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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30일 목요일

가디언이 ‘MB=감옥’의 이유를 잘 설명했다.

[뉴스분석] 영국 가디언, 혈세 22조 퍼부은 ‘4대강 사업’, 10대 ‘쓰레기’로 선정
임두만 | 2017-12-01 11:33:50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금 서울 강남의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 학동역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민들이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 시대에 벌어졌던 ‘적폐’의 몸통이 이명박 본인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가 끝나야 적폐청산의 일단이 마무리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 특공대는 연일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 신문고뉴스
이들이 이 전 대통령의 온갖 적폐들 중 가장 문제로 삼는 것은 이 전 대통령 시절 벌어진 ‘4자방 비리(4=4대강사업 비리. 자=자원외교 비리, 방=방위산업 비리)’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이 이 ‘4자방 비리’를 통해 불법적 축재를 한 내용을 수사, 발본색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 외에도 김경준이 주장하는 이 전 대통령과 다스가 얽힌 비리, 국정원과 군을 이용한 SNS 및 포털 댓글 등 인터넷 장악, 이 불법이 들통나지 않도록 검찰 등 권력기관을 이용, 은폐한 것 등도 핵심 비리로 꼽는다. 즉 권력장악을 위한 권력기관 불법이용과 국민 편 가르기를 질타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의 이런 줄기찬 요구가 무색하도록 이 전 대통령 본인은 물론 이재오 전 의원 등 정치권 친이계 인사들까지 4대강 사업을 극렬 칭찬, 이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추켜세운다.
   
하지만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눈길을 끄는 자본의 쓰레기들’로 표현한 세계 10대 건축물·시설에 이명박 정부가 시행했던 한국의 4대강 사업을 포함했다. 한국의 대통령이 공식적으로만 국가세금 22조 원을 쏟아부어 완공한 사업을 ‘쓰레기’로 칭한 것이다.
   
연합뉴스는 30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의 기사를 소개하면서 “가디언은 돈만 먹는 애물단지를 뜻하는 ‘흰 코끼리’ 건축물·시설 10개를 선정하고 세 번째 사례로 4대강 사업을 꼽았다.”며 “한강 등 4대강 수질 개선과 홍수·가뭄 예방 목적의 4대강 사업의 비용이 약 22조 원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 민낯 드러난 세종보 바닥, 온통 녹조밭 –처참한 몰골 드러난 세종보-  이미지 출처 : 환경연합 홈페이지    
연합의 이 보도에 따르면 가디언은 이 기사에서 “한국인들이 이명박 정부가 약속했던 모두를 얻은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설계 결함으로 16개 댐 중 11개가 내구성이 부족하고, 수질은 악화할 것으로 우려되고…과도한 운영비가 들어갈 것”이라는 2013년 감사원 감사결과를 전했다.
   
즉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 후 법까지 어겨가며 시행한 4대강 사업을 ‘눈길을 끄는 세계의 10대 쓰레기’로 표현, 외국이 MB의 4대강 사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게 한 것이다.
   
2009년 4대강 사업 착공은 국가재정법, 하천법, 환경정책기본법, 수자원공사법 위반
2009년 당시 이 전 대통령 정부는 이 전 대통령의 공약인 4대강 사업 추진을 위해 정상적 예산편성을 통해, 국회의 승인을 얻은 뒤 사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국회 승인도 없이 사업을 시작하고 나중에 추인을 받는 편법을 썼다. 그뿐만이 아니다. 2009년 9월 10일 첫 삽을 뜬 ‘4대강 가물막이 공사 착공’은 하천법 위반이란 지적도 나왔다.
   
당시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2009년 9월 9일 국회 대정부 질문을 통해 “환경영향평가의 협의결과를 하천공사 실시설계에 반영 하지도 않고 착공을 강행하는 것은 불법 사전공사로써 ‘하천법’과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이라며 “환경영향평가법 제19조에 의하면 환경부장관은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에 대한 사업계획 반영 여부를 통보 받아야 하고, 동법 제28조에 의하면 이러한 절차까지 마치지 않고 공사를 시행하면 ‘사전공사 시행금지’ 조항을 위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또 “10일 착공을 위해서는 ‘하천공사 시행계획’ 고시를 해야 하는데, 현재 고시는 10월 16일자 ‘사전공사분’에 대해서만 고시가 난 상태이고 전체 공사분은 고시가 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 불법 공사임도 지적했다.
   
또 당시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예산안 심의가 착수도 안 됐는데 예산안 통과를 가정해 4대강 삽질을 시작한다는 것이냐.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면서 낙찰 담합 의혹, 예비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등에 대한 의혹도 있음을 말하며 국민적 반발을 예고했다.
   
특히 법조인인 박주선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은 “독선 행정의 전형으로 이명박 정부가 10일 사업을 강행한다면 민주당은 국가재정법, 하천법, 환경정책기본법, 수자원공사법 위반 혐의로 공사금지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명박 정부는 이런 야당들의 반대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국민 혈세 22조 원을 쏟아부어 이 사업을 완공했다.

그러면 완공 후 국민들은?

이 사업이 완성된 4대강을 ‘녹조라떼 공장’으로 비아냥댄다. 그래도 이명박 본인이나 이재오 등 핵심들은 ‘잘 된 공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언론에서 ‘4대강은 22조 원을 들인 쓰레기’로 보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 책임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물어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금 가디언의 이 보도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가디언도 문재인 정부의 사주를 받은 좌파신문이라고 할까? 그렇다면 지금 강남구 학동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녹조라떼 포퍼먼스’ 사진 한 컷을 선물한다.
▲ MB표 녹조라떼를 좋아한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 비유 포퍼먼스 © 신문고뉴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8&table=c_flower911&uid=656 

2017년 11월 29일 수요일

YTN, 차기 보도국장 노종면 기자 내정


2008년 MB 정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하다 해고 뒤 복직… 사측 “YTN 보도가 새로 태어나는 계기될 것”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7년 11월 30일 목요일

2008년 MB 정부의 YTN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 해고된 뒤 지난 8월 복직한 노종면 YTN 기자가 차기 YTN 보도국장에 내정됐다.
김호성 YTN 사장 직무대행(상무)은 30일 “회사는 노사 간에 합의된 단체협약에 따라 차기 보도국장에 앵커실 부장 노종면을 내정한다”며 “노종면 보도국장 내정자는 앞으로 국 운영방침 공표와 선거인 대상 임명동의 투표 절차를 거쳐 최종 임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직무대행은 “회사는 첫 시행되는 보도국장 임면동의제가 임명뿐 아니라 임기 중 특별한 사유 없이 보직 해임하는 것까지 구성원들의 뜻을 묻도록 한 만큼 임기 보장을 통해 보도국장의 공정방송 수행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차기 보도국장 내정이 보도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대대적인 혁신으로 이어져 YTN 보도가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 MB정부의 낙하산 사장에 맞서 공정방송 투쟁을 하다가 해고됐던 노종면·조승호·현덕수 YTN 기자는 지난 8월 동료 선·후배 기자 80여 명의 환대 속에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 첫 출근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MB정부의 낙하산 사장에 맞서 공정방송 투쟁을 하다가 해고됐던 노종면·조승호·현덕수 YTN 기자는 지난 8월 동료 선·후배 기자 80여 명의 환대 속에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 첫 출근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노 기자를 보도국장으로 내정한 것은 2008년 MB 정부 출범 이후 9년 동안 이어졌던 ‘불공정보도’ 논란과 사내 언론장악 적폐를 청산하는 일환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30일 “회사가 늦게나마 위기를 공감하고 노조의 ‘보도국 정상화’ 요구에 응한 것을 평가한다”며 “YTN 보도국은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이번 보도국장 임명동의제 시행이 공정언론 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기자가 차기 보도국장 내정자로 지명됨에 따라 최남수 사장 내정자(전 머니투데이방송 대표이사)를 둘러싸고 대립했던 YTN 노사가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조는 최 내정자를 YTN 정상화에 부합하지 않는 ‘부적격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직무대행은 30일 “노사가 뜻을 모아 차기 보도국장을 내정하게 된 점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면서 다음달(12월) 22일 주주총회를 통해 출범하게 될 새로운 사장체제가 조속히 안착해 YTN의 대도약을 향해 내달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박 지부장은 “최 내정자는 언론 등을 통해 적폐 청산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여전히 YTN 구성원들은 믿지 못하고 있다”며 “사장 임명과 보도국장 내정 문제는 별개”라고 밝혔다. 

2017년 11월 28일 화요일

시리아 ‘화학무기’ 사건으로 드러난 미국의 정체

[기자수첩]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사건의 전모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 배후를 조사하기 위해 미국이 제안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지난 17일 러시아의 반대로 부결됐다.
결의안에는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사건 합동조사기구의 활동 기한을 1년간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러시아는 왜 거부권을 행사했을까?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사건의 실체를 알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미국은 지난 2015년 8월 시리아에서 발생한 이른바 ‘화학무기 공격’ 사건의 책임을 시리아와 러시아에 넘기려고 배후 조종자를 밝혀낸다는 명분으로 화학무기금지기구와 함께 합동조사기구를 꾸렸다.
그런데 이 기구는 미국의 눈치를 보며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은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10월엔 명백한 증거도 없이 시리아 정부군이 적어도 세 차례의 화학무기 공격을 가했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미국과 서방 세력은 때를 만난듯 법석을 떨며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 책임은 러시아에도 있다고 강박했다.
지난 4월엔 미군이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보복조치를 운운하며 시리아의 공군기지를 향해 약 60기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퍼붓는 침략행위를 감행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그것이 마치 ‘인권옹호’를 위한 정당한 행위라도 되는듯 여론작업을 펼쳤다.
심지어 미국은 “러시아가 무고한 여성과 어린이에게 화학무기 사용을 용인했다. 화학무기 사용자들의 편을 들고 있다. 러시아가 시리아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 시리아 북부지역 이들리브 주(州)에 화학무기 공격을 받아 최소 100명이 사망했다. [사진출처 EMC 방송 갈무리]
그러나,
지난 2013년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가입한 시리아 정부는 이 단체의 감시 아래 화학무기 폐기 수순을 밟아왔다. 또 미국의 요구로 구성한 합동조사기구는 조사 초기엔 시리아가 화학무기폐기협정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화학무기를 사용한 적도, 사용할 계획도, 재생산한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던 합동조사기구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 공격을 가했다고 발표한 것. 이처럼 조사된 증거와는 상반된 결과를 합동조사기구가 발표하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이들리브 주(州) 화학무기 사건의 배후엔 미국 정보기관들이 있으며, 그 사건은 미국이 시리아를 공격하기 위한 자작극이었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지난 4월 미국의 토마호크 폭격도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의 ‘밀월설’을 불식시키기 위해 친러 성향인 시리아 정부를 공격함으로써 시리아 내전을 재점화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만일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의 주장대로 결의안이 채택됐다면 무기장사꾼으로 알려진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시리아의 운명이 맡겨질 뻔했다.
지금까지 러시아와 볼리비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이 조작한 결의안을 완강히 반대해 온 이유다.
이렇게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음에도 미국은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공격을 또 준비하고 있다’는 여론을 조작하는 한편 결의안 내용을 ‘화학무기 공격’ 사건과 관련한 제재 대신 합동조사기구의 활동기한 연장으로 표현만 바꾸는 꼼수를 부리면서까지 문제를 끌어가려 필사적으로 공작했다.
지난 16일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이 성안한 결의안이 10번째 반대에 부딪쳤지만 미국은 포기하지 않고 그 다음날 일본 명의로 결의안을 또 다시 제기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러시아는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미국이 존재하지 않는 증거로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화학무기 공격’ 사건을 또 다시 들고 나오는 목적은 시리아 정부에 최대로 불리한 상황을 조성하는데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에서 “사실을 날조하는 미국과 서방의 철면피성이 도를 넘고 있다”고 격분하면서 “국제문제에서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을 삼가해야 하는가를 미국에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을 앞세운 미국의 집요한 모략책동은 세계평화의 파괴자가 누구인지, 진짜 테러국가가 누구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사건은 주권국가에 대한 침략과 군사적 간섭을 합법화하려는 미국의 독단과 전횡을 국제사회가 절대로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수문 열린 금강의 3가지 수상한(?) 변화

[김종술 금강에 산다] 4대강 사업 9년, 금강에 불어 닥친 변화
17.11.29 09:12 | 글:김종술쪽지보내기|편집:김도균쪽지보내기
▲ 정부의 수문개방으로 백제보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상류에 모래톱이 드러나고 있다. ⓒ 김종술

금강의 수문이 열렸다. 시원한 물소리를 내며, 강물이 흘렀다. 바닥을 들어낸 펄에서 생명체가 꿈틀거렸다. 

'금강 살리기 사업'이란 이름으로 위장한 '사(死)대강' 사업 진상규명의 물꼬가 틔었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사업 정책감사에 나섰다. 여기저기서 수상한 낌새가 포착됐다. 

[수상한 변화 ①] 유령공원에 나무 심기 운동? 

▲ 공주시가 석장리박물관 상류에 7억 원의 혈세를 들여 공원을 조성 중이다. ⓒ 김종술

4대강에 공원과 체육시설이 세워졌다. 강바닥을 판다고 하더니, 강변을 다졌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수변 생태 공간을 만든다며, 3조 1132억 원을 들여 모래성을 쌓았다. 이렇게 세운 수변공원이 전국에 357개다. 이중 금강에는 90개가 있다. 7만 명이 거주하는 부여군에 여의도 공원의 50배가 넘는 아방궁이 생겼다. 

국민 혈세로 세운 아방궁은 유령공원이 됐다. 사람이 찾지 않아 거미줄만 늘어났다. 번쩍번쩍하던 시설들은 썩고 부식돼 가루가 됐다. 돈 들여 심은 나무보다 잡초가 무성히 자라 정글에 와 있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다.

공원을 때깔 좋게 만든다며, 나무를 심었다. 강으로 따라 정체 모를 나무가 꽂혔다. 오죽하면 4대강 사업이 한창일 때, 인기 있는 나무의 가격이 30~40% 이상 치솟았다. 느티나무, 벚나무, 왕벚나무, 이팝나무는 사고 싶어도 없어서 못 샀다. 나무들의 몸값이 오르면서 품귀 현상을 불렀다.

정부가 뛰니 지자체들도 널뛰었다. 느닷없이 나무 심기 쟁탈전이 벌어졌다. 산에서 들에서 자라던 나무가 강으로 왔다. 강가에서 살던 나무는 파헤쳐지고 버려졌다. 4대강 사업 9년, 강에 가면 말라죽은 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죽어가는 나무는 흔하다.

유령공원에 나무 심기 운동은 끝나지 않았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지난해 '금강권역 둔치유지관리비용'이란 명목으로 사용한 세금은 105억 6000만 원이다. 나무만 심은 비용은 공개하고 있지 않다. 올해는 96억 6700만 원이 잡혔다. 엉뚱한 나무를 심는데,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거다.   

이게 다가 아니다. 최근엔 4대강 사업 흔적 지우기가 거세지고 있다. 국토부가 이용률이 떨어지는 수변공원을 정리하겠다고 나서자 세종시, 공주시, 부여군 등 자치단체가 기존의 유령공원을 밀어버리고 새로운 공원을 만들고 있다.  

지난 27일 공주시 석장리 박물관 상류 강변을 찾았다. 신규 공원이 조성 중인 곳이다. 장비와 공구를 다루는 사람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공주시는 내년까지 7억 원을 투입 금강가도 경관 조성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공원을 만들고 있다. 반면, 4대강 사업으로 만든 공주보 인근 공원은 밀어버렸다. 용도를 바꿔 다르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공주시는 '금강 르네상스', '금강 옛 뱃길 복원사업', '금강 수면 종합관광레저' 등 사업을 준비 중이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든 쌍신 생태공원은 밀어버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축구장 건설을 하겠다는 것이다. 2개의 축구장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만 도·시비 포함 20억 원이다. 부여군도 마찬가지다. 백제보 하류에 축구장을 신규로 만들었다. 2km가량 떨어진 상류에 4대강 사업으로 만든 축구장은 사용자가 없어 잡초만 무성하다. 

공주시 담당자는 "'쌍신 축구장 조성사업' 건설을 위한 입찰 공고가 올라가 있다. 2개의 축구장이 건설되는데, 20억 정도가 들어간다. 구조물은 없이 토공 작업으로 4개월 정도면 끝난다. 사용 목적은 외부 영입해서 시합도 하면서 시민들도 이용하는 다목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고 설명했다. 

세종시는 나무 옮겨심기에 바쁘다. 4대강 사업으로 세종보 앞 자전거도로에 심었던 벚나무와 왕벚나무가 말라 죽어서다. 27일 강변을 걸으며, 나무들의 상태를 살펴봤다. 120그루 중 80그루가 죽었다. 세종시는 나머지 40그루를 사업비 1억 4000만 원을 들여 다른 장소로 옮겨 심었다. 세종시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벚나무가 토양이 맞지 않아서 말라 죽었다. 홍수에 취약해서 강변에 심지 않은 나무인데, 국토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심었다. 이번에 세종시에서 환경개선 사업으로 나무를 심으려고 하니 국토부가 기존에 나무가 있던 장소에만 심으라고 했다.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말라죽은 나무를 뽑고 이팝나무 80그루를 심었다."

4대강 사업 9년, 금강에선 이렇게 세금이 사용되고 있다.

[수상한 변화 ②] 변화 없는 탁상행정, 적폐청산 가능할까?

▲ 세종보 수자원공사 선착장 인근에 죽은 사체로 발견된 너구리가 썩어가고 있다. ⓒ 김종술

정권이 바뀌고 수문이 열렸으나 공직사회는 그대로다. 현장이 아니라 책상이 일터다. 환경부가 내놓은 수문 개방 뒤 현장조사결과가 마음에 와닿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오늘도 책상 앞에서 전화기를 붙잡고 '보고'만 받고 있다.

환경부는 4대강의 수문개방에 따른 결과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상황실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현장조사는 비정규직의 몫이다. 혼자서 드넓은 구역을 관리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현장조사가 어렵다. 잘못된 정보가 보고돼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지난 27일 세종보에서 죽은 물고기를 발견했다. 인근 강변에는 너구리로 추정되는 사체도 보였다. 강바닥으로 눈을 돌리자 펄 위에 죽은 어패류들이 즐비하다. 그 곁에 붉은 깔따구가 지천이다.   

▲ 백제보 수문개방으로 물 빠진 상류 청양군 임장교 앞 펄밭에서 조개들이 죽어가고 있다. ⓒ 김종술

백제보 상류 임장교도 똑같았다. 시커먼 강바닥에 수백 개의 말조개와 펄조개가 흩어져 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서 말라죽은 거다. 썩은 사체에서 지독한 냄새가 풍긴다. 하지만 환경부 상황실에 적힌 내용은 현장과 다르다. 이날 기자가 목격한 죽은 물고기와 너구리, 조개류는 '현장조사'에서 제외돼 있었다. 환경부 상황실과의 통화내용이다.

"세종보 어도에서 죽은 물고기를 봤다. 강변에 죽은 너구리가 널브러져 있고, 시커먼 펄에는 어패류 수백 마리가 말라 죽어 있다. 알고 있나?" (기자)

"몰랐다. 현장을 파악해보겠다."(환경부 4대강 수문개방 상황실)

국민 세금 22조 원을 들인 4대강 사업은 적폐청산 1호다. 제대로 평가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하면 안 된다. 하지만 기초적인 현장조사는 주먹구구식이다. 수문개방에 따른 현장조사의 시민단체가 빠진 관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수상한 변화 ③] 흐르는 강물에서 본 희망

▲ 백제보 수문개방 이후 수심이 낮아지면서 백로와 왜가리가 찾아들고 있다. ⓒ 김종술

강이 흐르자 금강에 변화가 나타났다. 하늘을 나는 새가 달라졌고, 강물에 사는 물고기가 바뀌었다. 수문을 열었을 뿐인데, 금강에는 희망이 싹트고 있다. 

백로 왜가리가 돌아왔다. 4대강 사업 후 강은 민물가마우지 차지였다. 보 주변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는 민물가마우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 1일 공주보 하류에서 목격한 민물가무우지는 70~80마리가량이다. 하지만 수문을 개방하고 2주가 지난 27일, 같은 장소엔 5마리가 전부였다. 

모래톱이 사라지면서 자취를 감춘 '백할미새'도 돌아왔다. 지난 27일 공주보와 유구천이 만나는 합수부에서 수십 마리를 목격했다. 콘크리트 장벽이 강물의 흐름을 막은 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새다. 

흐르는 강에 사는 물고기도 돌아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고인 물이 앗아간 모래 지표종인 흰수마자와 꾸구리, 미호종개를 목격하는 날이 머지않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붕어와 잉어, 가물치 등 정수성 어종이 물속을 장악하고 있다. 정수성 어종은 흐르지 않는 물에 서식하는 어류를 말한다.

정확한 데이터도 있다. 지난 2013년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4대강 보 설치 전후의 수생생태계 영향 평가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0년 2880마리가 관찰됐던 정수성 어종이 2012년 7435마리로 2.58배 증가했다. 

수문 개방 2주, 금강에선 수상한 낌새가 이어지고 있다.

▲ 물 밖으로 드러난 모래톱에 나타난 ‘백할미새’다. ⓒ 김종술

덧붙이는 글 | 환경운동연합에도 같이 보냅니다.

정세현 "北, 몸값 높여 미국과 담판짓겠다는 의도"

[정세현의 정세토크] 75일 만에 미사일 발사 버튼 누른 까닭은
2017.11.29 10:13:11




29일, 북한이 75일 만에 미사일 시험 발사를 재개했다. 이번에는 지난 9월 15일 발사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이 아닌,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급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지난 17일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특사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시 주석의 특사를 홀대한 것은 올해 내로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며 "핵이나 미사일의 기술적 측면에서 진전이 있기 때문에 어설프게 지금 대화 테이블에 나가는 것보다는 일을 저질러 놓고, 즉 '몸값'을 높여 놓고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대기권 재진입이 가능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실제로 태평양을 향해 발사하면 당장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겠지만, '너희들이 굴복해야만 협상할 수 있다'는 미국의 태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자기들의 군사력이 미국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저렇게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미국이 일본과 호주, 인도 등을 끌어들이면서 압박해 들어오지만 이번과 같이 ICBM 미사일을 발사하면, 즉 미국을 위협할 정도의 무력시위를 벌이면 미국의 태도가 바뀔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지금 대화 테이블에 들어가면 자신들이 굽히고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막판 힘겨루기에서 마저 일을 저질러 놓고 내년 초에 협상을 위한 대화에 나가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인 제재와 압박을 통해 소위 '막판 목조르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북한 입장에서 미국에 대해 막판 목조기를 하며 '이래도 협상에 안 나올 거냐'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의 강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정 전 장관은 "이미 사드는 MD와 어느 정도 연결돼있는 상태고,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은 매년 갱신하는 것으로 체결했는데, 북한이 저렇게 미사일을 쏘면 협정은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고 한미일 3국은 3각 군사동맹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대화의 입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내년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중단하자고 이야기해야 한다. 훈련 축소 이야기를 하는데, 이 축소에 대응할만한 북한의 행동을 찾기가 어렵다"며 "훈련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험을 유예하는 것을 맞바꾼다고 하면, 이건 '행동 대 말'의 구도가 돼버린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훈련 중단을 교환하면서 대화의 입구로 들어가려면 우리가 훈련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북한도 남한 정부가 뭘 좀 해보려고 한다고 생각하고 평창 올림픽도 참가하고 남한과 대화의 물꼬도 틀 수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고 당부했다.

인터뷰는 28~29일에 걸쳐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결국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험을 실시했습니다. 지난 9월 15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이후 75일 만인데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고, 직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년 만에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서 북한의 군사적 행동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후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서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하려는 구상은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정세현 : 김정은이 쑹타오 특사를 만나지 않은 것부터 이미 예견됐던 상황 같습니다. 쑹타오 특사가 시 주석의 친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는데 친서의 내용에는 아마도 북한이 이렇게 버티기만 해서는 안 되고, 자신들이 제안한 '쌍중단'(雙中斷·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과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 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여기에 조금만 호응하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중국이 미국을 설득해서 내년 군사훈련을 중단시키는 조치를 해보려고 한다는 내용도 있었을 겁니다. 

특히 내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예년처럼 열린다면 평창 동계 올림픽과 그 시기가 겹치고 유엔에서 평창올림픽과 관련한 이른바 '휴전 결의안'도 낸 상황이라 북한이 조금만 태도를 누그러뜨리면 쌍중단으로 시작해볼 수 있으니 협조하겠냐는 내용이 있었을 겁니다. 

아마 이 친서를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먼저 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북한은 김정은이 쑹타오를 만나서 'NO'라고 직접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만나지 않는 것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중국에 더 강한 메시지가 될 거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북한이 이렇게 시 주석의 특사를 홀대한 것은 중국의 제안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자체 판단도 있었겠지만, 올해 내로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핵이나 미사일의 기술적 측면에서 진전이 있기 때문에 어설프게 지금 대화 테이블에 나가는 것보다는 일을 저질러 놓고, 즉 '몸값'을 높여 놓고 나가겠다는 겁니다. 

북한은 대기권 재진입이 가능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실제로 태평양을 향해 발사하면 당장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겠지만 '너희들이 굴복해야만 협상할 수 있다'는 미국의 태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자기들의 군사력이 미국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저렇게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일본과 호주, 인도 등을 끌어들이면서 압박해 들어오지만 이번과 같이 ICBM 미사일을 발사하면, 즉 미국을 위협할 정도의 무력시위를 벌이면 미국의 태도가 바뀔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지금 대화 테이블에 들어가면 자신들이 굽히고 들어가게 되는 거니까, 막판 힘겨루기에서 마저 일을 저질러 놓고 내년 초에 협상을 위한 대화에 나가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당장 대화 테이블에 나가는 것보다 나중에 나가는 것이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계산했다고 봅니다.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도 내년 초에 얼마든지 중국과 잘 이야기해서 중단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도 고려했을 겁니다. 국제적 여론을 보더라도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올림픽 때문에 중단 내지 연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굳이 먼저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올해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리용호 외무상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이야기한 대로 태평양에서 폭파시험하고 그런 계획을 원래 일정대로 추진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으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은 소용없다, 협상으로 문제 풀어야 한다 등등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협상부터 시작하자고 해서 끌려들어 갔다가 미국에 한두 번 당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 쪽에서 "협상하자. 너희들이 원하는 것 들어줄게"라는 사인이 나오지 않으면 나가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 지난 17일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오른쪽)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나 회담을 가졌다. ⓒAP=연합뉴스

중국이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도 북한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19차 공산당 대회를 통해 창당 100년인 2021년까지 국민 1인당 소득 1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고 중화인민공화국 출범 100년인 2049년까지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에 오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중국이 경제 성장을 위해 미국과 무역을 지금처럼 흑자로 끌고 가려면, 미국의 대북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줘야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부분에서 중국에 실망했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중국이 '미국과 힘겨루기 하지 말고 협상에 나가라'라는 말을 자신들에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북한은 중국도 이제는 자기들 편이 아닌 시대가 오고 있다고 느꼈을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중국 말 들을 필요 없지 않냐, 그럴거면 핵 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한 북미 수교, 평화협정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일대일로 붙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계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북한 입장에서 평화협정으로 바로 가려면 6자회담은 필요 없습니다. 북한과 미국으로 시작해서 기껏해야 한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4자 협상 정도면 됩니다. 물론 실제 협정 체결의 과정으로 들어가면 경제적 보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미국은 일본을 끌어들이려고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평화협정 문제는 북미 양국의 사안이라는 것이 북한의 인식입니다. 

프레시안 : 결국 북한은 이날 미사일 시험 발사로 ICBM을 완성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이후에 미국이 아쉬워서 자기들이랑 협상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 걸로 봐야겠네요. 

정세현 : 그렇습니다. 이번 시험 발사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북한의 메시지를 확인시켜주는 것이죠.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인 제재와 압박을 통해 소위 '막판 목조르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북한 입장에서 미국에 대해 막판 목조기를 하며 '이래도 협상에 안 나올거냐'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미국은 인도까지 포섭해서 북한과 거래도 끊게 하고 여기에 한국은 남방외교를 하면서 동남아까지 외교적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그 없는 살림에 선물도 주면서 열심히 관리했던 곳이 이 지역인데 미국이나 남한의 행태가 자기들의 고유 영역을 밀고 들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점점 자국을 조여온다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북한은 미국이 경제적‧외교적 압력으로 자신들을 굴복시키려 한다면, 오히려 핵과 미사일을 통해 미국에 군사적 압력을 넣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해서 자신들이 아니라 미국이 굽히고 협상에 나오게 하겠다는 계산을 하는 것이죠. 

올해 7월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이 독일에 와서 남측 개신교 목사들을 만났을 때 올해 안에 남한과 만나 대화할 생각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올해 말까지 자신들이 미국과 결판을 내겠다고 이야기했다는 것이죠. 이런 이야기가 헛말이 아니라는 것을 북한이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북한이 이런 식으로 나가면 경제적 압박이나 외교적 단교 사태는 더 심해지고 군사적 긴장이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높아지지 않을까요? 당장 다음달 초에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 훈련도 있는데 이게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관측도 있는데요.  

정세현 : 단둥에 있는 기업체들까지 문을 닫게 만들고, 중국과 북한을 연결하는 압록강의 중조우의교 통행을 단절하고 그러면 북한은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중조우의교를 통해 북한에 계속 물건이 들어간다는 것은 바로바로 공급해서 수요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라는 건데요. 이런 것이 단절되면 북한이 아무리 1950년대 중반부터 자급자족의 경제체제를 유지해서 웬만한 제재에도 내부적으로 견딜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웠다고는 하지만 밖에서 뭐가 들어와야 그 경제도 돌아가는 겁니다. 하다못해 장마당에서 물자가 유통되려면 중국에서 뭐라도 들어와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9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 관련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풀뿌리를 캐 먹으면서 버티더라는 겁니다. 이건 압박과 제재 효과가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북한에 대해 압박과 제재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한 번 겪었기 때문에 다시 그런 상황이 오는 것을 두려워해서라도 압박과 제재를 자초하는 정책을 쓰지 않을 것이고, 웬만큼 압박하면 굽히고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을 견딘 사람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밖에서 제재와 압박을 해도 굴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경제적으로 어렵게 해서 정책을 바꾸도록 만들겠다는 것은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발상입니다. 또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라면 봉쇄와 고립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 및 외교 제재가 통할 수도 있지만, 북한은 대외의존도가 낮아서 버틸 수 있습니다. 

당시 고난의 행군은 대외적인 요인도 없이 3년 동안 재해가 발생했고 여기에 김일성 사망이라는 정신적 공황까지 겹쳤습니다. 외부의 누군가를 원망할 수도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이 제재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재 때문에 어려워졌다고 하면 김정은 체제는 어떻게 될까요? 고난의 행군 때보다도 더 똘똘 뭉칠 수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한미 대규모 군사훈련 때 북한은 정작 조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게 훈련이 대대적으로 열리는 상황에서 북한이 무력 시위를 벌이기는 어렵습니다. 그건 진짜 '계란으로 바위 치기'이기 때문에 일단은 납작 엎드려 있을 겁니다. 그래놓고 끝나고 나면 고함도 지르고 성질도 내고 하겠죠.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우리가 중단 요구해야


프레시안 : 북한의 ICBM이 이번 시험 발사로 실전 단계에 들어갔다면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정세현 : 50 대 50이라고 봐야 하지만 51 대 49 정도로 북한과 물밑대화를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미국이 이전보다 대화에 진지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북한에 속내를 털어 보라고 유도하면서 접촉을 할 수 있죠.  

그런데 북한의 이런 셈법, 즉 자신들이 더 강하게 도발하면 미국이 결국은 대화에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은 역사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6년 9월 북한의 1차 핵실험이 벌어지니까 미국은 그해 11월부터 비밀접촉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소위 '겁'을 주면 미국의 태도가 달라진다고 확신하고 있을 겁니다.  

프레시안 : 내년 2월에 열릴 평창 동계 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12월에 중국을 방문하고, 시진핑 주석이 2월에 평창에 답방을 오는 그림을 만들어서 북핵 문제의 대화적 해결을 추동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구상 같은데요. 이러한 구상을 실현하기는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정세현 : 사실 북한은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금과 딱히 달라질 상황은 없습니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를 계기로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움직이게 만들어서 대화의 판을 짜보자는 구상까지는 좋은데 북한이 거기에 호응할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졌다고 봅니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해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린다는 것이 확실하면 몰라도, 대화를 시작하는 정도에서 그친다고 하면 북한이 굳이 평창 올림픽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쑹타오 특사 면담을 거절하고 미사일 시험까지 하면서 북핵이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인 겁니다. 이런 마당에 시진핑 주석을 평창으로 데리고 온다고 해서 대단한 효과가 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0월 국회에서 밝힌 이른바 '3NO' 입장과 관련해 다른 말이 나오면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비판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국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내년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중단하자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연합 훈련 축소 이야기를 하는데, 이 축소에 대응할만한 북한의 행동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만약에 훈련의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험을 유예하는 것을 맞바꾼다고 하면, 이건 '행동 대 말'의 구도가 돼버립니다. 이런걸 미국이 받아줄까요? 오히려 행동 대 행동으로 가야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 중단과 훈련 중단을 교환하면서 대화의 입구로 들어가려면 우리가 훈련 중단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도 남한 정부가 뭘 좀 해보려고 한다고 생각하고 평창 올림픽도 참가하고 남한과 대화의 물꼬도 틀 수 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프레시안 : 북핵 외교적 해결이 어려워지는 것뿐만 아니라 이대로 있다가는 남한이 한미일 군사 동맹으로 더 깊숙이 빨려 들어갈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 아닌가요? 

정세현 : 그렇습니다. 이미 사드는 MD와 어느 정도 연결돼있는 상태고,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은 매년 갱신하는 것으로 체결했는데, 북한이 저렇게 미사일을 쏘면 협정은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고 한미일 3국은 3각 군사동맹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레시안 : 그런가하면 최근에 북한군 1명이 판문점을 통해 남한으로 귀순하면서 화제가 됐는데요. 이 귀순 병사가 남북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정세현 :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겁니다. 병사 1명이 내려왔다고 좋아질 것도, 나빠질 것도 없는 정세입니다. 북핵 문제와 관련된 큰 틀의 변화가 있기 전에는 이런 문제는 큰 변수가 되지는 못합니다.  

다만 우리 측이 왜 북측에 제대로 항의 안하느냐고 따지는 분들이 많던데, 우리가 이걸 따질 수 있는 통로가 없습니다.  

남북 양측에는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원회가 있습니다. 남측은 유엔사령부가 정전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군사정전위원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항의를 하든 대화를 하든 이 채널을 통해 북측에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요. 문제는 북한이 1994년 5월 24일부로 공산측 군사정전위원회를 폐지했다는 데 있습니다.  

북한은 1993년 4월 중감위 체코 대표단을 내보냈고 94년에는 함께 군정위를 구성하고 있던 중국도 내보냈습니다. 그 대신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설치했죠. 이러다보니 유엔사 군정위가 항의를 하려도 해도 할 대상이 없는 겁니다.  

그럼 북한은 그 당시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요? 1992년 1월 22일 뉴욕에서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이 개최됩니다.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 김용순은 아놀드 캔터 미 국무부 정무 담당 차관을 만나 북미 수교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에 수교를 거절당했죠. 

이후 북한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합니다. 중감위와 군정위를 해체하는 것이 바로 이 시기인데요. 북한은 정전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평화보장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통해 공식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정전협정을 없애고 평화협정으로 가야 한다는 게 북한의 생각이었고, 이의 일환으로 위해 정전협정을 근거로 하고 있는 중감위와 군정위를 해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엔사 군정위와 이야기할 수 있는 대화 채널이 없어지다 보니 이후 판문점에서의 북한과 대화는 변칙적으로 이뤄집니다. 유엔사 측의 미국 장성과 북한의 조선인민군 장성이 만나는 장성급 대화를 몇 번 하게 됩니다. 이 회담이 사실상 군정위와 판문점 대표부 사이의 공식 회의체가 된 셈이죠.  

이렇게 대화 채널이 비상시적인 상황에서 북한도 자기들이 비난 받을 것이 뻔한데 대화에 응할까요? 그런거 항의도 못하고 뭐하냐고 우리가 아무리 공분해봐야 1994년 4월 북한은 이미 유엔사 군정위를 상대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판문점에서 마이크나 확성기를 통해 이야기해봐야 저쪽에서 안 들으면 그만인 상황입니다. 이런 사실은 확실하게 알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에 사과를 요구하든 재발 방지를 요구하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