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소연 기자
- 발행 2025-01-04 07:55:06
- 수정 2025-01-04 07:58:10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노동자와 시민들이 밤샘 집회를 이어가며 윤석열 즉각 체포를 촉구했다. 3일 오후 3시 전국에서 온 4천여명의 민주노총 간부, 조합원의 결의대회와 관저 앞 행진으로 밤샘집회는 시작됐다. 오후 7시부터 3만여명이 참여해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윤석열 즉각 체포 촉구 긴급행동’이 이어졌다. 심야에는 민주노총 주관으로 자유발언과 공연 등의 집회가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체포가 이뤄질 때까지 간부와 조합원들이 릴레이로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즉각 체포를 주장하며, 특히 전날 5시간여 만에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하고 물러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3일 밤 집회 무대에 오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공수처의 체포 중지에 대해 “저들이 의지가 없다면 우리가 해야 한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체포는 당해본 사람이 잘 안다”며 “그동안 가장 많이 체포를 당한 것이 민주노총이다. 3년 전 경찰은 저를 잡겠다고 민주노총에 새벽 5시에 2천 명이 들이닥쳤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향해 “서울구치소 독방 내가 살아봤는데 살만 하다. 이제 그만 가자”며 “국민들 2년 6개월간 대통령 놀음하면서 괴롭혔으면 충분하지 않았냐. 연말연초 한파에 국민들이 거리를 메우고, 진영을 나눠 다투도록 만드는 것이 사람이 할 짓이냐”고 질타했다.
양 위원장은 “윤석열을 체포할 때까지 민주노총은 이 자리를 지키겠다”며 “외박이 안 되는 분들은 집에 귀가하셨다가 아침에 일찍 오셔도 좋다. 아침 잠이 많으신 분은 푹 주무시고 점심 때 오셔도 괜찮다. 내일 4시 광화문 집회 마치고 저녁에 오셔도 좋다. 윤석열이 체포되는 그 시간까지 이 자리를 지키며 반드시 체포 구속 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3일 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농민들의 트랙터가 1박2일 연대투쟁 끝에 경찰 봉쇄를 뚫은 이른바 ‘남태령 대첩’에 참여했던 청년도 무대에 올랐다. 그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해하던 그때 민주노총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민주노총이 불러 이곳으로 달려왔다”며 “더 추운 날 밤을 새 봤는데 두 번은 못 하겠냐”고 외쳤다.
이어 “저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서비스직 노동자다. 집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옷만 갈아입고 바로 나왔다”며 “여기 경찰력으로 진작에 끌어내렸으면 이럴 일도 없었다. 경찰은 당장 길을 열고 윤석열을 체포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농민이 키운 농산물을 먹으면서 농민을 탄압하고 노동자 없이는 세상이 굴러가지 않는데도 노동자를 무시한다. 게다가 민주노총 분들은 자신의 일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기 위해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나온 싸우는 분들이 아니냐”면서 “권력과 자본을 가진 이들이 노동자를 착취하기 위해 만든 프레임에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시민이고 노동자다”라고 외쳐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남태령 대첩’에 참가했던 청년이 3일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집회 도중 굵은 눈이 쏟아지기도 하고 영하의 강추위가 덮쳤으나 참가자들은 핫팩, 보온 깔개와 덮개, 개인용 침낭 등을 이용해 자리를 지켰다. 자유발언 중간에 응원봉과 깃발을 흔들고 춤을 추며 추위를 이겼다. 현장에는 몸을 녹일 수 있도록 노조에서 준비한 난방버스와 어묵포차 등이 마련됐고 의료진도 대기했다.
일부 언론에서 ‘집회에 참여하던 시민 1명이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비상행동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비상행동 측은 “해당 시민은 일시적 의식 소실이 있었으나 현장 의료진이 바로 확인한 맥박과 혈압은 정상범위였다”며 “구급대와 현장 의료진이 구급차에 동승하여 의식 회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