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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9일 토요일

코로나 백신 확보 늦었다는 야당·언론...의료계 “필요 없는 불안감 부추겨”

 전문가들 “독감 백신 공포 부추기던 야당·언론, 코로나 백신은 ‘안전성’ 무시하라니...”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0-12-19 19:50:51
수정 2020-12-19 22: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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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4일(현지 시간) 뉴욕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첫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미국에서 14일(현지 시간) 뉴욕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첫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뉴시스/신화통신  

국민의힘 등 보수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정부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가 늦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을 두고, 정작 의료계에서는 "필요 없는 불안감을 부추겨 정치쟁점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아직 효능이 완벽하게 입증되지 않은 '코로나 백신'을 정치 쟁점화시켜 당장 시급한 치료병상 및 의료인력 확보에 대한 논의를 방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는 2021년 2~3월 접종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국민 60%에 해당하는 4400만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다국적 제약회사와 협상 중이다.

지난 18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질병관리청측은 백신 도입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백신 개발 완료 전에 유효성이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백신을 불가피하게 선구매해야 하는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구매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한 임상시험 중단사태 등을 감안해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협상을 진행해 왔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과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가 코로나 백신에 대한 부작용을 부각해 백신 구매가 늦어진 데 대해 방어하려고 한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19일 논평을 통해 "안전성 운운하며 여유를 부렸던 안일함의 결과"라며 "문책이 두려워 나서지 못했던 무능함의 귀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백신 개발에 동참해 물량을 확보하고 곧바로 자국민들에게 접종하는 외국 정부의 능력이 놀라울 뿐"이라며 "그 나라 국민들이 왜 이리 부러울까"라고도 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자료사진)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자료사진)ⓒ뉴시스

"백신 아직 불확실...의료 무너진 미국·유럽만큼 위험 감수할 이유 없어

이에 대해 의료계 전문가들은 실제로 백신의 안정성과 효능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며, 야당들이 이를 필요 이상으로 정치쟁점화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10월엔 보수야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 일부 언론이 독감(계절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고조시키며 백신 접종 중단까지 주장하더니, 이번에는 '백신 안전성은 핑계'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인의협) 정책국장은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독감백신은 이미 계속 사용돼 검증이 된 백신인데도 보수야당이나 의협에서 인과관계가 없는 접종 후 사망 사례를 부각하면서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안정성은 핑계'라면서 코로나 백신 확보가 너무 늦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도 "(지난 10월) '조선일보'는 1면에 '독감 백신 사망자'라고 실으면서 백신 불신을 조장해 놓고, 이제와서 코로나 백신을 선구매로 확보 안 했다고 문제제기하는 건 웃기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방역 상황상 접종을 서두를 때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부의 말대로 코로나 백신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부족한 만큼, 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접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접종을 서두르고 있는 미국, 유럽 등 국가들은 이미 방역체계가 무너져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접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3만명을 대상으로 한 3상임상시험을 완료했으나, 통상 8년 이상 걸리는 과정을 1년만에 개발했고 충분한 추적관찰이 이뤄지지 않아 확실한 안전과 효과를 담보하기엔 부족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3상임상시험을 아직 완료하지 못했다.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아직 코로나 백신은 불확실하고 그 효과도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면서 "미국, 유럽은 우리보다 방역이 안 된 상황이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보다 '백신 불신'이 훨씬 심한 미국에서 유명인사의 접종을 내세우며 검증되지 않은 백신의 접종을 장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정책위원장은 "오히려 한국이 방역 성공으로 다국적 제약회사로부터 갑질을 당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진한 정책국장도 "한국의 방역상황도 시시각각도 바뀌니까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도 "과학적으로보면 백신들의 임상시험이 안 끝났으니 지켜보다 접종을 진행하는 게 옳지만 급박한 상황이라 용인되는 것일 뿐이다. 신중함이 요구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백신 접종을 서두른다 해도, 보수야당 등이 이미 독감 백신 때부터 불안감을 조성해 온 만큼 순탄하게 접종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실제로 한국리서치 등에서 실시한 12월 3주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 접종 여부와 관련해 "안정성이 검증될 경우에만 맞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4%에 달했다. 반면 "조건 없이 맞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8%에 그쳤다. 아예 "맞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한 비율도 7%나 나왔다.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14일~16일간 진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9일(현지 시간)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대비해 주사기에 레벨을 붙이고 있다. (자료 사진)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9일(현지 시간)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대비해 주사기에 레벨을 붙이고 있다. (자료 사진)ⓒ뉴시스/AP

"백신 접종 얼마나 빨리 시작하느냐보다 빨리 완료하는 게 중요"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접종 시작 시기'가 아니라 '접종을 빠르게 완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60%가 접종을 완료해야 집단면역력이 생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접종 시작 시점이 중요한 게 아니고 종료하는 시점이 중요하다"면서 "미국에서 지금 접종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알다시피 미국은 백신 불신이 큰 상황이라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하느냐가 더 큰 문제가 될 것"라고 말했다.

특히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의 경우에는 영하 70도 환경에서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운송부터 보관, 접종에 이르기까지 다른 백신과는 다르게 까다로운 관리가 필요해 이에 맞는 접종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 정책위원장은 "화이자 백신의 경우에는 일정한 규모에서만 진행할 수밖에 없어 접종 기간도 길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1천만도즈(1회접종분)를 어떻게 가지고 올 것이며 어떻게 맞추겠다는 대책도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접종하기 위해 고령자들을 한곳에 모았다가 거기서 아웃브레이크(전염 확산)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것에 대한 꼼꼼한 대책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만 서둘러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서 코로나19 유행상황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전진한 정책국장은 "전 세계에서 다 백신을 맞아야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면서 "지금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몇몇 나라들을 제외하고 제3세계 등에서는 아예 백신에 접근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 백신이 부족하기보다는 선진국 등 일부 국가가 백신을 독점하는 상황이 더 우려스럽다"면서 "모든 국가가 집단면역을 가져야 이 사태가 끝나는 건데, 백신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형준 정책위원장도 "한국이 백신을 먼저 맞아서 마스크를 벗게 되면 좋겠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 팬데믹 상황"이라며 "외국인을 아예 입국금지하고 있는 대만도 외국에서 들어오는 자국민 확진자 때문에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어제 하루 3만2천940건의 검사 결과 총102명의 숨은 확진자 발견된 가운데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구 임시선별검사소가 마련된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0.12.18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어제 하루 3만2천940건의 검사 결과 총102명의 숨은 확진자 발견된 가운데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구 임시선별검사소가 마련된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0.12.18ⓒ김철수 기자

"당장 병상 없어 사망하는 환자들 있는데...백신 정치쟁점화 도움 안 돼"

전문가들은 백신을 지나치게 정치쟁점화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 정책위원장은 "지난 독감백신에 대한 불안감 조성으로 독감 백신이 500만도즈나 남았다. 그만큼 올해 고령층의 항체 형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가짜뉴스 등으로 비과학적 주장을 하면서 국민들의 안녕을 해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백신에 대한 논란으로 지금 방역에서 시급한 병상확보 문제 등에서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정책위원장은 "지금 중요한건 치료 대응이다. 일일 확진자가 지금 1천명 수준이 되면서 병상이 부족해졌는데 이건 왜 문제제기를 안 하느냐. 민간병원 눈치 보는 것 아닌가"라며 "백신을 정치쟁점화 하는 게 병상 부족을 외면하는 민간병원에 면죄부를 주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집에서 입원대기하다가 사망하는 환자가 생기고 의료진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백신 선구매를 계속 이야기 하는 건 황당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전진한 정책국장도 "만약 백신접종이 시작되도 내년 하반기에나 완료되고 집단면역이 형성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당장 눈앞에서 병상이 부족해서 돌아가시는 분들이 있는데 병상확보가 더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지금 거리두기 3단계로 올리지 못하는 것도 사회경제적 타격 때문인데, 거리두기를 지속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이라든지 노동자 보호 대책을 빨리 마련하는 게 백신보다 우선순위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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