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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6일 화요일

김정은 위원장의 비공개 대미 메시지는 뭘까?

트럼프 대통령, ‘노벨 평화상 덫’에 빠졌나 김정은 위원장의 비공개 대미 메시지는 뭘까?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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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7  12: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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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수석특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5일 평양 조선로동당사 본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접견하고 친서를 전달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대북 특사단 수석특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6일 밤 방북 결과 브리핑은 ‘안희정 미투’에 덮힐 뻔한 대북 특사단 방북을 다시 탑뉴스로 살려내기에 충분했다.
남북 간의 ‘3.5합의’에는 4월말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비핵화는 김일성-김정은 선대의 유훈이며,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잠정 중단)을 단행하고, 4월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용인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 없고, 어느 것 하나 ‘전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기자의 눈길이 닿는 대목은 역시 “미국에 전달할 북한의 입장을 추가로 갖고 있다”는 대목이다.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8일 미국을 방문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하며, ‘북한의 추가 입장’을 전달할 것이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접견도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윗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에서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졌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놨고,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전 기자들에게 “남북으로부터의 발표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것은 세계를 위해 위대한 일이었다”며 “진전이 이뤄졌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이례적으로 극찬했다.
북한의 ‘비공개 대미 카드’는 무엇?
  
▲ 특사단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접견에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배석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대 수령들의 비핵화 유훈’을 언급한 것은 북미회담의 출구에 해당하는 ‘한반도 비핵화’ 내지는 ‘북한 비핵화’의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미국의 대북대화 목표를 충족시키는 발언이다.
‘3.5합의’에는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하였다”고 밝혀 북미대화의 목표를 뚜렷이 제시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비핵화를 이야기한 것은 ‘말 대 말’로 출구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사항을 맞춘 거다. 비핵화 대화 입출구 프로세스를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진전이다”고 평가하고 “입출구론의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하였다”는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선언은 북미대화의 문턱을 북한이 스스로 낮춰준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공개된 대미 메시지 외에 정의용 실장이 미국에 전할 북측의 ‘카드’는 어떤 게 남았을까?
먼저, 양국간 대화채널 제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정창현 한국현대사연구소 소장은 “틸러슨 국무장관 방북 초청이 담겼을 가능성이 높다”며 “아마 남측이 북측에 틸러슨 장관의 방북 의사를 전하고 초청을 권유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북미관계 개선의 첫 페이지에는 보통 북측 고위급 인사 초청과 ‘억류 중인 미국시민 석방’ 건이 맞물려 제시되곤 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방북 의사를 여러 경로를 통해 발신했고, 이를 포착한 남측 정부가 북측에 이같은 사실을 알렸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정세가 이미 ‘평창’ 이전과 이후로 달라졌다며, 기존 관례를 뛰어넘는 제안이 포함됐을 수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방카-쿠시너 부부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으로 특사의 격도 높아져야 한다는 것.
인적교류의 다른 방향은 북한의 대미 특사 파견도 생각해볼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미특사를 파견할 용의가 있다. 미국인 억류자를 석방할 수 있다. 미군유해 발굴을 재개할 수 있다.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IAEA 사찰단이 영변 핵단지에 복귀할 수 있다는 카드가 가능하다”고 점쳤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측이 김여정 특사 등을 전격으로 파견했듯이, 미국에도 대미 특사단을 보낼 수 있다는 것. 그럴 경우 미국인 억류자 3명 석방과 한국전쟁시기 사망한 미군유해 발굴 재개 등 인도적 사안을 해결해 준다는 것.
다음으로는, 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된 진전된 조치를 제시할 수 있다.
핵무력 증강을 잠정 중단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을 수용하는 핵의 수직적 비확산이나 핵무력의 해외전파를 하지 않는 수평적 비확산과 관련된 조치들이 포함될 수 있다.
6자회담에서 채택한 9.19공동성명의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는 대목이나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10.4선언에서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로 한 대목도 되살아날 수 있다. 한마디로 6자회담이나 3,4자회담에도 참가할 의향이 담겼을 수 있다는 것.
북-미 물밑접촉 있었나?
  
▲ 지난해 12월 7일 북한을 방문한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났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남북 특사단 교환과 정상회담 합의 과정이 전격적으로 추진되면서 미국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의용 수석특사는 “미국과 대화를 해봐야 좀 더 정확하게 말할 수 있겠지만 미북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은 조성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 올림픽을 위해 연기된 한미연합훈련 관련 4월부터 예정된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실제로 북미 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소지들을 북한 스스로 대부분 해결해줘 미국도 북미대화에 머뭇거릴 명분이 별로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항공편과 만경봉호 출입경 과정 등에서도 미국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상당히 협조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남북 간 대화 내용을 모두 디브리핑해 주는’ 조건으로 미국은 흔쾌히 실무적 협력을 아끼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외교부-국무부 라인’이 원활하게 움직였다는 것.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시차 때문에 외부에서 볼 때 양양 비행장에서 아시아나 항공이 이륙 두 시간 전에서야 미국측 승인을 받는 것처럼 보이는 등 ‘불편한 한미관계’로 비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무엇보다도 북미 간에도 사전 물밑접촉이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기류 변화나,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계기 북미접촉 추진, 남북관계의 급진전 등은 북미 물밑접촉을 추정케하는 대목이다.
한 소식통은 “지난해 12월 유엔 사무차장의 방북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 일행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3박4일간 방북했고, 리용호 북한 외무상 등을 만난 바 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대북제재의 완화 내지는 해제 요건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것”이라며 “이미 북미 간에는 상당한 교감이 이뤄졌기 때문에 남북관계 급진전과 북미대화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노벨 평화상 덫’에 빠졌나?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차 방한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청와대로 초청, 접견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대북 강경 일변도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간 ‘3.5합의’에 “남북으로부터의 발표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것은 세계를 위해 위대한 일이었다”, “진전이 이뤄졌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맞장구친 것도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할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엄청난 미국시민권자의 희생이 예상되는 군사적 옵션보다는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선호할 것이라는 일반적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이 쳐놓은 ‘노벨 평화상의 덫’에 빠졌다는 일각의 분석도 흥미롭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온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에게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지난 25년간의 한미 양국 정부의 노력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한미 양국은 모처럼 잡은 이 기회를 잘 살려 나가야 하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 역사적인 위업을 달성하고 싶다”고 제시했다.
미국이 수십년간 북한에 군사적 옵션을 거론하면서도 쓸 수 없는 녹슨 칼에 불과했고, 25년간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서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번 기회에 문재인-트럼프 팀이 대화로 북핵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제안이다. 한마디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의 덫’을 친 셈이다.
반응은 의외로 즉각적으로 쉽게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2,3일 만인 2월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지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 25년간 북한과 대화를 했지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클린턴, 조지 부시, 오바마 대통령 시기의 대북정책을 비판적으로 언급했다.
[VOA]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보다 과거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게 훨씬 쉬웠을 것”이라고 말해 25년간 더 좋은 조건에서도 역대 대통령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자신이 해결함으로써 업적을 쌓고 싶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노벨평화상의 덫’을 제대로 덥썩 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자리에서 “모든 사람들 역시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규모의 엄청난 인명 피해가 날 것”이라며 북한 문제의 해결을 바란다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같은 정황을 감안하면, ​정의용.서훈 방미팀이 전달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미 비공개 메시지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인 위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무엇인가가 담겨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보장한다는 뜻도 가미될 수 있다.
통일부가 지난달 12일 북측 고위급대표단 방남 결과에 대해 ‘설명자료’를 통해 “기본적으로 남북관계와 비핵화 과정의 선순환을 추진하되, 상황에 따라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북미대화를 견인하는 등 탄력적 상호 견인 도모”라는 입장을 내놓을 때만 하더라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3.5합의’와 정의용.서훈 미국 방문은 이같은 맥락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구상과 만나 한반도호의 운전석에 주인들이 운전대를 잡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올라타 ‘노벨평화상’을 노려봄직한 상황이 현실화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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