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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4일 화요일

윤석열 "홍장원에 말한 '싹 다 잡아들여'는 간첩 수사 얘기"

 [윤 탄핵심판 5차 변론] 증언석에 선 홍 전 차장 집중 공격...홍 "제 기억과 차이"

25.02.04 22:49l최종 업데이트 25.02.05 05:57l 선대식(sundaisik)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과 증인들이 각각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 연합뉴스

[기사 보강 : 5일 새벽 0시40분]

자신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증언에 맞서 윤석열 대통령은 "(그 말은) 간첩 수사를 잘하게 도와주라는 것"이라며 "계엄 사무와 관계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4일 오후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선 홍 전 차장은 앞서 국회에서 여러 차례 증언한 대로 계엄의 밤 당시 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 22분 당시 홍 차장에게 전화해 "한두 시간 뒤에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으니 대기하라"고 한 뒤(1차 통화), 오후 10시 53분경 다시 홍 차장에게 전화했다(2차 통화).

그때 윤 대통령이 "봤지? 비상계엄 발표하는 거. 이번 기회에 싹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가정보원에도 대공수사권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고 말했다는 게 홍 전 차장의 증언이다. 이후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자신에게 체포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추적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변호인들은 "윤 대통령이 증인에게 '간첩들 싹 잡아들이라고 했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후반부 직접 발언에 나선 윤 대통령도 "(여인형 사령관이 홍 전 차장의) 사관학교 후배니까 도와주라. 간첩 수사를 잘하게 도와주라. 계엄 사무와 관계없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반박에 대해 홍 전 차장은 "제가 기억하는 부분과 좀 차이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계엄령이 해제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5일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메시지를 보내 윤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를 건의했다고 밝히면서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하시고 심경을 말씀하셨다면 국민들이 대통령님을 이해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증언석에 선 홍장원 "12월 5일 김태효에게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 건의"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윤 대통령 쪽은 홍 전 차장 보좌관이 적은 메모의 신빙성을 공격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홍 전 차장이 여인형 사령관한테 들었다는 체포자 명단과 '검거', '방첩사 구금시설에서 조사' 등의 단어가 적혀있다.

증인 신문 마무리 직전 발언에 나선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을 직접 겨냥한 발언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검거니 위치추적이니 하는데, 국정원은 수사권이 없고 검거는커녕 위치추적을 할 수 없다"며 "(그 사실을) 방첩사령관이 모를 리 없고 (메모 내용이) 말이 안 된다고 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부터 내란이니 모든 프로세스가, 저 메모가 12월 6일 국회에서 박선원 (민주당) 의원한테 넘어가면서 시작된 거라고 보고 있다"라며 홍장원-박선원 커넥션과 음모론도 펼쳤다.

홍 전 차장과의 1차 통화에 대해 윤 대통령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해외에 있는 줄 알고 처음으로 전화했다"면서 "(통화 때 홍장원이) 반주한(술을 먹은) 느낌이 들어서 '국정원을 잘 챙겨라. 전화할 일 생길 줄 모르니 비화폰을 챙기고 있으라'고 했다"라며 은연중에 홍 전 차장의 음주를 언급했다.

이후 조태용 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면서 국내에 있음을 알았다는 윤 대통령은 다시 홍 전 차장과 2차 통화한 이유에 대해 "아까(1차 통화 당시) 전화하겠다고 한 것도 있고, 해외 순방 때 경호를 도왔기 때문에 격려 차원에서 해야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여인형 사령관이 홍 전 차장의) 사관학교 후배니까 도와주라. 간첩 수사를 잘하게 도와주라. 계엄 사무와 관계없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방첩사령관한테 애로사항에 대해 국정원 1차장에게 전화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며 "계엄이 선포되면 방첩사가 국정원 우위에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홍 전 차장은 증인신문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윤 대통령 발언에 반박했다.

그는 "일단 제가 듣고 기억하는 부분에 대해서 설명했고 말씀드렸을 뿐"이라면서 "굳이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나. 다만 당시 상황에서 있었던 부분을 얘기했는데, 사실을 얘기하는 게 이렇게 힘든 거구나 느끼게 된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을 격려하기 위해 전화했다(2차 전화)는 주장에 대해 홍 전 차장은 "조태용 원장 얘기하고 똑같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신 건가"라며 "한참 비상계엄 국무회의가 진행 중이고 수방사, 특전사 난리 치는데, 옛날에 한번 해외 (같이) 나갔던 1차장한테 격려차 전화하신다? 그 시간에?"라고 반문했다.

윤석열의 말말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호수 위 달그림자 쫒아가는 느낌"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5차 변론에 피청구인으로 출석해 진술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 증언 때 뿐 아니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사령관 증인 신문 막바지에도 직접 발언에 나섰다.

여 전 사령관에게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꽃 등에 왜 병력을 보냈는지 묻자, 여 전 사령관은 "장관 지시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은 "선관위에 (병력을) 보내라고 한 것은 제가 김용현 장관에게 말한 것"이라면서 "계엄법에 따라 계엄 당국이 행정, 사법을 관장하게 돼 있기 때문에, 수사 개념이 아니라 선관위에 들어가서 국정원에서 보지 못했던 선관위 전산시스템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가동하는지 스크린 하라고 해서, 계엄군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 후 계엄군 철수 지시를 주장하며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라고 말했다. "합동수사본부 구성이 안 됐다"면서 "(계엄군이 선관위에 가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콘텐츠도 압수한 게 없다고 보고받았다. 계엄이 신속하게 해제됐기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맞은편에서 소추위원으로 앉아있던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반박했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으면 오늘의 헌재 재판은 없었을 것"이라며 "장교들이 재판받는 등 국가적 손실이 일어났고, 대통령이 탄핵 구속되어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을 받아야 하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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