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놓칠 뻔한 공연을 막차를 타고 보게되었다.
<행당동115번지>. 이산가족의 한과 고통의 분단사를 댄스시어터(비언어 무용극)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7월 25일 성수아트홀 공연에 이어 7월 29일, 30일 오류아트홀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행당동 115번지>는 AOK(ActionOneKoera)한국이 서울시 평화통일교육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제작한 공연물이다. 이산과 분단의 아픔을 무용극으로 펼쳐내는 시도가 새로웠다. 평화통일교육사업에서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또 비언어무용극이므로 작품성이 좋기 때문에 미국공연도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 때 헤어진 아들을 기다리는 엄마.
어린 아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이사도 못가고 평생 같은 집에서 기다리지만 아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행당동115번지>는 AOK한국의 이기묘 상임대표의 가족사에서 그 모티브를 따온 것이라 화제를 모았다. 이기묘 대표의 조부모님과 윗 형제자매는 해방후 분단될 때 38선 이남이었다가 전후 북측 지역이 된 임진강 건너 개풍에 모두 남고 막내 부부만 남쪽 행당동에 남게 되었다.
이기묘 대표의 어머니는 6.25 발발후 남과 북으로 흩어진 시부모님 등 가족들이 찾아올 수 있다는 일념으로 평생 행당동 집을 떠나지 않았다. 행당동에서 태어난 이기묘 대표 역시 줄곧 집을 지키고 있다. 연극은 이를 어머니와 아들로 각색하여 제작하였다.

<행당동 115번지>는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오랜 기다림의 슬픔 및 고통, 분단과 이산의 원인인 제국주의와 좌우 이념의 심한 대립을 동시적으로 펼쳐 보인다. 이런 내용을 비언어무용극으로 펼쳐내기가 쉽지 않을텐데, 배경화면과 음악을 적절히 섞어 알기 쉽게 잘 풀어내었다. 

무용극은 프롤로그‧행당동115번지-제국주의-기다림-분단트라우마-남북회담-기억(6.25전쟁)-이산가족들-무정한 세월-남북화해 기원-남아있는 사람들의 순으로 진행된다. 특히 <이산가족들> 장면에서 세 여자 무용수가 한 공간에서 같은 음악, 같은 주제밑에서 전혀 다른 세 가지 스타일의 춤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또한 엄마와 아들이 서로 만날 듯 하면서도 서로 엇갈리며 찾아서 방황하는 장면은 매우 눈물겹다.

주인공인 어머니 역을 맡은 염정연 등 국내 최고수준의 젊은 춤꾼 7명의 화려한 춤사위와 함께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영상, 수준높은 음악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안무는 윤혜정 감독이 맡았고 총연출은 김은희 감독이 맡았다. AOK 공동대표인 김은희 감독은 뉴욕에서 오랫동안 연출활동을 하다가 국내로 귀국하여 현재 극단 큰곰자리와 퍼포먼스 그룹 작은곰자리를 이끌고 있다. 김은희 감독은 “잘못된 반공교육으로 올바른 역사를 배우지 못하고 돈이 최고의 가치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극심한 경쟁으로 이리저리 떠밀려 살면서 제대로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지독한 우리나라 현대사”를 살펴보자는 취지의 연극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 연습중인 특별출연 가족들.
▲ 연습중인 특별출연 가족들.

마지막에는 가족들이 특별출연하기도 하였다.

이기묘 대표는 “남과 북과 해외 그들은 결코 서로가 적이 아닌 우리의 연장이고 역사이며 만나야 할 고향이고 이웃일 뿐입니다”, “행당동115번지에서 살며 전쟁후 북녁으로 제한된 임진강건너 개풍군중면의 고향을 그리다 행당동을 못 떠나고 살았던  분단과 전쟁과 이산의 한과 고통을 그려낸 참 연극입니다”라고 말했다.

 

▲ 무료관람(감동후불제)
▲ 무료관람(감동후불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