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길 열고 청년들이 함께하는 1박2일 체포 철야농성
- 이승현 기자
- 입력 2025.01.04 01:01
- 수정 2025.01.04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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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의 밤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 윤석열을 '내란수괴' 혐의자로 명시한, 법원이 정상적으로 발부한 체포영장이 대통령 경호처의 반발에 부딪쳐 집행되지 않은 걸 보면 그렇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들과 국가수사본부 수사관 80여명은 이날 오전 6시15분께 정부과천청사를 출발해 오전 7시 17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도착한 뒤 오전 8시 4분 흰색 철대문을 통과한 뒤 관저 문앞까지 도달했으나 경호처 직원들과 5시간 30분이 넘는 대치끝에 오후 1시 30분 체포영장 집행중지를 선언하고 철수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딱 한달이 지난 1월 3일 윤석열의 즉각 체포를 갈망하며 전날 저녁에도 '윤석열 즉각 체포 촉구 긴급행동'에 나섰던 시민들은 여전히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 한마디없이 '통치행위' 운운하는 그의 '후안무치'와 '비루함', 정상적인 법 집행이 번번히 가로막히는 현실에 분통을 터뜨렸다.
체포영장 집행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민주노총은 전날 예고한대로 이날 오후 3시 한남동 관저 인근 한강진역 2번 출구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를 위한 '민주노총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관저 앞 대로변에서 1박2일 철야농성을 이어갔다.
3,000여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결의대회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늘 윤석열 체포를 시도한 공수처의 행태는 생색내기, 보여주기에 그쳤다"며, "그들은 이 사회를 바꿀 마음도, 의지도 없다는 것이 명백히 확인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헛된 망상에 함께 빠졌으나 위기가 닥치자 책임지는 자는 없고 각자 제 살길 찾기에만 급급한, 한심한 꼴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윤석열은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자신의 잘못을 단 한번도 인정하지 않고, 내란에 동조했던 자들은 윤석열을 살려 자신의 권한을 유지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윤석열이 의무복무자인 경호처 사병들과 지지자들의 뒤에 숨어 체포영장 집행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경호처는 대통령에 대한 경호업무를 핑계로 예외가 있을 수 없는 법원의 영장 집행을 무시했다.
경호처에 대한 지휘감독권자인 최상목 권한대행은 '법과 원칙에 따라 잘 처리하길 바란다'는 엉뚱한 소리를 하며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로 몸을 피했고, 권성동 원내대표와 윤상현 의원 등 국힘 소속 국회의원들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발부된 영장 집행에 대해 '오히려 영장 판사가 불법'이라는 등의 망발로 분노를 유발했다.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할 엄정한 법 집행에 실패한 공수처도 가차없이 비판했다.
따라서 "윤석열을 체포·구속시키지 않고서는, 윤석열과 뜻을 같이하는 국민의힘과 내란동조세력들을 전부 다 척결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그리던 새로운 세상으로 단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자들이 앞장서 길을 열고 청년들이 그 길을 함께 나아가는, 우리의 미래를 그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들이 제 손으로 하지 않는다면 노동자의 힘으로, 노동자의 투쟁으로 윤석열을 체포 구속하겠노라 다짐하고 이 자리에 모였다"며, "민주노총답게 1박2일의 투쟁을 완강하게 선두에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한강진역 결의대회를 마친 뒤 관저를 향해 행진을 하던 중 중앙차선을 따라 세워진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순식간에 밀어내고는 건너편 차선으로 일제히 넘어가 이중 차벽으로 틀어막은 관저쪽 대로를 일거에 장악하며 1박2일 철야농성 공간을 확보했다.
민주노총이 사전에 집회신고를 한 장소였지만, 인근에 먼저 자리잡은 윤석열 지지 집회와 충돌 우려를 이유로 경찰이 통제하던 곳이다.
'내란의 밤을 넘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결의로 만들어진 '1박2일 철야농성장'은 이날 저녁 7시 30분부터 한강진역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 촉구 긴급행동'에 참가한 뒤 행진해 온 청년들이 속속 자리를 채워 저녁 9시에는 3만여명의 대열로 불어났다.
밤 늦은 시간, 기온이 떨어지면서 싸라기눈이 날리는 와중에도 두툼한 옷을 차려입고 대형 보온병을 양손에 받쳐든 채 철야농성장으로 들어오는 청년 여성들이 줄을 잇는 모습이다.
최진협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내란범죄자 처벌을 위해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수사를 경호처가 임의로 판단해 방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것 자체가 반국가적 행동이다. 더욱이 박종준 경호처장은 내란모의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라고 하면서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 비호자에 대한 체포, 구속을 포함한 강제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윤석열퇴진행동)은 이날 공수처가 6시간의 대치끝에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데 대해 "수사기관이 약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대범죄자 윤석열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고, 체포영장마저 집행하지 못한 것은 그 자체로 정의에 반한다"고 하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자를 사법처리하고,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 "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행위는 직권남용죄,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이 성립할 수 있는 명백한 범죄행위이자 불법"이라며, 공수처는 신속하게 체포영장을 재집행하고 그를 비호하는 자들에 대해서도 무관용의 원칙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윤석열퇴진행동은 이날 낮 윤석열 체포를 앞장서 방해하는 박종준 경호처장 등을 직권남용죄,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범인도피죄 등의 혐의로 고발조치하기로 하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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