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헌 명예회장이 7일 남민전 사건 재심 판결에서 46년 만에 무죄 확정을 받았다. 권 명예회장은 말기암으로 투병 중에 있어 재판에 출석하지 못했지만 김혜순 양심수후원회 회장을 비롯해 양심수후원회 회원들, 남민전 동지와 친지 등 약 20명이 재판정에 참석했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권오헌 명예회장이 7일 남민전 사건 재심 판결에서 46년 만에 무죄 확정을 받았다. 권 명예회장은 말기암으로 투병 중에 있어 재판에 출석하지 못했지만 김혜순 양심수후원회 회장을 비롯해 양심수후원회 회원들, 남민전 동지와 친지 등 약 20명이 재판정에 참석했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이 7일 열린 ‘남조선 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 재심 판결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46년 만의 일이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권 명예회장의 남민전 사건 재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이같이 무죄를 선고하고는 “1979년의 적법한 활동에 대해 폭행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판결한 것을 오늘에 이르러서야 무죄를 선고하게 됐다”며 “사법부를 대신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권 명예회장은 남민전 사건과 관련 1979년에 반국가 단체에 가입해 적을 이롭게 한 점, 회합·통신·이적표현물 소지 등 혐의로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형을 받아 옥살이를 했다.

권 명예회장은 2023년 12월 21일 재심을 청구해 이듬해인 2024년 4월 2일에 재심 개시 결정이 났고, 이날 무죄가 확정되었다. 재심과 관련 권 명예회장의 무죄 확정은 남민전 사건 관계자들 중 16번째이다.

권 명예회장은 이번 무죄 선고에 대해 “지난 1월 10일 재심 첫 결심 공판에서 검사가 무죄 구형을 했기 때문에 예상은 했다”면서도 “그때 유신체제라는 아주 엄혹한 시절에 유죄판결 받은 것을 이제 뒤늦게라도 무죄를 선고하니 감사하다”고 재판부에 감사를 표했다.

권오헌 명예회장의 남민전 사건 재심 무죄 확정을 알리는 웹자보. [사진제공-국가보안법폐지교육센터]
권오헌 명예회장의 남민전 사건 재심 무죄 확정을 알리는 웹자보. [사진제공-국가보안법폐지교육센터]

이날 재판정에는 김혜순 양심수후원회 회장을 비롯해 양심수후원회 회원들, 남민전 동지와 친지 등 약 20명이 재판을 지켜보았고, 판사가 무죄를 선고하자 조심스럽게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판결 확정 후 장경욱 변호사는 말기암으로 투병 중에 있어 재판에 출석하지 못한 권 명예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조카인 맹영선 씨에게 꽃다발까지 준비해와 전달해 주었다.

한편, ‘남민전 사건’은 1976년 2월 비밀단체를 조직해 유신반대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1979년 84명이 검거된 유신말기 최대 공안사건으로, 당시 검찰은 ‘북한 공산집단의 대남전략에 따라 국가변란을 기도한 사건’이라고 발표했고 법원은 최고책임자인 이재문에게 사형 선고를 비롯해 관련자들에게 사형, 무기, 징역 15년 등 대부분 중형을 선고했다.

다음은 투병 중인 권 명예회장과의 전화를 통한 미니 인터뷰 내용이다.

 

[미니 인터뷰] 권오헌 “남민전 사건, 역사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무죄 확신했다”

 

성북구 소재 한 요양병원에서 투병 중인 권오헌 명예회장. [통일뉴스 자료사진]
성북구 소재 한 요양병원에서 투병 중인 권오헌 명예회장. [통일뉴스 자료사진]

□ 이계환 기자: 이른바 ‘남민전 사건’ 재심 판결에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소감은?

■ 권오헌 명예회장: 지난 1월 10일 재심 첫 결심 공판에서 검사가 무죄 구형을 했기 때문에 예상은 했지만, 어쨌든 그때 유신체제라는 아주 엄혹한 시절에 유죄판결 받은 것을 이제 뒤늦게라도 무죄를 선고하니 감사하다고 말씀드립니다.

또한 사실 남민전 사건 관련 모든 사람들은, 돌아가신 이재문 선생님이나 신향식 선생님을 비롯해서 누구든지 유신체제 타도 투쟁만 했지 다른 거 한 게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역사적으로 무죄가 당연히 되는 거고 법적으로도 무죄를 받아야 된다고 늘 생각해 왔어요.

□ 남민전 사건이 역사적으로도 무죄지만 법적으로도 무죄이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그럼에도 남민전 사건 관련자들 중에 아직 재심 청구를 안 하신 분들도 계시지요?

■ 그렇죠. 아직 재심 청구를 안 하신 분들도 계시지요. 민투(한국민주투쟁국민위원회, 남민전 산하 조직) 관련자는 다 했고 남민전 관련자들도 한 10여 명 정도는 한 것 같아요.

□ 남민전 사건은 유신시대 때 최대 공안사건으로 기억하거든요.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무죄라고 확신했나요?

■ 저는 제가 이렇게 재심을 청구했을 때부터 남민전 우리 동지들은 다 재심 청구해도 무죄 나온다, 우리가 한 게 뭐 있느냐, 사람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사상이나 이념적인 문제라든가 이런 거는 오직 그 사람의 지성이나 지식에 관한 문제이지 실제 행동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라고 말해 왔거든요.

□ 그러니까 선생님은 이미 그때부터 그러한 확고한 신념이 있어서 그런 주장을 하시고 또 주변에도 그런 말씀을 해오신 거네요. 그러면 선생님께선 아직 진행 중인 다른 분들도 다 선생님처럼 무죄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하시는 거고요.

■ 물론이지요. 그렇게 믿습니다. 실제로 유신체제 타도 투쟁밖에 한 게 없거든요. 어디 외부와 접속을 했다거나 뭐 이런 것도 없었고...

□ 그러니까 그때 박정희 정부의 부당한 유신체제에 대한 투쟁이니까 넓은 의미에서 민주화 운동이라는 거군요.

■ 그렇죠. 반인권 반헌법적인 그런 체제를 두고서는 그렇죠. 게다가 국민 저항권이라는 게 그때부터 개념이 있었지요. 아무튼 유신체제는 양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냥 참을 수가 없었지요.

□ 투병 중이신데, 건강은 어떻습니까?

■ 아직까지 정신은 말짱한데 이제 몸은 좀 아무래도 약해지고 있어요. 건강을 유지하려고 어떡하든 매일 걷기 운동을 하고 있지요.

□ 건투를 빕니다. 투병중이신데도 인터뷰에 응해줘 고맙습니다.

다음은 권 명예회장이 지난 1월 10일 재심 첫 결심 공판에서 한 최후진술이다.

 

최후진술

 

공판 준비 기일이 돌아왔는데 내가 거동이 불편해서 도저히 법정에 갈 수가 없습니다. 우선 관계자 관계 여러분께서는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건은 한마디로 말해서 민주화 운동을 하고 민주 회복을 위해서 정말 인간의 자유와 민주주의, 평화를 느끼고 살아야 되는데 그걸 못하고 완전히 폭압 정치 속에서 사람이 사법 살인 당하고, 수천 명이 죽고, 수천 명이 감옥 가고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자기 권리를 다 행사하지 못하는 이런 정치 속에서 더 견딜 수가 없어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일단 뒤로 미루고 유신독재를 타도해야 모든 것이 해결된다, 이렇게 생각해서 우리는 민주화 운동을 한 비밀 비공개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그때 공소장에는 반국가 단체 활동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반국가 단체라는 걸 알지도 못하고 사람이 사는데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그래서 그것이 가장 존중되어야 하고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다른 거 생각할 것 없이 또 긴급조치 시대에 비공개로 하지 않을 수도 없고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런 폭압 정치를 물리치고 그리고 민주 회복을 이뤄내게 된 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 뒤로 국가에서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라든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라든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라든가 이런 데서 다 인정을 하고 국가에 재심을 청구해서 그때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라고 이렇게 한 바가 있습니다.

지금 내 나이가 90이고 이제 가서 또 바로 잡은들 내게 오는 것이 뭐겠습니까마는 그러나 한 시대의 잘못된 것을 당대를 살던 사람들이 그 잘못된 것을 소리치고 이렇게 잘못된 것을 밝혀내는 것, 그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지난 뒤에 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 당시에 해야 합니다. 그 당시에 해야 효과가 있는 겁니다. 

저는 지금 힘이 없습니다. 방 안에서 움직이기도 힘들고 병원에서조차 치료를 그만두기로 선언할 정도로 이제 저한테는 치료를 더 이상 받지 못하는 선언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죽게 된 몸이 과거 지난 일 가지고 뭘 지금 또다시 시시비비를 따지나 그런 생각이 나긴 하지만 나 개인 문제가 아니라 당대를 산 피해를 당한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공정하게 판단돼서 그런 억울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새로 재판 준비 기일을 맞아서 새로 옛날 것을 돌아본다는 거 당당합니다. 유신시대 긴급조치 시대 때 사람을 죽이고 수많은 사람을 감옥에 보냈던 것 그것이 잘못된 것을 인정하는 겁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그때 억울했던 사람들한테 그 피해를 보상하든지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이제 이 판단이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그 안에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람이 누가 언제 죽든지 말든지 한 시대를 살던 사람이 어떤 시대 상황에 따라서 행동을 했다면 그것이 정당한 건지 부당한 건지를 밝혀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 의문사진상규명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내린 판단이라고 생각하고, 저 자신은 그 세 단체에서 자문위원으로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힘이 빠져서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지만, 옛날 검사로 돌아가지 말고 새로운 검사로 해서 오늘의 검사는 이 시대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잘 판단하고, 재판장님께서 올바르게 판단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2025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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