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저조한 문해력 무엇이 문제인가
- 입력 2024.12.18 07:00
- 18면
얼마 전 한국 교총에서 전국 초중고 학생들의 문해력 실태를 조사했더니 문해력이 매우 저조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문해력이란 '문장을 읽고 그 뜻을 이해하는 능력'을 뜻한다. '사건의 시발점'이라 말하면 왜 욕하냐고 반문하며 '금일'을 금요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 '사흘'은 4일로, '족보'를 족보와 보쌈으로, '이부자리'를 어떤 별자리로, '중식인내'를 어떤 중국음식으로, '두발자유화'를 하면 왼발 오른발 자유화로 잘못 알고 있다고 한다.
교육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스마트폰, 게임 등 자극적인 영상매체에 빠져 책 읽기를 멀리하기 때문에 문해력이 저조하다고 한다. 국어학자들은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지 책을 많이 읽기만 하면 문해력이 향상될까?
필자는 학생들을 40여 년간 가르쳤던 교육자로서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서는 한자 지도가 절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말의 70% 정도가 한자어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어려운 우리말 어휘들을 한자로 익히게 되면 그 뜻을 자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어휘력이 문해력의 기초가 될 수 있지만, 어휘력을 문해력 저조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하는 국어학자들도 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영단어의 뜻을 모르는데 영어문장을 전체를 이해할 수 없듯 우리말도 단어의 뜻을 모르고는 문장을 이해할 수 없다. 영어문장이나 영어책을 읽을 때 영단어의 뜻을 모를 경우 영어사전을 찾아 그 뜻을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학교현장에서 '사전 찾기' 교육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교실에 국어사전이 비치된 초등학교는 거의 없으며, 국어사전이 비치된 가정 또한 전무하다. 학생들은 영어사전은 늘 곁에 놓고 모르는 단어를 찾곤 한다. 학생들이 국어사전도 늘 곁에 놓고 자주 사용해 모르는 단어를 찾아 새롭게 알도록 해야 한다.
미국 한국어마을 설립자 로스 킹 교수는 언론 기고문을 통해 한국에서 지난 20년간 한자교육이 사라졌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언어 민족주의가 굉장히 강한 나라다. 한글에 대한 지나친 숭배, 한국 컬트가 너무 강하다.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한글만 강조하는 것은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학교에서나 신문, 잡지에서나 '한글전용'으로 한자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로스킹 교수가 지적했듯 우리나라에서는 '한글전용'이라는 언어 민족주의가 너무 강해 한자지도를 전혀 실시하지 않고 있다. 한자를 그저 다른 나라 문자로 등한시하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한자가 우리말의 70% 정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남낙현 시인
출처 : 대전일보(https://www.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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