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그럴 수 있다 쳤다. 내가 진짜 어이가 터졌던 대목은 그 댓글러의 아이디가 ‘조셴징죽여’였다는 점이다. 프사는 일본 욱일기였고.
나는 사상이 다른 사람과는 대화를 할 수 있어도 이런 빡대가리들과는 절대 대화가 안 된다. 생각해보라. 댓글을 왜 다나? 내 의견을 남에게 설득하려 한다거나, 내 댓글에 상대가 약이 올랐으면 한다거나 뭐 이런 목적이 있는 거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 욕을 잔뜩 해 놓고 아이디가 ‘조셴징죽여’면 사람들이 그걸 보고 뭐라고 생각하겠냐? 이재명 대표 욕에 공감을 하겠냐? 아니면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열이 받겠냐? 천만의 말씀, 그냥 니가 빡대가리라고 생각하는 거다.
백골단? 골빈단?
나는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국회에 자칭 백골단을 끌고 들어와 기자회견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분노와 실소를 동시에 터뜨렸다. 왜 분노의 감정을 느꼈는지는 독자분들이 더 잘 아실 것 같으니 생략하겠다.
실소는 왜 터뜨렸느냐? 정치인이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것, 혹은 시민들이 단체를 조직하는 것은 목적이 있는 거다. 사람들을 설득해 내 편을 더 만들려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생각해봐라. 머리에 허연 하이바를 쓰고 나와서 “우리는 백골단이어요”라고 씨불이면 사람들이 좋아하겠냐? 백골단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 뭐 이런 거 다 집어치우고 그냥 시각적, 청각적으로만 봐도 그게 좋아보이겠냐고?
일단 우리말이나 한자 가운데 ‘골’이 들어간 단어 중 호감 가는 단어가 별로 없다. 골 때린다, 골 깐다, 골 빈 놈, 골초, 해골, 몰골 등등. 혹시 “‘골 때리는 그녀들’이라는 예능 프로가 있지 않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이야기해주자면 그때 골은 영어(goal)다. 신문선 해설위원이 “골이에요~” 하던 그 골이라고!
그냥 골도 아니고 해골바가지가 연상되는 ‘백골’을 단체 이름으로 삼는 작명 센스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냐? 백골단의 역사적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도 일단 혐오부터 하겠다. 그 사람들이 ‘도대체 백골단이 뭐냐?’ 이러면서 어원을 찾아보면 니네들을 더 극혐할 거고. 인간의 뇌에 뉴런이 수백억 개가 있다는데, 뉴런이 다섯 개만 있어도 그런 발상은 안 하겠다.
나는 기독교에 아무 나쁜 감정이 없고 내가 아는 훌륭한 기독교인들도 무척 많지만, 전철 안에서 불지옥 그림 가슴에 걸고 “당장 예수 안 믿으면 다 불지옥갑니다”라고 외치는 사람들 보면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그렇게 해서 전도가 되겠냐? 남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면서 자기 말을 따르라고 요구하는 이 황당한 모순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뇌에 장착이 된단 말인가?
예쁘게 싸울 줄 알아야 한다
행동경제학에는 후광효과(Halo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쉽게 말하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뜻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판단할 때 정교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못한다. 그보다 대충 판단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서 하나를 보고 열을 짐작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게 좋다는 뜻이 아니라 실제 우리가 그렇게 판단을 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손다이크(Edward Thorndike)의 연구에 따르면 군대 상관이 부하들을 평가하는 태도도 거의 이렇다. 부하들에 대해 평가해보라고 하면 모범 병사라고 생각했던 부하들에 대해 거의 모든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준다.
저 병사는 사격도 잘하고 체력도 좋고 리더십도 있고 심지어 하모니카도 잘 불고 등등등. 하지만 실제 그 병사는 하모니카를 불 줄은 아예 모르고 사격도 별로다. 선입견이 이렇게 무섭다.
그래서 나는 집회를 해도 제발 좀 예쁘게 해야 한다고 늘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가 왜 집회를 하나? 사람들에게 우리 뜻을 알리고 한 사람이라도 우리 편으로 더 끌어들이기 위해서 한다. 그리고 집회가 예쁘면 사람들은 ‘저 집단의 주장은 훨씬 설득력이 있어’라고 생각한다. 그게 후광효과다.
그런데 집회 주최자가 백골단이다. 참가자들은 전부 머리에 허연 하이바를 쓰고 있다. 참석자들이 서로를 소개하는데 “제 아이디는 조셴징죽여입니다” “아, 반가워요. 제 아이디는 덴노헤이카반자이입니다” 이런다. 그게 예뻐 보이겠냐? 누가 그 집회에 동참하고 싶겠냐고?
진화심리학에서는 혐오를 인간의 본능으로 본다. 혐오를 경험의 산물로 보는 사회학의 관점과는 좀 다르다. 그런데 진화심리학에서 혐오를 본능으로 보는 이유는 혐오가 있어야 인류의 안전이 커지기 때문이다.
남의 토사물을 보면 본능적으로 혐오감이 든다. 왜냐? 그래야 감염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이다. 콧물이나 침 같은 진득한 액체도 본능적으로 혐오감이 든다. 역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본능이다.
해골바가지를 보고 본능적으로 혐오를 느끼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게 나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라를 지키겠다는 골빈 놈들이 만든 단체 이름이 백골단이란다. ‘나를 본능적으로 혐오해주세요’라고 광고를 하고 다닌다. 그런 머리를 가진 놈들이 다른 건 잘 하겠냐? 그럴 리가 없어 보이는 게 당연하다. 그게 후광효과라는 거다.
아무튼 21세기 백주대낮에 국회에서 벌어진 백골단 쇼 잘 봤다. 1980년대 백골단을 겪은 민중들의 정신건강을 생각해 말리고 싶은데, 하는 꼬라지들을 보니 말릴 생각도 안 든다. 니들은 그냥 그렇게 살아라. 조셴징죽여 등등이 이끄는 해골바가지 하이바 부대, 차라리 이름을 골빈단으로 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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