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근·조용수 63주기 추모제 모란공원과 남한산성서 열려
- 김치관 기자
- 입력 2024.12.22 08:07
- 수정 2024.12.22 10:26
- 댓글 0
“당대의 걸출한 혁명가고 지도자였습니다.”
1961년 12월 21일, 같은 날 5.16군사쿠데타 세력에 의해 사형을 선고받은 두 명의 역사적 인물이 처형된다. 최백근 사회당 조직부장과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이다. 박정희 5.16쿠데타 세력이 가장 눈에 가시처럼 여기던 정치인과 언론인을 ‘사법 처단’한 것.
63년이 지난 오늘, 윤석열 친위투데타 세력이 제거대상 명단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김어준 뉴스공장 공장장의 이름을 올린 것과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조국 대표는 유기징역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김어준 공장장은 뉴스룸에서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역사의 진전이라고 자위해야 할까.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최백근 선생 63주기 추모제
수암 최백근(1914~1961) 선생 63주기 추모제가 21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한찬욱 사월혁명회 사무처장의 사회로 소략하게 열렸다. 간밤에 내린 눈으로 묘역 일대가 눈부셨다.
최백근 선생과 함께 통민청(통일민주청년동맹), 사회당 등 혁신계 운동을 했던 김영옥, 황금수 선생, 그리고 ‘황태성 사건’과 ‘통혁당 사건’ 관계자인 권상릉 선생이 나란히 자리했다. 셋 모두 34년생.
황금수 선생은 “우리는 청년이었고 최백근 선생은 중년이었다”며 고인을 걸출한 혁명가이자 지도자라고 회고했다. 최백근 선생이 1914년생이니 나이차가 20년이었던 셈이다.
황 선생은 “지금 선생을 죽인 그 세력들은 다 죽었고 미 제국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며 “우리는 통일을 못 볼지 몰라도 우리 후대 동지들은 통일된 조국에서 어깨에 통일 춤을 추고 그럴 시기가 곧 도래할 것 같다”고 낙관적 미래를 그렸다.
나아가 “나는 살아남은 우리 동지들한테 지어진 그 짐을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벗지 않고 싸울 것”이라면서 “나는 돌아가신 우리 동지들한테 고이 잠들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통일된 그날 무덤에서 나와서 우리 같이 통일 춤 추자”고 말했다.
한찬욱 처장은 “사람이 사람을 억압해서는 안 되고 사람이 사람을 수탈해서도 안 되며 나라가 외세의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고 분단된 나라가 자주 민주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되어 한다고 5.16 군사 쿠데타에 의해 죽임을 당할 때까지 쉬지 않고 한 평생 투쟁해 오신 최백근 사회당 조직부장”이라고 소개하고 최근 12.3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 “63년 전 부르짖던 자주 민주 통일 세상은 반드시 이번 기회에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훈 4.9통일평화재단 사료실장은 고인 약력소개에서 1948년 전조선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에 근로인민당 대표로 참석한 사실과 1960년 4월혁명 이후 사회당창당준비위 조직부장을 맡았고, 1961년 5.16군사쿠테타로 6월 5일 체포돼 혁명재판소에서 9월 14일 사형을 언도받고 “12월 20일 박정희가 사형 집행 확인서에 도장을 찍고 바로 그 다음 날 오늘 운명하셨다”며 “현재 여기도 묘가 있지만 북한 신미리의 애국열사릉에도 선생의 묘(가묘)가 있다”고 밝혔다.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미국이 자신의 과거 좌익 경력에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자 최백근, 조용수 처형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일성 수상의 밀사로 남파된 황태성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에서 처형했다. 황태성 사건 관계자 권상릉 선생은 “전쟁 중에도 밀사는 처형하지 않는데, 미국을 의식해 김종필이 사형 집행을 다그쳤고 박정희가 결정했다”고 말했다.
권상릉 선생은 추모사에서 “나도 북 수상(김일성)의 밀사 황태성 선생 사건으로 구속돼서 서대문 형무소에 있을 때 오늘 선생의 집행 소식을 그 안에서 들었다”며 “이제 온 민족이 갈망하고 기대하던 조국의 통일은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열심히 통일전선에 매진하고 투쟁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최백근 선생 묘역은 경기도 구리시 교문리 망우리 묘역에 있었고, 2007년 고인의 46주기 추모제부터 추모연대가 격식을 갖춰 민족·통일운동 관련 인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공개적으로 추모제를 진행해왔고, 2018년 4월 11일 ‘항일운동가, 민족통일운동가 수암 최백근 선생 이장식’을 갖고 마석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 안장했다.
남한산성 묘역에서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 63주기 추모제
추모객들은 경기도 양주시 남한산성 조용수(1930~1961) 민족일보 사장의 묘역으로 이동했다. 90대 노인들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눈덮힌 비탈을 오르자 민족일보기념사업회 원희복 이사장과 조성재 이사, ‘민족일보사건 일본연대포럼’ 소속 임영웅 선생 등이 반갑게 맞았다.
한찬욱 처장은 “민족의 진로를 가리키는 신문이라고 해서, 부정과 부패를 고발하는 신문이라고 해서, 노동 대중의 권익을 옹호하는 신문이라고 해서, 양단된 조국의 비애를 호소하는 신문이라고 해서, 5.16 군사쿠데타에 의해 폐간되고 죽임을 당한 민족일보사의 조용수 사장”이라며 “아직 내란 수괴는 제2의 내란 음모를 꾸미려고 하고 있고, 수구 언론과 종편 그리고 유튜브는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엄호 지지, 내란 옹호, 가짜 뉴스가 지금 판치고 있다”고 작금의 언론 현실을 지적했다.
이창훈 실장은 조용수 선생이 1951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재일조선거류민단(민단)에서 활동했고 ‘조봉암 구명 청원 서명위원회’ 활동 후 1960년 4.19혁명 직후 귀국해 1961년 2월 13일 민족일보를 창간했지만 5.16군사투데타 세력에 의해 5월 18일 체포돼 1961년 10월 31일 상고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박정희가 사형 선고를 확인한 다음날인 12월 21일 사형이 집행됐다고 약력을 소개했다.
세월이 한참 흐른 2006년, ‘진실화해 과거사 정리위원회’에서 조용수 선생에 대한 사형 판결은 위법한 것으로 규정하고 국가의 재심 등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고 2008년 1월 16일 서울중앙지법이 조용수 선생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정희 군사쿠데타 세력이 무고한 언론인을 사법살인한 것을 국가가 최종 확인한 것.
원희복 민족일보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올해 주요한 활동으로 제6회 민족일보조용수언론상을 정동익 사월혁명회 전 의장에게 수여하고 오늘 추모식을 주최한 것을 꼽고 참배객들에게 사의를 표했다.
김영옥 선생은 “조국의 가장 대표적이고, 양심적이고, 민족을 진짜 사랑하는 새로운 언론 매체를 만들고, 국가에서 상을 줘도 모자랄 텐데 인생의 생을 마감시키는 그런 못된 놈들이 나라를 장악하고 생명까지 앗아가 버렸으니 참으로 분통 터지는 일”이라며 “올 때마다 참으로 분노를 느낀다”고 말하고 “존경하는 조 사장 그 정신 반드시 자랑스럽게 이어가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황금수 선생은 “조용수 선생이 중부경찰서에 구속돼 있을 때 나도 한 방에서 같이 있었다”며 “조영수 선생 외에 우홍선 동지, 여러 동지들 같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했는데, 지금 조용수 선생 영정을 오늘 보니까 참 감회가 새롭다”고 소회를 밝히고 “통일되어서 조용수 선생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그렇게 하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임영웅 선생은 “1년에 한 번 여기서 뵙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하기 위해 우리가 참가하도록 여러 가지 지도해 주시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인사했다.
20여명의 재일동포들은 2003년말 조용수 묘역을 찾은 이후 2004년 1월에 ‘민족일보사건 일본연대포럼’을 결성하고 추모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조용수 선생의 동생인 조용준 선생의 아들 조성재 이사는 유족을 대표해 “큰아버지께서도 세월이 지났어도 잊지 않고 이렇게 와주신 여러 어른들께 감사함을 느끼고 계시리라고 생각한다”며 “나라가 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갖고 또 희망적으로 생각한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은 ‘민족일보 복간추진위원회’ 전무배, 김자동, 조용준 선생 등이 2007년 민족일보 영인본을 통일뉴스 기자들에게 전해주며 민족일보의 뜻을 이어받도록 했고, 민족일보조용수언론상 시상식을 통일뉴스 창간 기념행사장에서 민족일보기념사업회와 매해 함께 치르고 있다고 환기시키고 12.3 친위쿠데타를 민주시민의 힘으로 막아냈다는 점에서 “(추모제가) 올해는 더욱더 각별한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순을 넘긴 추모객들은 63년이 지난 지금도 군을 동원한 쿠데타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과 분노를 표하고 “1961년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군사쿠데타 움직임을 모를 수 없다. 이번 사태의 배후에 있는 미국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