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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3일 목요일

“하루가 30시간이었으면” 이 대통령의 취임 30일 기자회견

 


정치적 논란 현안에도 정면돌파...풍부한 사례 곁들이며 상세히 설명

  • 최지현 기자 cj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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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2025-07-03 15:20:37
  •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07.03.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은 향후 국정방향을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치적 논란이 되고 있는 현안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먼저 언급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기자회견은 역대 대통령이 통상 취임 100일을 맞이해 하던 것과 달리 취임 30일을 맞아 비교적 빠르게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빠르게 기자회견을 열자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과 관련해 "(취임 후) 1년도 아니고, 그동안 했던 것을 자랑하는 자리가 되어서도 안 된다"며 "솔직하게 현재 준비 중인 상황을 밝히고 앞으로 정부의 추진 방향을 밝히고 답하겠다. 주로 언론인들의 의견을 많이 듣겠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그 취지에 맞게 기자회견의 타이틀은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로 정해졌고, 별도의 무대를 마련하지 않고 이 대통령과 기자가 같은 높이에 눈을 맞추고 앉아 마주보고 대화하는 구조로 기자회견장이 구성됐다. 강훈식 비서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들도 모두 배석했다.

    또한 이 대통령이 "약속대련은 안 된다"고 강조함에 따라, 질문자 선정도 이 대통령이 현장에서 지목하는 방식과 추첨하는 방식이 동시에 이뤄졌다. 질문 내용의 사전 조율 역시 없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전날 공식 일정 없이 참모들과 함께 기자회견 준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예정된 시간을 넘겨 2시간을 꽉 채워 진행됐다. 외신기자 2명을 포함해 총 15명의 기자가 질문을 했고, 이 대통령이 답변했다.

    이 대통령은 가장 먼저 취임 30일을 맞이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보통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간다, 이렇게 말하는데 저는 일주일 단위로 그 시간이 지나가는 것 같다"며 "아쉬움도 많이 있다. 시간이 좀 하루가 한 24시간이라 한 30시간만 되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할 때가 꽤 있다"고 밝혔다. 성과로는 "눈에 띄는 주식시장"을 꼽으며 "주식 투자하시는 분들이 한정되기는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주머니도 약간은 지갑은 약간 두툼해진 것 같아서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문제에 대해서는 질문이 나오기도 전, 모두발언에서 먼저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예상된 질문'에 대해 미리 답변부터 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새 정부의 새로운 농정에 대한 기대와 우려, 특히 농식품부 장관 유임에 대한 염려를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대통령실 앞에선 농민들이 상경해 송 장관 유임 철회를 촉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가 전략안보 산업으로서 농업의 중요성이 각별한 만큼 농업과 농민의 문제는 각별히 직접 챙기도록 하겠다"며 "양곡법 등 농업 민생 4법을 조속히 처리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농촌에 희망이 다시 자라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송 장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은 '통합과 협치 방안'을 묻는 첫 질문에 답하는 도중 "인사와 관련해서 분명히 질문할 거라서 제가 미리 말씀을 드린다"며 인사를 둘러싼 논란 전반에 대한 입장도 질문을 받기도 전에 직접 밝혔다. '통합과 협치, 인사는 모두 관련이 있다'고 언급하면서다.

    이 대통령은 "인사에 대한 불만도 사실은 있고, 부족한 점도 있고 '더 나은 사람을 했어야지' 이런 지적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들의 눈높이나, 또는 야당 또는 지지층 안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그런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인사에 대한 소신을 분명히 밝히며 이해를 구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야당 대표 또는 여당 대표가 아니고, 이제는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실제로 우리 국민들이 하나로 모일 수 있는 통합의 국정을 해야 한다"며 "그리고 마음에 드는 또는 색깔이 같은 쪽만 쭉 쓰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2025.07.03. ⓒ뉴시스

    이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여당이 다수당이라서 국회의 견제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게 바로 국민의 선택"이라고 받아쳤다. 동의하기 어려운 비판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여대야소는 우리 국민께서 선택하신 건데 그거를 당신들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내년에 당장 또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잘못하면 또 심판당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대통령이 제왕적이라는 것도 사실은 약간 어폐가 있다"며 "국회가 여소야대가 돼버리면 (대통령은) 거의 할 수 있는 게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걸 제도적으로 어떻게 하는 건 제 몫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제가 답변드리기가 좀 곤란하기도 하고 예민한 질문"이라고 말하면서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 동일한 주체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면 안 된다는 점들에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결단하기 나름"이라며 "협의는 하되 국회를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 질문에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설명하며 이해를 돕기도 했다. 주 4.5시간제 정착 방안을 묻는 질문이 나왔을 땐 자신이 소년공 시절엔 한달 내내 일하다가 이후 하루씩 쉬는 날이 늘어났다는 경험을 토대로 답변했고, 인사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땐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낼 당시 인사 경험을 소개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북 정책을 묻는 질문에는 변호사 시절 부부 갈등 상담을 많이 했봤다면서 남북관계든 뭐든 결국 "대화와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러다보니 답변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이후 "상세하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모습도 보였다. 남성이 대다수인 기자단 구성을 염두에 둔듯 일부러 여성 기자를 지목하기도 했고, 특정 지역 문제에 질문이 쏠린다고 판단했는지 공통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바란듯 통신사에 직접 질문권을 주기도 했다. 잘 보이지 않는 맨뒷자리에 앉아있는 기자들을 배려해 질문권을 주기도 했고, 예정된 시간이 다 됐지만 질문을 더 받으라고 사회자에 주문하기도 했다. 딱딱한 기자회견 분위기를 깨려는 듯, 이 대통령은 중간중간 농담도 던지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질문하는 기자와의 인연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가열된 부동산 시장을 겨냥해 최근에 나온 고강도 대출 규제에 대해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 향후에도 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임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그동안 부동산 정책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과 관련된 정책은 많다. 공급 확대책, 수요억제책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다"며 "얼마든지 (실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15개의 질문에 모두 답변을 한 이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을 통해 "1초를 천금같이 여기고 대통령의 1시간, 국가 공무원의 1시간은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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