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유튜브 채널인 '신의 한수'에 올라온 전광훈 찬송가인 '애국자 전광훈' ⓒ유튜브 캡쳐 윤석열 탄핵심판과 내란재판이 시작되면서 윤석열을 옹호하는 각종 집회를 이끄는 이는 이른바 ‘광화문 최고 사령관’이라 불리는 전광훈이다. 극우 개신교 신자들과 함께 각종 거리집회를 주도하며 ‘아스팔트 극우’의 선봉이었던 전광훈은 어느새 국민의힘과 국힘이 배출한 대통령인 윤석열을 쥐락펴락하는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됐다. 국힘 소속 의원들은 앞장서 전광훈이 주최한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전광훈에게 머리를 조아렸고, 윤석열도 이제는 전광훈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광훈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최근 극우집회엔 전광훈을 찬양하는 노래까지 등장했다. 바로 ‘애국자 전광훈’이라는 노래다, 전광훈 찬송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노래는 신혜식이 운영하는 ‘신의한수’라는 극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난해 12월 27일 공개됐다. ‘애국자 전광훈’이라는 노래는 “어둠 속에서 빛을 찾은 자여. 전광훈, 당신의 이름을 외친다”, “영원히 기억될 그 이름 전광훈. 애국자의 자부심” 등 전광훈을 구원자처럼 찬양하는 낯 뜨거운 가사들로 가득하다. 1983년 사랑제일교회를 만들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전광훈은 42년 만에 어떻게 극우 권력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인지 분석해 봤다.
비인가 신학교 출신이지만 부흥사로 이름을 날린 전광훈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광훈은 존재감이 별로 없었다. 목사로서 내세울 만한 경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광훈은 전도사 시절이던 1983년 사랑제일교회를 세웠고, 이후 대한예수교장로회(대신) 소속 목사로 활동했다. 그는 대한신학교(현 안양대학교의 전신) 신학과를 중퇴한 뒤 교육부 비인가 신학교인 대한신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안양대학교 신학대학원 편목 과정 등을 수료했지만, 일반 신학대 석사 과정과 다른 특별 과정이다.
물론 지금도 개신교단 가운데는 단기 교육 또는 비인가 신학교를 통해 목회자를 양성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교육부 인가 신학대를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문제 삼긴 어렵다. 하지만, 전광훈은 이런 과거 때문에 학력 위조 의혹 등 목사 자격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임하던 지난 2019년 7월 3일 진보와 보수를 망라해 개신교 교단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을 맡았던 전광훈은 초대되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에 초청된 주요 교단은 제대로 인가된 신학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목회자로 있는 교단을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전광훈과 한기총은 이런 기준에 못 미쳤다.
이뿐만 아니라 전광훈의 자격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다. 그가 예장 대신교단 총회장으로 있을 당시 백석교단과 통합을 추진하면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통합에 반대한 대신교단 잔류 목사들이 반발하면서 참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들을 제외하고 예장 백석대신 교단을 세웠다. 하지만 전광훈은 2019년 7월 여러 논란 때문에 백석대신 총회에서 면직 및 제명당했다. 전광훈은 스스로 새로운 교단인 예장 대신복원을 만들어 독립하면서 징계를 피했다.
전광훈이 지난 2005년 개최한 전국목회자부부 청교도영성훈련 안내 광고 ⓒ인터넷
2000년대 초반까지 전광훈은 부흥사로 이름을 알렸다. 개신교계 신문들엔 전광훈이 부흥사로 참여한 부흥회 광고가 자주 실렸다. 그는 1998년 청교도영성훈련원을 설립하고 원장직을 맡은 이후 목회자 초청 영성훈련을 진행했고, 각 교회를 돌며 부흥회를 이끌었다. 이런 전광훈이 이름을 알린 건 그의 스승이라 불리는 금란교회 담임목사인 고 김홍도 목사 때문이다. 김홍도는 전광훈이 세운 청교도영성훈련원 총재를 맡았다. 자신이 담임으로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감리교회인 금란교회에서 전광훈의 청교도영성수련회를 열도록 지원했다.
금란교회 김홍도 통해 태극기와 성조기가 휘날리는 극우개신교 집회 주역으로
전광훈은 김홍도와 정치적으로도 통했다. 북에서 태어나 해방 이후 월밤한 김홍도는 극우성향이 강했다. 2000년대 초반 각종 극우집회를 주도하던 인물이었다. 전광훈은 그런 그와 함께 지난 2007년 6월 북핵 완전폐기와 대선음모용 남북정상회담 반대 등을 촉구하는 국민대회를 열었다. 극우개신교계와 재향군인회 등이 중심이 돼 열린 이날 집회엔 박근혜를 비롯한 보수정치인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집회에선 지금의 윤석열 옹호 집회와 마찬가지로 태극기와 성조기가 휘날렸다.
극우개신교 신자들과 목회자들이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같이 들고 집회에 나서기 시작한 건 2004년 무렵이다. 이들은 2004년 6월 25일 극우단체와 연합해 ‘한미 동맹강화와 경제 살리기를 위한 6·25 비상구국기도회’를 열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선 성조기와 태극기가 휘날렸다. 당시는 2004년 총선을 통해 과반 의석을 획득한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가 사학법 개정,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개혁입법을 추진 중이었고, 미군 범죄와 이라크 파병 등으로 반미여론이 높아지던 상황이었다. 이날 비상구국기도회에서 김한식 목사는 “하나님이 미군을 통해 우리를 도와주었는데 미군을 배척하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망각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극우개신교 신자들에게 ‘미국’은 우리와 동등한 ‘동맹’이 아니라, 고난받는 대한민국을 구원하기 위해 온 ‘구원자’다. 미국을 ‘구원자’로 믿는 신앙은 이승만을 통해 미국의 지원을 받아 세력을 키워온 개신교가 이후 반공의 기치를 들고 독재정권과 함께 성장하며 계속됐다.
미국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나라이고, 우리나라를 구원한 나라임을 강조하는 신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옹호 집회에서 트럼프가 윤석열을 구출해 줄 것이라는 발언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미국 구원론’에 기초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미국 구원론’의 가장 충실한 전파자가 바로 전광훈이다.
‘미국 구원론’ 전파자 전광훈 대한민국은 미국의 지원으로 기독교 이념에 따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세워진 기독교 국가
극우개신교는 이후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중심이 돼 각종 극우집회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함께했다. 근데 당시까지만 해도 전광훈은 집회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당시 극우집회는 신도 동원 능력이 뛰어난 대형교회들이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 2007년 북핵 관련 극우 집회부터 전광훈은 김홍도와 함께 집회 전면에 나서며 ‘미국 구원론’을 본격적으로 전파했다.
대한애국당과 박근혜대통령 구명총연합회 등이 지난 2018년 1월 20일 오후 서울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무죄석방!’ 태극기 집회를 마치고 대형 성조기를 들고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전광훈을 비롯한 극우개신교 신자들은 ‘기독교입국론(基督敎立國論)’을 주장한다. 이 주장의 핵심은 미국의 지원으로 이승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됐고, 대한민국은 기독교 이념에 따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세워진 기독교 국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뜻으로 세워진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북한 공산주의를 무찔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광훈은 지난 2019년 대표회장 취임식에서 “미국의 선교사가 이 땅에 들어와서 한 가장 위대한 사건은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미국에 데려가서 박사 학위를 받게 한 것이다. 그리고, 이승만 장로는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세웠다. 또 한미동맹도 세웠다. 그리고 또 하나가 기독교 입국론이다. 이런 4대 기준으로 국가를 운영했더니 전 세계 10대 대국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광훈은 이어 “대한민국은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예수가 세운 나라다. 결단코 그들에게 내어줄 수 없다. 고려연방제로 갈 수 없다. 성도 여러분, 이 나라를 지키자”며 “유튜브 1천만 조직을 완성해 모든 악의 세력과 맞서 이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광훈 등 극우개신교에게 북한은 절대 악이다. 북한이라는 절대 악이 하나님이 세운 대한민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모든 걸 해석한다.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 화해를 위한 노력도, 목회자를 비롯한 종교인들에 대한 세금 부과도,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도, 경제정의 실현도, 노동권 보장 요구도 모두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고 악의 세력이 벌이는 일로 몰아갈 수 있다.
2007년 대선 앞두고 발언 논란 “올해 12월 대선에서는 무조건 이명박을 찍어 만약 찍지 않으면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야”
전광훈이 ‘미국 구원론’의 전파자로 나설 수 있었던 건 거침없는 그의 발언 때문이었다. 전광훈의 거친 입은 그에게 최고의 무기였지만, 동시에 최대의 약점이기도 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여러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다. 지난 2005년 전광훈은 목회자 부부세미나에서 “이 성도가 내 성도 됐는지 알아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옛날에 쓰던 방법 중 하나는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 또 하나는 인감증명을 끊어 오라고 해서 아무 말 없이 가져오면 내 성도요. 어디 쓰려는지 물어보면 아니다”라고 발언해 비난이 쏟아졌다.
제25대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 취임식 ⓒ한기총 홈페이지 2007년부터는 각종 정치 발언으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그는 그해 4월 경남 마산에서 열린 청교도영성훈련원 집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올해 12월 대선에서는 무조건 이명박을 찍어. 만약 (이 후보를 찍지 않으면)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야”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졌다. 10월 3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한 개천절 국민대회’에선 “하나님의 나라를 왜 북한에 갖다 바치려 하느냐”며 남북정상회담을 비난했다.
이후에도 전광훈의 발언 논란은 계속됐다. 2012년엔 전북 전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전교조 안에 성(性)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1만 명 있다”고 주장했고, “전교조는 대한민국을 인민공화국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발언을 했다. 당시 전교조는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기독자유당, 자유통일당 등 극우개신교 원내진출 시도 선봉에 섰던 전광훈
전광훈은 거침없는 발언뿐 아니라 극우개신교의 정치세력화를 주도한 인물로도 주목을 받았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그는 지금도 극우개신교 정당인 자유통일당을 이끌고 있다.
2008년 18대 총선부터 전광훈은 극우개신교 정당 결성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전광훈이 만든 기독사랑실천당은 2.59%(약 45만 표)를 득표하면서 원내진입 일보 직전까지 갔다. 비례대표 의석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 3%에 0.41%(약 4만 표)가 모자란 수치였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기독당으로 원내진출에 도전했지만 1.2%를 득표해 실패했다.
지난 2016년에도 극우개신교 세력은 원내진출을 시도했다. 창당을 주도한 건 역시 전광훈이었다. 기독자유당을 만들고 ‘동성연애법·차별금지법·이슬람저지를 위한 100만 서명’을 여러 대형교회와 함께 벌였다. 한기총 대표회장이던 이영훈 목사와 극우개신교 성향의 연합단체인 한국교회연합의 대표회장 조일래 목사는 긴급 목회서신을 보내 전국 교회 목회자들에게 ‘기독자유당 지지 광고를 해 달라’는 등 측면 지원했다.
기독자유당 등 극우개신교 정당을 만들어 정치세력화를 시도해온 전광훈 ⓒ뉴시스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기독자유당은 2.63%의 득표율로 62만 표를 얻었다. 극우개신교 정당 가운데에는 역대 최고 득표율이었다. 또 다른 보수개신교 성향의 정당인 ‘기독당’이 0.54%(12만9871표)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이들이 하나의 정당으로 출마했다면 3% 이상 득표해 최소 비례대표 1석을 확보했을 것이다.
2019년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 뒤 거리투쟁
2020년 총선을 앞두고 2019년 한기총 대표회장에 취임한 전광훈은 한기총 조직을 극우개신교 정치세력화의 발판으로 활용했다. 2019년 6월 5일 그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와 전면전을 선언했다. 전광훈은 시국선언문에서 “대한민국이 문재인 정권으로 인해 종북화, 공산화돼 지구촌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 운운하며 “문재인 대통령 하야와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를 위해 한기총이 지향하는 국민운동에 함께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심지어 한기총 시국선언이 ‘성령의 불러주는 대로 쓴 것’이라는 신성모독 발언도 했다.
이후 전광훈은 한기총을 통해 ‘253개 지역 연합’이라는 전국적 지역 조직을 만들어 ‘문재인 대통령 하야 서명’을 받았다. 253개 지역은 국회의원 지역구로서 서명운동은 사실상 선거운동이었다. 여기에 박근혜 탄핵에 반대하며 시작된 태극기 부대가 대거 동참했다. 이때부터 전광훈은 광화문을 중심으로 펼쳐진 극우개신교 거리집회의 중심이 됐다.
뜨거운 광화문 극우집회 열기에 자유한국당도 동참 황교안 대표 극우세력과 함께 국회 난입해 극우 불법집회
당시 극우개신교의 기세는 대단했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전해지던 당시 집회 열기는 지금의 윤석열 옹호 집회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열기에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도 동참했다.
김진태 의원은 2019년 10월 9일 광화문광장에서 ‘조국 문재인 퇴진, 대한민국바로세우기 2차 국민대회’에 참석해 “오늘 이렇게 모인 것을 10월 항쟁으로 부르자. 4.19 때보다, 6.10 때보다 우리가 훨씬 더 많이 모였다. 힘을 모아 싸우자”고 말했다.
2019년 10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 촉구 집회’ 에 참석한 전광훈이 발언하고 있다. 2019.10.09 ⓒ민중의소리
전광훈이 10월 22일 청와대 앞 '광야교회' 저녁예배 설교에서 “하나님 보좌를 딱 잡고 산다. '하나님 꼼짝마 하나님,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내가 이렇게 하나님과 친하다(는) 말이야, 친해. 하나님 보좌를 딱 잡고 산다(는) 말이야”라고 발언하는 바람에 신성모독 논란이 일었지만, 자유한국당은 개의치 않았다.
결국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황교안도 함께했다. 10월 25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에 참석한 것이다. 두 달 뒤 황교안은 당원들과 소속 의원들을 이끌고 광화문광장 한쪽을 차지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황교안은 극우개신교의 지지를 받는 거리의 투사로 우뚝 섰다. 12월 16일 국회 본관 앞에서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 규탄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회엔 자유한국당·우리공화당 당원과 극우단체 회원들이 함께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의사당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금지돼 있다. 국회 내부에서 이런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건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이날 황교안은 마이크를 들고 “목숨을 걸고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 저희가 앞장서겠다. 저희와 함께해주시기를 바란다”라고 시위대를 이끌었고, 곳곳에서 ‘아멘’이라는 대답이 쏟아졌다.
전광훈과 손잡았던 미래통합당 2020년 총선서 103석으로 참패 전광훈에 코로나19 확산 관련 비판 일자 뒤늦게 거리두기 나선 미래통합당
자유한국당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전광훈은 ‘기독자유통일당’을 만들었고, 미래통합당과 함께한 거리투쟁의 열기에 힘입어 원내진출을 꿈꿨다. 하지만, 개표 결과 기독자유통일당의 득표율은 1.8%로 4년 전 총선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거리투쟁에 함께했던 미래통합당도 103석에 그치며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결국, 황교안은 1년 2개월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이 2019년 3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을 예방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20년 총선 참패 이후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한 가운데 전광훈이 정부의 집회금지를 어기고 연 8.15 집회에서 대량으로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미래통합당에도 불똥이 튀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부랴부랴 “전광훈 목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 또 함께 한 적도 없다”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소위 사회에서 극우라고 하는 분들, 당은 저희와 다르다”라며 “일반 국민이 보기에는 ‘같은 보수 계열 아니냐?’ 이렇게 뭉뚱그려서 보는 경향이 있다”라며 전광훈과 자신들은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광훈 교회 예배 통해 “이재명이 되면 대한민국 망한다”며 22대 대선서 윤석열 노골적 지지
이후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한 뒤엔 전광훈과 관련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관계를 쉽게 끊어내기 힘들었다. 22대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전광훈과 밀착했다. 전광훈이 오래전부터 윤석열을 지지해왔기 때문이다. 전광훈은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자신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하자 “하나님은 위기 때마다 하나님이 세운 사람을 내려줬다”며 “당신이 바로 하나님이 내려준 사람이다. 절대 기죽지 말라. 문재인을 현장 체포하라”라고 응원한 바 있다.
윤석열이 당내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로 확정되면서 전광훈의 윤석열 지지발언은 더욱 화끈해졌다. 전광훈은 2021년 12월 5일 사랑제일교회 예배 시간에 “이재명이라도 덜컥 되어버리면 대한민국 망해 버리잖아”라고 발언했고, 2020년 1월 2일엔 “왜 윤석열을 대통령 세우려고 합니까. 윤석열을 통하여 정권교체 하는 거 말고 다른 방법 있으면 가져와 봐”라고 발언했다.
노골적인 윤석열 지지운동을 펼친 전광훈은 국민의힘과 조금씩 밀착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국민의힘은 전광훈을 경계했다. 선거 때는 극우개신교 표심 결집을 위해 전광훈을 가까이 했지만,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것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김재원 최고위원, 전광훈 교회 예배서 5.18 헌법 수록 반대 발언 등으로 징계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전광훈의 영향력
전광훈과의 관계를 두고 국민의힘의 고민이 계속되던 2023년 3월 김재원 최고위원이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수록에 반대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연이어 한 보수단체 강연에서도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 했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했다. 과거 거리투쟁에 함께했던 황교안까지 전광훈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황교안은 2023년 3월 인터뷰를 통해 과거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시절 전광훈으로부터 공천 청탁이 있었음을 언급하며, 전광훈 추천으로 입당한 이들을 “당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국힘이 전광훈과 손절에 그토록 애를 썼다는 것은 전광훈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광훈의 추천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당원들도 많았고, 그를 중심으로 한 극우성향 당원의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었다. 각종 극우 발언과 전광훈과 관계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을 보면 전광훈의 위력을 알 수 있다. 여러 논란에도 김재원은 국민의힘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1·2·3기 지도부 선거에서 모두 최고위원으로 뽑혔다. 3연속 최고위원으로 뽑힌 건 김재원이 유일하다. 이런 영향력 때문에 국민의힘은 전광훈과 관계를 끊겠다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했지만, 완전히 끊어내긴 힘들었다.
전광훈은 2024년에도 자유통일당을 만들어 극우개신교 세력의 원내진출을 노렸다. 여전히 당헌에 기독교 정당임을 밝혔지만, 예전보다는 종교적 색채가 옅어졌다. 보수 성향의 목사들 위주에서 불교 신자로 알려진 황보승희 의원과 권투선수 홍수환, 탤런트 임동진을 입당시키는 등 나름대로 외연도 넓혔다. 보수세력 사이에서 인기를 끈 영화 ‘건국전쟁’의 후광을 얻기 위해 이승만을 부각시키는 선거 전략도 펼쳤다.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자유통일당은 비례대표 지지율 4.2%를 기록하는 등 기대감이 컸다.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사랑제일교회 주최로 열린 성탄 축하 예배에서 전광훈이 연설하고 있다. 2024.12.25. ⓒ뉴시스
하지만, 국민의힘과의 관계에선 불협화음이 일었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과거 ‘5·18 북한 개입설’을 주장하는 등의 발언을 문제 삼아 도태우 변호사의 대구 중남을 공천을 취소하는 등 선거를 앞두고 극우적 모습으로 비치는 걸 경계했다. 이런 행보를 두고 자유한국당은 “피아를 구분 못 하는 한동훈 위원장은 즉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에서 사퇴하라”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당시 대통령 윤석열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당내 인사들의 극우적 행보를 경계했던 것이다. 이런 노력에도 국민의힘은 108석을 얻는 데 그쳤고, 원내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전광훈의 자유통일당도 2.26%를 득표해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2024년 총선 참패 뒤 윤석열-국민의힘-전광훈이 찾은 접점 부정선거, 중국, 북한, 반국가세력 그렇게 극우세력 우두머리된 전광훈
국민의힘과 자유통일당 모두에게 처참한 성적표를 남긴 22대 총선은 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과 국민의힘, 그리고 전광훈이 다시 접점을 찾는 계기가 됐다. 그 접점은 바로 ‘부정선거’, ‘중국’, ‘북한’, ‘반국가세력’이었다.
윤석열은 총선 참패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지 않았다. 중국과 북한이 국내 반국가세력과 연계해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장악해 일으킨 부정선거를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반중국 정서는 이런 주장이 퍼지는 데 한몫했다. 전광훈도 마찬가지였다. 자유통일당의 원내진출이 실패한 것이 부정선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을 달랬다.
윤석열과 전광훈 모두 2020년 총선 이후 부정선거 주장을 접하거나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의혹 제기 수준에 그쳤던 부정선거 음모론은 시간이 지나면서 구체화됐다. 22대 총선에서 패배한 뒤에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윤석열이 부정선거가 비상계엄의 주요 배경이라고 밝히면서 부정선거 주장이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전광훈 중심의 극우개신교 세력이 윤석열 옹호 집회에 대거 결합하면서 윤석열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이렇게 전광훈의 존재감이 커지자, 국민의힘은 또다시 그와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은 한동안 거리를 두고 있던 부정선거 주장에 휩쓸렸다. 법원에 폭도들이 난입해도 이를 옹호했다. 국민의힘이 극우세력의 뒷배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전광훈과 국민의힘, 그리고 윤석열의 행보와 언어는 사실상 차이가 없다. 전광훈은 ‘국민 저항권’ 운운하며 극단적 행동에 나서는 극우 세력에게 그럴싸한 명분까지 심어주며 강력한 배후가 되었다.
전광훈이 국민의힘과 윤석열에 미치는 영향력은 커져만 갔다. 전광훈의 한마디에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좌지우지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전광훈은 이렇게 극우 권력의 사실상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 권종술 기자 ” 응원하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