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18년 3월 17일 토요일

트럼프의 주한미군 발언과 미국이 ‘슈퍼갑’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문제점

<기고> 고승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
고승우  |  tongil@tongilnews.com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
승인 2018.03.17  07:56:17
페이스북트위터
고승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

중국의 사드 보복도 이 조약을 겨냥한 듯 –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아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해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미주리 주에서 열린 모금 만찬 행사 연설에서 한국과의 무역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철수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외신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은 15일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발언은 주한미군철수를 뜻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 국방부도 브리핑을 통해 ‘워싱턴과 서울 사이에는 틈이 없다. 우리는 한국을 계속 지원하고 함께 협력할 것이다. 우리와 한국과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고 말했다<연합뉴스 3월 16일>.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혼란스런 발언을 하는 식의 행태는 지난해부터 지속되는 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한반도 관련 사항을 큰 틀에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미국의 극동 전략에서 ‘중국의 목을 겨누는 비수’라고 일컬어지는 주한미군에 대한 객관적 위상을 짚어보는 작업은 필요해 보인다.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주한미군에 대해 전적으로 한국에 군사적 이익을 주는 존재로만 언급하지만 균형잡힌 군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주한미군은 미국의 극동 군사전략에 핵심적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미국은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전략 지역’의 하나로 극동을 꼽고 있고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한 특권으로 미국 본토보다 더 싼 비용으로 가동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미국은 주한미군과 여타 세계 지역의 미군이 교대로 배치하는 순환근무제 등에 의해 엄청난 전략적 이익을 얻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협상을 빌미로 주한미군을 흥정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한 것은 4,5월로 예정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 역할’이 빛을 발하면서 한반도가 갈등과 대립 국면에서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 급전환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이익을 챙기는 포석의 하나로 주한미군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내 수구보수 세력을 자극해 남북관계 진전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만드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 유엔 등의 대북정책인 ‘압박과 관여’에서 미국은 ‘압박’의 역할을 맡아 군사, 외교, 경제적 제재를 통해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면서 ‘북한이 핵 포기를 먼저 하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에 비해 문재인 대통령은 ‘관여’쪽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간 협상과 합의를 이끌어내 상황을 주도하는 위치에 올라서 세계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원하는 한반도 미래는 ‘핵 없는 북한과 남한이 대립 갈등하고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면서 중국 포위 전략을 수행해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라고 중국 언론은 강조하고 있다. 물론 중국도 핵 없는 북한을 원하는 점에서는 미국과 비슷한 입장을 취하면서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완충지대 역할을 해온 것에 대해 오늘날과 같은 국제정세 속에서 그 비중은 낮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한미군의 경우 그 특권적 위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쉽게 입에 올릴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인 것이다. 한마디로 한미 두 나라가 동등한 군사주권국가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이 조약의 불평등 내용은 심각하다.
또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뒷받침된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로 인해 중국이 관광 부문 등에서 한국에 대한 보복을 지속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한미동맹의 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절실한 시점이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 관련 보복 조치로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부터 급감하는 등 경제적인 압박이 다방면에서 취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한국이 중국과 미국사이에 샌드위치가 되고, 중국의 경제적 보복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구조가 확인되면서 이 조약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는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필리핀과 일본이 미국과 맺은 군사동맹에 비해 그 불평등성이 너무 심각해 미국이 슈퍼 갑이 되면서 북미관계가 심각할 때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것처럼 발언하는 근거의 하나가 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군사적 주권국가라는 위상이 국제적으로 크게 문제시 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6.25 한국전쟁 직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만들어져 본문 6개 조항을 통해 미국이 한국에 군사력을 배치할 경우 무제한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이 조약 4조의 부속협정인 주한미군지위협정(SOFA)도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해 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조약 가운데 미국에 일방적인 특혜를 부여하는 조항인 4조는 “상호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 The Republic of Korea grants,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ccepts, the right to dispose United States land, air and sea forces in and about the territory of the Republic of Korea as determined by mutual agreement.”로 되어 있다. 이 4조의 첫 부분 ‘상호합의에 의하여’는 SOFA에 의한 합의를 가리킨다.
SOFA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다. 즉, 주한 미군이 한국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한국 정부가 정치, 경제, 사회적 편리를 제공하는 사항을 규정한 한·미 간의 협정이다. 당연히 미국이 슈퍼 갑이다. 이 4조는 SOFA를 비롯한 주한미군에 대한 협상에서 미국이 특혜를 누릴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서의 군사적 ‘권리’를 행사하기 때문에 주한미군에 의한 환경오염 등에 대한 합당한 의무조차 지지 않는 것이다
논란이 된 사드의 한국 배치도 미국이 이 조약 4조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이었고 한국은 ‘허여’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한미 간에 사드배치를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옹 하는 식의 기만적 언사에 불과했다. 남한이 SOFA에 규정된 환경영향평가를 내세웠으나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권리’가 잘 집행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는 제한적인 취지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50년대 말부터 전술핵무기를 남한에 배치하는 등 맘먹은 무기는 다 남한에 들여왔다 빼가는 일을 되풀이 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군이 2017년 상반기 최근 군산비행장에 배치한 무인폭격기 등이 그런 예다.
이 조약이 유지되는 한 제2, 제3의 사드 배치 사태는 불가피하다. 또한 미군기지 오염에 대해서도 한국이 미국에 그 원상회복 등을 요구할 근거를 갖지 못한다. 미국이 한반도 전쟁 발생 시 수백만 명의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다는데도 계속 이를 언급하는 것도 바로 이 조약에 근거한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평등성은 필리핀, 일본의 미국과의 군사동맹 내용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필리핀과 미국의 상호방위협정은 1991년, 1947년에 합의된 기지 협정이 폐기되어 미군이 필리핀에서 전면 철수했다. 그러나 9.11사태이후 미국과 필리핀의 안보조약이 재건되어 2014년 두 나라는 조약이 아닌 협정의 형식으로 12개 항의 방위협력강화협정(ECDA)을 체결했다.
트럼프의 주한미군 발언과 미국이 ‘슈퍼갑’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문제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