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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30일 금요일

[현장] ‘이마트 무빙워크 사망’ 21세 청년의 장례식장, 남겨진 동생의 편지

청년·노동단체 “하청의 또 하청, 위험의 외주화”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18-03-30 19:29:11
수정 2018-03-30 19: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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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故이명수씨 유족과 친구들은 사망현장 앞에 국화를 놓았다.
30일 故이명수씨 유족과 친구들은 사망현장 앞에 국화를 놓았다.ⓒ민중의소리


지난 29일 故이명수씨 장례식장엔 그의 친구들만 100여명이 왔다갔다고 했다. 다음날 오전 장례식장은 전날과는 다르게 한산했다. 조용한 장례식장에선 명수씨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려왔다. 어머니가 울음을 그치자 외할머니의 오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명수씨의 아버지는 이날 아침 일찍부터 진행되는 시신부검을 참관하러 고대안암병원에 갔다. 장례식장은 명수씨의 어머니, 삼촌, 여동생이 자리를 지켰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삼촌은 “이런 일이 제 주변에서 일어날 줄은 추호도 몰랐다”며 “집이 힘들어서 스스로 특성화고에 가고 돈을 벌겠다며 졸업하자마자 일자리도 구해 기특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어린 두 동생은 장례식장에 앉아 오빠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를 보는 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외삼촌 민씨는 핸드폰카메라 편지를 찍어뒀다. 민씨는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편지를 낭독했다.
앞서 故이명수(21)씨는 지난 28일 남양주 이마트 다산점 무빙워크를 점검하다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안전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작성된 안전교육점검일지엔 10분 동안 교육을 했다고 적혔지만, 실제로 CCTV에선 1분도 채 교육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씨는 외주의 외주화 관계에 놓인 하청노동자였다. 이마트가 계약한 업체가 또 하청을 줘 이씨가 속한 회사가 해당 무빙워크를 점검한 것이다. 경찰은 정확한 계약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자문을 구한 상태다.
30일 사고 현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 이명수씨의 외삼촌 민수홍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30일 사고 현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 이명수씨의 외삼촌 민수홍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민중의소리
“편안하게 잠자, 내 마지막 소원이야”
“우리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잠자. 내 마지막 소원이야. 하늘나라 가서 천사되어 우리가족 지켜준다고 꼭 약속해. 갑자기 떠나버린 오빠가 우릴 위해 먼저 갔다고 생각할게. 17년 동안 행복했고 고마웠어. 사랑한다 오빠. 잘 있어 안녕. 사랑하는 주현.”
故이명수씨의 동생 이주현(17)양이 쓴 편지다.
30일 사고 현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명수씨의 외삼촌 민수홍씨는 “여기서 여러 말 드릴 건 없고, 명수 동생이 오빠를 보내는 편지를 갖고 와서, 편지만 읽겠다”며 편지를 낭독했다. 애써 덤덤하게 이양의 편지를 읽은 민씨는 “얘 아래 이제 11살 먹은 동생도 있다. 걔 편지도 갖고 왔는데, 나머진 못 읽겠다”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두 조카가 기둥 같은 오빠를 한순간에 잃었다”며 “제발 귀 기울여주시고, 제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여러분이 도와달라. 잘못한 사람은 꼭 처벌을 받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명수씨와 같은 특성화고를 졸업한 이제현(21)씨가 미리 적어놓은 하고 싶은 말을 읽어내려갔다. 친구 이씨가 말하기 시작하자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도, 말하는 당사자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친구 이씨는 “제 친구 명수가 세상을 떠났다”며 “지금 명수가 떠난 게 실감이 나지도 않고, 믿기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명수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선생님을 존중하며 항상 성실했던 친구였고,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쉬는 날이면 집에서 동생을 챙기고, 삼촌과 함께 게임을 즐긴다고 자랑하던 명수였다. 그런 제 친구 명수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는데, 이마트는…”이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삼촌 민씨도 이명수씨와 함께 했던 순간이 떠올랐는지 얼굴을 뒤로 젖히며 소리 내어 울었다.
30일 고 이명수씨 장례식장 모습
30일 고 이명수씨 장례식장 모습ⓒ민중의소리
“하청에 또 하청… 위험의 외주화”
“이마트 정직원 사고였어도 다음날 떳떳하게 장사 했겠나?”
이날 기자회견에는 故이명수씨의 외삼촌과 친구들 말고도 청년단체, 노동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청년단체 청년전태일 김재근 대표는 “이마트 다산점은 사고현장을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놨을 뿐, 아무렇지도 않게 영업을 하고 있다”며 “한 명의 직원이 사고현장 앞에 서서 무빙워크를 이용하려던 고객들을 돌려보내기만 하고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고객들은 발길만 돌릴 뿐”이라고 한탄했다.
또 그는 “어제도 이곳에서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그땐 이마트 직원이 나와 여러분의 행동은 정치적인 것이라고 했다”며 “왜 그렇게밖에 해석하지 못하는지, 너무 마음이 슬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억울한 청년의 죽음을 결코 망각하지 말고 우리사회가 알아야 한다”며 “원청 이마트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도록 우리가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젊음을 꽃피우지도 못한 청년들이 산업현장에서 쓰러지고 있다”며 “2년 전 구의역 사고를 접한 우리는 비통했고, 안전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잔인한 현실에 반성했다. 하지만 그 잔인한 현실은 오늘도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고에 대해 이마트는 책임을 지겠다는 아무런 말도 없다. 우리사회가 청년노동자들을, 사람을 대하는 태도인 것만 같아 비통하다”고 성토했다.
최은철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28일 꽃다운 나이에 숨진 이 청년은 이마트 직원도 아니고, 이마트에서 무빙워크를 맡긴 티센크루프 업체도 아니다”라며 “하청에 하청을 받은 재하청업체의 직원”이라고 지적했다. 최 본부장은 “이마트 정직원이나 고위직에게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렇게 떳떳하게 다음날 장사를 할 수 있었겠나 싶다”며 “더 이상 정부기관은 이 사태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족, 친구들, 노동·청년단체 관계자들은 이마트 사고현장으로 내려가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명수씨가 숨진 무빙워크 앞에 들고 간 국화꽃을 내려놓았다. 금세 수많은 국화가 그곳에 쌓였다.
한편, 미루어졌던 발인은 오는 31일 오전에 진행된다. 기자회견 이후 이마트 관계자들은 장례식장을 방문할 예정이며, 가족과 사측은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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