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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3일 수요일

[대담] 이장희 “국제법상 근거 없이 한국 법안 수정 요구는 주권침해”

 박한균 기자 | 기사입력 2020/12/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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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정부가 늦게나마 4.27 판문점선언과 9.19 남북군사분야 합의서에서 한 약속을 이행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미국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정책과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대북전단금지법’이 한미동맹이 공유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등의 비판을 했다. 특히 미국 의회 산하 기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내년 1월 새 회기 시작 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등을 검토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주시보는 이와 관련해 이장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서면 대담을 진행했다.

 

[기자] 한국의 법안을 가지고 다른 나라 기구가 청문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어떤 곳인가?

 

[이장희] 전 세계 인권 문제를 다루는 미 의회 초당적인 기구이다. ‘톰 랜토스’는 Thomas Peter Lantos라는 미국 정치인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 유대인으로 제2차 대전 기간 중 독일의 침공을 받았을 때 나치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탈출하여 1947년에 미국에 이주했다. 그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교수, 국제 정치고문 등으로 활동하다가 1980년 민주당 소속으로 연방하원의원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 남부 교외 선거구에서 출마해 당선, 1981~2008년 사망할 때까지 미국 하원의원으로 재직했다.

 

* 랜토스는 1983년 존 포터 공화당 의원 등과 함께 ‘인권코커스’를 창설해 20여 년간 공동의장으로 활동했다. 2008년 식도암으로 유명을 달리하자 미 하원은 그의 업적을 기려 ‘인권코커스’를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서울경제)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수시로 청문회를 열어 중국, 북 등 전 세계적으로 인권 문제를 다뤘다.

 

초창기인 1988년에 청문회를 열고 중국의 티베트에 대한 ‘인권침해’를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2006년에는 중국의 인터넷 검열 조치에 협조한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등의 대표를 불러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또한 2006년, 2009년, 2010년, 2018년에 북핵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기자] 다른 나라 기구가 한국 내정에 대한 청문회를 여는 것이 국제법상 문제가 없는가?

 

[이장희] 미국 의회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보편적 인권 보호 기구로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라는 한국 국내법을 가지고 다양한 시각에서 토의하고 청문회를 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청문회에서 나온 특정한 결과를 한·미 간 협정과 같은 객관적, 국제법적 근거 없이 한국 정부의 의지에 반하게 그 관철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국제법상 국내문제 간섭(intervention)이다. 인권은 보편적이다. 북 주민들의 인권이나 접경 지역 주민들의 인권도 모두 소중하고 동등하다. 그러므로 70년 넘게 분단으로 인해 겪은 비무장지대 접경 지역 134만 명 주민의 인간적 고통은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국제법상 근거 없이 국내 법안 수정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주권침해”

 

[기자] 미국은 법안 수정 요구, ‘한미동맹’ 가치 손상 등을 운운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장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청문회 개최는 문제없다. 다만 청문회의 결과 법안 수정 요구 같은 것을 한국 정부 의지에 반해 강제하는 것은 국제법상 근거 없이 행하는 명백한 주권간섭이자 주권침해이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절박한 일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준수하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증진하는 일이다. 대북 적대적 전단 살포는 명백한 4.27 판문점선언 합의 위반이며, 비무장 일대에 명백한 군사적 긴장을 야기한다. 

 

분단국가인 남북 간에는 인권(human rights)보다는 인적교류(human contacts)가 더욱 중요하다. 우선 인적교류를 통해서 상호 접촉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적대적인 대북전단 살포를 통해서 남북인적교류가 단절되는 것은 더욱 사태를 악화시킨다.

 

[기자] 마지막으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통과된 것과 관련해 한마디 소회를 부탁드린다.

 

[이장희]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의 골자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행위 등 남북합의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반대자들이 말하는 근거인 “표현의 자유” 제한과는 무관하다. 남북이 합의한 4.27 판문점선언 제2조 1항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의 금지 및 철폐를 통해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 조성”을 실천하기 위한 법률 개정이다. 군사분계선 일대는 군사적으로 매우 민감한 특수한 지역이다. 이 법은 상대를 극한적으로 자극하는 적대적 전단 살포를 미연에 막아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또한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이 아니다. 헌법 제37조에서 표현의 자유는 국가안보,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도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되는 제한된 기본권이다. 이 전단 살포로 조성된 군사적 긴장으로 접경 지역 일대에 남북교류가 모두 끊어지고 관광객이 오지 않아 군사분계선 인근 접경 지역 주민들이 생명의 안전과 생계에 큰 위협을 느끼도록 해서는 안 된다.

 

* 바쁘신 가운데 자주시보와의 서면 대담을 해주신 이장희 교수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박한균 기자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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