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에 담긴 대통령실 내부인 '흔적들'... 부속실에 대한 강제수사가 시급한 이유
25.02.17 06:55ㅣ최종 업데이트 25.02.17 06:55
검찰 특수활동비를 추적하면서 알게 된 이름들이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총장 비서실에 근무했던 인물들이다. 그들은 윤석열 당선과 함께 대통령직 인수위에 들어갔다가 취임 이후에 대다수가 고스란히 용산 대통령실로 옮겨갔다.
이들은 검찰에서의 직급보다 파격적인 수준의 직책을 맡았다. 검찰총장 비서실에서 4급이었던 강의구 전 비서관은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1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총장 비서실에서 수행비서(6급)였던 김정환 수사관은 대통령비서실 3급 행정관 자리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특수활동비 관리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이기도 하다. 현금화해서 검찰총장 비서실로 옮겨진 특수활동비 관리에 관여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당시 윤석열 총장이 누구에게 어떤 명목으로 특활비를 줬는지 정확히 아는 검찰 직원은 비서실에 근무한 이들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윤석열은 이들을 매우 신임한 것 같다. 그러니 인수위를 거쳐서 대통령실로 데리고 갔을 것이다.
내란 공소장을 보며 떠올린 검찰 특활비 관리자
그리고 이번 내란 사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보면서, 이들이 생각났다. 대통령 경호처의 김성훈 차장 등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내란의 과정에 관여되었거나 내란의 준비·진행 과정을 소상하게 알 가능성이 높은 대통령의 최측근 인물들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대통령 경호처는 대통령 가장 가까이에 있으므로 내란을 모의·기획·추진 과정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아는 차원을 넘어서서 더 깊숙이 관여한 인물도 있을 수 있다.
대통령비서실 역시 마찬가지다. 설사 대통령비서실이 조직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고, 개별적인 인물들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내란을 모의하고 계획·실행하는 과정에서 군과 경찰만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군과 경찰 외의 정부 조직들을 어떻게 움직이고, 국회를 대체할 비상 입법기구는 어떻게 할지 등등에 대한 정무적 계획을 누군가가 만들었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국무위원들에게 연락도 해야 하고 지시할 문서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내란이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역할들을 수행한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공소장에 언급된 대통령부속실
윤석열을 기소한 검찰 공소장을 보니, 부속실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내란이 일어난 12월 3일 국무위원들과 국가정보원장을 대통령실로 불러들일 때 윤석열과 김용현이 연락을 했지만, 부속실에서도 일부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즉 부속실이 사람들을 대통령실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한 셈이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도 12월 3일 밤 8시가 좀 넘어서 강의구 부속실장의 연락을 받고 대통령실로 들어갔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부속실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국무위원들에게 연락해서 '대통령실로 들어오라'고 했을까?
개별 국무위원도 아니고, 여러 명을 한꺼번에 갑자기 대통령실로 불러들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일과시간도 아닌 밤중에 말이다. 따라서 대통령 부속실은 최소한 계엄 선포 전에 비상계엄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윤석열 공소장에는 이상한 대목이 있다.
윤석열과 김용현이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각 부처 장관들인 국무위원들이 취해야 하는 조치사항들을 문서로 작성‧출력하여 소집 연락을 받고 대통령실로 모이는 국무위원들에게 교부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다'는 대목이다.
그런데 윤석열과 김용현이 직접 문서를 출력했을까?
윤석열과 김용현이 직접 컴퓨터로 문서를 출력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 김용현의 경우에는 수행하던 보좌관이 '컴퓨터 작업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할 정도다. 그렇다면 국무위원들에게 전달됐다는 문건은 누가 출력했을까?
국무위원들에게 건넨 문서만이 문제가 아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박안수 전 육군 참모총장에게 전달한 포고령이 담겨 있었다는 노란색 봉투에도 대통령실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는 진술이 있다.
그렇다면 문서들을 출력한 사람은 대통령실 내부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여러 정황을 보면, 대통령비서실, 특히 부속실에 대한 강제수사가 불가피하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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