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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4일 금요일

항공 우주력 국제학술회의(하)-공군력 사활 걸린 보라매 사업 방향


이규정 2015. 08. 13
조회수 833 추천수 0
   연구개발비만 8조원이 들어가는 보라매 사업(한국형 전투기 사업 KF-X)은 양산 시점이 되면 한국 군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방위사업이 된다. 그러나 우리의 제작 역량에 대한 의심과 수출에 대한 회의론이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한국국방연구원 등 기관이 2002년 사업 소요가 제기된 후 무려 7차례나 타당성 검토를 하며 방위력 그리고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다각도로 검토했다. 결국 2014년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났지만 아직은 올해 한국우주항공산업(KAI)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데까지만 와 있다. 아직 구체적인 방법은 정해지지 않은 셈이다.  이제 한국우주항공산업은 공군 주력기인 KF-16보다 우수한 미들급 4.5세대 전투기 120대를 우리 손으로 양산하기 위해 록히드 마틴으로부터 기술도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차세대 전투기(FX) 공급자로 선정된 F-35의 록히드 마틴이 과연 기술이전에 동의할 것인지에서부터 숱한 난관이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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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교수는 “보라매 사업을 책임질 컨트롤 타워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중순에 열린 연대 항공우주력 국제학술회의는 그 방법론과 이 사업의 경제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발표에서 “이제 정말로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논할 때”라며  국산화 우선 경로와 전력화 우선 경로를 제시했다. 또 보라매 사업의 미래와 관련해 이대열 국방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산 전투기의 해외 수출 가능성과 국내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를 분석했다. 또한 항공우주력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한 세인트 앤드류 대학의 마크 드보어 교수(국제관계학)는 별도의 동아시아 재단 주최의 토론회에서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한국과 같은 중소 규모 국가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 등을 폭넓게 언급했다.

강력한 정치세력의 확고한 의지 필요

 보라매 사업 추진의 방법론을 정하는 데는 일본의 전투기 획득체계를 참고할만하다. 그동안 한국은 제한적 면허생산을 하다가 다시 완제품을 수입하는 패턴을 보인 반면에 일본은 제한적 면허생산에서 적극적 면허생산으로 그리고 독자연구개발까지 갔기 때문이다. 또 1991년부터 일본은 3세대 전투기 대수를 300~350대 선에서 유지하지만 한국의 3세대 전투기는 계단식으로 증가한다. 최종건 교수는 “특정 시기에 특정 완제품을 대거 도입하기 때문에 우리 공군에는 주기적으로 전력공백이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과도하게 정치이슈화 되는 측면이 있다.
  일본은 안정적인 국내생산을 통해 점진적으로 전투기를 퇴역시키고 새로운 전투기를 보강하고 있다. 한국은 20년마다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최 교수는 “보라매는 우리 전투기 획득 패턴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라며 “그래서 2015년 현재 획득 방법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당장은 핵심기술의 이전이 아니라 기술의 구매방법을 물색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 7월1일 방위사업청이 백군기 의원실(새정치민주연합)에 낸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AESA레이더,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R) 등 이른바 4대 센서 기술의 이전을 거부했다. 최 교수는 “또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공동개발국가로 두고 있는게 미국의 기술이전을 어렵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라며 “전체적으로 어떻게 전략을 짤지 구체적으로 고민해야할 때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뭔가? 최 교수는 “우선 강력한 정치 세력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시행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라매 사업과 관련해 이익 관계자는 많은데 이 사업을 책임질 기구와 수행할 의지를 갖고 있는 세력은 보이지 않는다. 보라매 사업이 실패하면 이제 공군은 국산전투기 하자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FA-50이 최고 전투기로 기록되고 끝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보라매 사업으로 돈 벌 수 있나?

 국방과학연구소 이대열 수석연구원은 보라매사업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와 보라매 사업의 연계성을 경제성 분석을 통해 정량화했다. 그는 “보라매 사업과 직구매를 비교하면 총수명주기비용으로 비교했을 때 직구매보다 5조 원 이상 절약할 수 있다”며 “외국으로부터 전투기를 직구매하면 경제적 파급효과가 적지만 보라매 사업을 하면 28조원의 산업 파급효과와 약 40조 원의 기술 파급효과 그리고 13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라고 전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또 보라매사업의 수출 가능성에 대해서 세계적인 군사 컨설팅업체 IHS 제인스의 연구용역을 소개했다.   IHS 제인스는 보라매 사업 양산가격이 대당 6000~9000만 달러일 경우 200~700대 수출이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의 토론이 있었다. 본지 김종대 편집장은 “4.5세대 전투기 시장에는 스웨덴 SAAB의 그리펜 ,프랑스 다쏘의 라팔과 같은 유력한 경쟁자도 참여할 것이다”라며 “라팔은 보라매 예산 3배를 들여 개발했으나 이집트와 협상 중일뿐이고, SAAB는 그리펜을 10년 전에 개발했으나 72대 수출했다”라고 지적했다.

 전투기 후발주자의 생존률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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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10월 31일 랴오닝 선양의 한 비행장에서 시험비행에 성공한 중국의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殲)-31기

 전투기 시장은 5개 국가로부터 시작됐다. 1950년 중반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만이 전투기를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그 후로 20개국이 전투기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스웨덴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둔 국가는 없다. 아르헨티나, 캐나다는 2차 대전이 끝난 직후에 뛰어들었으나 1950년대에 포기했다. 중국, 인도와 터키만이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전투기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크 드보어 교수는 “총 15개의 대형 프로젝트가 중단됐고 20개국 중 5국은 1개의 전투기도 만들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며 전투기 생산에 성공한 국가도 큰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9개의 근접항공지원 항공기가 제작됐으나 제작된 시기를 기준으로 봐도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으며, 4 종의 전투기도 생산됐으나 전혀 경쟁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스웨덴만이 세계시장에서도 어느정도 인정받은 전투기 그리펜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후발주자가 전투기 시장에 진입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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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드보어 교수는 “전투기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드보어 교수에 따르면 전투기 시장 진입전략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먼저 외국의 지원을 받는 방식이다. 면허 생산을 하거나 제트엔진 없이 항공기를 제작한다. 그다음 외국 회사의 노하우를 습득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항공기술을 확보한 뒤 자체 생산을 하는 것이다. 인도가 택한 방식이다. 인도는 1973년부터 1987년까지 Mig-21을 면허 생산했다. 그 다음 프랑스 다쏘(Dassault) 사가 프로젝트 관리를 맡았고 결국 인도는 HAL Tejas 전투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두번째 전략은 면허생산을 하다가 제트 훈련기 또는 근접항공 지원기를 제작하며 기술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확보된 기술로 본격적으로 전투기를 만드는 전략이다. 중국이 택한 방식이다. 중국은 1973년부터 F-5E를 면허생산했다. 그러다 1984년부터는 자체적으로 AT-3 훈련기를 생산했다. 1994년에는 F-CK-1 전투기를 생산하기에 이른다.
  셋째는 외국 비행기를 면허 없이 생산하는 데서 시작하는 전략이다. 이스라엘은 1971년부터 미라쥬-5를 면허 없이 생산했다. 1976년부터 이스라엘은 미라쥬-5를 기반으로 한 크피르(Kfir) 전투기를 생산했다. 그리고 1980년부터 이스라엘은 IAI 부회장이 “F-15보다 성능이 좋았다”고 자평한 라비 전투기를 생산할 수 있었다. 드보어 교수는 “이것은 20개 후발주자들이 보인 패턴이다. 자국에 맞는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후발주자들의 애로사항

  새로운 시장 진입자들의 제품은 대체로 효율이 낮다. 그래서 수출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내수시장에서 매력도 떨어진다. 드보어 교수는 “애초 항공기를 만들었던 유럽국가들과 후발주자 국가들의 대표적인 전투기 7대 판매량을 비교하면 유럽이  4대를 팔 때 후발주자들은 1대를 판다”며 “규모의 경제에서 기존의 강자들에 상대가 되질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또 후발주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건 천문학적인 연구개발 비용이다. 4세대 전투기 연구개발의 경우 그리펜은 300억 달러가, 라팔은 130억 달러, 유로파이터는 230억 달러가 쓰였다. 4.5세대 전투기인 F-35와 5세대 전투기는 360억에서 490억 달러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보어 교수는 “한국의 국방비는 350억 달러를 웃돈다. 전투기 연구개발에만 한 해 국방예산을 쏟아부어야하는 셈이라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라고 지적했다. 또 디자인과 생산의 지속성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2차 대전 후 인도는 독일 기술자들을 데려와 인도 엔지니어들을 교육시켰다. 여차저차 국산 전투기를 제작해도 ‘국산’의 의미가 아리송해질 수 도 있다. 후발주자들은 항공기 핵심기술이랄 수 있는 엔진과 항공전자부품의 상당 부분을 외국에 의존한다. 드보어 교수에 따르면 “중국을 예로 들면 중국은 전투기를 만들어도 모두 러시아 엔진을 쓴다. 그래서 수출이 더욱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화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사브는 더욱 긴밀해진 세계화를 활용해 성공을 거뒀다 “사브는 비용의 50%를 외국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전체 연구개발 비용이 모든 걸 했을 때에 비해 25% 밖에 들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그리펜NG는 부품의 70%를 외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사브는 남아프리카에 있는 자회사 엔지니어들에게 하청을 줬다. 전투기 연구 개발이 국제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결국 드보어 교수에 따르면 후발주자들은 사브가 그랬던 것처럼 유연한 생산방식을 적용할 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후발주자 20개국 중 유일하게 성공을 거둔 전략모델이 사브 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드보어 교수는 “꼭 전투기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항공 관련 제품 개발생산에 뛰어드는 게 나을 수도 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규정 디펜스 21+ 기자 okeygun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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