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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31일 목요일

김영철-폼페오 뉴욕회담 대성공한 듯

김영철-폼페오 뉴욕회담 대성공한 듯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6/01 [11:3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북미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해 2018년 5월 뉴욕에서 만난 김영철 부위원장과 폼페오 국무장관 

1일 미국의소리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31일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고위급 회담 내용에 관해 설명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이번 뉴욕회담은 대성공이라고는 확신이 든다. 

그는 먼저, 김영철부위원장이 김정은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워싱턴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친서부터 전달한 것이 아니라 먼저 협상을 마무리 짓고 친서를 전달하러 출발한 것이다. 협상이 잘 안 돼면 뉴욕에서 발길을 돌릴 수도 있었다는 말인데 북으로서 만족할만한 합의를 보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친서를 전달하러 워싱턴을 향했을 것이다. 

▲ 뉴욕에서 회담을 하고 있는 김영철부위원장과 폼페오국무장관, 김영철부위원장의 여유있는 미소에서 당당한 기개가 느껴진다.

다음으로 폼페오국무장관이 언급한 대북적대시정책 철폐의지가 확고했다.
이번 협상은 북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근원적 청산이 관건이었다. 특히 북은 풍계리 핵시험장을 폭파 폐기하는 등 이미 비핵화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수령의 유훈이라고까지 강조한 바 있다. 북은 한다면 하는 것이지 빈말을 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해왔다. 영변핵시설 냉각탑 폭파가 그 단적인 예이고 이번 풍계리 핵시험장 폭파도 그런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북미합의, 6자회담합의를 번번히 파기한 미국에게 있다는 것이 북의 우려였다. 과연 미국이 대북적대시정책 근본적 철폐라는 북의 요구에 어떤 답을 줄 것인가가 관건이었는데 이에 대해 폼페오 장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폼페오국무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라면서 "우리는 국제사회에 통합되면서도 문화유산이 유지되면서도 강력하고 연결돼 있으며 안정적으로 번영하게 될 북을 상상한다."고 말했다.
(We envision a strong, connected a secure prosperous North Korea that maintains its cultural heritage but it is integrated into the communities of nations.)

풀어서 설명하면 문화유산이 유지된다는 말은 북의 체제가 유지된다는 말이다.
자본주의 진영 국가간 교류에서 가장 강조하는 개념이 문화상대주의이다. 자국의 기준으로 보지 않고 그 상대의 기준으로 보자는 것이다. 물론 반 인륜적인 제도나 문화는 예외이지만 그것이 아닌 문화의 차이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상대주의는 정치제도보다 훨씬 범위가 크다. 북의 제도는 물론 북의 모든 것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로 '문화유산이 유지될 것'이라고 표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은 미국에게 국제사회와 정상적인 교류를 방해하지 말라고 요구해왔다. 북의 체제를 보호 강화하면서도 국제사회와 교류하기 위해 20개 넘는 특구를 지정한 것이다. 그래서 거금을 들여 평양공항을 새로 개건한 것이며 원산에도 공군기지를 민항기지로 새로 개건하고 원산갈마지구 행안관광지구도 현재 많은 자금을 들여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라선지역은 이미 북중러 교류협력으로 활성화되고 있으며 신의주와 남포, 평양 남쪽에도 경제특구 등을 만들어 집중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곳에는 자본주의 기업도 들어와 영업활동을 하게 될 것이며 세계인들이 투자도 하고 관광도 즐기게 될 것이다. 
특히 북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대양과 대륙이 만나는 교두보이다. 지정학적으로 세계의 기업들이 교류하는 중심지로 삼을 최적지이다. 
미주 김수복 동포는 본지와의 대담에서 북은 노동집약적, 에너지소비형 산업보다는 친환경적인 첨단산업과 관광산업을 주로 육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해준 바 있다. 김수복 동포는 대북투자를 연결해주는 사업을 오랜 동안 해온 동포로 누구보다 북의 경제정책과 대외관계 정책을 잘 알고 있다.

북이 국제사회와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싶어하는 이유에는 이런 경제적인 것보다 전세계 자주화를 위한 정치적인 목적이 더 크다고 본다.
사회주의 이상사회를 건설해 놓고 전세계인들에게 와서 마음 껏 보고 가라는 것이며 북의 사회제도에서 참고할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배워가라는 것이다. 그만큼 자기 제도에 대한 자신감이 높다는 것이며 인류의 미래는 자신들의 사회주의 제도에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사회주의는 이루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이룰 수만 있다면 가장 좋은 제도임은 누구나가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 나라에서 다 실패했다는데 있다. 그런데 북이 그 사회주의를 성공을 시키고 그 성공 비결을 다른 나라에서 배워갈 수 있다면 그 의미는 엄청날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김일성 주석은 제3세계 혁명적 지도자들이 조언을 구할 때 사회주의 제도를 빨리 만들려는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고 한다. 그게 주관적 욕심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저절로 굴러갈 수 있는 제도이지만 사회주의는 그보다 훨씬 높은 단계의 사회제도로서 주민들이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양심과 도덕적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보이는데 어쨌든 북은 대를 이어가면서라도 잘 준비하여 사회주의를 만들어야만 행복한 인류를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진핑 주석과 두 번 연이은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꼭 성공시키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전달했으며 시진핑 주석도 중국특색 사회주의 건설의 의지를 표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북은 꼭 이북식 사회주의가 아닌 그 나라에 맞는 사회주의를 다들 만들어가길 바라고 있으며 그 길을 찾는데 자신들이 얻은 경험과 지혜를 아낌없이 선물할 뜻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을 보장하라는 것이 국제사회와 교류보장이었고 폼페오 국무장관이 '연결(connected)'란 말로 그 보장을 약속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공지능기술과 로봇기술의 발전은 자본주의 사회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이대로 가면 일자리는 거의 사라질 것이다. 기업들은 생존하기 위해 기본소득을 뿌리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등 몸부림을 칠 것이다.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국가들은 이미 그 단계에 진입했다.
문제는 그 북유럽 국가의 풍요가 국제적 금융투자와 무역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 벌어온 것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사회민주주의제도는 전 인류에게 적용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물질적 풍요와 노동시간의 단축이 사람들의 행복만을 줄 것인가도 심각한 문제다.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본성에 맞게 그 풍요와 시간을 사용할 환경을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의 준비를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동물적 쾌락과 타락이 인류를 위협할 수도 있다. 북유럽 사회민주주의국가들 속에 마약과 성범죄, 자살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하루가 다르게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생산력의 확대는 자본주의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생산과잉에 일자리 축소로 대혼란이 야기될 우려가 높다. 인류의 지성들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 사회를 새롭게 구상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의 독특한 사회주의도 충분히 참고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이번에 그것을 인정한 것이라면 북미관계는 탄탄대로를 가게 될 것이다.
반대로 미국 등 세계의 기업가들과 자본가들이 북의 사회주의에 지레 겁을 먹고 이북식 사회주의가 확산되면 모든 나라 주민들이 다 이북식 사회주의 하자고 생산수단을 국유화해버려 자신들의 전 재산을 다 잃게 될 것이 아닌가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면 북미관계는 우여곡절을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조언을 한다면,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무턱대고 국유화를 했다가 망조가 들었던 구소련과 중국의 옛 사회주의의 처참한 말로를 잊지 않고 있다. 북의 사회주의를 가서 본다고 당장 자기나라에 가서 사회주의하자고 생산수단 국유화를 주장할 그런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부디 미국이 현명한 판단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폼페오국무장관은 거기다가 '강하고, 안전하게 번영하는 북(strong, connected a secure prosperous North Korea)'을 상상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한반도 비핵화를 하지만 강한 자위력은 유지하고 스스로 안전을 지키고 번영하는 북을 상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미국이 만들어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으로 상상한다(envision)'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그간 김계관 부상 등 북의 외교일꾼 들은 '미국이 뭔데 우리를 번영하게 해주겠다고 지껄이는가, 우리는 미국의 도움으로 경제를 발전시킬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며 그런 시혜적 태도는 북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런 북의 입장을 이제야 미국도 이해하고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따라서 이번 김영철부위원장과 폼페오국무장관의 뉴욕회담은 매우 원만하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다 합의를 본 것으로 보이며 김영철부위원장은 친서를 들고 당당하게 트럼프대통령을 만나러 워싱턴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로써 사실상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이미 성공이 예정된 회담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물론 그 후 합의 이행은 또 다른 문제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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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30일 수요일

북미, 싱가포르서 철통보안 속 협의…회담장선정 임박한듯(종합)

'회담장 또는 정상숙소 후보지' 카펠라·샹그릴라 호텔 둘러본 정황
北 김창선 부장, 오전 숙소 떠나 모처로 이동…헤이긴과 협의 이어갈듯
북한 차량 안내하는 싱가포르 경찰
북한 차량 안내하는 싱가포르 경찰(싱가포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30일 밤 조 헤이긴 백악관 부 비서실장 등 북미 실무회담 미국 대표단이 머물고 있는 싱가포르 센토사 숙소에서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 등의 차량이 나와 로터리를 통과하고 있다. 북한 차량은 경찰의 통제로 300여미터 떨어진 로터리까지 역주행했다.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 헤이긴 비서실장은 전날 싱가포르 모처에서 만나 북미 정상회담의 일정 등 실무적인 부분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8.5.30
xyz@yna.co.kr
(싱가포르=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31일 싱가포르에서 사흘째 북미정상회담 준비작업을 진행중인 양측 실무 대표단이 철저한 보안 속에 회담 장소와 정상 숙소 등 회담의 실무적 '선택지'들을 좁혀가는 모습이다.
북측 실무팀 수석대표인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은 이날 오전 10시 10분(현지시간)께 숙소인 풀러턴 호텔을 떠나 모처로 이동했다. 취재진이 그가 평소 이동하는 주차장 연결 통로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김 부장의 벤츠 차량은 다른 경로를 이용해 호텔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도 김 부장은 조 헤이긴 미 백악관 부(副) 비서실장과 모처에서 만나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전날 오후 싱가포르 남부 센토사섬의 미측 실무팀 숙소인 카펠라호텔에서 기자들의 접근을 통제한 채 4∼5시간 협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목되는 부분은 양측이 카펠라호텔에서 단순히 의전 등에 대한 협의만 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카펠라 호텔 측은 오전까지만 해도 호텔 입구에서 차량을 통제했지만, 북미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엔 진입로에서부터 차량을 통제함에 따라 각국 취재진은 김창선 부장의 벤츠 차량이 나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4시간 이상 김창선 부장이 호텔에 체류하면서 양측이 회담의 의전, 경호 등 실무를 논의하는 동시에 회담장 또는 정상 숙소로서 카펠라 호텔의 적합성을 점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NHK 보도에 의하면 호텔 부지 안에서 김 부장이 골프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호텔 안팎을 점검하려는 행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세기의 회담이 열릴 장소 후보의 하나로 카펠라호텔이 새롭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더불어 미국 실무팀이 같은 날 오후 샹그릴라호텔을 방문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싱가포르 현지 신문인 스트레이츠타임스가 이날 전했다.
싱가포르 유력신문인 스트레이츠타임스가 회담장소로 샹그릴라호텔, 미국과 북한 정상 숙소로 현재 실무팀이 체류 중인 카펠라호텔과 풀러턴호텔이 각각 유력하다고 보도하면서 북미 양측의 회담장 및 숙소 선정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북미 실무대표팀은 자국 정상의 경호 문제 등이 걸린 협의의 민감성을 감안한 듯 최대한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는 로우키(low key·절제된 대응 기조)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김 부장은 30일 숙소인 풀러턴 호텔을 오갈 때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며 기자들과의 접촉을 피했고, 헤이긴 부 비서실장도 언론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김 부장이 숙소를 오갈 때는 그의 모습을 가까이서 찍으려는 취재진과 거리를 유지하려는 호텔 보안요원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30일 북한 실무팀 숙소인 풀러턴 호텔 로비에는 한때 각종 진압 장비를 갖춘 경찰관이 머물기도 했다.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싱가포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8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 모습.
이 호텔은 북미 정상회담 혹은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 거론되고 있다. 2018.5.28
xyz@yna.co.kr
jhc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5/31 11:34 송고

"北여종업원 송환 등 반드시 고위급회담 의제로 해야"

시민사회단체, '분단으로 인한 인도주의 문제 해결이 판문점선언 정신'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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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30  17: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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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전향장기수, 김련희 평양시민, 북 해외식당 종업원 송환 촉구 기자회견이 2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앞에서 진행됐다.[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근혜 정권에서 자행된 반인권·반인도주의 범죄행위에 대해 문재인정부가 왜 이렇게 시원찮은 태도를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오는 1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고위급회담을 앞둔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앞.
  
▲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송환'이라는 말에는 시신으로라도 반드시 보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면서 이번 남북고위급회담 의제로 분단으로 인한 인도주의 문제를 다룰 것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비전향장기수, 김련희 평양시민, 북 해외식당 종업원의 송환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분단으로 인한 인도주의 문제' 해결이야말로 판문점선언의 정신이라며, 이 문제들을 고위급회담 의제로 채택해 줄 것을 촉구했다.
특히 지난 2016년 총선을 닷새 앞두고 벌어진 '북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사건은 최근 JTBC 보도를 통해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유인, 납치한 사건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만큼 더 이상 발뺌하는 것은 점잖지 못하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권오헌 명예회장은 "7년전 브로커에 속아 강제로 입국한 김련희씨의 송환 문제와 함께 온 세상이 다 아는 여종업원 이야기를 더 이상 할 것도 없으며, 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내부적으로 진행하면 될 일"이라면서, "통일부장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반드시 '분단으로 인한 인도주의 문제'를 의제로 하여 빠른 시일안에 이들을 송환할 것을 촉구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사회를 맡아 기자회견을 진행한 원진욱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은 이날 "JTBC 방송 이후 민변TF 변호사들과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배인 허강일과 3명의 여종업원들을 자체 면담조사한 바 있으며,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로 폭로했다.
"함세웅 신부도 이들을 직접 면담한 후 청와대에 이 사실을 알리고 문재인 정부가 이 문제를 즉시 해결할 것을 요구했으나 지금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관계 개선에 방해가 된다, 문재인정부 지지율을 떨어뜨린다'는 등의 이유로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미루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알렸다.
원 처장은 지난 17일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국회 현안보고에서 "(북 종업원들은)자유의사로 와서 한국 국민이 된 분이라는게 정부 입장이다. 북송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을 안하고 있다"고 한 발언을 거론하고는 "조명균 장관은 손을 가슴에 얹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라. 그 입으로 판문점선언을 말하고 인도주의 문제해결을 언급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종업원들은 지금 목숨을 걸고 언론과 변호인, 종교인 등을 만나고 있다"면서 "지난 2년간 고립무원의 지경에서 귀순공작을 당하다보니 스스로 북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돌아가더라도 총살당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왼쪽부터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 정태흥 민중당 공동대표, 김혜순 민가협양심수후원회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은 "문재인대통령이 민족을 사랑하고 인권을 존중한다면,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장기수 2차 송환문제, 김련희 씨 송환문제, 북해외식당 종업원 12명과 지배인을 무조건 송환해야 한다. 그래야 4.27판문점선언이 이행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태흥 민중당 공동대표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에서는 미국인 억류자 3명을 보낸 바 있다. 북에서도 취하는 인도주의 조치를 왜 우리는 하지 못하나"라고 하면서, "이번 남북고위급회담을 계기로 하루빨리 비전향장기수, 김련희 씨, 12명 종업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힘을 써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별도로 송환을 기다리는 비전향장기수 문제를 거론한 권 명예회장은 "우리가 겪어야 했던 아픔들 속에는 누구보다도 참혹한 세월을 보냈던 비전향 장기수들을 빼놓을 수 없다. 분단과 냉전체제가 이들에게 강요한 민족적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0년 6.15공동선언에서 비전향장기수 송환문제을 명시했으나 당시 다 가지 못하고 33명이 2차 송환을 희망했고 현재 19명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80대 중반에서 90대를 훌쩍 넘긴 이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신념의 고향으로, 가족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송환촉구서한과 함께 이들의 명단을 통일부에 전달했다.
권 명예회장은 지난 2005년 정순택 비전향장기수 시신을 송환하면서 정부가 처음으로 '시신송환'이라는 용어를 썼다고 상기시면서 "송환이라는 말에는 반드시 보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들에 대한 송환은 "분단으로 인한 인도주의 문제이기도 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결정책과 반인륜·반인륜 범죄이기도 한 이 문제들을 언제까지나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문재인정부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문재인정부가 이 문제를 털고 가야 그만큼 홀가분 할 것이고 그래야 남북사이의 신뢰를 회복하고 민족적 화합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 권오헌 명예회장과 노수희 부의장, 김혜순 회장이 통일부에 송환촉구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수정-21:52)

스스로 몸을 태운 스님의 충고, MB는 새겨들었어야 했다

18.05.31 11:31l최종 업데이트 18.05.31 11:43l





5월 31일은 4대강사업 중단을 외치며 소신공양하신 문수 스님 8주기가 되는 날이다. 8년 전 오늘 스님은 낙동강 지류인 위천의 둑방에서 결가부좌를 한 채 당신의 몸을 불살랐다.

검게 타버린 스님 옆에는 유서가 놓였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사업을 즉각 중지·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문수스님이 소신공양하신 낙동강의 한 지류인 위천 둑방. 당시 현장은 이렇게 검게 그을려 있었다.
▲  문수스님이 소신공양하신 낙동강의 한 지류인 위천 둑방. 당시 현장은 이렇게 검게 그을려 있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당시는 4대강사업이 시작되어 본격적인 '삽질'이 진행될 때다. 생명의 강에 수백 수천 대의 포크레인과 덤프트럭 같은 중장비들이 들어가서 강을 도륙하던 시기다. 곳곳에서 생명의 신음이 난무했다. 죽음의 탄식과 비통이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었다.

이 생명들의 신음과 비통한 울음을 누구보다 아파하며, 이들의 절규를 결코 외면할 수 없었던 스님은 자신의 몸에 기름을 붓고 몸을 불사른 것이다. 부처님 전에 자신을 바침으로써 전대미문의 이 미친 '삽질'이 중단될 수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삽질을 강행했고 그 결과 4대강은 지금 죽음의 수로가 되어버렸다. 매년 맹독성 조류가 창궐하고, 물고기가 떼죽음한다. 강은 썩은 펄로 뒤덮이고 산소조차 고갈되어 그 어떠한 생명도 살 수 없는 공간으로 전락했다. 뭇 생명이 몰살당했던 것이다.

무수한 생명에 대한 살생행위가 국가에 의해 자행된 것이다. 스님은 4대강사업의 본질을 간파했다. 강에는 무수한 생명들이 살아간다. 물고기를 비롯한 수생생물들은 말할 것도 없고, 물을 마시고 살아야 하는 야생동물들의 특성상 야생동물 또한 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강과 습지가 뭇 생명의 보고인 이유다.
 4대강사업으로 온몸에 피를 토하고 죽어가고 있는 낙동강의 잉어. 4대강사업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  4대강사업으로 온몸에 피를 토하고 죽어가고 있는 낙동강의 잉어. 4대강사업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런 강을 도륙했으니 그 원성과 원망이 얼마일 것인가. 스님은 이들의 신음과 탄식을 듣고만 있을 수 없었고, 대자대비하신 부처님께 자신을 바침으로써 이 미친 살생행위를 중단시키려 한 것이다.

사람이 자신의 몸을 불태운다는 것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행위다. 그것은 절박함과 간절함 그리고 위대한 정신성의 총화다. 자신의 몸을 태워가면서까지 이 사업의 부당함을 알렸건만 이명박 정권은 콧방귀도 끼지 않고 사업을 강행했다.      

그 결과 강은 죽었고, 이 미친 사업을 벌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금 영어의 몸이 되어 있다. 이명박씨는 스님의 사자후를 새겨들어야만 했다. 스님이 남기신 유서에는 이명박 정권의 본질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이명박 치하의 대한민국은 부정부패가 만연했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아닌 부자와 재벌을 위한 사회였다. 그 진실들을 우리는 지금 속속 목격하고 있다.  

강의 부활을 막는 국토부는 하천관리에서 손을 떼야 한다

스님이 소신공양하신 지 8년 그러나 스님이 몸을 불태운 낙동강은 아직도 깊은 죽음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대한 보로 막힌 낙동강은 죽어가고 있다. 강의 죽음, 이것을 막고자 스님은 당신의 몸을 불살랐다.
큰사진보기 영결식 날 스님의 다비장 앞에 내걸린 스님의 영정.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 총무이사가 스님 다비장 앞에 추모의 절을 올리고 있다.
▲  영결식 날 스님의 다비장 앞에 내걸린 스님의 영정.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 총무이사가 스님 다비장 앞에 추모의 절을 올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제 강을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공존의 장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보를 철거하고 강을 강답게 만들어야 한다. 강과 그 안의 생명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어야, 건강한 강물도 얻을 수 있다. 물은 우리 생명의 근간이다. 건강한 강물을 얻기 위해서라도 강을 원래 모습대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강의 부활은 거대한 보로 막힌 강에게 자유를 허락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강의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해야 강이 되살아날 수 있다. 수문이 열린 금강에서 우리는 강의 부활을 똑똑히 목격했다.

그러나 강의 부활은 아직도 요원하다. 여전히 강의 부활을 막는 세력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4대강을 죽음의 공간으로 만든 일등 조직은 국토교통부다. 국토부는 이명박씨의 철저한 도구가 되어 강을 도륙했다. 국토부가 강의 죽음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국토부는 국민 앞에 지난 과오를 철저히 사죄하고 다시는 4대강사업과 같은 생명 살상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도 시원찮을 국토부는 그러나 아직도 이 나라 하천을 도륙하고 있다. 지방판 4대강사업인 지방하천 정비사업, 생태하천조성사업 등을 통해 이 나라 하천을 여전히 도륙하고 있다.  
큰사진보기 국토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지자체에 의해서 강행되고 있는 지방하천정비사업의 현주소. 강의 생태계를 초토화키시고 인공의 수로로 만들고 있다.
▲  국토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지자체에 의해서 강행되고 있는 지방하천정비사업의 현주소. 강의 생태계를 초토화키시고 인공의 수로로 만들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강을 생명의 공간이 아니라 인공의 수로로 만드는 제2의 4대강사업이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다. 강에 대한 철학도 비전도 없는 국토부에 의해서 전국의 하천이 지금 죽음의 수로로 전락해가고 있다. 

국토부가 이 나라 하천관리에서 손을 떼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조직 이기주의에 매몰된 국토부는 여전히 이 나라 하천관리를 움켜쥐고 있다.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의 물관리일원화에 반대하며 하천관리를 여전히 움켜쥔 채 놓으려 하지 않는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에서 하천관리권을 국토부가 그대로 움켜쥐게 된 배경이다.  

국토부는 언제까지 이 나라 하천을 망치려 드는가. 국토부는 이 나라 하천관리에서 즉각 손을 떼야 한다. 오직 조직 보위에만 매몰된 국토부에 이 나라의 근간인 하천관리를 맡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문수 스님의 숭고한 뜻 받들어 농민들도 더 탐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

농민들 또한 더 몽니를 부려서는 안 된다. 4대강사업 이전에도 4대강 인근의 농민들은 강에 기대어 농사를 잘 지어왔다. 강이 있었기에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그들은 누구보다 강의 혜택을 받은 이들이다.

그런 그들이 지금 죽음의 수로로 변한 4대강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4대강 재자연화에 반기를 들고 있다. 4대강사업 이후 얻게 된, 넘치는 물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물은 독성 녹조로 범벅되고 산소조차 고갈된 죽은 물이다. 이런 강물로 농사지은 농작물 또한 결코 건강할 리 없다.

독성 조류가 범벅된 강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도 조류 독소가 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시틴'이라는 이 조류 독소는 청산가리의 100배에 해당하는 맹독을 품고 있다. 그 농작물을 우리 국민이 먹고살고 있다. 국민의 몸에 독성물질을 주입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군위 지보사 앞 문수스님 사리함 앞에 추모객들이 절을 올리고 있다.
▲  군위 지보사 앞 문수스님 사리함 앞에 추모객들이 절을 올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탐욕에 눈먼 농민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4대강 전에도 농민들은 얼마든지 농사를 지어왔다. 강이 옆에 있기에 다른 농민들보다 수월하게 농사지어 강의 혜택을 누구보다 누린 이들이다. 그런 그들이 지금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탐욕에서 헤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강은 인공의 수로가 아닌 공존의 공간이다

강은 물만 가두어놓은 인공수로가 아니다. 그곳에서는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가는 공존의 공간이다. 이들이 건강해야 건강한 강물도 얻을 수 있다. 이 대자연의 이치를 설파하고자 문수 스님은 8년 전 낙동강의 한 둑방에서 몸을 불사른 것이다.

스님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야 한다. 더 탐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 강이 살아야 인간도 살 수 있다. 낙동강의 한 둑방에서 당신의 몸에 스스로 기름을 들이붓고 불을 댕길 수밖에 없었던 스님의 그 간절하고도 절박한 '마음'을 알아야 한다.

스님이 소신공양하신 지 8주기인 오늘, 스님이 온몸을 불사르며 전하고자 했던 그 간절한 염원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스님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뭇 생명의 목숨을 지켜야 한다. 그러므로 4대강 재자연화는 필연이다. 이를 막는 세력들은 스님의 숭고한 뜻을 막는 이들에 불과하다.

국토부는 하루빨리 하천관리에서 손을 떼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탐욕에 매몰된 농민들은 더 몽니를 부려서는 안 된다. 그래야 강이 살고 우리 인간이 산다. 스님의 사자후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2010년 문수스님 소신공양 소식을 듣고 곧바로 달려간 군위 위천 둑방은 여전히 온기가 남아있었습니다. 그 온기를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몸을 불살라 세상을 품어주는 듯한 그 따뜻한 온기. 스님의 뜻이 길이 전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선생님도, 사장님도, 교육청도 없었다

[구의역, 그후 2년 ②] 특성화고 졸업생 최민정 씨
2018.05.31 08:13:57




2016년 5월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 씨(20)가 사망했다. 진입하는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이는 참사였다. 스무 살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가방에는 컵라면과 젓가락이 유품으로 발견됐다. 

당시 2인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게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혔다. 효율성이 스무 살 청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셈이다. 비정규직이었던 김 씨는 특성화고 출신 노동자였다. 그가 일하던 회사는 현장실습으로 취업한 곳이었다.  

그의 죽음 이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프레시안>에서는 김 씨의 죽음 이면에 드러난 여러 키워드 중 '특성화고'를 집중해보고자 한다. 구의역 2주기에 앞서 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소속 노동자 세 명을 만났다. 그들은 김 씨와 마찬가지로 특성화고를 막 졸업한 스무 살이다. 그들을 통해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노동조건과 현황 살펴본다. 


ⓒ연합뉴스

캐릭터 디자인 배우고 싶어 간 특성화고, 하지만... 

중학교 3학년2학기 때였다. 최민정(가명 20) 씨가 다니던 중학교에 특성화고 교사들이 연달아 방문했다. 신입생 유치를 위해서였다. 입시설명회나 다름없었다. 당시 최 씨는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스스로 공부 머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 최 씨에게 특성화 교사들의 '감언이설'은 솔깃하기 충분했다.  

집안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졸업하면 곧바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그들의 말이 달콤하게 들린 이유다. 어릴 때부터 만화 캐릭터를 그리는 게 취미였다. 마침 소개학교 중에는 캐릭터 디자인이나 웹 디자인을 배울 수 있다는 학교가 있었다. 정확히는 학교를 방문한 특성화고 교사가 자신의 학교를 그렇게 설명했다. 최 씨는 망설임 없이 그 학교를 진학했다. 

하지만 정작 입학한 뒤에는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캐릭터 디자인이나 웹 디자인은 고사하고 포토샵 사용법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  

"진도를 빼기 위한 수업, 때우기 위주 수업이 전부였어요. 전공 수업은 대부분 실무로 진행됐는데, 학생들에게 '무엇을 하라'고만 지시하지 '어떻게 하라'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어떤 포스터를 주면서 포토샵으로 똑같이 만들라고 해요. 솔직히 학생들 입장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하겠어요. 고1,2 수업시간에 포토샵 단축키만 배웠는데요."

최 씨는 친구들과 교사에게 따지기도 했다. "포토샵을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는데, 어떻게 할 수 있느냐." 그러면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았다. "다른 애들은 잘하는데, 너네만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실제 잘하는 학생이 있기는 했다. 학교 이외 학원에서 포토샵 등을 배운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했다. 교사에게 최 씨와 같은 학생들은 '투명인간'으로 치부됐다.

그렇게 고등학교 3년을 보냈다.  

한 달 90만 원 받는데, 담임도 묵인 

3학년 2학기가 되면서 대부분 학생들은 현장실습을 나갔지만, 전공을 살려 간 친구들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전공에 맞춰 취업해도 최저임금은 '언감생심'이었다. 담임교사는 "디자인직은 최저시급을 못 맞춰 가는 게 대부분"이라며 "한 달 135만 원(2017년 최저임금)이라도 받는 것에 감지덕지해라"고 말했다.    

최 씨는 11월에야 첫 현장실습을 가게 됐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취업프로그램이 있었다. 거기에 참여하려 기다리던 중, 담임교사가 면접을 보라며 업체를 소개해줬다. 다른 학생이 간 곳인데, 처우가 좋다고 했다. 싫었지만 담임교사의 '강압'으로 어쩔 수 없이 면접을 보게 됐다.  

"당시 업체사장이 면접을 봤어요. 현수막이나 포스터를 제작하는 회사였어요. 그런데 회사 건물이 폐가 같았어요. 낡다 못해 더러웠죠. 회사도 집에서 엄청 멀었어요. 첫 인상이 무척 안 좋았죠. 그런데 면접에서 사장이 한 달 월급이 90만 원이라는 거예요. 담임선생님은 140만 원이라고 했는데, 말이 달랐어요. 직원도 30명이라고 했는데, 그 절반 수준이었고요." 

내키지 않았지만, 합격했다. 면접에서 돌아오던 길에 담임교사에게 애초 말하던 월급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담임은 "회사에 연락해보겠다"고 했다. 최 씨는 그 말을 믿고는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월급 관련해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한 달 월급 90만 원이 적힌 표준계약서를 보여주었으나 담임교사는 아무 말 없이 그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줬다. 최 씨는 90만 원 받고 일하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받아들였다. 

두 달 가까이 그곳에서 일했다. 하지만 배운 거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그곳에서 주문받은 현수막 등을 디자인하는 일을 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지 못했다. 최 씨가 이미 배운 기술들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근무환경도 열악했다. 건물 월세가 밀려 수도가 끊기기도 했다. 창문 틈이 벌어져 한겨울 칼바람이 사무실로 밀어닥쳤다. 온풍기가 고장 났으나 사장은 고칠 생각이 없었다. 문제제기를 여러 차례 했으나 소용없었다. 대신 사장실 온풍기는 제대로 작동됐다.  

▲ 최 씨가 작성하고 담임교사가 도장을 찍은 현장실습표준협약서. 한 달 월급이 90만 원으로 돼 있다. ⓒ프레시안
회사 그만두자 이기적이고 배려 모르는 사람 된 최 씨 

어느 날은 출근했는데, 회사가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 최 씨에게 아무 말 없이 회사 사무실을 옮긴 것. 뒤늦게 이전한 사무실을 찾아가니 다 쓰러져간 건물이었다. 이전보다 더 폐가 같은 건물이 존재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곳 바닥을 대걸레로 청소하고, 애초 사무실에 있던 집기를 날랐다. 겨우 사무실 구색을 갖추었으나 인터넷이 연결돼 있지 않았다. 그 인터넷이 연결되기까지 1주일이 걸렸다. 자연히 그 기간에 일은 올스톱이 됐고 손님들이 급속도로 줄었다. 하지만 사장은 줄어든 손님 탓을 최 씨 등에게 돌렸다.  

"사장이 어느 날 저를 포함한 특성화고 학생 4명을 불렀어요. 손님이 줄어든 게 우리가 일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식이면 우리 월급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저를 콕 지적하면서 '너는 솔직히 하는 것도 없이 편히 사는 거 같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 수치심에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었죠. 그는 사장이고 나는 부하직원이니깐." 

그렇게 버텼지만, 결국은 견디지 못 하는 일이 발생했다. 해가 넘겨 2018년이 되자 사장은 또다시 특성화고 학생들을 사장실로 불렀다. 올해부터는 최저임금으로 한 달 153만 원을 줘야 했다. 사장은 그 돈은 줄 수 없다며 선택권을 주겠다고 했다. 

"너희에게 큰돈을 쓰게 될 거면, 굳이 너희를 쓸 이유가 없다. 너희에게 선택권을 주겠다. 일단 너희 네 명 중 우리는 두 명을 해고할 생각이다. 먼저 니들이 말해봐라. 누가 나갈 거고 남을 건지." 

이미 해고할 사람을 다 정해놓고 자진해서 그만둘지를 말하라는 사장이 괴물처럼 보였다. 최 씨는 그 자리에서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를 뒤늦게 안 담임교사가 최 씨를 괴롭혔다.  

"너는 정신이 있는 애니?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는구나. 네가 뭔데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드니? 너는 사회성도 부족하고 참을성도 없는 애구나. 이런 일도 못 참다니... 다른 애들은 다 참고 일해. 너는 지금 유치원생보다 못한 짓을 하고 있어."

하지만 그 말을 듣고도 최 씨는 아무 말을 못했다. 사직서를 쓰고 퇴사하던 날, 담임교사는 최 씨 손을 잡고 회사로 와서는 직원들에게 일일이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우리 학생이 참을성이 없어 못 버텼습니다. 죄송합니다"

직원들이 괜찮다고 하는데도 반복해서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사과했다. 최 씨도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숙여야 했지만 아직도 자신이 왜 사과해야 했는지 모른다. 

사라진 이어폰에 도둑으로 몰리기도 

이 회사는 끝도 좋지 않았다. 최 씨가 일한 마지막 달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아무리 전화를 해서 달라고 해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노동청에 진정서를 내고 나서야 겨우 받을 수 있었다. 그 시간이 4개월이나 걸렸다. 고작 55만 원이었다. 

사회란 이런 곳인가 싶었다. 그래도 일은 해야 했다. 집에 손을 벌리기가 민망했다. 취업사이트에서 네일브랜드 회사 모집공고를 보게 됐다. 면접을 보고는 곧바로 취업이 됐다. 사장을 포함해 3명이 일하는 곳이었다. 네일아트 제품을 판매하고 디자인도 하는 업체였다. 전시회도 열었다.  

하지만 얼마 못가 그곳도 그만뒀다. 사장은 고졸인데다가 특성화고 출신인 최 씨를 무시하기 일쑤였다. 한 번은 자기 이어폰이 사라졌다며 범인으로 최 씨를 지목했다. 

"제가 훔쳐간 게 아니냐고 하더군요. 사람들이 다 있는 자리였어요. 저는 모른다고 하니깐, 재차 정말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다른 분에게는 (그런 질문을) 안 하면서 제게만 그렇게 묻더라고요. 당시엔 기분 나쁘지만 참았는데, 이후에도 계속 반복해서 저에게 묻더라고요. 저를 도둑 취급한 거죠." 

이 회사에서는 주말 근무도 했다. 한 달 월급은 100만 원이었다. 면접 때, 추가 성과급을 준다고 했으나 말 뿐이었다. 점심식대를 지원해 준다고 했으나 그역시 거짓말이었다. 한 달 가까이 일하면서 한 번도 사장이 식비를 주지 않았다. 최 씨 수중에도 돈이 떨어질 무렵이었다. 사장에게 어렵게 식비 이야기를 하지 "돈을 너무 밝히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돌아왔다. 

더는 다닐 수 없었다. 그만두려니 그 달 일한 급여가 26만 원이나 됐다. 사장에게 달라고 하려다 그냥 포기했다. 이전 회사에서 55만 원 받아낼 때가 기억났다. 더는 뭐라고 하기도 지친 그였다.        

"이전 회사에서 못 받은 55만 원을 받을 때, 회사에서 학교로 연락을 했어요. 학생들이 회사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이런 식이면 학생을 더는 못 뽑는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런 회사는 사람을 뽑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학교도 그런 곳에 학생을 보내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담임선생은 연락을 해서는 '자꾸 회사에 문제를 일으키지 마라. 너는 후배들이 안 불쌍하냐'고 하더군요." 

최 씨는 지난달 26일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다. 스스로 찾았다. 현수막 등을 디자인하는 업체다. 디자인 업무도 알려주고 최저시급도 준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는 심정이다.    

ⓒ프레시안(최형락)
반복되는 '반쪽짜리' 현장실습 실태점검 

현장실습 과정에서 업체가 노동법 등 근로기준법을 어기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학교는 이를 방조 내지 외면하고, 학생은 취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기며 견딘다.  

하지만 전주 LG유플러스 여학생부터 구의역 참사, 제주도 이민호 군 사고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러한 문제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정부와 교육청도 두 팔을 걷고 사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현장실습 전수 실태점검'을 실시했고 서울시교육청도 '2017 특성화고 현장실습 점검'을 실시했다. 또한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서울고용노동청은 현장실습 관련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 사업장·실습생 대상 노동인권교육 의무화 △ 사업장 점검 및 근로감독 강화 △ 취업프로그램 확대 등 노동인권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계획을 발표한 것.   

하지만 정작 현장실습 현장에서는 이 같은 실태점검과 제도개선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서류 점검에 그치는 지금의 실태점검으로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최저임금 위반 등의 노동법 위반 사례를 잡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학교만 점검할 뿐이지, 실제 학생들이 일하는 업체 조사는 이뤄지지 않아 반쪽짜리 실태점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특성화고 학생들의 좌절감은 깊어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