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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31일 월요일

남북한 긴장관계가 인터넷 검열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가?


뉴스프로 | 2015-08-31 10:31:44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디넷, 남북한 긴장관계가 인터넷 검열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가?
– 한국 정부, 인터넷 검열 위험 수위에 도달
– 남북 대립을 이유로 개인의 의사 표현의 자유 억제하고 통제 검열
– 한국인, 정부의 검열피해 가상 네트워크 이용한 인터넷 접속 급증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정보통신 뉴스 제공업체인 지디넷(ZDnet.com)은 정보통신 및 IT 강국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평균 접속속도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오히려 인터넷 검열 위험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한국이 겉으로 보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접속속도와 널리 보급된 인터넷 환경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들의 상호 자유롭고 창의적인 토론을 증진시킬 수 있는 최상의 장소로 보이겠지만,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는 별개의 문제이며 한국정보당국에 의해 인터넷 활동이 검열당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 기사는 한국 인터넷 검열 당국은 남북한의 긴장관계를 이용해 온라인상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음을 보도했다. 지디넷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북한과 관련된 온라인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삭제하고 차단하고 있다고 말하며, 2013년 22,986개의 웹 페이지를 삭제되고 62,658개가 폐쇄되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프리덤 하우스는 지난해 한국을 “인터넷 부분적 자유” 국가로 분류했다.
한국 정부가 국민의 온라인 생활을 심하게 침해한 결과로, 2014년 글로벌 웹 인덱스의 4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한국인들이 한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을 피해 VPN(가상 네트워크)을 이용해 인터넷 온라인에 접속한다고 전하며 그 수는 계속 증가한다고 기사는 보도한다.
특히 한국 정부는 남북한의 관계가 경색되고 위기로 치달을 때마다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며 검열을 해왔다고 전하며, 개인의 의사표현의 자유가 먼저인지 국가안보가 먼저인지 스노우든의 폭로를 예로 들며 논의의 지속을 강조했다.
다음은 뉴스프로가 번역한 지디넷 기사 전문이다.
번역 감수:  임옥
기사 바로가기 ☞ http://zd.net/1Jyl2sQ
North-South tension causes internet censorship in Korea: Is it justified?
남북한 긴장이 한국의 인터넷 검열을 정당화시키나?
South Korea can boast one of the world’s fastest average internet connection speeds, but the country also rates highly in censorship stakes.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평균 접속속도를 자랑하지만 검열의 위험도 높다.
By Philip Iglauer | August 27, 2015 — 07:34 GMT (15:34 GMT+08:00) | Topic: Security
South Korea has the world’s fastest internet with connectivity clocked at 25.3MBps by Akamai Technologies last year. That’s over two times better than the 11.5MBps measured in the United States. Such a wired environment, coupled with wide internet use, seem optimal grounds to foster free, creative discussions among peers in a democracy.
지난해 아카마이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한국은 25.3MBps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접속속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에서 측정된 11.5MBps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 그렇게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고 인터넷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환경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람들 사이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토론을 증진시킬 최상의 장소로 보인다.
But it is another matter as far as internet freedom goes. The country’s internet censorship body, which watches over the comings and goings of South Koreans’ online activities, recently ordered 13 pieces of content on websites to be scrubbed that it determined were “misleading”.
The main cause was the recently ratcheted up tension between North Korea; the hermit state accused of planting mines in the borders that injured two South Korean soldiers. South Korea responded by playing loudspeaker propaganda, and the two Koreas exchanged fire last week. It ended when the two sides reached a deal to diffuse the tension.
하지만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는 별개의 문제이다. 한국의 온라인 활동을 감시하는 인터넷 검열 당국은 최근 웹사이트의 내용물 13개를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규정하며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주요 이유는 최근 접경 지역에 지뢰를 매설해 한국 군인 2명을 부상케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북한과의 사이에 고조된 긴장 때문이었다. 한국은 확성기 선전 방송으로 이에 응했고 남북한은 지난주 총격을 교환했다. 이 사건은 양측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협의에 이르며 마무리됐다.
The deleted websites were neither ‘pro-North Korean’ websites nor included ‘pro-North Korean’ messages. They included misleading content on the North’s recent provocations — land mine blasts, firing of a shell into Yeoncheon — falsely accusing the South of fabricating provocations,” said a spokesperson from the Korea Communications Standards Commission.
삭제된 사이트에는 ‘종북’ 사이트나 ‘종북’ 메시지가 포함된 것은 아니었다. “그것들은 북한의 최근 도발 – 지뢰 폭발, 연천 포격 -과 관련해 남한이 그 도발을 거짓으로 날조했다고 비난하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변인은 말했다.
The KCSC refused to identify by name the websites affected by its decision or say what it censored specifically.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그 결정으로 영향을 입은 사이트의 이름을 밝히거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검열했는지 말하기를 거부했다.
“Deleted or blocked URLs are not open to [the] public by law,” said the spokesperson, but the censorship body did forward general descriptions of the “false accusations” and “misleading contents” in question.
“삭제되거나 차단된 URL은 법에 따라 대중에 공개될 수 없다”고 대변인은 말했지만 검열 당국은 문제의 “허위 비난” 그리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에 대한 개괄적 설명은 제공했다.
Many South Koreans took to the internet to raise questions on some of the allegations that South Koreans made against the North.
많은 한국인들은 한국인들이 북한에 지운 일부 혐의들에 대한 의문을 인터넷상에서 제기했다.
They covered a handful of topics, including that “North Korean soldiers did not plant the land mines and it was the South Korean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 (NIS)”.
그들은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한 것이 아니라 국정원이 그랬다”를 포함한 몇몇 토픽을 다뤘다.
Another “misleading” piece of content claimed that the NIS and the country’s main conservative party are trying to divert attention away from a domestic hacking scandal.
또 다른 “오도된” 내용물은 국정원과 한국의 보수당이 국내 해킹 스캔들에서 관심을 전환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The KCSC deletes or blocks online content concerning North Korea regularly. Criticism of government infringement on internet freedom in South Korea is not new either. Freedom House last year ranked the country’s internet as “partly free” for shuttering websites through IP blocking and forcing ISPs to scrub content.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북한에 관련한 온라인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삭제하고 차단한다. 한국에서 정부의 인터넷 자유 침해에 대한 비판은 새로운 것도 아니다. 프리덤 하우스는 지난해 정부가 IP를 차단시켜 웹사이트를 폐쇄하고 ISP를 강제하여 내용물을 삭제한 것을 이유로 한국의 인터넷을 “부분적 자유”로 분류했다.
In 2013, 22,986 webpages were deleted, and another 62,658 were blocked at the request of KCSC, according to a US-based non-profit.
미국에 기반을 둔 한 비영리 단체에 따르면, 2013년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해 22,986개의 웹 페이지가 삭제되었고 또 다른 62,658개는 폐쇄됐다.
South Korea’s censors believe they are protecting against threats to national security, and comments they see as praising North Korea, and denouncing the U.S. and/or the South Korean government raise red flags.
한국의 검열관들은 자신들이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고 믿으며, 북한을 찬양하고 미국과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물은 이들에게 적신호이다.
The KCSC also censors gambling, which are illegal in South Korea, as well as content deemed as harmful to minors. Online games are odious, too. South Koreans have to enter national identity numbers to play online games and, until last year, minors 16 years old or younger were banned from midnight to 6:00 am. The so-called “shutdown” law was amended last year with a parental consent clause.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미성년자에게 해로운 내용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불법인 도박도 검열한다. 온라인 게임들 역시 혐오의 대상이다. 한국인들은 온라인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 번호를 입력해야 하며, 작년까지 16세 이하의 미성년자들은 자정부터 오전 6시 사이에는 온라인 게임 접속이 금지됐었다. 소위 “셧다운”법은 부모 동의 문구를 포함시켜 작년 개정됐다.
Nearly 85 percent of the population had access to the internet in 2013, and a significant number of young people get their news exclusively from online sources.
2013년에는 인구의 거의 85%가 인터넷에 접속했고, 꽤 많은 수의 젊은이들은 오로지 온라인상에서 뉴스를 접한다.
As a result of considerable interference by the government into people’s online lives, many use VPNs. According to Global Web Index’s 4Q 2014 report, 10 percent of South Koreans aged between 16 to 64 years old use a VPN to access content online, meaning 3.3 million people use the internet with a VPN.
국민의 온라인 생활에 대해 정부가 상당히 심하게 침해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VPN(가상 네트워크)을 이용한다. 2014년 글로벌 웹 인덱스의 4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16세에서 64세 사이의 한국인 중 10%인 3백3십만 명이 VPN을 이용해 인터넷, 즉 온라인 콘텐츠에 접속한다.
All this raises the perennial question — especially when North Korea is the issue — of what comes first: Freedom of speech or national security? Outside of South Korea, the best example is the Snowden leaks.
이 모든 것은, 특히 북한이 문제가 될 때, 늘 야기되는 질문을 다시 제기한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 의사 표현의 자유인가, 아니면 국가안보인가?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있었던 가장 좋은 예가 스노우든의 폭로이다.
This seems a question that the global community will continue to debate going forward.
이것은 전 세계가 앞으로도 계속 논쟁을 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Source: ZDNet.co.kr

[진실의길. 기고 글&기사제보 dolce42@naver.com]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9&table=c_sangchu&uid=623 

8월위기사태는 어떻게 평정되었는가?

8월위기사태는 어떻게 평정되었는가?
한호석의 개벽예감 <170>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5/08/31 [16:06]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8월위기사태가 난해하게 보이는 까닭
2. 군사적 대응과 정치적 대응
3. 미국 국방부를 소스라치게 놀라게 한 조선인민군 잠수함련합부대의 출동
4. 미국 국방부의 대북전쟁계획 수정, 갱신은 헛수고다
5. 승자와 패자를 가른 남북고위급접촉
 
▲ 최전방철책 목함지뢰 폭발 사건 tod 영상, 한국측 지대가 높아 국군들이 뿌린 발목지뢰가 바로 전에 내린 비로 흘러내려 철책 통문에 걸렸다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정부는 명백한 근거 없이 북의 소행으로 단정지었다. 그 바람에 심각한 전쟁위기까지 가게 된 것이다.     ©자주시보


1. 8월위기사태가 난해하게 보이는 까닭

한반도 군사정세는 참으로 난해하다. 전쟁재발위험이 상존하는 정전상태가 60년 이상 장기화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도로 격화되었기 때문에 그렇다. 그처럼 난해한 한반도 군사정세들 가운데서도 2015년 8월에 조성되었던 위기사태야말로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사태로 보인다. 8월위기사태를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 심층분석이 요구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진 대로, 8월위기사태의 발단은 8.4지뢰폭발이었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한미연합군과 조선인민군이 각각 비무장지대에 매설한 지뢰가 모두 몇 발이나 되는지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동아일보> 2015년 8월 12일 보도기사에서 비무장지대에 매설된 지뢰가 무려 200만 발에 이른다고 추정하였으니 비무장지대야말로 전 세계에서 지뢰매설밀도가 가장 높은 극도로 위험한 지대임은 분명하다.

지표면 밑에 얕게 매설된 지뢰가 폭우로 쉽게 유실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며, 8.4지뢰폭발 직전인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그 일대에 폭우가 쏟아졌다는 것도 사실이며, 지뢰폭발이 일어난 지점이 군사분계선으로 통하는 철책통문으로 드나들기 위해 파놓은 한국군의 수색통로여서 장마철에 폭우가 쏟아지면 빗물, 토사에 뒤섞여 그 통로 안으로 밀려드는 유실지뢰가 철책통문에 가로막혀 철책통문 앞뒷쪽에 파묻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사실이다.

<동아일보> 2015년 8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은 빗물과 토사에 휩쓸려 유실된 지뢰를 탐색, 제거하는 작전을 해마다 실시해오는데, 2014년만 해도 유실된 대전차지뢰 312발과 유실된 대인지뢰 121발을 제거하였다고 한다.

주목하는 것은, 한국군이 제거한 유실지뢰들이 모두 조선인민군 지뢰들이 아니라, 한미연합군 지뢰와 조선인민군 지뢰가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 2015년 8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기간에 한국군은 폭우로 유실된 조선인민군 목함지뢰 260여 발을 수거하였다고 하는데, 나머지 수거된 유실지뢰들은 한미연합군 지뢰들인 것이다.

8.4지뢰폭발이 일어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 일대가 특히 유실지뢰위험지역으로 악명이 높은데, 2015년 8월 23일에도 한국군 병사가 경기도 연천군 비무장지대를 순찰하던 중 수색통로 안에 유실된 대인지뢰를 밟아 부상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런데 한국 국방부는 파주시 비무장지대에서 8월 4일에 폭발한 지뢰 3발은 조선인민군이 군사분계선을 은밀히 월선하여 440m나 남쪽으로 내려가 매설한 지뢰들이고, 그로부터 19일 뒤에 연천군 비무장지대에서 폭발한 지뢰 1발은 한국군이 매설하였으나 폭우에 유실되어 수색통로 안으로 밀려들어간 지뢰였다고 각각 발표하였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8.4지뢰폭발현장에서 5종 43개의 잔해물을 수거하였는데, 그 잔해물 가운데 용수철과 목함파편이 조선인민군 목함지뢰의 용수철 및 목함과 각각 일치했다고 발표하였으나, 8.23지뢰폭발현장에서 수거한 잔해물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또한 한국군 합참본부는 8월 4일 지뢰폭발현장에서 수거한 5종 43개의 수거물이 모두 3발의 목함지뢰에서 나온 수거물들인지 아니면 그 가운데 일부만 목함지뢰에서 나온 것이고 다른 일부는 목함지뢰가 아닌 다른 지뢰에서 나온 것인지 명확히 구분하여 밝히지 않았다.

그러한 불명확한 발표는 8.4지뢰폭발과 8.23지뢰폭발에 대한 의문과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지뢰폭발은 불명확한 발표로 의문과 의혹이 생겨난 난해한 사건이었는데도, 한민구 국방장관은 사건 발생 이튿날인 2015년 8월 5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8.4지뢰폭발이 북의 소행으로 일어난 지뢰도발사건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하였다. 국방장관의 보고는 그처럼 사실확인보고가 아닌 추정보고였는데도, 국방장관의 그런 추정보고는 8월 10일 한국군 합참본부의 대북경고성명 발표를 계기로 하여 기정사실로 되었고, 합참본부의 대북경고성명이 나오자마자 한국군은 “북의 지뢰도발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대북확성기방송을 재개하였다. <서울신문> 2015년 8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대북확성기방송을 재개하는 의견을 제기한 사람은 한민구 국방장관이고, 그의 의견을 받아들여 공식결정을 내린 곳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다.

대북확성기방송은 한국군이 오전 1시부터 5시 사이에 감행하는 대북심리전방송인데,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정전상태에서 전개되는 심리전은 교전상대를 자극하는 군사활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한국군이 대북심리전방송을 재개하여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무력충돌위험이 조성된 2015년 8월 20일 비무장지대에서 불의의 포격사건까지 일어나 정세를 극도로 악화시켰다. 한국군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은 당일 한국군 28사단 예하부대 주둔지의 인근 야산으로 14.5mm 고사총 1발을 쏘았고, 그로부터 약 20분 뒤에는 76.2mm 평사포 3발을 군사분계선 남쪽 700m 비무장지대 안으로 발사하였는데, 한국군은 그에 대응하여 군사분계선 북쪽 500m 비무장지대 안으로 155mm 자주포 29발을 발사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인민군은 자기들이 그런 포격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당일 그 지역에서 오발사건도 없었다고 해명하였다. 민통선 남측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조선인민군이 발사하였다고 한국군 당국이 발표한 고사총 및 평사포 포성은 듣지 못했고, 한국군이 발사한 자주포 포성만 들었노라고 현장취재기자에게 밝혔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8.4지뢰폭발사건과 마찬가지로, 8.20포격사건도 의문과 의혹을 불러일으킨 난해한 사건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군의 대북심리전방송 재개와 155mm 자주포 대북위협사격이 조선을 심히 자극한 까닭은, 그 두 돌발사건이 두 종류의 대북공격연습이 연속적으로 실시된 시기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국군의 대북확성기방송은 한미통합화력훈련이 시작되기 이틀 전인 8월 10일부터 재개되었고, 한국군의 155mm 자주포 대북위협사격은 한미통합화력훈련과 을지프리덤가디언 대북전쟁연습 중에 일어났던 것이다.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이 각종 화력타격수단들을 동원하는 대규모 대북화력타격연습인 한미통합화력격멸훈련은 8월 12일부터 8월 28일까지 네 차례 실시되었고, 미국군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진행한 을지프리덤가디언 대북전쟁연습은 8월 17일부터 8월 28일까지 실시되었다.

한국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8월 10일에 재개한 대북심리전방송은 조선인민군의 지뢰도발에 대한 응징이고, 8월 20일에 강행한 155mm  자주포 대북위협사격은 조선인민군의 포격도발에 대한 응징이며, 한미통합화력격멸훈련과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은 대북방어연습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8월 10일 대북심리전방송 재개→8월 12일 대북화력타격연습 시작→8월 17일 대북전쟁연습 시작→8월 20일 대북위협사격으로 이어진 사건들은 자기들에 대한 자극도수를 단계적으로 높여간 일련의 도발행동으로 보이는 것이다. 더욱이 조국통일대전이 임박하였음을 공개적으로 언명한 조선에게 있어서, 위와 같이 연속된 일련의 사건들은 미국군과 한국군이 대북선제타격을 개시하기 위한 매우 위험천만한 도발행동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2. 군사적 대응과 정치적 대응

한국에서 8월 25은 평범한 날이지만, 조선에서 8월 25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혁명령도가 시작된 선군절이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3년 전에 조국통일대전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명한 날이다. 조선은 그처럼 뜻깊은 날이 돌아오기 전에 8월위기사태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그것은 8월 10일부터 8월 20일까지 연속발생된 위기사태를 평정하는 것이었다. 원래 평정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난리를 평온하게 진정시킨다는 뜻인데, 2015년 8월 28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평정”하였다고 지적하였다. 조선이 8월위기사태를 평정하였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

조선인민군은 한미통합화력훈련과 을지프리덤가디언 대북전쟁연습에 대응하여 8월 12일부터 특별경계태세에 진입하였는데, 대북심리전방송은 그보다 이틀 전인 8월 10일에 재개되었다. 그러므로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군의 대북심리전방송은 조선인민군이 특별경계태세에 진입하기 직전에 시작된 일종의 대북선제공격이었던 셈이다.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대북심리전방송은 조선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한국군이 일으킨 돌발행동이었으므로, 한미연합군의 대북화력타격연습과 대북전쟁연습에 대처하기 위한 조선인민군의 기존 8월작전계획에는 대북심리전방송에 대응하는 작전계획이 들어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조선인민군은 한국군의 대북심리전선제공세에 맞선 역습을 3단계로 진행하였는데, 그 역습은 한국군에게 대북심리전방송을 중단하라는 시한부 최후통첩을 통보하고,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남북고위급접촉을 주동적으로 이끌어간 것으로 진행되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5년 8월 20일 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도 밑에 긴급소집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는 “남조선괴뢰국방부에 48시간 안으로 대북심리전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심리전수단들을 전면철거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군사적 행동으로 넘어간다는 최후통첩을 보낸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결심”을 승인하였고, “(8월) 21일 17시부터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이 불의작전진입이 가능한 완전무장한 전시상태로 이전하며 전선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함에 대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을 하달하였고, “적들의 전쟁도발책동을 진압하기 위한 정치군사적 대응계획”을 토의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8.20비상확대회의에서 군사적 대응계획을 토의하였다고 보도하지 않고, 정치군사적 대응계획을 토의하였다고 보도하였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8.20비상확대회의에서 군사적 대응계획만이 아니라 정치적 대응계획까지 토의, 결정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지난 시기 조선에서 준전시상태가 선포된 적이 몇 차례 있었지만, 지난 시기에 선포된 몇 차례의 준전시상태는 모두 조선 전역에 적용된 것이었고 정치적 대응은 배제되었는데, 이번에 선포된 준전시상태는 조선의 전방지역에만 적용된 것이었고 정치적 대응까지 포함한 특징을 지니었다. 조선의 전방지역에 국한되고 정치적 대응까지 포함된 준전시상태가 선포된 것은 조선의 건국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왜 준전시상태를 조선의 전방지역에 국한시켰고, 정치적 대응까지 포함시킨 것일까?

원래 조선에서 준전시상태는 조선인민군의 주적인 미국군을 상대로 하여 일어나게 될 전면전을 예상하여 총공격태세에 진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군의 대북심리전방송으로 일어난 8월위기사태는 조선인민군의 주적인 미국군이 아니라 그들의 부적인 한국군을 상대로 하여 일어날 국부적 무력충돌을 예상하여 공격태세에 진입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지난 시기와 달리 이번에 조선은 전방지역에 포진한 전선대련합부대들과 전방지역에 배치된 로농적위군과 붉은청년근위대를 공격태세에 진입시킨 상태에서 남북고위급접촉을 주동적으로 이끌어가면서 정치적으로 대응하였던 것이다. 조선의 전방지역에서 로농적위군과 붉은청년근위대가 공격태세에 돌입하였다는 사실은 <조선중앙통신> 2015년 8월 24일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그런데 8월위기사태에 대한 조선의 대응과정과 전혀 다르게, 조선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은 주적인 미국군을 불시에 선제기습타격하는 것으로 전개되는 결전이므로 준전시상태를 대외에 선포하고 최후통첩을 통보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는 것이며, 더욱이 대미정치협상은 생각할 수도 없고, 오로지 조선의 전후방에 포진한 모든 무력단위들이 불의의 시각에 무징후선제공격을 개시하는 총력전이자 전면전으로 전개될 것이다.

조선이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전쟁준비태세를 각각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면, 이번에 한국군에게 시한부 최후통첩을 통보하고, 전방지역에 국한된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남북고위급접촉을 주동적으로 이끌어간 조선의 긴급대응행동은 조국통일대전에 직접 연관되지 않은 국부적 무력충돌위험에 대응한 일련의 정치군사행동이었음을 알 수 있다. 

▲ 북 잠수함발사 어뢰가 섬 해안기지를 타격하는 모습, 폭발 위력이 매우 커 보인다.  이 정도면 단발에 항공모함도 성치 못할 것 같다.    ©자주민보


3. 미국 국방부를 소스라치게 놀라게 한 조선인민군 잠수함련합부대의 출동

김정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2015년 8월 21일 17시부터 불의작전진입이 가능한 완전무장한 전시상태로 진입하였던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은 조선의 전방지역에 포진한 보병군단들이다. 조선인민군의 2중무력배치상황을 보면, 전방지역에 4개 보병군단이 포진하였고, 그 바로 뒤에 4개 기계화군단이 포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전방지역에 포진한 4개 보병군단은 서부전선에 포진한 제2군단과 제4군단, 중부전선에 포진한 제5군단, 동부전선에 포진한 제1군단이다. 이 4개 보병군단 바로 뒤에 포진한 4개 기계화군단은 서부전선에 포진한 820전차군단과 815기계화군단, 중부전선에 포진한 620포병군단, 동부전선에 포진한 806기계화군단이다. 

위에 열거한 8개 군단들 가운데, 8월 21일 17시부터 불의작전진입이 가능한 완전무장한 전시상태로 진입하였던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는 제4군단과 제5군단이다. 황해남도에 포진한 제2군단과 강원도에 포진한 제1군단, 그리고 4개 기계화군단은 완전무장한 전시상태로 진입하지 않고, 특별경계태세만 취하였다. 이것은 한국군이 조선인민군의 시한부 최후통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2개 군단을 동원하여 국부적 대남공격을 단행하려는 전시상태에 진입하였음을 말해준다. 조선인민군 1개 군단은 10만 명 병력으로 편성되었으므로, 이번에 조선인민군이 준비한 국부적 대남공격에는 2개 군단의 20만 병력이 동원될 판이었다.

조선인민군 1개 보병군단에 10만 명의 대병력이 배속된 까닭은, 그 보병군단이 자동보총, 박격포, 휴대용 대공미사일과 대전차미사일 등으로 무장한 지상돌격부대들은 물론 전차부대, 장갑차부대, 방사포부대, 포병부대, 전술미사일부대까지 포함된 매우 강력한 무력단위로 편성되었기 때문이다. 조선에서 조선인민군 군단을 대련합부대라고 부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전방지역에 배치된 8개 군단들 가운데 불과 2개 군단만이 전시상태로 진입하여 공격태세를 갖추었는데도, 미국군은 심각한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군 지휘부가 얼마나 심각한 공포와 위협을 느꼈는지를 알려면, 미국 <CNN>방송 2015년 8월 24일 보도기사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지난 주 이후 조선의 무력증강과 부분적 군사동원태세는, 북조선이 전쟁을 개시하려는 갑작스러운 징후가 나타나는 경우에 한국을 방어하게 될 미국의 전쟁계획을 미국군 사령관들이 재검토해야 할만큼 미국 국방부를 소스라치게 놀라게 하였다(so much consternation)”는 것이며, 미국 국방부는 당시 진행 중이던 을지프리덤가디언 대북전쟁연습을 몇 시간 동안 중지시켜 미국군 사령관들이 대조선상황을 점검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는 것이다.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당시 미국군 정보기관들이 파악한 조선인민군의 부분적 동원태세는 전선지역의 일부 방공레이더기지를 가동시키고, 일부 포병부대를 비무장지대 가까이 전진배치하고, 전술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한 징후를 보이고, 연안수상함과 잠수함대의 3분의 1정도를 출동시킨 것이었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이번 준전시상태에서 조선인민군 연안수상함과 잠수함이 출동하였다는 사실이다.

<연합뉴스> 2015년 8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해군이 보유한 전체 잠수함 77척 가운데 70%에 이르는 50여 척을 동서해 잠수함기지들에서 동시에 출동시켜 미국군과 한국군이 그들의 항해위치를 식별할 수 없는 바다밑을 잠항하는 중이라고 하였지만, 미국 국방부는 잠수함과 수상전투함을 동시에 출동시켰다고 하였는데, 미국 국방부의 정보판단이 <연합뉴스> 보도내용보다 더 정확하다. 한 마디로 말하면, 당시 조선인민군은 잠수함만이 아니라 수상전투함도 함께 출동시킨 것이다.

원래 조선인민군 해군은 다른 나라 해군과 달리 잠수함과 수상전투함이 통합적으로 배속된 잠수함련합부대를 운용하는데, 그 동안 조선의 언론보도를 통해 말로만 들어왔던 잠수함련합부대가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에 동서해에서 동시출동한 조선인민군 잠수함련합부대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준 것은 <문화일보> 2015년 8월 26일 보도기사인데,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잠수함련합부대는 잠수함→고속정→미사일고속정→호위함 순으로 출동하였다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해군의 무장력에 대한 정확히 알지 못한 <문화일보> 기자는 위와 같이 간단히 썼지만, 조선인민군 잠수함련합부대는 잠수함→40련장 122mm 방사포를 장착한 연속타격고속정→76mm 함포를 장착한 파도관통형 고속정→사거리 260km의 금성-3호 대함미사일을 장착한 쌍동선체 스텔스 고속공격정→대잠작전헬기 1대를 실은 호위함 순으로 공격대형을 이루어 출동한 것이다.   

▲ 쌍동 선체 스텔스 고속정에서 금성-3호 북의 대함미사일     ©자주시보

이처럼 막강한 수중수상통합전투력을 지난 조선인민군 잠수함련합부대가 출동하였으니 정찰위성을 통해 그들의 출동장면을 주시하던 미국 국방부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5년 8월 24일 <CNN>방송의 취재에 응한 미국 국방부 관리는 “나는 미증유(unprecedented)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나, 우리는 북조선 해군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을 이전에 본 적이 없다”고 실토하면서 자기들이 충격을 받았음을 인정하였다. 미국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CNN>방송 2015년 8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잠수함련합부대의 출동을 보고 겁을 먹은 미국군 지휘부는 원래 이번 을지프리덤가디언 대북전쟁연습에 B-52 전략폭격기 1대를 동원하려던 계획이 조선을 자극하게 될 것으로 우려한 나머지 그 계획을 취소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올해 을지프리덤가디언 대북전쟁연습에 B-52 전략폭격기를 동원하지 못했다.

김정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완전무장을 하고 전시상태에 진입한 부대들은 최전방에 포진한 전선대련합부대들인데, 왜 잠수함련합부대가 동서해에서 동시출동한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2015년 8월 21일에 긴급소집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에 관한 조선의 언론보도에서 찾을 수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비상확대회의에서는 “불가피한 정황에 따라 전전선에서 일제히 반타격, 반공격에로 이행하기 위한 조선인민군 전선사령부 공격작전계획이 검토, 비준되였다”는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불가피한 정황은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가 조준사격으로 한국군의 대북확성기방송시설을 파괴하는 경우 한국군의 반격으로 국부적 무력충돌이 일어나고, 그런 무력충돌이 걷잡을 수 없이 확전되는 경우 조선인민군이 전전선에서 일제히 대규모 공격전에 돌입하게 되는 정황을 뜻한다. 그렇게 되면, 동서해에 동시출동하여 대기 중이던 조선인민군 잠수함련합부대들이 동서해에서 동시에 한국군 해군 함대를 공격하게 되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잠수함련합부대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불침함대라고 자처하는 미해군 항모타격단을 상대로 하여 자기의 전투력을 축적해왔는데, 그런 잠수함련합부대의 초강력한 기습공격을 막아낼 적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전투력에서 미해군 항모타격단에 비교될 수 없이 약한 한국 해군 함대의 운명이 조선인민군 잠수함련합부대의 기습공격 앞에서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4. 미국 국방부의 대북전쟁계획 수정, 갱신은 헛수고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조선인민군은 이번에 지상에서 2개의 전선대련합부대를 즉시공격태세에 진입시켰고, 불의의 확전가능성에 대비하여 2개의 잠수함련합부대를 동서해에 대기시켰으나, 정작 전면전에 동원될 핵심전투역량은 이전과 같은 경계태세를 취하도록 조치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핵심전투역량을 열거하면, 기습공격비행술을 연마해온 항공군 전투비행대, 전술 및 전략핵탄미사일로 무장한 전략군, 세계 정상급 첨단전차 ‘선군-915’를 운용하는 820전차군단, 최신형 300mm 방사포, 18련장 240mm 방사포, 40련장 122mm 방사포, 170mm 자행포 등으로 무장한 620포병군단, 장갑차와 보병전투차량을 동원하여 고속기동전을 펼칠 815기계화군단과 806기계화군단, 핵배낭과 저고도침투기를 동원하여 분단장벽돌파전과 공중침투전을 펼칠 630대련합부대(폭풍군단) 등이다.

이번에 조선이 위에 열거한 핵심전투역량을 거의 동원하지 않고, 2개의 전선대련합부대와 2개의 잠수함련합부대만 출동시켰는데도 미국군 지휘부는 공포와 위협을 느꼈다. 미국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CNN>방송 2015년 8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 2개와 잠수함련합부대 2개가 즉시전투태세에 진입한 무력증강상황은 “미국 군부 내부에서, 그리고 미국군과 한국군 사이에서 미국의 전쟁계획에 관한 일련의 긴급토의로 이어졌으며”, “필요한 경우 동원할 미국군 부대들은 어느 부대들인지, 그리고 미국군은 북조선이 어떤 행동을 취할 때 대응해야 하는지를 포함한 여러 문제들을 수정, 갱신하기 위해 미국군 사령관들과 군사전략기획자들이 미국의 전쟁계획을 재검토하였다”고 한다. 취재에 응한 미국 국방부 관리들은 자기들이 이번에 수정, 갱신했다는 대북전쟁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대북전쟁계획을 수정, 갱신한 것은 헛수고다. 왜냐하면, 조선인민군은 이번에 자기의 주적인 미국군을 상대로 하는 전면전에 돌입하기 위한 전투태세를 취한 게 아니라, 한국군을 상대로 하는 국부적 무력충돌에 대응하기 위한 제한적인 전투태세만 취하였기 때문이다. 제한적인 전투태세를 보고 전쟁계획을 수정, 갱신하는 것이 헛수고가 아니고 무엇인가.

미국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CNN>방송 2015년 8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상황을 완화시키도록 노력해줄 것을 한국에 요청하였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단호한 결심과 조선인민군 전투태세를 보고 겁을 먹은 미국이 상황이 더욱 격화되어 무력충돌이 일어날까봐 전전긍증하였음을 말해준다.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장악하고 대북전쟁을 지휘할 미국군이 그처럼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으니, 한국군의 대북심리전방송 재개로 촉발된 8월위기사태는 조선인민군의 무력시위에 의해 평정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 남북 고위급 회담 대표들, 왼쪽부터 김양건, 김관진, 황병서, 홍용표     ©자주시보


5. 승자와 패자를 가른 남북고위급접촉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진 것처럼, 8월위기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남북고위급접촉은 2015년 8월 25일 0시 55분 마침내 최종합의에 이르렀다.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판문점에서 강행군으로 계속된 남북고위급접촉이었다.

그런데 남북고위급회담이 아니라 남북고위당국자접촉이고, 합의문이 아니라 공동보도문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접촉은 회담보다 격이 떨어지는 협상형식이고, 공동보도문은 합의문보다 격이 떨어지는 합의형식이다. 공동보도문이 이처럼 격이 떨어지는 협상형식과 합의형식으로 채택된 것은 그것이 이행될 가능성을 축소시킨다. 매우 불안정한 남북관계에서는 선언문이나 합의문이 채택된 뒤에도 전혀 이행되지 않는 판인데, 그보다 구속력이 떨어지는 공동보도문이 채택되었으니 이행가능성이 더욱 축소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 공동보도문을 한국에서는 8.25합의라 부르고 조선에서는 8.24합의라 부른다. 공동보도문이 타결된 시각을 보면, 한국표준시로는 2015년 8월 25일 0시 55분이고, 조선표준시로는 0시 25분인데, 조선에서는 왜 8.25합의라 하지 않고 8.24합의라고 부르는 것일까? 그 까닭은, 조선에서 8월 25일이 선군절이기 때문이다. 8.25합의라 하는 경우 선군절과 관련된 합의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조선에서는 8.24합의라고 부르는 것이다.

8.24/25합의에서 한국 언론이 가장 큰 관심을 집중시킨 부분은 조선이 유감을 표명한 대목이다. 한국의 정부당국과 언론매체들은 조선의 유감표명이 사실상 사과라고 주장하였지만, 그것은 억지논리다. 왜냐하면, 조선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지 않고,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기 때문이다. 8.4지뢰폭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어도 유감은 어디까지나 유감이지 사과로 되지 않는 판인데, 하물며 한국군 병사들의 부상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으니 그것이 어떻게 사과표명으로 둔갑될 수 있다는 말인가. 조선은 누구의 소행인지도 확인하지 못한 의문의 지뢰폭발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고, 사과할 필요도 전혀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8.4지뢰폭발을 조선인민군의 소행으로 단정한 한국은 남북고위급접촉에서 조선에게 사과와 재발방지약속을 요구하였다. <문화일보> 2015년 8월 25일 보도기사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남북고위급접촉에서 한국이 추구한 목적은 “북한의 사과 및 재발방지약속을 받아내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동보도문에는 사과라는 말도 없고, 재발방지라는 말도 없으며, 부상당한 한국군 병사들을 위로한다는 뜻을 담은 유감표명만 있을 뿐이다.

누구의 소행인지 확인하지 못한 의문의 지뢰폭발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고, 사과할 필요도 전혀 느끼지 못한 조선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는 한국의 요구에 어찌 응해주었겠는가. 남북고위급접촉에서 한국이 자기의 협상목표인 사과와 재발방지약속을 모두 받아내지 못한 것은 협상에서 패배하였음을 의미한다.

그와 대조적으로, 조선은 남북고위급접촉에서 자기의 협상목표를 달성하였다. 남북고위급접촉에 참가하였던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2015년 8월 25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을 만난 자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북한의 관심사는 오로지 확성기중단이었”고, “확성기문제에 집중하더라”는 것이다. 이것은 남북고위급접촉에서 조선이 추구한 협상목표가 대북확성기방송을 중단시키는 문제에 집중되었음을 말해준다.

공동보도문을 보면,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방송을 8월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하였다”는 것이고, 실제로 그 시각부터 중단되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위의 문장을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대북확성기방송을 재개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하면서, 조선이 자기들의 대북확성기방송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앞으로 비정상적인 사태를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강변하였다. 

그러나 사정을 알고 보면, 그런 강변은 언어도단으로 들린다. 조선은 한국군의 대북심리전방송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핵전쟁도 두려워하지 않는 조선이 심리전방송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한국군의 대북심리전방송이 조선의 국가적 존엄과 자주권에 대한 도발행위로 보이기 때문에 한국군의 대북심리전방송은 조선에게 두려움이 아니라 격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고, 따라서 조선은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그런 도발행위를 저지, 파탄시키려는 것이다. 2015년 8월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한민구 국방장관은 “북한의 장거리미사일발사와 핵실험이 비정상적인 사태에 해당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북한의) 3차례 핵실험과 여러 차례의 미사일발사에 대해 정치외교적 제재가 있었다. 포괄적으로 이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고 에둘러 답변하였는데, 이것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직설적으로 밝히지 않고 언급을 회피한 것이다. 대북확성기방송을 또 다시 재개하면 조선인민군으로부터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될 위험에 빠지게 되어 있으므로 그런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이 한국군의 대북확성기방송을 전면 중단시킨 것은 남북고위급접촉에서 승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 지뢰사건 직후 사태 평가와 과제 도출을 위한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주재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     ©자주시보

결론적으로 말하면, 조선은 강력한 무력시위를 전개함으로써 미국 국방부와 합참본부를 공포로 몰아넣어 대북전쟁연습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고 전략폭격기 출동계획을 좌절시켰으며, 남북고위급접촉을 주동적으로 이끌어감으로써 한국군의 대북확성기방송을 전면 중단시킨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5년 8월 28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8월위기사태에 대해 논하면서 “우리 조국 앞에 닥쳐왔던 위기가 우리의 발밑에서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위험천만한 사태가 평정되였다”고 지적하고, “이번 사태를 평정하면서 우리들 스스로가 우리의 진정한 힘을 더 잘 알고 더 굳게 믿게 되었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2015년 8월 30일 일요일

"간첩이 北 보위사령관 이름도 모릅니까?"


[나는 간첩이 아닙니다 ⑨] 2010년대 간첩 조작 피해자 철이 씨
서어리 기자 2015.08.31 07:36:15

중압합동신문센터 직원들은 언론에 철이 씨의 얘기를 흘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온 기사는 분명 철이 씨, 자신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심지어 '국정원 밥 먹고 14킬로그램 찐 간첩'이라며, 무척 자극적으로 포장돼있었습니다.

당장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떠올랐습니다. 철이 씨 가족을 한국에 데려와 주겠다던 약속 또한 거짓일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치소 공안 담당 교도관에게 국가정보원 사람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교도관은 검사와도 만날 권한이 없지만 면담은 알아보겠노라 했습니다.

곧, 담당 검사와 면담했습니다. 테이블 위에 녹음기부터 꺼내 놓은 검사가 말했습니다.

"국정원에 알아보니, 북한에 있는 철이 씨 가족들을 데려오겠다는 게 아니라 가족들이 태국에 나오면 돌봐주겠다는 얘기던데요."

국정원에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는 추측이 확신으로 굳어진 순간이었습니다.

▲철이 씨. ⓒ프레시안(서어리)

"보위사령부 간첩이라면서, 사령관 이름도 모릅니까?"

곧, 법원에서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일주일 내에 의견서를 제출하라는 서류가 날아왔습니다. 의견서 제출 기한이 점점 다가왔지만 철이 씨를 담당하는 국선 변호사는 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의견서는 기한 내에 꼭 제출해야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철이 씨는 그저 손톱만 깨물었습니다. 기한이 다 될 즈음 초조해진 철이 씨는 면담 자리에서 검사에게 의견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검사는 기한 내에 꼭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법원에 의견서를 보낼 때 봉인이 되는지, 구치소 교도관에게 넌지시 물어봤습니다. 교도관은 '여기서 나가는 모든 문서는 검열된다'고 했습니다. 겁이 났습니다.

"의견서에 자백한 내용을 뒤집어서 쓰면, 검열에 걸려 다시 국정원에 끌려갈 줄 알았어요. 내곡동에서 조사받을 때 건물 지하에 고문하던 데가 있다고 어디서 들었거든요."

결국 진술을 번복하지 못했습니다. 괴로웠습니다. 의견서를 제출하는 날, 국선 변호사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교도관은 편지 또한 검열 대상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편지에 '진술을 번복하고 싶다'는 말은 차마 쓸 수 없었습니다. 대신 '재판에 관해 물어볼 얘기가 있으니 만나 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철이 씨는 의견서 제출 시한에 쫓겨 국선 변호인 접견도 하지 못 한 채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의견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성문은 따로 쓰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사동 도우미가 반성문은 안 쓰느냐며 반성문 양식을 그려줬습니다. 무조건 써야하는 건 줄 알고, 반성문도 썼습니다.

▲중앙합동신문센터. ⓒ프레시안(최형락)

며칠 뒤인 3월 말경, 어떤 변호사가 철이 씨 접견을 신청했습니다. 나가 보니, 철이 씨가 알던 국선 변호사 이름과는 달랐습니다. 그 변호사는 철이 씨가 편지를 보낸 국선 변호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김진형 변호사입니다."

'변호사를 가장한 프락치인가',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바짝 경계하며, 김 변호사가 묻는 말에 국정원에 진술한 대로 말했습니다. 그렇게 몇 번 질문과 대답이 오갔습니다.

"보위사령관 이름이 뭔가요?"
"…모릅니다."

김 변호사가 다시 물었습니다.

"공작 임무를 받았다는 분이, 사령관 이름도 모릅니까?"

철이 씨가 우물쭈물하자, 김 변호사가 "'민변'을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철이 씨는 "국정원에서 들어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우리는 돈을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니 그저 솔직하게 말해 달라"고 했습니다. 왈칵 눈물을 쏟아져 나왔습니다. 어느새 얼굴이 눈물 콧물 범벅이 됐습니다.

3월 27일 오후,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는 기자 회견이 열렸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증거 조작 사실이 밝혀지며 세간이 시끌시끌하던 때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변은 또다시 국정원의 간첩 조작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온 나라가 다시 발칵 뒤집혔습니다.

▲민변 장경욱 변호사와 철이 씨. ⓒ프레시안(서어리)

"재판정에서 봅시다"

기자 회견에서, 민변 변호사들은 기소된 피고인을 검찰이 검찰청으로 불러 변호인 접견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날 오전이었습니다. 김진형 변호사는 철이 씨에게 오후에는 민변의 다른 변호사가 찾아올 거라며, 그전까진 누구도 만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때까지도 철이 씨는 자신에게 법적으로 어떤 권리가 있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점심에 검사로부터 호출이 왔습니다. '북한은 변호사보다 검사가 세니까…' 망설이던 철이 씨는 검사 방으로 올라갔습니다.

검사 방에 가 보니, 오전에 만난 김 변호사가 먼저 와 있었습니다. 김 변호사가 검사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공소 제기 이후에 왜 피고인을 부르는 겁니까? 저희가 철이 씨 변호를 맡기로 해 오후에 접견할 예정이었습니다."

뒤이어 민변 장경욱 변호사까지 도착해, 다른 방으로 철이 씨를 데려갔습니다. 장 변호사는 철이 씨를 타일렀습니다.

"공소 제기가 된 상태니, 검사가 철이 씨를 부를 권한이 없습니다. 이제 검사가 부르면, 가지 않겠다고 하세요."

그날 저녁, 검사는 구치소 교도관들을 통해 철이 씨를 또 불러냈습니다. 거절하니, 검사가 직접 구치소에 오겠다며 만나자고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또 호출이 왔습니다. "변호사님이 이제 검사가 날 소환할 권리가 없다고 했다"고 하니, 교도관들이 아니라며 "꼭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지 않을 경우, 불출석 사유서를 써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어떻게 쓰는지 모른다고 하니, 교도관들은 불러주는 대로 쓰라고 했습니다.

'상기 본인은 변호인으로부터 변호인의 접견 전까지는 누구도 만나지 말라는 조언을 듣고 금일 출정을 불출석하게 되었습니다. 차후 검사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검사의 호출은 계속됐습니다. 화가 난 철이 씨는 직접 검사를 찾아갔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까지 한 진술들을 계속 뒤집고 싶었습니다. 국정원은 분명히 언론에 제 얘기를 안 내겠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국정원이 저한테 집도 주고 가족들도 데려와 주겠다고 한 게 지켜지지 못할 약속이라 진술을 뒤집으려고 했는데, 국선 변호사를 만나지 못 해서 의견서와 반성문을 쓴 것입니다."

검사가 말했습니다.

"그럼, 재판정에서 봅시다."

▲1심 판결문. ⓒ프레시안(서어리)

"나는 간첩이 아닙니다"

"피고인이 합신센터 조사관들 또는 국정원 수사관들에게 한 자백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다는 점이 확실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자백진술을 내용으로 한 이 부분 각 진술은 증거 능력이 없다."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 사실은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2014년 9월, 재판부는 철이 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는 철이 씨의 자백이 유일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백은 변호인의 조력 없는, 심리적 불안감과 위축 속에서 작성한 것이라 증거로서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간첩 무죄'. 너무도 기다려왔던 순간이었습니다. 한국에 들어온 지 1년 하고도 1개월 만에, 철이 씨는 지긋지긋했던 누명을 벗었습니다.

무죄 선고와 동시에, 오랜 구치소 생활도 끝났습니다. 구치소에 있는 짐은 그대로 둔 채, 변호사들과 함께 법원을 나섰습니다.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고마웠어요. 나는 간첩이 아니니까 당연한 판결이긴 한데, 그렇게 되기 쉽지 않잖아요. 1심 재판부도 큰 결심 해주셨고, 변호사님들에게 특히 고맙고. 한국에 편향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그래도 진실을 밝히자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만으로 따뜻함을 느꼈어요."

▲철이 씨 주민등록증. ⓒ프레시안(서어리)

"늘 미행당하는 기분"

2014년 11월, 철이 씨는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습니다. 드디어 남한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은 셈이었습니다.

보통은 신청만 하면 되지만, 철이 씨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주민등록증 하나 받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무죄 선고를 받고 석방이 되었음에도, 철이 씨는 한동안 탈북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통일부가 철이 씨의 재판이 모두 끝날 때까지 보호 여부 결정을 보류한 것입니다. '보호 결정 보류'는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철이 씨는 정부 보호를 받는 다른 탈북자들과 달리, 재판이 무죄로 끝날 때까지는 집도 받지 못하고 정착 지원금도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남한 땅에 아는 이 하나 없는 철이 씨는 변호사들과 종교 단체 도움을 받아 근근이 생활을 유지했습니다. 변호사들은 철이 씨에 대한 가족관계등록 창설을 허가하고, 북한이탈주민보호법에 따른 보호 결정을 서둘러 달라며 국정원과 통일부에 촉구하는 기자 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자유의 몸이 됐지만, 철이 씨는 남들처럼 온전한 자유를 누리지 못합니다. 늘 누군가로부터 감시를 받는 듯한 느낌에 시달립니다.

"제가 동네 편의점에서 밤에 자주 술을 마시거든요. 그런데 저랑 같이 마시던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누가 저를 계속 쳐다본다고요. 저번에는 전철을 탔다가 잘못 탄 줄 알아서 후다닥 내렸는데, 어떤 여자도 같이 내리더라고요. 종점이라 문이 오래 열려 있었는데 갑자기 제가 내리니까 같이 뛰어내린 게 이상해서 '날 미행하느냐'고 물어보니 말도 없이 그냥 쌩 하고 가더라고요. 오해일 순 있는데 찜찜하더라고요.

그래도 신경 쓰지 않아요. 난 간첩이 아니니까요. 따라다니다 힘들면 그만두겠지요. 같이 입국한 탈북자 친구들도 웃어요. 내가 간첩이면 자기들도 간첩이라고요."

ⓒ프레시안(서어리)

"합리적 의심을 갖고 바라봐주세요"

철이 씨는 요즘도 계속 재판정에 나섭니다. 검찰 측에서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철이 씨는 생일을 맞았습니다. 생일 바로 다음 날이 2심 공판이 열리던 날이라, 공판이 끝나고 변호사들과 늦은 생일 파티를 했습니다. 케이크 촛불을 끄는 철이 씨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습니다.

"국정원에서 조사받을 땐 '한국에 왜 왔지' 하고 후회를 많이 했어요. 그냥 그 땅(북한)에서 죽을걸. 그러면 적어도 내가 자라던 땅에는 묻힐 텐데. 여기서는 내가 죽어도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니 정말 억울했거든요. 그래서 어찌 됐든 살아야 하긴 하니까 허위 자백도 하게 된 거죠.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이제 후회는 하지 않을 건데, 정말이지 저는 남한 와서 이런 고초를 겪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북한에 있었을 땐 워낙 계급 문제 때문에 사회에 대한 원망이 많아서 남한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이 있었거든요. 그랬던 제가 간첩으로 몰리다니….

저 같은 사건이 생기는 건 결국 분단이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봐요. 반세기 넘게 남북이 떨어져 지내면서 서로 편향적 사고를 갖게 되고, 또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특정 세력이 자기 주의주장이 옳다는 걸 입증하고 자기 지위를 유지하려고 간첩 사건 같은 걸 만들어내서 힘없는 사람을 피해자로 만들고. 저는 이런 사회 풍조가 가슴이 아파요.

사건들이 제기되면 우선 의심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사건이든 다른 비슷한 사건이든 국민들과 사법부 판사님들께서 부디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고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이 기사는 미디어 다음과 공동 게재합니다.
(☞바로 가기 : "나는 간첩이 아닙니다")


‘전쟁불사’ 외치던 그 신문들, 꼬리내린 이유는

[이완기 칼럼] 국민들 우롱하는 안보상업주의, 남북 위정자들의 적대적 공생관계
입력 : 2015-08-31  06:30:01   노출 : 2015.08.31  09:15:09
이완기 칼럼니스트 | media@mediatoday.co.kr   

해방 70년이 지났지만 지구상에 마지막 남아 있는 분단국가의 현실은 여전히 한반도를 짓누르고 있다. 그 속에서 그 긴 세월 동안 남북 위정자들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병정놀이가 펼쳐져 왔다. 이 놀이는 종종 치킨게임의 양상을 보이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남북의 동포들이 전쟁공포로 가슴을 쓰러 내렸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남북의 분단을 기획하고 관리해 온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이다. 남과 북의 권력자들은 이를 등에 업고 70년 세월 동안 이 병정놀이를 주도해 왔다. 아버지, 아들, 손자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권력을 세습해왔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북한의 주역들이라면, 권력에 눈 먼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의 독재자들과 그들을 향수하고 숭배해온 이명박, 박근혜 등이 남한의 주역들이다. ‘안보’로 생명줄을 이어가는 군과 국정원, 좌우로 갈라져 ‘타도와 척결’의 언행을 일삼는 이데올로기의 확신범들, 대결의 논리를 앞세우는 호전적 지식인들이 이 병정놀이의 조역들이며 실행자들이다. 거기서 수구 족벌언론들은 병정놀이의 흥행을 부추기면서 안보상업주의의 떡고물을 챙겨왔다. 남북의 우수마발들은 이 끝날 줄 모르는 병정놀이에 때로는 놀라고 때로는 분노하며 때로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이들은 병정놀이의 시리즈 한 편이 막을 내리고 또 다른 한 편이 유사한 내용으로 되풀이될 때마다 마음을 졸이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간다. 6.25참극 이래로 이 놀이는 똑같은 레퍼토리의 반복이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놀이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지난 8월4일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 사건 또한 70년 동안 이어져온 기나긴 병정놀이의 한 단편이다. 남북의 주역과 조역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긴장을 조성하고 위기를 극대화했다. 합의 바로 직전까지 남북은 ‘전쟁불사’, ‘단호한 대처’를 주문하며 심리전을 펼치고 포격을 주고받는 등 전쟁분위기를 연출했다. 수구언론 또한 “결코 물러서서는 안 된다”며 ‘원칙’을 강조하고 강경한 대응을 촉구했다.
그런데 일촉즉발의 이 험악한 분위기는 남북 고위급 2+2의 공동보도문 하나로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갑자기 해빙의 시대를 맞은 것처럼 되어버린 이 놀라운 반전의 결말 또한 병정놀이 시리즈물의 기본 포맷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단호한 대처’를 고고지성으로 외쳤던 수구언론이 전혀 새롭지 않은, 그저 그런 합의문에 상찬을 아끼지 않으며 180도 태도를 바꾸는 변덕의 미학은 이 병정놀이에서 종종 등장하는 레퍼토리의 한 장면이다. 어찌되었든 그 와중에 이 한편의 병정놀이는 엄청난 역할을 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박근혜 정권이 자초한 국내의 모든 골치 아픈 악재들이 쓰나미에 휩쓸리듯 깡그리 사라져버린 것이다.
정부와 언론은 남북 합의문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그것은 언젠가 휴지조각이 될 공산이 크며,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이후 유사한 대결과 충돌이 되풀이 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예컨대 합의된 공동보도문 제 2항에는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데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고 되어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측은’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에 대해, 북한이 “사과 주체를 처음으로 명시한 것”이라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이 문구에 어떤 주어를 갖다 붙여도 사과의 주체를 적시한 것이라기보다는 지극히 상투적인 위로의 문구라고 보는 견해가 더 자연스럽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는 병문안 온 아무개가 상처받은 병자에게 통상적으로 행하는 위로의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합의 당사자의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한 이러한 합의문은 궁극적으로 양측의 논쟁거리를 하나 더 만들 뿐 아니라 한편으로 남북의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매우 불쾌하다. 남북 합의 직후에 벌써 그 징후는 나타나고 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합의 당일인 25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북한이 지뢰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북측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은 같은 날 <조선중앙텔레비전>에 출연해서 “남조선 당국은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어가지고....”라며 불평을 토로했다. 이럴 바에야 궁색한 사과의 논거를 억지로 만들어내기보다는 차라리 “북한 아니면 누가 했겠냐”는 주장이 솔직하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기실 논쟁의 시발점은 폭발사고의 원인이 된 목함지뢰의 설치 주체가 누구인지 입증하지 못한데서 나온다. 군이 ‘북한제 지뢰’라고 발표했지만 그것이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 숨어들어가 그 지뢰를 설치했다”는 사실을 담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는 2010년 수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군이 ‘1번’이라고 적힌 북한제 어뢰를 바다에서 건져냈지만, 그것이 ‘침몰’의 직접 원인인 스모킹건이 될 수는 없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당시 군의 입증 노력과 이명박 정부의 치열한 외교전의 성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에 그대로 담겼지만 성명의 내용은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천안함 침몰 105일이 지난 2010년 7월 9일에 채택된 의장성명은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남북 양측의 주장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의장성명 제 5항은 “안보리는 북한에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되어 있는 반면에 제 6항에는 “안보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 그리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유의한다”고 되어 있다. 즉 의장성명은 남북 양측의 입장을 담았을 뿐, 천안함의 침몰원인에 대한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호하기 짝이 없는 의장성명이 채택되기까지 남북 양측이 엄청난 시간과 외교적 노력을 쏟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소모적 병정놀이로 시간과 국력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선제공격’이니, ‘백배 천배의 보복’이니, ‘확실한 재발방지’ 따위의 군사적 허세가 아니라 경계태세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묻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북한 잠수정이 한미군사훈련이 실행되고 있는 남측 해역에 침투해 어뢰를 발사한 뒤 유유히 사라지고, 북한의 귀순병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남한 병사들의 내무반을 노크하는가 하면, DMZ 남측 통문에 북한군이 숨어들어 지뢰를 매설하는 황당한 경계공백의 상황이 계속되는 한, 남북의 소모적 병정놀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또한 북한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한에서 볼 때는 사과같이 보이는 해괴망측한 엉터리 합의문의 남발은 반복될 것이다.
남북이 이러한 진부하고 구태의연한 병정놀이를 걷어치우고 평화통일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통일대박’ 따위의 경박스런 구호가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포용적 지도자의 자세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병정놀이의 수괴였던 김일성, 김정일, 이승만, 박정희는 이 세상에 없다. 전쟁 경험 없는 전후세대 김정은과 박근혜가 집권하고 있는 남북의 현실이건만, 아직까지도 냉전시대의 병정놀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70년 세월을 움츠리고 살았던 남북의 동포들에게 커다란 죄악이다. 언제 이 병정놀이를 끝낼 것인가. 남북 지도자들의 통 큰 결단을 보는 것은 요원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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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아베 물러나라> 안보관련법제·개정안 반대 대규모시위

  • [국제] 일, <아베 물러나라> 안보관련법제·개정안 반대 대규모시위



  • 일본의 안보관련법안들에 반대하는 모임인 <전쟁하게하지마라·9조를부수지마라!총궐기행동실행위원회>는 30일 도쿄에 있는 국회의사당주변에서 12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국회의사당을 에워싸고 <전쟁하게 하지마라>, <지금 바로 폐안>, <헌법을 지켜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안보관련법안들의 폐기를 요구했다.

    또 이들은 <아베 물러나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었다.

    시위대는 법안이 통과되면 과거 군국주의일본으로 되돌아갈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위대는 주변인도는 물론 국회의사당정문으로 향하는 왕복10차선도로를 가득 메웠다.

    시위대를 차단하기 위해서 경찰은 버스로 차벽을 설치했다고 한다. 일본경시청은 이날 시위과정에서 공무집행방해로 참가자2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외에도 일본전역 300여건의 동시다발집회가 진행되었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당 오카다가쓰야대표와 일본공산당 시이가즈오위원장, 사민당, 생활당 등 4개야당대표도 참가했다.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무력공격사태법개정안 등 안보관련 11개법 제·개정안은 지난달 중의원본회의를 통과했으며 현재 참의원에서 심의중이다.

    참의원이 법안을 가결하지 않을 경우 아베정권은 중의원에서 참의원으로 법안이 송부되고 60일이 지나면 재가결할 수 있는  이른바 <60일규칙>에 따라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함께 중의원에서 2/3이상의 찬성으로 재가결해 법을 성립시킬 수 있다.

    60일규칙은 다음달 14일부터 적용 가능하며 아베정권은 자민당총재선거일정 등을 고려해 9월14일전에 법안을 표결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총리는 다음달 20일 3년임기의 당총재선거에 나설 예정이다.

    이 법안들은 자위대가 일본이 아닌 우방이 공격당할 때에도 전투행위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담고 있으며 이러한 법안은 제2차세계대전후 처음으로 통과된 것이다.

    김재권기자

돈 많이 안 든다, 4대강 댐 허물자


[투명카약-낙동에 살어리랏다⑩] 김정욱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김종술 기자 쪽지보내기 | 15.08.30 20:21
독자들의 성원으로 '김종술 투명카약 선물하기' 프로젝트 목표액이 달성됐지만 모금은 계속합니다. 31일까지 모인 후원금은 김종술 기자의 4대강 취재비로 전달합니다. 김종술 기자가 낙동강을 지키는 정수근 기자에게 카약을 선물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투명 카약 2대'로 진화했습니다. 두 기자는 8월 24일부터 2박3일 동안 투명카약을 타고 낙동강을 취재했습니다. 현장 탐사보도에 이어 전문가들의 진단과 대안을 담은 기획 기사를 싣습니다. 이 기획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 공동 프로젝트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투명카약을 탄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가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를 위해 지난 24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도동서원앞 녹조 가득한 낙동강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를 살펴 보고 있다. ⓒ 이희훈

4대강 사업이 가뭄과 홍수를 해결하고 물을 깨끗하게 한다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지만, 모든 것이 다 거짓으로 드러났다. 4대강에 많은 물을 모아뒀지만, 이 물을 펌프로 수백 미터 끌어올려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강원도나 경기도의 산골에 보낼 수 없고, 해안지역이나 섬에 보낼 수도 없다. 

높은 산골에 모아둔 소양댐의 물도 이들 지역에 수돗물로 보내지를 못하고 있는데, 더구나 낙동강 하류에 담아둔 물을 이들 지역에 농업용수로 보낸다는 것은 애초부터 말이 안 된다. 그래서 4대강 사업은 끝났지만 최악의 가뭄은 계속됐다. 

홍수도 막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홍수 위험을 키웠다. 홍수 피해 지역의 상류에다 댐을 지어 홍수를 막는 것은 흔히 하는 방법이지만 4대강 사업에서처럼 홍수 지역의 하류에다 댐을 만들어 수위를 올려놓고 홍수를 막는다는 것은 상식을 거스른다. 

정부는 이를 '보'라고 부르고 있으나 국제대형댐위원회의 규정에 의하면, 높이가 5미터 이상이고 저류량이 300만 톤 이상이면 대형댐으로 분류된다. 함안댐은 저류량이 1억2700만 톤에 이르고 16개 댐 모두가 저류량은 이 기준을 훨씬 넘는다. 세종댐만 높이가 5미터에 못 미치고 나머지 15대 댐은 모두 대형댐의 반열에 들어간다. 

강의 수위를 올리면서 이미 물에 잠긴 농지도 있고, 지천의 수위도 오르면서 둑이 터져 침수를 당한 곳도 많다. 낙동강에는 총 10개가 넘는 댐이 줄줄이 세워졌는데 홍수가 날 때에는 각각의 댐이 자기 마음대로 수문을 여닫아서는 안 된다. 연계해서 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만약 한 댐이라도 잘못해서 무너지는 날이면 그 아래의 모든 댐들이 줄줄이 무너져 대형 재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수문 하나의 무게가 수십 톤 내지 100톤에 가까워 이 수문을 여닫는 게 쉽지도 않다. 벌써 작동이 안 된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 즉, 수문 관리 실패나 실수로 오히려 이전보다 더 큰 홍수를 불러올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모래 위에 세운 댐

댐은 단단한 암반에 짓지 않으면 안 된다. 물이 아래로 옆으로 새면서 댐이 터질 수가 있고 또 방류수로 인해 하천 바닥이 침식돼 댐 구조물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4대강에 세운 댐들은 모래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벌써 물이 새는 것이 관측되고 있고 댐 하류 바닥도 계속 파이고 있다. 

또 물의 압력이 세기 때문에 댐의 옆구리도 암벽에 걸쳐 지어야 한다. 그러나 4대강의 댐들은 옆구리를 대개 흙더미에 걸쳐놨다. 이런 댐들은 큰비가 오면 옆구리가 터져 큰 홍수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테톤(Teton)댐, 일본의 후쿠시마댐, 인도의 델리댐, 중국의 샤오랑디(小浪底)댐 등 각국의 수많은 댐들이 옆구리가 터져 큰 피해를 낳았다. 우리나라의 연천댐도 1996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옆구리가 터져 무너졌다. 이런 댐들은 단단하지 않은 암벽에 걸쳤다가 터졌다. 흙더미에 걸친 4대강의 댐들은 우환덩어리인 것이다. 

댐이 예상치 못한 홍수로 붕괴됐을 때에는 오히려 대형 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1963년에 바이온트(Vajont)댐이 무너지면서 2000여 명이 죽었고, 인도에서는 1979년에 Machchu II댐이 무너지면서 2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1975년에는 중국의 양쯔강 유역에서 반차오(板橋)댐이 무너지면서 23만 명이 죽는 사상 최악의 참사가 벌어졌다. 

세계 최대 저류량을 자랑하는 이집트의 아스완댐은 이집트의 아킬레스건이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6일 전쟁 당시, 아스완 댐을 폭파하겠다고 경고했고 이에 이집트는 항복했다. 그래서 1980년대 이후로는 물을 잘 다스리는 나라들은 더 이상 대형 댐을 짓지 않는다.

MB의 '물그릇'론은 허구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20일 오후 대구 강정고령보를 찾아 디아크에서 터치스크린에 자신의 사인을 하고 있다, ⓒ 조정훈

이명박 정부는 또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물그릇을 키워 물을 깨끗하게 하겠다며 '물그릇'론을 내세웠다. 즉 물그릇을 두 배로 키우면 오염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래서 낙동강은 물그릇을 11배 키웠고, 거기다 4조 원을 들여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 배출을 95%, 인 배출량을 90% 줄였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4대강 물은 이제 그냥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해야 한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형편없이 더 더러워졌다. 녹조가 걸쭉하게 강을 뒤덮어 이를 상수원으로 하는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고, 물고기들은 죽어 어민들이 생계의 수단을 잃었고, 강바닥은 오물이 쌓여 썩은내가 난다. 

물은 물그릇을 크게 만들어 많이 모아둔다고 깨끗해지는 게 아니다. 댐을 만들어 물을 흐르지 못하게 하면 큰비가 땅바닥을 씻어 내리는 오염이 호수 바닥에 쌓인다. 이 오염은 해가 갈수록 더 축적돼 수질은 갈수록 더 악화된다. 

우리나라가 1991년 낙동강 페놀사태 이후에 맑은 물 대책에 30조 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호수의 수질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하천 바닥의 모래가 수질을 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부산 낙동강의 수질이 대구보다 더 좋고 남한강 여주 상류보다도 여주 하류의 물이 더 깨끗한 이유도 모래가 정화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이라는 것도 원수(原水)를 강모래에 한번 쓱 걸러서 소독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4대강 공사를 하면서 이 모래를 다 파내 버렸다. 이로인해 강은 정화를 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했다. 

녹조는 '독'이다
▲ '낙동강지킴이' 정수근 시민기자와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 등이 지난 26일 오전 4대강사업 준설작업 이후 모래가 재퇴적된 낙동강 구미보 하류 감천 합수부에서 '곡학아세 4대강 일등공신들 - 인하대교수 심명필, 이화여대교수 박석순, 경원대교수 차윤정, 위스콘신대교수 박재광 행복하십니까?'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 이희훈

지금 4대강을 덮고 있는 녹조는 남조류가 주종이다. 이 남조류들은 마이크로시스틴을 비롯해 독성이 강한 물질들을 분비하는데 가축들이 이런 물을 마시고 죽었다는 기록이 많이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주로 간에 축적이 돼 독성을 나타내는 발암의심물질이다. 이런 독성물질은 미량이라 하더라도 장기간 복용하면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한다. 환경을 잘 다스리는 나라에서는 상수원에서 남조류가 번성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으며 이런 곳에서는 물고기도 잡지 못하게 한다.

미국 오하이오 주의 인구 50만의 톨레도(Toledo)시는 5대호 중의 하나인 이리(Erie)호에서 취수를 하는데 작년에 그 취수원 인근에 남조류 녹조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시는 즉각 시민들에게 설사, 구토, 간기능 장애 등을 이유로 수돗물 음용은 물론 양치질도 하지 말고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목욕도 자제하라고 경고하고 시민들에게 생수를 공급했다(New York Times, "Tap Water Ban for Toledo Residents", 2014. 8. 3). 물을 잘 다스리는 나라들은 남조류가 번성하면 아예 상수원수로 부적합하다고 판정한다.  

UN 총회에서 칭찬받은 MB... 하지만

4대강 사업을 영어로는 'Four Major Rivers Restoration Project'라고 부른다. '4대강 복원사업'이다. 정부는 이를 국제사회에 홍보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9월 23일 UN 총회에서 "4대강 복원 사업으로 하천생태계를 복원하고(원래 모습으로 돌려주고) 있습니다"라고 연설해 많은 칭찬을 듣고 상도 받았는데, 하천생태계를 복원하고 있다는 말은 전혀 진실이 아니다. 우리 강이 언제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원래 구불구불 흐르던 것을 곧게 만들었고, 여울을 다 없앴고, 강바닥의 모래도 다 파버렸고 수변 구역을 훼손해 많은 개발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그리하여 물고기들이 떼죽음했고 강바닥은 썩어 조개들이 살 수 없게 됐으며 강변 습지를 찾던 새들도 다 떠났다. 하천생태계는 처참하게 파괴됐다. 국제사회는 칭찬을 거둬들였고, 태국에 수출했다고 자랑하던 태국판 4대강 사업은 무산됐다.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우선 당장 급한 것은 따로 있다. 우리 국민들에게 이런 물을 마시게 해서는 안 된다. 당장 4대강의 수문들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 물은 흘러 교란이 생기면 녹조가 번성하지 못한다. 신곡수중보 상류에 그 걸쭉하던 녹조도 하류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 준다. 

4대강 댐 허는 데 2000억 원... 유지 관리에는?
▲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이 지난 24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앞 낙동강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 탐사활동을 벌였다. 흰천을 녹조에 담근 뒤 줄에 매달아 놓았다. ⓒ 권우성

수문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하면 4대강에 세운 16개의 댐들은 물이 흐르는 데 방해만 될 뿐 아무런 기능을 못 할 것이다. 다 헐어야 한다. 이 댐들을 허는 데는 2000억 원이면 충분한다. 그런데 이 돈은 해마다 4대강의 유지관리에 쏟아 붓는 몇 조 원의 금액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강변에 산더미처럼 쌓아둔 모래는 농사에 방해되고, 모래먼지가 날리고, 땅 임대료만 나갈 뿐이다. 강에 도로 넣어줘야 한다. 그래야 갑자기 강 수위가 낮아지는 것도 막고 강의 수질 정화 기능도 살린다.

호수의 수질은 큰비 올 때 땅바닥을 씻어 내리는 오염(비점오염, 발생 위치·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오염)이 강바닥에 계속 축적되기 때문에 하수처리장을 지어도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강을 흐르게 하면, 큰비는 오히려 강을 재생시키고 비가 안 올 때에는 하수관을 통해 강에 들어가는 오염(점오염, 발생 위치·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오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하수처리의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4대강 사업으로 BOD를 95% 줄였다면 흐르는 강의 수질은 이에 걸맞게 개선될 것이다. 하수처리장 건설로 안양천·중랑천의 수질이 이전보다 대폭 개선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가뭄과 홍수 대책은 실제적으로 가뭄과 홍수가 일어나는 그 지역에서 이뤄져야 한다. 물이 부족한 마을마다 저수지를 잘 정비하고, 산림이 물을 잘 저장할 수 있도록 녹색댐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빗물을 지하에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야 실제적으로 도움이 된다. 집집마다 빗물을 받아두는 시설을 만들어야 하고, 또 마을마다 마을 단위로 빗물을 지하에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 이것이 실질적으로 가뭄을 해결하고 또 홍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에 10만 개 정도의 농어촌 마을이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 이들 마을의 도랑을 살려야 강도 깨끗해진다. 즉,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아진다.' 이런 대책은 4대강 사업에 투입된 돈의 몇십 분의 일만 있어도 할 수가 있다. 

해마다 50개 댐 허무는 미국... 현재까지 무려 1000개

EU는 물관리기본지침(Water Framework Directive) 제4조에 "회원국은 WFD가 발효된 후 늦어도 15년까지는 모든 인공적이거나 심하게 변질된 수체를 부록V에 제시된 good surface water status(인간의 간섭이 약간만 허용된 상태를 말한다)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목표를 세우고, 수체를 보호하고 강화하고 복원해야 한다"라고 명시해 인공적으로 변형된 하천을 자연 상태에 가깝게 복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깨끗한 물법(Clean Water Act) 제404조에 하천에서 준설, 매립, 댐, 제방, 개발사업(고속도로·공항 등), 골재 채취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런 사업을 하려면 "(1) 습지에 미치는 영향을 피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하고 (2) 습지에 잠재적인 영향이 최소화 돼야 하고 (3) 피할 수 없는 악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4대강 사업과 같은 인공적인 공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해마다 50개가량의 댐을 허물어 지금까지 1000여 개에 이르는 댐을 해체하였고 3만7000여 개에 이르는 하천을 복원했다. 유럽도 이런 추세로 나가고 있다. 강을 원래 모습에 가깝게 복원하는 데에는 그렇게 많은 예산과 기간이 필요하지 않다. 인공적인 장애물을 제거하고서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몇 년간 지켜보고서 그 방향을 도와주면 강은 스스로 제 모습을 찾아간다. 

우리나라 소하천들의 경우에는 4~5년 안에 놀랍도록 자연성을 회복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4대강의 경우에는 댐을 해체하고 하천변에 산더미처럼 쌓아둔 모래를 도로 강에 돌려주고 강변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제거하면 된다. 그러면 강이 스스로 제 갈 길을 찾아가서 생태계도 회복되고 수질도 개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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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