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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0일 금요일

부시장 대행 9개월…‘박원순표 정책’ 동력 줄어들라 우려도


등록 :2020-07-10 16:46수정 :2020-07-11 12:14


권한대행 한계에 박 시장이 임용한
정책보좌관 등 27명 당연퇴직 수순

불평등 해소·서울형 K방역 정책 등
중단없는 추진 가능할지 우려 목소리
‘그린벨트 보존’ 정책 유지도 숙제로
서정협 부시장 “시정 철학 차질없이”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맡은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오른쪽 둘째)이 10일 시 간부들 및 투자출연기관장들과 긴급현안회의를 열어, 시장 궐위에 따른 당부사항을 전달하고 장례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맡은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오른쪽 둘째)이 10일 시 간부들 및 투자출연기관장들과 긴급현안회의를 열어, 시장 궐위에 따른 당부사항을 전달하고 장례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망하면서 앞으로 9개월 동안 서울시 행정은 부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시장의 부재로 인해 박 시장이 임용한 정책보좌관들이 당연퇴직 수순을 밟게 됨에 따라 ‘불평등 해소’에 초점을 맞춘 박 시장표 정책 추진 동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시장의 민선 7기 임기는 2022년 6월30일까지로, 4년 임기의 절반인 약 2년이 남아 있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이 궐위(직위가 빈 상태)된 경우 부시장 등 부단체장이 그 권한을 대행하게 돼 있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그 역할을 맡는다. 35회(1991년) 행정고시 출신인 서 부시장은, 박 시장이 취임한 뒤 행정과장과 시장비서실장, 시민소통기획관, 문화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박 시장의 시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인물로 꼽힌다. 서 부시장이 오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시정을 무난하게 이끌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권한대행으로서 한계가 있어 민선 시장과 같은 정치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일 오전 서울시청 시장실 앞에 박원순 시장의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0일 오전 서울시청 시장실 앞에 박원순 시장의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특히 박 시장이 3선 임기 동안 주력한 ‘불평등 해소’와 ‘서울형 케이(K)방역모델’ 구축 등 주요 정책을 중단 없이 이어가는 것도 서 부시장의 숙제다. 불평등 해소가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라고 본 박 시장은 최근에는 4대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14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전국민 고용보험’ 추진을 강조해왔다. 또한 이달 초부터는 강남지역 개발을 통해 발생한 공공기여금을 관할 자치구에서만 사용하도록 한 ‘국토계획법 시행령’을 비판하는 ‘개발이익 광역화’도 주창했다. 장애인들에게 재활·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사회 복귀를 돕는 ‘장애인 공공재활병원’ 건립도 지방정부 최초로 추진 중이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서울시는 적극적인 선제 검사와 감염병 대응체계를 기존 4단계에서 7단계로 세분화하는 정책으로 서울형 케이방역 표준모델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공공의료 인력과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박 시장은 지방정부 최초로 감염병 연구센터와 공공의과대학 설립도 추진하고 있었다. 사망 전날인 8일 박 시장은 도시건물·수송·도시숲·신재생에너지·자원순환 등 5대 분야에서 ‘서울형 그린뉴딜’을 추진해 30년 뒤 탄소배출 제로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주택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에 맞서 그린벨트를 보전하면서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책 기조가 유지될지도 의문이다. 지난 8일 오후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던 박 시장은 이보다 앞서 그린벨트를 보존하면서 시가 터를 직접 매입하는 방법으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법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방법은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짓는 것보다 절차나 비용 문제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정책 보좌관들의 공백도 시정 운영에 차질을 우려하는 한 이유다. 이날 박 시장이 기용한 고한석 비서실장, 장훈 소통전략실장, 최병천 민생정책보좌관 등 지방별정직 공무원 27명은 ‘근무기간이 임용권자의 임기만료일을 넘을 수 없다’는 관련 법령에 따라 퇴직 수순을 밟게 됐다. 박 시장표 정책을 만들고, 자문했던 핵심 간부들이 시정을 떠남에 따라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 주요 부처 직원들은 이날 “박 시장이 열의를 가지고 추진한 도시재생·무상급식·마을만들기 등의 선제적인 정책들이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 부시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서울 시정은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 철학에 따라 중단 없이 굳건히 계속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책을 총괄해온 시민건강국 관계자는 “박 시장님 체제에서 방역·예방 체계들이 잘 세워져 차질 없이 시정이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도 의지를 다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청 관계자들이 시청 앞 분향소가 설치될 장소에 국화꽃을 놓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서울시청 관계자들이 시청 앞 분향소가 설치될 장소에 국화꽃을 놓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서울시청사는 이날 하루 종일 적막감이 감돌았다. 주요 간부들의 집무실이 있는 6층 통로는 출입이 통제됐고, 시청 직원들은 “고인에 대한 예의”라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박 시장의 사망 소식을 다룬 뉴스를 보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는 직원들도 있었다.
시청 주변에서 박 시장을 추모하려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박아무개(78)씨는 “원통하고 비통한 심정으로 추모하러 왔는데 아직 분향소가 설치되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 오랫동안 일을 잘해오던 분이 왜 이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는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옥기원 서혜미 기자 ok@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area/capital/953168.html?_fr=mt1#csidxe709c5b6bc71a229a9aeb0fd9f87ec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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