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작심 발언, 야당에선 박수도
정치인 체포 보고하니 “내일 하라”
“정치 중립 위반 해임, 죽으라는 것”

“보고를 받은 적 없다”던 조태용 국가정보원장과 “보고했다”던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상반된 주장이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홍 차장은 작심한 듯, 계엄 당시의 상황을 소상히 설명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박수를 보냈다.

22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는 조 원장과 홍 차장의 상반된 주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홍장원(왼쪽)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 뉴시스
홍장원(왼쪽)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 뉴시스

홍 차장은 계엄 직후 윤석열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아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목적어가 없어 누구인지 인지하지 못했으나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과 통화하면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체포 대상 명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23시 30분 정무직 회의 때 조 원장에게 해당 내용을 보고했다는 것이 홍 차장의 주장이다.

반면 조 원장은 “홍 차장이 저한테 보고하지 않았다는 말씀을 제 명예를 걸고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고 홍 차장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에 안규백 국조특위 위원장이 홍 차장에게 “윤석열의 체포 지시를 조 원장에게 보고하거나 알린 적이 있냐” 다시 묻자, 홍 차장은 긴 한숨을 쉬더니 “당시 상황을 설명드리겠다” 말하며 “사실대로 말하면 보고를 안 받은 것이 아니라, 보고를 (받기를) 거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홍 차장의 발언이다.
“사실 정무직 회의 때는 내용 자체가 너무 민감한 것이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무직 회의를 마치고 원장실로 들어가니, 원장님이 회의했던 소파에 그대로 앉아 계셨다.”

“앉자마자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았고,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합니다’라고 보고 드렸는데, 아무 말씀 없으셨다. 이후 ‘방첩사에서 지금 이재명과 한동훈을 잡으러 다닌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내일 아침에 얘기하시죠’란 답을 들었다.”

“이어 ‘원장님 그래도 최소한 업무 방향이나, 지침은 주셔야죠’라고 말씀드리니, 그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 나가버리셨다. 더 보고 드릴 수가 없었다.”

홍 차장은 계엄 당시 윤석열의 정치인 체포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해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며칠 뒤인 6일, 조 원장은 홍 차장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며 사직서를 낼 것을 요구했다. 홍 차장은 사직서 요구가 윤석열로부터 내려온 지시일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억울한 일이다. 국정원법 11조에 보면 국정원 직원이 정치 중립을 위반하면 7년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정치 중립 위반으로 자신을 경질했다는 것은 그냥 죽으라는 것이다. 사법적으로 매장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홍 차장의 주장을 부인하며 “만약 사실이라면 제가 쉽게 홍 차장을 교체할 수 있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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