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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4일 목요일

'회담 취소'에 북한 "인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

18.05.25 08:15l최종 업데이트 18.05.25 10:24l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 김계관 등 북한 대표단 일행이 북미 고위급대화 참석을 위해 지난 29일(현지시간) 오전 뉴욕 맨해튼 밀레니엄유엔플라자 호텔을 나서고 있다. 뒤쪽은 최선희 부국장.
▲  지난 2011년 7월 29일 북미 고위급대화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뒤쪽은 최선희 부국장.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미국 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오는 6월 12일로 예정됐던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 가운데, 북한이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이에 대한 반응을 내놨다. 

북한은 25일(한국시간) 오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계관 조선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담화를 발표했다. 회담 취소 뒤 나온 북한의 첫 반응이다. 김 제1부상은 담화에서 "트럼프의 입장 발표는 인류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알렸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명의가 아닌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담화를 발표했지만, 여기에는 김 위원장의 뜻과 지시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담화 첫 문장인 "김계관(외무성 제1부상)은 25일 위임에 따라 다음과 같은 담화를 발표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북한 김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취소를 발표한 것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조미수뇌상봉(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조선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단정하고 싶다"고 썼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회담 취소 이유인 '북한의 분노와 적대감'에 관하여 반박하기도 했다. 김 제1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커다란 분노와 로골적인 적대감'이라는 것은 사실 조미수뇌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 폐기를 압박해온 미국 측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북한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

북한은 담화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전하며 여전히 북미 간 대화의 여지가 열려있다고 밝혔다. 

김 제1부상은 담화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태는 역사적 뿌리가 깊은 조미(북미)적대관계의 현 실태가 얼마나 엄중하며 관계개선을 위한 수뇌상봉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김정은 위원장)께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좋은 시작을 뗄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그를 위한 준비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 오셨다"고 알렸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의 일방적인 회담취소공개는 우리로 하여금 이제껏 기울인 노력과 우리가 새롭게 선택해 가는 이 길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며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알린 것이다.

북한은 이 담화에서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 리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이라며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라고 대화 여지를 열어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으로 6월12일 예정됐던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했다(관련 기사: 트럼프, 북미회담 취소 "회담 개최 지금은 부적절하다").

다음은 북한이 25일 발표한 담화 전문이다. 최대한 원문 그대로를 싣되 북한식 표기와 띄어쓰기를 한글 표기에 따라 일부 수정했다.  

[북한 김계관 조선외무성 제1부상 담화 발표]

(평양 5월 25일발 조선중앙통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제1부상 김계관은 25일 위임에 따라 다음과 같은 담화를 발표하였다.

지금 조미 사이에는 세계가 비상한 관심 속에 주시하는 역사적인 수뇌상봉이 일정에 올라있으며 그 준비사업도 마감단계에서 추진되고 있다.

수십 년에 걸친 적대와 불신의 관계를 청산하고 조미관계개선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려는 우리의 진지한 모색과 적극적인 노력들은 내외의 한결같은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24일 미합중국 트럼프대통령이 불현듯 이미 기정사실화돼있던 조미수뇌상봉을 취소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유에 대하여 우리 외무성 최선희 부상의 담화내용에 《커다란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감》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오래전부터 계획됐던 귀중한 만남을 가지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나는 조미수뇌상봉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조선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단정하고 싶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커다란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감》이라는 것은 사실 조미수뇌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폐기를 압박해온 미국 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태는 역사적 뿌리가 깊은 조미적대관계의 현 실태가 얼마나 엄중하며 관계개선을 위한 수뇌상봉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인 조미수뇌상봉에 대하여 말한다면 우리(북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상봉이라는 중대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데 대하여 의연 내심 높이 평가하여왔다.

그런데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취소를 발표한 것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수뇌상봉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는지 아니면 자신감이 없었던 탓인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가늠하기 어려우나 우리는 역사적인 조미수뇌상봉과 회담 그자체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첫걸음으로서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 두 나라사이의 관계개선에 의미있는 출발점이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성의 있는 노력을 다하여왔다.

또한 《트럼프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 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해결의 실질적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하였다.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좋은 시작을 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시면서 그를 위한 준비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오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의 일방적인 회담취소공개는 우리로 하여금 여태껏 기울인 노력과 우리가 새롭게 선택하여 가는 이 길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 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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