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25년 2월 19일 수요일

‘세수 결손’보다 중요한 ‘세수 감소’ 놓친 언론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 취재, 기자. 사진=istock


“기자는 특종을 좋아한다”는 명제는 사실일까? 물론 사실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명제가 있다. 첫째, 기자는 특종을 못하는 것(낙종)보다 남들 다 쓰는 기사를 못쓰는 것(물먹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 특종은 하면 좋지만, 못해도 중간은 간다. 그러나 남들 다 쓰는 기사를 나만 못 쓰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옛날 같으면 욕을 먹기도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사는 특종을 못 해서 쓴 기사가 아니라 물먹기 싫어서 쓴 기사다.

예를 들어보자. 17일 다수 언론은 근로소득세 비중이 법인세와 비슷해졌다는 뉴스를 전했다. 이를 ‘직장인들만 봉’(세계일보)이라는 표현부터 ‘직장 다니는 게 죄’(매일경제)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법인세수가 줄어드니 유리지갑이나 다름없는 직장인 호주머니만 털어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로소득세 대비 법인세 비율’이라는 개념은 별 의미가 없다. 근로소득세수가 늘었다면 원인은 두 가지다. 근로소득이 증가해서 세금이 늘 수도 있고, 세율이 늘어서(또는 공제가 줄어서) 세수가 늘 수도 있다. 직장인이라면 전자는 좋은 거고 후자는 좋지 않다.

그런데 최근 세율은 정체하고 공제는 오히려 늘었다. 즉, 근로소득세수 증가는 근로소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근로소득 증가는 직장인이라면 다다익선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2024년 근로소득세수는 전년보다 3.2%만 증가했다. 2024년 경상성장률(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이 5.9%인 것과 비교하면 근로소득 세수는 경상성장률보다도 하회했다. 즉, 경상성장률만큼 근로소득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의미도 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세금이 증가할까 봐 연봉 인상을 반대하는 근로소득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근로소득세수와 법인세수를 비교하는 기사는 별 의미 없는 기사다. 정확히 말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통해 기사 조회수만 늘리는 나쁜 낚시성 기사다.

그러나 내용 비판보다는 왜 이 시점에 거의 대부분의 언론사가 이 기사를 썼는지 이유가 더 중요하다. 2024년 소득세, 법인세 마감 결과는 이미 2월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했다. 일주일이나 지난 ‘뒷북’ 뉴스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출처는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보도자료다. 일주일이나 지난 이슈에 대한 의원실 보도자료가 왜 갑자기 언론에 인용된 이유는 바로 연합뉴스 기사 받아쓰기다.

연합뉴스는 17일 오전 6시 임광현 의원실 보도자료를 받아썼다. 그럼 많은 언론은 반사적으로 연합뉴스 보도를 인용한다. 임광현 의원실 보도자료를 인용하기보다는 연합뉴스가 해석한 논리와 표현이 확대 재생산된다. 많은 언론이 연합뉴스를 받아 쓰면서 쓰지 않으면 ‘물먹을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 기사 가치에 따라 인용이 되기보다는 단순히 물먹지 않고자 ‘연합 받아쓰기’가 들불처럼 번진다. 급기야는 임광현 의원실이라는 출처조차도 빠지고 ‘기획재정부에 따르면’이 출처인 기사도 많아진다.

기자는 특종을 좋아한다는 명제보다 더 중요한 두 번째 명제가 있다. 특정 프레임 내에서 특종을 추구하나 프레임을 벗어나는 특종은 좀처럼 기사화되지 않는다. 김새론 자살이라는 프레임 속에서는 김새론 관련 특종만을 찾고자 한다. 마찬가지로 일주일전 기재부가 근로소득세, 법인세 등 2024년 국세 마감결과를 발표할 때 프레임은 ‘세수 결손’이다. 언론은 세수결손이라는 프레임 속에서만 특종을 찾는다. 그러나 2024년 세수 결과에서 ‘세수 결손’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세수 감소’였다.

‘세수 결손’은 예상보다 줄어든 세수를 의미한다. 즉, 예산 대비 부족한 결산 금액을 말한다. 예상을 잘못했다는 의미다. 급변하는 경제 현실에서 세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요즘 주식, 금값, 환율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기재부가 세수 예측을 잘못해서 역대급 세수 결손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세수 감소’는 전년보다 줄어든 세수를 의미한다. 세수가 전년보다 줄어드는 일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실제로 지난 1990년부터 2022년까지 세수가 전년보다 1% 이상 줄어든 적은 단 세 번밖에 없다. 첫째가 IMF 외환위기(1998년), 둘째가 금융위기(2009년), 셋째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2020년) 이렇게 세 번에 불과하다. 모두 대한민국 역사에 남는 엄청난 경제 위기 때만 발생하는 극단적인 예외에 불과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2023년에 세수가 13% 감소하고 2024년에도 세수가 2.3% 감소했다. 2년 연속 세수가 준 것은 코로나 위기는 물론 IMF 외환위기, 금융위기에도 없었던 일이다. 오히려 세수가 준 다음 해는 ‘기저효과’로 세수가 폭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년 연속 세수가 감소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 2024년 9월25일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오른쪽 두 번째)이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대응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4년 국세 수입에 대한 재추계 결과, 올해 국세 수입은 전년 대비 6.4조 원 감소한 337.7조 원으로 예산 대비 29.6조 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특히,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때 세수 감소율은 -2.7%다. 2009년 금융위기 세수 감소율은 -1.7%다. IMF외환위기 세수 감소는 무려 -3%다. 그러나 놀랍게도 2023년, 2024년 2년간 세수 감소 규모는 무려 -15%다. 극도로 극단적인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전하는 언론이 없다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다. 기재부가 만든 프레임인 ‘세수 결손’ 규모만 전할뿐 ‘세수 감소’ 규모를 제대로 전하는 언론은 조세금융신문을 제외하고는 없다. 이런 극단적 세수감소 상황에서 모든 언론이 ‘세수 결손’만을 전하면 기재부 담당자는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까 한다.

관련기사

그래서 최근 2년간 세수 감소 규모가 무려 -15%라는 사실, 그리고 -15%라는 극단적인 세수 감소는 IMF(-3%), 금융위기(-1.7%),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2.7%)에도 겪지 못했던 상황이란 사실은 국민은 알 수 없다. 기재부가 세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던 ‘세수 결손’이 심각했다는 사실만 알 뿐이다.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왜 나를 가두었는지를 물었을 때 이우진(유지태 역)은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했다. 왜 나를 지금 풀어주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질문이 좋아야 대답이 좋아진다. 마찬가지다. 세수 결손이 아니라 세수 감소도 물어보는 언론이 많았으면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