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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6일 수요일

‘연내 처리’ 목표 향해 속도 내는 중대재해법 논의, 남은 쟁점 3가지는?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0-12-16 18:58:44
수정 2020-12-16 1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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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 국회의사당 지붕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21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 국회의사당 지붕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연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처리를 위한 목표 시한이다.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와 고 이한빛 아버지 이용관 씨,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가 지난 11일부터 '최후의 수단'으로 단식 농성을 이어가는 가운데, 입법의 열쇠를 쥔 더불어민주당이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중대재해법의 '압축 심사'를 예고했으며 그동안 명확한 처리 시점을 얘기하지 않았던 김태년 원내대표도 '연내' 처리 목표라는 구체적 시간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오는 17일 정책 의원총회를 시작으로 중대재해법의 주요 쟁점을 논의한 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공식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16일 기준, 지금까지 국회에 발의된 중대재해법은 ▲강은미안(정의당) ▲박주민안(민주당) ▲이탄희안(민주당) ▲임이자안(국민의힘) ▲박범계안(민주당) 등이다. 이 중 '이탄희안'은 '박주민안'에 양형 절차 조항을 추가한 것으로, 사실상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박범계안'은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들의 큰 골자는 유지하되 일부 논란이 됐던 조항들을 정비해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모두 원청에도 하청 작업장에 대한 안전 의무를 부여하고,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조치를 다 하지 않아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강하게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세부적인 쟁점들은 약간씩 차이가 있어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본격적인 국회 심사를 앞두고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쟁점 세 가지를 살펴봤다.

■쟁점 1.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의무는 어떻게 정해질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설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방문하여 고(故)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고(故)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12.14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설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방문하여 고(故)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고(故)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12.14ⓒ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이행해야 할 안전·보건 관련 의무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다. 이는 '강은미안', '박주민안', '임이자안', '박범계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중대재해법 제정 필요성을 주장했던 시민사회계에서는 이 의무를 '포괄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중대재해의 원인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서 규정한 몇 개의 안전조치들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안전불감증 등 전반적인 기업 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강은미안과 박주민안에서는 '사업주와 경영책임는 유해·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들에게 사업장 안전에 대해 전반적인 책임을 지게 했다.

일부 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규정할 경우 '범죄 구성 요건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형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론이 나온다. 또한 해당 의무 조항은 처벌 여부와 직결되는 부분이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수용한 일종의 절충안이 박범계안이다.

'박범계안'에서는 안전·보건 조치 의무에 대한 정의를 각 개별 법에서 정하고 있는 안전 또는 보건을 위한 관리·조치·감독·검사·대응 등의 의무를 말하되, 구체적인 의무의 종류와 법위는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 의무를 너무 구체적으로 열거할 경우 예상하지 못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임이자안'의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부여하는 의무를 △안전·보건 조치에 필요한 조직과 인력, 예산을 편성하고 그 운영을 정기적으로 점검 △근로감독관의 지적 사항 △자신이 관리하는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 및 제조물에 대한 점검 △그 밖의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 밖의 원인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법안 논의 과정에서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부여하는 의무를 포괄적으로 할 것이냐, 구체적으로 할 것이냐를 두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리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면서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도 이날 입장 발표를 통해 "포괄적 책임의무 규정에 대한 위헌 소지 여부와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그럼에도 책임의 의무에 대해 '일터 괴롭힘' 등을 포함한 양당의 두 제정법이 놓치고 있는 곳은 없는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심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쟁점 2. '하한형' 명시한 처벌 가능할까?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국회 본관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고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2020.12.14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국회 본관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고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2020.12.14ⓒ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두 번째 쟁점은 처벌 수위다.

각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의 처벌 수위가 조금씩 다르다. '사망'을 기준으로 본다면, '강은미안'은 3년 이상 징역 또는 5천만원 이상 10억 이하의 벌금을, '박주민안'과 '박범계안'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 이상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단순히 처벌 수준만 놓고 본다면 '임이자안'이 가장 세기는 하다. '임이자안'의 경우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억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다른 법안에 비해 징역형 수위를 대폭 높인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어떤 법안이 가장 높은 처벌을 규정했느냐보다도 중요한 건 '하한형'의 도입 여부라는 주장이 나온다. 다행히 모든 법안에서 '몇 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식의 하한형을 보장하고 있지만, 정작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이 하한형이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산안법 전부 개정안이 대표적인 예다. 당초 정부안에서는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조항이 담겨 있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하한형이 빠진 채로 통과됐다. 이로인해 여전히 산업재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

박범계 의원도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중대재해법에 포함돼야 할 '핵심내용'으로 하한형 도입을 꼽았다.

박 의원은 "사실 중대재해법을 제정하는 것만으로도 법 집행을 하는 수사기관, 재판기관, 법원 등에 엄청난 신호를 주는 것이다. 이전처럼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라며 "(최종안에 담길 처벌 수위가)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처벌 규정을) '~이상'으로 하면 그 경고의 힘은 엄청날 것이라고 본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쟁점 3. 적용 시기는 언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6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6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마지막 쟁점은 적용 시기다.

'강은미안'과 '임이자안'은 모두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박주민안'에는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했고, 개인사업자 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의무 이행을 위한 제도 마련을 전제로 공포 후 4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뒤이어 발의된 '박범계안'에서도 이 내용을 삭제하지는 않았다. 중대재해법이 실제 제정될 경우, 산업 현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일선 사업장에도 이를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박주민 의원은 유예 조항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함께 법안을 논의했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의견을 듣고 마련한 내용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또한 50인 미만 사업장 대부분은 하청 기업들이라 중대재해법이 제정된다면 결과적으로 원청이 책임지는 구조가 마련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빈틈이 메꿔질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박주민 의원을 비롯해 중대재해법을 발의한 의원들 대부분이 '4년'이라는 유예 기간이 너무 길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는 이 시기를 앞당기는 식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 14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논의에 따라서는 유예기간을 줄인다든지 또는 유예되는 작업장의 규모를 조정해서 많은 사업장이 지금 당장 법의 적용을 받게 한다든지 다양한 방향이 다 열려있다"고 말했다.

박범계 의원도 "유예할 필요성은 있겠지만 4년은 너무 길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현실적인 조건을 감안하되 유예기간을 어떻게 단축하느냐의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강은미 원내대표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시행 시기 유예는 대다수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 어렵다"면서도 "시행 시기 자체를 1년 이후로 조정할 수 있겠다. 다만 2년, 3년 미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나아가 강 의원은 "'임이자안'에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는 안전 조치를 하기 위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고 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1년 정도의 기간을 가지고, 영세자영업자가 안전 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면 가능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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