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374] “여기 자리 있어요(?)”
우리말을 연구하면 할수록 어려움을 느낀다. 차에서 “00가 5연패 했습니다”라는 말이 나오니까 옆에 앉은 사람이 ‘다섯 번 내리 패(敗)한 것으로 인식했다. 실제로는 다섯 번 내리 우승한 것을 말하는 중이었다. 오연패(五連覇)였다. 으뜸 패(敗) 자와 패할 패(敗) 자가 같아서 생긴 오류다.
또 다른 경우도 있다. “나 담배 끊었어”라고 할 때는 금연한 것을 말하는데, 지하철에서 엄마와 통화 중에 학생의 말에서 “응! 엄마, 나 학원 끊었어”라고 할 때는 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는 표를 끊었다는 말이다. 물론 학원에 다니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을 수 있다. 아내와 함께 실소를 지었다. 우리말의 의미가 참으로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지 궁금하다.
다의어를 넘어서 반의어를 포용하는 것까지 이르고 있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지하철이나 극장에서 “여기 자리 있어요(?)”라고 하는 말도 이해하기 힘든 표현이다. 앉을 사람이 정해져 있다는 말인지, 내가 앉아도 된다는 말인지, 여기에 앉지 말라는 말인지 문맥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투덜투덜!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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