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 변론기일(25일)을 앞둔 주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헌재) 앞과 광화문 앞에서는 '내란 정국' 조기 종식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22일 오후 2시 헌재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는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28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주최 쪽 추산 2만 여 명의 시민들은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내란정범 국힘당을 해산하라" "내란범들을 철저히 단죄하자" "특급범죄자 김건희를 구속하라"고 외쳤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여는 발언'을 통해 "다음 주 윤석열의 이른바 최후진술 일정이 있다. 감옥밖에서 하게 될 최후의 진술이 될 것"이라며 "지난 3년 동안 폭정 저질러온 윤석열이 살아생전 밝은 세상을 보게 될 날은 결코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역죄인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 일당들의 내란음모는 헌재 재판을 통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들의 증언은 바로 단 하나 인물, 윤석열을 똑바로 가리키고 있다"고 했다.
김 상임대표는 "내란주동자들이 세운 민주세력 수거, 폭사, 사살 계획은 그냥 나온 계획이 아니다. 친일 매국 세력들이 이 나라에서 저질러온 학살 역사의 종합판"이라며 "친일매국 극우파쇼의 본질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을 적으로 삼고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재는 민주주의를 지키라는 국민의 뜻과 명령에 복종해야 할 것"라면서 "우리의 힘을 최대로 모아 내란 세력을 완전히 제압하자"고 외쳤다.
인천 부평에서 온 서경희 씨는 "22년 5개월 동안 육군에서 부사관으로 복무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일반 시민에서 군인으로 변모하기까지, 특전사 707 특임단 정예 요원으로 거듭나기까지 그 과정에서 겪었을 그들의 숱한 고통들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반란군이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까지 각인시킨 자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현실이 참담하고 또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와 국민을 전쟁의 위기로 몰아넣은 '윤건희'(윤석열+김건희) 정권과 그들을 옹호하는 국민의힘이야말로 역사에 대한 반역자이자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실질적 반국가세력"이라며 "친일매국 왕조 윤건희 정권의 종말을 역사의 이름으로 심판하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불법 계엄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외쳤다. 시민들도 그와 함께 구호를 따라 외쳤다.
2020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절차를 주도했던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도 촛불문화제 연단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1월 발간한 <검찰의 심장부에서>라는 자신의 책을 통해 "만일 육사에 갔더라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언급한 바 있다.
한 전 부장은 "윤석열 총장은 검찰권을 사유화해 특수활동비로 검사들을 부려 자신을 마치 공정과 상식의 대변자인 양 세상을 속였다"면서 "그러나 인권과 생명을 지키려는 깨어있는 민주 시민들이 윤석열 검찰 정권, 부패한 정부를 밀어뭍였고, 이에 당황하고 겁 먹은 윤석열이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는 헛발질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부장은 "윤석열은 서울중앙지검장 때부터 대통령 야욕을 품었듯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그 욕망을 멈추지 못하고 정적을 제거하고 장기 집권을 획책한 것"이라며 "이번 비상계엄은 헌법과 법률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3월 헌법재판소 8 대 0 전원 일치로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온 국민이 생방송으로 듣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희생으로 쌓아올린 민주주의 제도를 다시 회복시키자"고 외쳤다.
국회의원들도 촛불문화제 연단에 올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제 곧 탄핵심판 결론이 나온다"며 "120% 탄핵 인용"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은데, 헌법에 비추어 봤을 때 당연히 탄핵"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선관위에 군을 투입할 권한을 줬냐, 헌법이 그런 것을 용납하고 있느냐"며 "지난 12월 3일 윤석열은 바로 그런 헌법의 골간이나 기본원칙을 침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데도 탄핵이 인용되지 않을리 있느냐"며 "100% 아니 200% 아니 300% 인용된다"고 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는 하나다. 장기집권을 하기 위해서였다"며 "우리는 비상계엄이라고 하는데, 그는 비상대권, 비상조치라고 한다. 72년 유신헌법에 있었던 긴급조치가 80년 전두환 헌법에는 비상조치라고 돼 있는데, 윤석열은 비상계엄이 아니라 사실 비상 조치나 긴급 조치를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주의 적에게 관용을 베풀지 말자"며 "3월에 있을 예정인 윤석열 파멸 결정 때까지 힘내서 싸우자"고 했다.
촛불문화제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오후 3시 30분부터 민주당이 주최하는 '내란종식·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범국민대회)가 열렸다. 범국민대회에는 시민과 당원 3만 5000여 명과 당 지도부를 포함해 80여 명의 국회의원이 참가했다. 시민과 당원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 "헌정파괴 극우세력 규탄한다" "내란동조 국민의힘 심판하자"고 외쳤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인 박범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태도와 헌법재판관에 대한 끝없는 공세에서 저는 (대통령) 파면을 예감한다"며 "파면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들은 헌법재판관들에게 온갖 아양을 떨고 머리를 조아렸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인민재판소'니 '헌법개판소'니 이야기한다"며 "파면 가능성 100%기 때문에 막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명태균과 김건희가 나눈 육성이 만천하에 공개되면 자기 부인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설 것을 두려워해서 감히 군인을 동원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내란주범 윤석열을 파면하자"고 외쳤고, 김병주 최고위원은 "윤석열을 파면하고 내란 잔당들을 발본색원하지 않으면 내란은 종식되지 않는다"면서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헌재의 주문을 외쳤다. 시민들도 "윤석열을 파면한다"라고 함께 외쳤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폭동을 선동하는 극우 세력들 앞에 굽신대고 '전광훈 사당'처럼 움직였다"며 "헌재를 흔들고 재판관에 대한 인신 공격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또 "권영세 당 대표는 12월 3일로 돌아가도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탄핵과 특검을 당론으로 반대한 것도 모자라 헌재를 앞장서서 흔들고 있다"며 "내란 동조 정당 국민의힘은 지금도 윤석열의 복귀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12·3 비상 계엄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 6조 3000억 원이 날아갔는데 내란을 옹호하고 윤석열을 지키자고 떠들고 있다. 국민이 죽든 말든, 나라가 망하든 말든 관심이 없다. 오직 자기들 밥그릇에만 관심"이라며 "국민에게도 나라에게도 아무 쓸모없는 무쓸모 정당"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내란 동조 극우정당 국민의힘 심판하자"고 외쳤다.
시민들은 촛불문화제와 범국민대회를 마친 뒤, 광화문 앞으로 향진해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12차 범시민대행진'(범시민대행진)에 합류했다. 오후 5시부터 종로구 경복궁역 4번 출구 인근에서 열린 12차 범시민대행진에는 헌재 앞에서 촛불문화제와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까지 합류해 주최 쪽 추산 10만 여 명의 시민이 모여 들었다.
광화문 앞에 모인 시민들은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모두 광장으로 모이자" "헌재는 시간끌지 말고 내란수괴 윤석열 조속히 파면하라" "내란동조 폭동옹호 국민의힘 해체하라" "계엄위한 전쟁유도 전쟁세력 척결하자" "우리 힘으로 사회 대개혁 완성하자" "민주주의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윤순철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사회대개혁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여는 발언'에서 "내란의 잔당들은 지금 윤석열의 복귀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헌재는 윤석열을 파면하여 내란의 책임을 확실하게 물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짓을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윤 공동위원장은 "헌재(탄핵인용)는 3월로 예상되지만 3월도 너무 멀다. 3월이 오기 전에 즉각 윤석열을 파면해야 한다"며 "우리는 아직 더 할 일이 있다. 윤석열을 파면하고 윤석열이 망쳐놓은 경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대개혁 특위는 지난 두 달 동안 우리 사회를 바꿀 100가지의 과제를 만들었다"며 "3월 9일 서강대에서 시민들과 함께 대토론회를 열 것이다. 여기 광장에 계신 모든 분들이 함께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도 광장에는 윤석열 파면 이후 사회대개혁을 꿈꾸는 다채로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학생 조세연 씨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서 마주한 폭력과 혐오를 일삼는 세력들과 "서부지법 폭동이 겹쳐보인다"면서, 얼마 전 세상을 떠나신 인권운동가 길원옥 할머니를 추모하며 "무너지는 세상을 지탱할 수 있도록 연대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건설노동자 박세중 씨는 "윤석열 정권의 노조 탄압에 항거해 분신한 양회동 열사의 염원대로 '못된 놈 윤석열' 얼른 끌어내리고 안전한 건설현장을 건설하는 게 절실하다"며,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에서 옥외·연속공정 및 특수고용 노동자가 배제돼 있다면서 서명 캠페인에 함께해줄 것을 요청했다.
시민 윤선주 씨는 인권단체에서 트렌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와 짧게 인연을 맺었다며 2월 27일은 고 변희수 하사의 4주기가 되는 날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윤석열이 임명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소수자 인권은 외면하고 변희수재단 설립은 방해한다"며 "용감한 태읔 조종수 변희수를 기억하는 마음으로 윤석열을 퇴진시키고 윤석열이 망가뜨린 모든 것들을 바로잡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집회에는 시민들의 다채로운 목소리와 함께 문화공연도 이어졌다. 록밴드 '다브다' '전기뱀장어'와 재즈보컬그룹 '카리나 네뷸라', DJ제제 등이 공연을 했다.
10만여 명의 시민들은 본집회를 마친 뒤 광화문에서 출발해 안국동 사거리, 종각역, 을지로 입구를 거쳐, 한국은행 사거리까지 행진했다. 이은정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전국여성연대)은 '대표발언'을 통해 "헛된 장기집권을 꿈꾸던 윤석열의 탄핵이 인용되고 합당한 역사적, 법적 책임을 질 날이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면서 "찬란한 봄을, 따뜻한 승리를 함께 맞이하자"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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