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판단만으로’ 계엄 선포 허점
3일 이후 계엄법 개정안 16건 발의
- 수정 2024-12-11 07:37
- 등록 2024-12-11 06:00
45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를 계기로 야당 의원들의 ‘계엄법 개정안’ 발의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12·3 내란사태는 계엄 선포가 오롯이 대통령의 판단만으로 이뤄지는 계엄법의 허점을 드러냈다. 계엄 사태를 온몸으로 경험한 의원들은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 선포와 국회 무력화를 막는 장치를 개정안에 담았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 3일 이후 발의된 계엄법 개정안은 16건으로 모두 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제안 이유와 법안 내용에는 제2의 내란 사태를 막기 위한 장치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이유부터 막무가내였다. 그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모호하게 규정한 헌법의 계엄 선포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에 윤호중 의원이 대표발의한 계엄법 개정안은 전시가 아닌 경우 ‘국회 사전 동의’를 거쳐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하고도 국회에 통고하지 않았고, 오히려 국회에 군을 투입했다. 헌법과 계엄법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을 때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고 규정했으나 이를 어긴 것이다. 지난 4일 우원식 국회의장도 새벽 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하면서 대통령 통고가 없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진선미 의원안은 국회에 통고 절차는 물론 국회 폐회 시 집회를 요구해야 하는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엄 선포를 무효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뒤에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계엄법은 계엄의 해제를 위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기 때문이다. 결의안은 새벽 1시에 통과됐으나 윤 대통령은 3시간 반이 지난 새벽 4시27분에서야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밝힌 뒤 국무회의에서 이를 심의했다. 이에 이원택·황정아·한정애 의원 등은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했을 경우 국무회의 심의 절차 없이 즉시 계엄을 해제하도록 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권칠승 의원안은 대통령 대신 국회의장이 계엄을 해제하고 공고할 수 있도록 했다.
계엄 선포 후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증언도 연이어 나왔다. 이를 막기 위해 서영교 의원안은 계엄 선포 후 살인이나 폭행 등의 현행범이 아닌 이상 국회의원을 체포할 수 없도록 했고, 군이나 경찰이 국회에 진입하거나 관계자나 일반 국민의 출입을 통제할 수 없도록 했다. 박선원 의원안은 국회가 계엄 해제나 관련 논의를 위해 회의를 소집할 경우, 체포·구금된 의원도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계엄 선포 후 국회를 무력하게 만들려는 시도를 원천 차단하자는 개정안도 나왔다. 장철민 의원안은 대통령과 계엄사령관이 국회의 기능을 방해하거나 정지시킬 수 없도록 명시적인 규정을 넣었다. 이들 개정안은 추후 소관 상임위인 국방위원회에서 논의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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