견서는 올리지 않았어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5~6일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805명을 대상으로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 적합도를 물은 결과. 이번 조사는 유선(20%) 무작위 생성 전화번호 프레임과 통신사 제공 무선(80%) 가상번호 프레임 내 무작위 추출을 통해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리얼미터 제공

나 전 의원에게 쏟아진 의혹 중 이제 남은 것은 원정 출산뿐입니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기 위해서는 원정출산 의혹은 빨리 털고 가야 유리합니다.

특히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오차범위 내에서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까지 출마를 선언하면서 급해졌습니다. 당 내부에서 인정 받으려면 의혹은 말끔하게 해소해야 합니다.

나 전 의원이 아들의 입대 사실만 밝혔다면 원정출산에 대한 의혹은 사라질 수 있었습니다. 원정출산의 가장 큰 혜택은 병역면제인데 입대로 의혹을 다 덮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사소견서를 올리면서 이제 원정출산이 아니라 의사소견서 논란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들을 배웅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엄마의 마음만 보여줬다면 선거에 훨씬 유리했습니다. 의사소견서는 아니 올리는 편이 더 좋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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