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392] ‘고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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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팽이’라는 말은 요즘도 자주 쓰이고 있는 것을 본다. 다만 발음상 된소리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의미가 조금 변질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고팽이’란 ‘비탈진 길의 가장 높은 곳’을 이르는 말이다. 요즘은 ‘꼬팽이’로 쓰는 사람이 더 많다.
그래서 ‘굽은 길의 모퉁이’라는 의미로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때로는 ‘어떤 일의 가장 어렵고 힘든 상황’을 이르기도 한다. 예를 들면 “그는 전쟁 통에 죽을 고팽이를 무수히 넘긴 사람이야”와 같이 쓴다. 다른 예로는 “그가 숨을 헐떡이며 고팽이까지 올라가자 아래로 넓은 들판이 펼쳐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와 같은 것이 있다.
‘고팽이’의 다른 의미로는 ‘단청에서 나선형 무늬를 이르는 말’ 혹은 ‘새끼나 줄 따위를 사리어 놓은 돌림’을 이른다. 때로는 수량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새끼나 줄 따위를 사리어 놓은 돌림을 세는 단위’로 쓰인다. 예를 들면 “자네도 새끼 한 고팽이를 꽈 보겠나?”와 같이 쓴다. 지금은 새끼를 사용하는 일이 별로 없어서 이러한 의미는 거의 잊혀졌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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