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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5일 화요일

빛나는 승리

  • [글] 빛나는 승리[조덕원]



  • 협상이란 이런것. 상대를 제거하거나 굴복시키는게 아니라면 이렇게 서로의 말과 뜻이 섞일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남은 건, 어느측이 보다 전략적인 요구를 관철하고 보다 전술적으로 성과를 더 챙겼는가가 될거다. 그건 공동보도문을 보면 나와있다. 제대로 분석해보자. 우선 1·5·6항과 2·3·4항으로 크게 구분된다. 하나하나 보면. 

    1항은 주로 북이 요구한거다. 당국회담이란 최고위당국회담, 곧 수뇌회담으로 나아가는 사전단계다. 김관진은 기자회견장에서 수뇌회담과 관련해 <지금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그 논의여부를 숨기지않았다. 북미·북일관계정상화가 임박한 조건에서 북남(남북)수뇌회담도 일정에 올랐다 보면 된다. 결론적으로 북은 북미·북일관계정상화후 북남(남북)관계정상화라는 일정에서 북남(남북)관계정상화일정을 당기면서 그 자체의 성과만이 아니라 북미·북일관계정상화도 더욱 촉진시키는 적지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10.10당창건70돌을 혁명적대경사로 맞이하기 위한 전략적행보의 절정국면이 구체화되면서 혁명적대경사의 윤곽도 드러났다 하겠다. 한마디로 9월은 북을 중심으로 한 미·일·남과의 관계에서 대전환이 이뤄지는 달이다. 5항은 남이 요구한거다. 하지만 이산가족상봉에 북이 왜 반대하겠는가. 5.24조치해제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해 남이 뭔가 더 관철한거 같아 보이는건 단견이다. 당국회담과 수뇌회담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5.24조치해제를 훨씬 능가하는 큰 그림이 그려지는거다. 북은 5.24조치해제를 가볍게 보고 있다. 6항은 하층민족통일전선이다. 1항이 상층민족통일전선인거와 관련있다. 북은 이렇듯 정확히 이론대로 간다. 민족통일전선이론대로 하층에 기초해 상층을 결합하는걸 전략적으로 견지한다. 결국 5항을 들어주는거 같지만 1·6항을 관철했고 5항으로 민족화해의 분위기가 뜰테니 1·6항도 촉진될거다. 이젠 남당국이 억지부리며 1·6항을 틀지못한다. 

    2항은 표현이 예술이다. 일단 지뢰폭발과 관련해 주체가 없다. 말그대로 남측지역에서 발생한거만 나와있다. 그래서 유감표명의 의미도 분명하다. 남측에서 군인들이 부상을 당했으니 <안됐다>정도인거다. 유감이란 폭넓은 개념에는 때로 사과의 의미가 담기기도 하는데 지금은 지뢰폭발이 누군가에 의해 이뤄진건지 자연적으로 발생한건지조차 불분명한만큼 당연히 사과의 의미는 배제된다. 그럼 이정도의 의미만 남는다. 그래서 3항과 본질적으로 연관되는건 2항이 아니라 4항이 된다. 남측보도에서 의도적으로 뺐는지는 모르지만 남측과 북측이 각각 발표한 공동보도문에선 <동시에>가 남엔 없고 북엔 있다. 중요한 단어다. 한마디로 4항의 확성기방송과 5항의 준전시상태가 동시에 해제된다는건 직접적이고 본질적으로 연동된다는거다. 즉, 이후 확성기방송이 재개되면 자동으로 준전시상태도 재개된다는거다. 북은 이번에 이런 체계와 기준을 만들어냈다. 사실 인터넷시대에 북의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우리민족끼리는 남에서 맘껏 보고 남의 확성기방송은 11년간 중단됐다 최근 재개됐다가 다시 중단된셈이다. 이 대차대조표에서 누가 성과를 거뒀는가는 분명하다. 더구나 남이 <지뢰폭발사건>과 함께 제기한 <북포탄발사건>은 아예 거론조차 안됐다. 

    근 30년간 북을 연구하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남북(북남)간의 협상·대결을 분석했는데, 남이 북을 이기거나 압도하거나 더얻어내는걸 단한번도 본적이 없다. 이번도 역시 마찬가지다. 보수언론들이 뭐라 떠들든 사실과 함의는 이러하다. 북은 중요한 승리를 인상적으로 이뤄냈다. 명분과 실리 모든 면에서. 매우 효율적이다. 합의날자도 8.25선군절에 맞췄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빛나는, 북다운 모습이다.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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