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권성동 나란히 면회...접견 뒤 브리핑으로 '탄핵 재판 부정' 등 발언 공유
-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 발행 2025-02-03 17:35:45

3일, 국민의힘 지도부 '투톱'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을 30여 분간 접견했다. 5선 중진의 나경원 의원도 동행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줄 탄핵을 비롯한 예산 삭감 등으로 인해 국정이 마비되는 것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며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재차 주장했고, "헌법재판소 재판 과정의 편향적인 부분, 헌법재판관들의 편향적인 여러 가지 행태에 대한 우려" 등을 이야기했다고 나 의원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당이 하나가 돼서 20·30세대 청년들을 비롯해 국민에게 희망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서울구치소 방문 전, 권 원내대표는 일각의 시선을 의식한 듯 "개인적 차원에서 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공개된 윤 대통령의 발언 내용만 비춰봐도 개별 만남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108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 움직이는 일정은 당 차원의 정치적인 행보에 가깝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달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 국면에서 당 의원 40여 명이 한남동 관저 앞에 모였을 때도 '당 차원의 행동이 아니'라고 일축한 바 있는데, 당시에는 지도부가 해당 현장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의원 개개인의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와 비교해 보면 이날 권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가 나란히 서울구치소를 찾은 것은 더욱 본격적인 당 차원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서도 '개인적 차원의 방문'이라는 궁색한 설명에 날 선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구치소에 접견을 가는데, 개인 차원으로 간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윤 대통령이 하는 이야기를 실컷 듣고 와서 윤 대통령이 지금 바라는 것, 헌재에 나와서 말하는 그런 논리로 계속 가려고 그러는 거면 위험하다. 족쇄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도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과 '헌재 탄핵 심판의 문제'를 반복해 주장했다. 면회 참석자들은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주장을 고스란히 옮겨 언론에 전달했다.

"중도층 여론 두려워해야"...속 타는 의원들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고, 계엄 선포에 비판적인 복수 중도층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는 점도 비판했다.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당 지지율에 대한 "오판"으로, 지도부가 윤 대통령 측에 서는 일에 조심스러워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유 전 의원은 "탄핵, 내란, 대통령 구속 등에 대한 중도층의 여론을 보며 두려워하고 겁낼 줄 알아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광훈 목사 집회에 가고, 당 지도부가 구치소에 면회 가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사이를 어떻게 정리할 건가"라며 "계속 끌려다니면 더 극우화되고, 부정선거나 주장하면서 굉장히 힘들어진다"고 짚었다.
지도부의 윤 대통령 밀착 행보를 속 타며 지켜보는 의원들도 있다. 김재섭 조직부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 발목 잡히는 비대위보다는 혁신 경쟁에 뛰어드는 비대위가 돼야 하는데,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모습은 아무래도 과거에 매몰된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앞서 김용태 비대위원도 지난달 31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계엄은 잘못했다'라는 게 여당 의원 대다수가 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대통령 접견은 국민 전체에 또 다른 해석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은 "'계엄 옹호당'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전혀 민심에 맞지 않는 모습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서울구치소를 드나들며 윤 대통령 스피커 역할을 자처하는 국민의힘 인사들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권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윤상현 의원 등이 이번 주 접견을 추진 중이다. 권 위원장은 윤 대통령 접견 뒤 국회에 돌아와 "우리 대통령이 직무 정지가 돼 있을 뿐, 우리 당 출신 대통령이니 당연히 나 같은 사람 입장에서는 가야 한다"며 "구치소에 집어넣었으니 구치소까지 찾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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