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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6일 수요일

초강수 뒀지만 ‘용두사미’ 부메랑…‘책임론’ 추미애 사의

 등록 :2020-12-17 04:59수정 :2020-12-17 08:01



사상 초유 검찰총장 징계, 법무부 덮친 후폭풍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발표하기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발표하기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힌 것은 자신이 주도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가 용두사미로 끝난 것에 대해 책임을 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추 장관의 거친 일처리로 윤 총장과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윤 총장은 되레 야권 대선후보로 부상했고 문재인 정부 지지율은 빠지는 등 득보다 실이 많은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 징계가 의결된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합동브리핑에서 “앞으로는 검찰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이 원하는 정의를 구현하는 국민의 검찰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며 ‘미래’를 말했다. 그러나 윤 총장 징계 문제는 지난 한달 동안 법조계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처럼 작용했다. 지난달 17일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검사들이 윤 총장 대면 감찰조사 일정 조율을 시도하면서 징계 문제가 처음 불거졌고, 1주일 뒤 추 장관의 징계 청구와 함께 발령된 직무정지는 검찰의 조직적인 반발을 불렀다. 윤 총장 징계 청구 20여일 전 중요 징계 건에 대해서는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규정을 임의 조항으로 개정한 것도 문제였다. 지난 1일 긴급 소집된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윤 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정지는 부적정하다”고 의견을 모았고 같은 날 서울행정법원은 윤 총장의 직무 복귀를 결정했다. 추 장관의 밀어붙이기식 윤 총장 징계에 제동이 걸린 것이었다. 추 장관은 자신이 지명·위촉한 인사들로 구성된 징계위에서도 윤 총장 징계 혐의를 온전히 입증하지 못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전과 달라진 게 없고 해결된 것도 없다. 어차피 윤 총장과 같이 갈 수밖에 없는데 다리도 다 부숴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이 소수의 참모에게 의존하면서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징계라는 거사를 그르쳤다는 분석도 많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중지를 모으고 차근차근 풀어가야 하는데 윤 총장에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박은정 감찰담당관 등 소수와 상의했고 이들에게 권한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결국 “추 장관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참모들은 장관이 듣고 싶은 것에만 맞춰서 보고하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법무부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추 장관은 윤 총장 징계를 추진하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상당 부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먼지털기 수사 등 이른바 특수 라인의 문제점을 절감하던 일반 검사들도 등을 돌렸다. 검찰의 한 간부 검사는 “정부에 대한 태도와 상관없이 검찰을 위해서도 윤 총장이 그만두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검사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징계가 무리하게 추진되다 보니 이들이 수긍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되지 못했고 결국 장관도 뒷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후폭풍이 감지되는 건 검찰 바깥에서도 마찬가지다. 징계 청구의 절차적·내용적 문제가 강조되면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아닌 검찰의 독립성이 검찰개혁의 본질로 부각된 것이 뼈아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견 변호사는 “추 장관의 무리한 징계 청구로 절제되지 못한 수사의 가해자인 윤 총장이 피해자가 됐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중요하고 이것이 검찰개혁이지만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추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 커다란 부담을 안긴 책임을 지고 떠나게 됐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4607.html?_fr=mt1#csidxafd8e9da641238d87de1d77e71a2f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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