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기자 111명 등 400명, 경영진에 서한…최근 가자 다큐 불방
로비 깁 이사 해임 요구 “인종차별 반복 매체 몸담아”
“수신료 납부자들에 더 이상 무시하라고 할 수 없다”
입력 2025.07.06 19:10
수정 2025.07.06 20:36
“BBC가 이스라엘 정부와 군대의 PR(홍보) 활동을 수행해온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너무나 자주 있었다. 이는 BBC의 모든 구성원에게 매우 큰 수치와 우려 대상이 돼야 한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 기자 100여명과 미디어업계 인사 300여명이 BBC 경영진에 일부 이사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BBC가 “이스라엘의 홍보(PR)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친이스라엘 성향의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이사회 구성원이 팔레스타인 관련 보도를 좌절시키는 편집 결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자 가디언과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BBC 소속 기자 111명은 지난 1일(현지시간) BBC 사장과 이사회를 수신인으로 이 같은 내용의 공개 서한을 냈다. 공개 서한에는 BBC 직원 외에도 마이크 리 영화감독, 자웨 애슈턴 배우 등 영국의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업계 및 학계 인사 300여명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앞서 BBC는 자사가 의뢰해 제작했던 다큐멘터리 <가자: 공격 받는 의사들>을 불방 결정하면서 내부 반발을 불렀다. 해당 프로그램은 결국 BBC 아닌 채널4가 지난 2일 방영했다. 채널4는 다큐 편성 사실을 알리며 “다른 곳에서 다루지 않는 중요한 저널리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믿기에 이를 수행한다”고 했다.
서한을 쓴 BBC 기자들은 “(해당 다큐의) 방영 거부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결정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BBC의 이 지역(가자지구와 중동) 보도 대부분은 반팔레스타인 인종차별로 규정된다”고 했다. “BBC는 이스라엘 정부에 비판적인 것으로 비쳐질까 두려워 마비된 조직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의 실패는 시청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 조직은 영국 정부의 팔레스타인 전쟁 개입에 대한 의미 있는 분석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연명자들은 이러한 ‘실패’가 “구조적으로 설계된 결과”라며 BBC 이사회의 로비 깁(Robbie Gibb) 이사를 지목했다. “편집 가이드라인이 일관성 없이 적용되는 데에는 BBC 이사회와 편집기준위원회(Editorial Standards Committee) 소속인 로비 깁 경의 역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주이시 크로니클이 “반팔레스타인적이고 인종차별적 내용을 반복적으로 게재해온” 가운데, 이 매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깁 이사가 “다큐멘터리를 방영하지 않는 결정을 포함해 BBC 편집 결정에 어떤 식으로든 발언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깁 이사는 보수당의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 홍보 담당자였고 BBC 웨스트민스터의 전 정치팀장을 지냈다. 2020년 영국 내 유대계 신문 ‘주이시 크로니클’ 인수 컨소시엄을 주도했고 지난해 8월까지 해당 언론사의 이사로 재직했다.
연명자들은 “더 이상 수신료 납부자들에게 깁의 이념적 충성심을 무시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며 “깁 경이 BBC 이사회와 편집기준위원회에 있는 것이 더는 용납될 수 없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BC는 시청자를 위해 더 나은 보도를 해야 하며 △편파 없음 △정직 △두려움 없는 보도라는 우리 핵심 가치에 다시 헌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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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에 따르면, BBC 대변인은 이 같은 공개서한에 “이러한 대화는 내부에서 진행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며 “가자지구 보도와 관련해 BBC는 분쟁을 공정하게 보도하는 데 온전히 헌신해왔다”고 했다.
한편 BBC는 지난달 28일 영국의 세계적 음악 축제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을 생중계한 가운데, ‘팔레스타인 해방’ 구호를 외친다는 이유로 힙합그룹 ‘니캡’의 무대를 중계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튿날 다른 밴드 ‘밥 빌런’이 관중과 함께 “IDF(이스라엘군)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BBC 전파를 탔다. 영국 지역경찰은 해당 밴드를 상대로 수사에 나섰고 미국 국무부는 이들의 비자를 취소했다. 영국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짐머는 SNS에 “집단학살이 중요한 이야기이지, 글래스턴베리가 아니다(Genocide is the story, not Glastonbury)”라고 강조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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