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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일 일요일

"한국 검찰의 권한남용, 유엔이 움직일 가능성 크다"

 [이병한 선임기자의 이슈와 사람] 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정치적 선별 기소, 헌법적으로 방어해야"

24.12.02 07:08최종 업데이트 24.12.02 07:08

"검찰의 선별적, 권한 남용적 기소에 사법 절차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판사 한명 한명은 법리에 따라서 재판을 하는데 그게 정치적 판단이 될 수밖에 없는 비극적 상황이 된다." 백태웅 하와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1월 26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정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다음날인 지난 11월 16일, 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는 자신의 SNS에 이 판결을 비판하는 비평글을 올렸다. 제목은 '사법의 정치화'. 앞서 같은 달 10일 백 교수를 포함한 법학자·변호사 15명은 유엔(UN)에 긴급한 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상황이다. 이들의 논리에는 야권을 중심으로 나오는 당파성 띤 비판과 달리 보편성과 인권적 시각이 강하다. ([관련기사] 법률가들, '김건희 불기소' 두고 UN 개입 요청)

백 교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흔쾌히 수락하되 일주일 뒤로 예정된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보고 하자고 했다. 무죄가 나왔다. 선고 다음날인 26일 오후, 방문교수로 와 있는 고려대 연구실에서 마주 앉았다. 그는 위증교사 무죄 판결에 대해 "참 다행스러운 판단"이라며 "애초에 무리한 기소였고 당연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 기본적으로 검찰의 선별적 수사와 비수사, 선별적 기소와 불기소, 권한남용적 기소로 인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여러 진단 중에 정치의 사법화는 알겠는데, 사법의 정치화는 무슨 뜻인가.

"사법부는 비정치적으로 남고 싶지만, 본질적으로 선별적으로 제기된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사법부가 제대로 된 접근을 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는 비정치적으로 생각하지만 결론적으로 가장 정치적 판결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 휘말린다는 취지인가.

"휘말린다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 군사독재하에서 사법부는 그 판사가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 때문에 시녀화되고 도구화됐다. 우리는 민주화를 이루면서 사법부가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인권을 보장하는 기관이 되게 하는 장치를 만들어 왔다. 그런데 이제 검찰이 선별 기소와 권한 남용 기소를 하고 사법 절차가 그에 대해 제대로 된 방어를 하지 못함으로써, 판사 한 명 한 명은 법리에 따라서 재판을 하는데 그게 정치적 판단이 될 수밖에 없는 비극적 상황이 되는 것이다. 사법 정의 시스템 자체가 위태로운 위기다."

사법의 정치화 : 한국 사법 정의 시스템의 위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혐의 1심 선고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법정을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재판을 포함해 총 5개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 두 명(사법정의 특별보고관 마가렛 새터스웨이트, 고문방지 특별보고관 앨리스 질 에드워즈)에게 한국 정부에 혐의서한(allegation letter)이나 긴급요청서한(urgent appeal)을 보내주기를 요청했다. 반응이 있는가.

"공식 절차를 통해 접수했고 접수 통지를 받았다. 아직 공식적인 후속 조치에 대해 들은 바 없지만 이 절차가 비공개다. 나중에 결과가 나오면 알려준다."

백 교수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그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강제실종실무그룹 위원 또는 의장으로서 세계 각국의 강제실종 문제를 다뤘다.

- 서한을 보낸 특별보고관은 원래 아는 사이인가.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한다. 그런데 사법정의 특별보고관은 한국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내년에 방문할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사법정의 특별보고관 입장에서 한국 문제는 독특한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아마 이번 요청에 반응할 거라고 생각한다."

- 아, 그런가. 한국 상황에 대해 유엔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나는 크다고 본다. 왜냐하면, 유엔이 다루는 문제는 무수히 많은데, 민주주의가 아직 발전이 안 된 또는 심각한 직접적인 충돌이 있는 나라도 있지만, 한국은 민주주의나 인권이 일정 정도 보장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나라에서 검찰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전횡을 일삼고 사법 정의가 위기에 처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은 세계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사실 민주주의 후퇴라는 건 후진국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1기를 마칠 때 미국 같은 나라에서 계엄령으로 쿠데타를 일으키기를 촉구하는 상황도 벌어지는 게 현재 세계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 일이 가벼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이제 민주주의나 인권은 다 끝난 거 아니냐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 당연하게 보이는 시스템이 흐트러지기는 굉장히 쉽다. 유엔은 그걸 잘 아니까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미국 법원은 검찰의 권한 남용을 헌법적으로 방어한다"

"미국 법원은 선별기소를 통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거나 인종차별, 여성차별 등 중대한 차별에 이르면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하지 않는다." 백태웅 하와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정민


백 교수는 기본적으로 검찰의 권한 남용을 사법부가 판례를 만들어 제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모델로 미국 상황을 들었다.

"미국은 형사소송 절차에서 선별기소(selective prosecution)와 권한남용기소(abusive prosecution)가 증명되면 판사가 헌법적인 방어로서 공소 자체를 기각시킬 수 있고 증거를 배제할 수 있는 판례가 이미 19세기부터 만들어져 쌓여왔다. 법리를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경찰이 도로에서 과속 차량을 단속할 때, 사실 모든 차를 다 잡을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든 선별을 한다. 그런데 그 선별이, 다른 위반자는 다 보내고 흑인만 잡는다면? 왜 나만 잡느냐고 했더니, 네가 흑인이라서 잡았다, 이렇게 나온다면? 이렇게 되면 수정헌법 14조 평등권에 어긋하기 때문에 용인하지 않는다."

백 교수는 몇 가지 판례를 제시했다.

* 익워 대 홉킨스 사건(Yick Wo v. Hopkins). 1886 : 1880년 샌프란시스코 시가 화재예방을 위해 세탁소는 벽돌이나 돌로 지어진 건물에만 설립할 수 있다는 조례를 제정. 당시 샌프란시스코에는 약 320개 세탁소가 있었는데 거의 대부분 목재건물이었음. 그중에 약 240개를 중국인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당시 중국인 업주 150명이 위 조례를 위반한 혐의로 체포된 반면, 백인 등 다른 업주 80명은 아예 처벌을 받지 않고 영업을 계속함.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중국인 세탁소 주인만을 차별적으로 기소한 것을 헌법 위반으로 판단하여 석방함.

* 미국 대 암스트롱 사건(United States v. Armstrong). 1996 : 마약사건과 관련해 흑인들이 선별적으로 기소되었다고 주장한 사건. 사건 자체에서는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음. 하지만 선별적 기소를 입증하기 위한 두 가지 요건, 첫째,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 중에서 선별이 진행되었고, 둘째, 그러한 선별적 기소가 차별할 의도에 입각해 있었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 확립됨.

"미국도 선별적 기소를 사유로 형사사건을 공소기각 할 때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한다. 하지만 선별기소를 통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거나 인종차별, 여성차별 등 중대한 차별에 이르면 법원이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하지 않는다."

- 이 법리가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우리 헌법에도 예를 들어 제10조 행복추구권이 있다. 제11조 평등권도 있다. 또 검찰청법 제4조3항에 권한을 남용하면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지금처럼 상대가 권력의 정적이면 무한정 파고, 조사하고, 끝없이 기소하고, 반면에 자기 편이면 한없이 관대하고... 정치적 목적에 따른 선별적 기소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므로 법원이 헌법적 권리와 기본 인권 관점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 헌법에도 행복추구권, 평등권이 있고 검찰청법에 권한 남용을 금지하고 있다"

- 하지만 우리 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판례가 유우성 건 딱 하나뿐이고, 그마저도 공소권을 남용한 안동완 검사를 국회가 탄핵소추했는데 헌법재판소가 기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서 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냐는 회의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 회의론이 있다. 그런데 내가 볼 때는 문제제기도 제한적이었다. 재판의 공방 과정에서 이 문제가 제대로 제기되고, 법리를 제대로 주장하고, 특정한 조건에서 선별되고 차별적 의도에 근거해서 진행됐다는 것을 입증하고, 법원이 헌법적 판단을 내려주기를 요구하고, 그래서 법원이 그 부분까지 판단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예가 없다.

방금 질문할 때 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표현했는데, 그건 아니다. 사실 미국 법원이 더 사법소극주의다. 법원이 정치적인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라는 입장은 미국이 더 강하다. 그런데 적어도 사법 절차 내에서 미국 법원은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하겠다는 거다. 우리 법원은 기소되는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헌법에 어긋나는 선별적 차별적 기소에 대해 과연 어떤 고려를 하면서 판단을 하는가, 그 부분이 없다. 우리 법원이 할 권한도 있고 해야 될 일인데도 안 하고 있는 거다."

- 계속 그걸 안 할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결국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없어질 것이다. 악법도 법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군사독재의 시녀가 된 과거를 법원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정치적 반대자를 사법 절차를 통해 제거하고자 하지만 그것이 정부 자체를 겨누는 칼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기도 하다."

백 교수는 회의적이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는 탄핵 재판을 두 번이나 거쳤다, 다른 나라 같으면 탄핵 상황이 벌어지면 쿠데타가 일어난다, 그냥 재판 결과를 기다렸다가 권력이 평화적으로 교체되는 건 참 기적적인 일"이라며 "우리에겐 민주적인 대응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검찰의 도전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이지만, 악이, 부정의가, 끝없이 계속되는 건 불가능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현재 고비도 이겨낼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수사권-기소권 분리나 감찰권의 독립, 검사 탄핵 등 각종 입법·제도적 개혁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이 조금 다르게 그의 방점은 '소프트웨어'에 찍혀 있었다. 그는 "하나의 제도를 바꾸면 그게 모든 문제를 연쇄적으로 해결해줄 것이라는 하드웨어 중심적 접근이 때로 잘 안 맞을 수도 있다"면서 "껍데기만 큰 얘기를 하면서 내용적인 변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의 목표에 대해 "검찰을 악마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화하는 것, 사법을 정의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과거 검사들은 영수증 하나하나 탈탈 털지 않았다"

백태웅하와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고문은 아니지만, 잔혹한, 비인간적인, 굴욕적인 대우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주차장 입구 모습.연합뉴스


백 교수는 법학자가 되기 전 1990년대 국제엠네스티가 선정한 양심수였다. 서울대에서 학생운동을 했던 그는 제명된 이후 노동운동에 투신했고, 1989년 박노해 등과 함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결성했다가 1992년 국가안전기획부에 체포됐다.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 등 혐의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고, 법원 판결은 1심 무기징역, 2심 징역 15년이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 이야기를 꺼냈다.

- 사노맹 사건으로 유명한데, 지금 주장을 들어보면 생각보다 온건한 느낌이다. (웃음)

"사람들이 우리를 과격하다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활동할 때 핵심은 아주 간단한 거였다. 어려운 사람들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뭔가 좀 더 노력을 해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를 아예 말도 못 하게 하고 죽이니까, 우린 죽어도 좋은데 그 말을 해야겠다, 버틴 것밖에 없다. 그러니까 대단한 투사들이 아니다."

- 그때 수사와 재판 등을 받으면서 검사와 판사들이 기억에 있을 텐데.

"그때는 오히려 지금처럼 영수증 하나하나,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정말 저질스럽게 모든 부분을 탈탈 털고 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당시 지하 활동을 하던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법적으로 따지면 공문서 위조 변조에 동행사, 이런 것들로 갈 수도 있지만, 당시 검사들은 그런 거 다 없앴다. 나는 국가보안법 2조, 3조, 4조, 딱 반국가단체 조항으로만 기소됐다. 한 사람의 모든 잘못을 탈탈 털어서 파괴시키는 게 검사의 역할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한 사회 속에서 어떤 문제를 제기해서 어떻게 처리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질서를 지키면서 가게 하느냐, 그런 의미에서 검사는 정확한 판단과 나름의 금도를 지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 그때가 지금보다 선이 굵고 금도를 지켰다?

이 질문에 백 교수는 "내가 그렇게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이라고 짧게 받은 후 말을 이었다. 그는 안기부 조사 당시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쨌든 현재 검사들이 금도를 지키지 않으면서 인간을 좌절시키고, 그런 굴욕적인 처우를 당하느니 차라리 죽고 말겠다, 이래서 자살하는 사례가 생기고... 그래서 내가 유엔에 서한을 보낼 때 사법정의 특별보고관과 함께 고문방지 특별보고관에게도 같이 보낸 거다. 그 보고관의 공식 명칭이 '고문 및 잔혹하고 비인도적, 굴욕적인 대우 또는 처벌에 관한 유엔 특별 보고관(UN Special Rapporteur on Torture and other Cruel, Inhuman or Degrading Treatment or Punishment)'이다.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고문은 아니지만, 잔혹한, 비인간적인, 굴욕적인 대우인 경우가 많다.

인간은 사실 존엄 때문에 사는 건데, 인간이니까 힘든 게 있어도 버티고 하는 건데, 그 본질적 존엄을 지켜주지 않고 부숴버리는 게 사법절차라고 한다면 누가 거기에 승복하겠는가. 나는 검사들이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다. 본질적으로 자기가 당하고 싶지 않을 일을 남에게 하는데, 스스로 어떻게 정당화하겠나. 검사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과거 1980년대 지하 활동을 하던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법적으로 따지면 공문서 위조 변조에 동행사, 이런 것들로 갈 수도 있지만, 당시 검사들은 그런 거 다 없앴다. 나는 국가보안법 2조, 3조, 4조, 딱 반국가단체 조항으로만 기소됐다."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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