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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8일 금요일

드론, 영공에 대한 도발적 해석


개인의 초월적 시각을 소유하려는 욕망이 기존 질서를 전복하기 시작했다
김홍열 | 2015-08-28 16:00:32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날고 싶다는 욕망은 모든 인간의 영원한 꿈이다. 지상에 발붙이고 살 수 밖에 없고 결국 흙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들에게 저 멀리 보이는 하늘은 다른 차원의 세상이다. 그곳에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영원한 세계가 있고 오래 전 가장 순수한 형태의 에덴 동산이 있을지 모른다. 우리의 몸은 땅속에서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할지라도 우리의 영혼은 지상을 벗어나 저 먼 공간으로 날아가길 바란다. 종교는 이런 욕망의 제도화된 표현이다. 땅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언제까지라도 종교를 통해 저 먼 공간에 대한 환상을 유지하고 내면화시킨다. 이런 욕망이 이제 관념에서 벗어나 점차 물질적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비행기와 우주선은 그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제 개인이 영토를 벗어나 영공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드론 (Drone) 는 일반적으로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고 지정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작한 소형 비행체를 말한다. 국내 항공법에 의하면 초경량 비행장치다. 항공법 2조 28항에 의하면  “초경량비행장치 란 항공기와 경량항공기 외에 비행할 수 있는 장치로서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동력비행장치(動力飛行裝置), 인력활공기(人力滑空機), 기구류(氣球類) 및 무인비행장치 등을 말한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연료의 무게를 제외한 자체무게가 12키로 이하여야 하고 전체 길이가 7미터 이하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 여기까지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상에서 무선으로 조종되는 오락용 소형 비행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락용 비행기는 날지 못하는 “내가” 무언가를 대신 날려보낼 수 있다는 단순한 욕망의 표현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 드론은 이런 단순한 차원을 벗어난다.
드론은 날아다니는 컴퓨터다. 일반 컴퓨터처럼 운영체계 (Operating System, OS) 가 탑재되어 있다. 세계의 주요 드론 전문 업체들은 드론용 OS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고 계속 표준화된 OS 를 출시하고 있다. 아직은 PC 나 스마트폰 용 OS 보다 낮은 차원의 수준이지만 결국 시장의 요구에 의해 고도화될 시기가 멀지 않았다. 하드웨어 역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공중에 오래 떠 있어야 하는 만큼 하드웨어를 구성하는 재질이나 동력에 대한 연구 개발이 계속 되고 있다. 시장이 계속 커지면서 여러 나라에서 이미 전략적 산업군으로 선정해 투자하고 있고 사물인터넷과 연계되어 확장 가능성이 더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기술적으로는 이미 일정 수준의 레벨에 도달했다. 시장도 환영하고 있다. 대중화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시장이 충분히 커지고 있고 드론을 즐기는 개인이 계속 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여기까지다. 현행법이 가로막기 때문이다. 
서구법의 원형을 구성하고 있는 헤브라이즘 관점에서 보면 법은 인간과 땅을 연결시켜 구속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어느 순간이건 인간은 땅을 떠나서는 안 된다. 발을 땅에 디딘 상태에서 보이는 것들이 인간의 모든 가능성이다. 조감(鳥瞰, Bird view, Sky view) 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전지전능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조감이 가능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다. 인간에게 허락된 것은 최대 2 미터 높이에서 볼 수 있는 세상이다. 더 이상의 영공은 신들의 세상이다. 금지된 영역, 처음에는 신에 의해 출입금지 당했고 이후에는 국가적 강제에 의해 통제된 지역에 드론이 날기 시작하면서 현행법은 긴장 하기 시작했다. 
국가는 이 초유의 사태에 계엄령적 질서를 강요하고 있다. 영공은 당연히 국가의 것이었고 국가가 인정한 소수의 자격자만 허가를 받아 날 수 있었다. 법은 이런 질서를 당연시 해왔다. 드론이 날기 시작하면서 이제 영공을 분할하자는 욕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영공이 더 이상 신과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저항이 분출하고 있다. 개인 누구라도 영공에서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 땅에서 자동차 운행이 자유로운 것 처럼 영공에서 제한없이 날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 (www,amazon.com) 은 영공을 다음과 같이 네 구간으로 나누어 구분하자고 제안한다.
* 60 M  아래 : 드론용 저속 비행 구간
* 60 ~ 120 M :  드론용 고속 중계 구간
* 121 ~ 152 M : 비행 금지 구역
* 152 M 이상 : 일반 비행기 구역
아마존의 제안은 영공을 분할하여 소유/통치하자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단순한 제안처럼 보이는 이 요구 뒤에는 영공에 대한 기존 질서를 전복시킬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
드론이 만든 공간은 인터넷 네트워크가 만든 가상공간과는 다른 차원이다. 가상공간은 디지털 신호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 저 편에 누군가가 있다는 가상적 신뢰를 전제로 구축된 공간이지만 드론이 만든 공간은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실제 공간이다.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는 신체에 부속된 시각의 외연을 확장시킨다. 카메라를 통해 비로소 보게 된 대상물을 적절하게 통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물리적 자아가 접근할 수 없다는 점에서 두 공간은 동일하지만 공간에 대한 물리적 속성은 확연하게 구분된다. 가상공간은 비실제적, 역사적 공간이지만 드론이 만든 공간은 실제적이고 초월적 공간이다. 논리 모순으로 보이는 이 형용을 가능케 하는 것이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이고 인간의 욕망이다. 실존적 개인이 초월적 시각을 소유하려는 욕망, 우주와 네트워킹하고 싶은 욕망이 기존 질서를 전복하기 시작했다.
김홍열 (성공회대 겸임교수. 정보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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