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구의 뉴욕 직설] 미국 국채 매입과 방위비 분담금 맞교환 딜, 검토해야
5.07.10 06:48ㅣ최종 업데이트 25.07.10 06:4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 상호관세 서한을 공개하더니, 곧이어 방위비 100억 달러(약 13조 8000억 원)를 다시 언급하기 시작했다. 무역과 안보 문제를 함께 묶어 일괄 협상하겠다는 뜻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미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국채 매입과 방위비를 맞바꾸는 방법을 제안한다. 트럼프의 100억 달러 요구에 대응해 한국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액 중 일부로 미국 국채를 추가 매입하고, 그 이자를 방위비 분담금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추가 재정지출을 최소화하면서 양국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방법이 효과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국채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매입으로 방위비 문제 푸는 법
미국 국채와 추가 방위비 분담금을 맞바꾸는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한국은행은 4000억 달러(550조 2000억 원)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운용하고 있다. 이 중 90% 가까이가 미국 국채 등 해외 증권이다. 여기서 300억 달러(41조 3000억 원) 규모의 5년 또는 7년 만기 미국 국채를 추가로 매입한다. 현재 시장금리 4.5%를 적용하면 매년 약 13.5억 달러(1조 9000억 원)의 이자 수익이 발생한다.
미국 국채는 여전히 가장 안전한 금융 상품이다. 따라서 원금 손실은 없고 이자율도 우리나라보다 높다. 게다가 최근 달러 약세로 추가 미국 국채 매입은 투자 관점에서도 유리한 선택이다. 물론 연간 100억 달러를 이자만으로 메우는 것은 아니다. 국채 이자와 함께 기지 건설, 국산 무기 공급, 회계 설계를 조합한 복합 구조로 해결한다. 구체적으로는 국채 이자 13.5억 달러에 더해 평택과 진해 기지의 인공지능 센터와 스마트 야드 건설, 국산 무기와 정비 서비스 공급 등을 미국 회계 기준으로 평가하고 5년 다년 계약으로 묶는다.
핵심은 미군 관련 추가 비용이 우리 땅에서 우리의 군수 관련 시설과 기지를 강화하는 쪽에 쓰이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토지 이용 등 우리 국토 자산 이용분도 모두 미국 회계기준에 따라 계산한다. 이 경우 실제 우리가 추가로 내야 하는 현금은 현재 약 11억 달러(1조 5000억 원)에서 많이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늘어나는 비용이 있더라도 추가적인 국가 재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국채 이자, 기지사용료, 국산 무기 판매 수익 등으로 충당한다.
이 방식의 핵심 장점은 세 가지다. 무엇보다 추가 재정 지출이 최소화된다. 외환보유액 내에서 자산 구성만 조정하고 기존 국방예산과 국산 무기 판매를 활용하므로 새로운 세금 부담이 거의 없다. 300억 달러 국채는 우리가 계속 보유하는 자산이고, 이자와 현물을 조합해 방위비로 활용하는 구조다.
이자 수익과 건설 사업이 고스란히 국내 산업으로 돌아온다. 주한미군 기지 설비 공사, 첨단 통신망 구축, 훈련 시뮬레이터 도입 등의 사업은 국내 건설, 정보통신, 방산 기업들이 수주하게 된다. 결국 방위비라는 정치적 부담이 실질적인 국내 산업 투자로 전환되는 효과를 내게 된다.
관세 협상에서도 강력한 협상 카드가 된다. 미국은 지금 국채를 사줄 나라를 절실히 찾고 있다. 우리가 300억 달러 규모로 국채를 추가 매입해 주면서 방위비 문제까지 한 번에 해결해 줬다면, 그 자체가 미국을 신뢰하고 재정 위험을 충분히 분담하겠다는 강력한 명분이 된다.
정치적 연출 효과도 뚜렷하다. 백악관은 '100억 달러 방위비와 300억 달러 국채를 동시에 제공하는 역대 최대 규모 협력'이라고 발표할 수 있다. 트럼프는 '사상 최대 동맹 기여'라는 승리 서사를 얻는다. 반면 한국 정부는 추가 현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주한미군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자주 국방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추가 비용을 감당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왜 지금 이 방법이 통할까?
미국이 심각한 국채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 위기를 이해해야 우리 제안이 왜 효과적인지 알 수 있다. 이전 글에서도 자세하게 설명했지만, 현재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36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국내총생산의 127%에 달하는 수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연간 이자 지급액만 1조 달러에 이른다는 점이다. 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가도 연간 이자 부담이 600억 달러씩 늘어나는 구조다. 미국 경제에 숨어있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초 트럼프가 '해방의 날' 상호관세 선언을 했을 때, 이전 글에서 살펴봤듯 미국 국채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하루 만에 0.4%포인트 급등했고, 단 하루 국채 거래액이 2조 4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사태를 겪은 백악관은 황급히 관세 발효를 90일 연기하며 시장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가 다시 8월 1일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지금, 금융시장은 '관세 발작 시즌 2'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은 국채 시장 거래량이 줄어드는 시기여서 한 번 충격이 오면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물론 지난 4월의 경험에 의거해 금융기관들과 연방준비제도(Fed)가 좀 더 잘 대비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미 국채시장 불안정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이후 미국 국채를 사줄 나라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은 최근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대 보유국인 일본도 인플레이션과 엔화 약세 때문에 미국 국채 투자를 줄이고 있다. 이전 글에서도 밝혔듯, 지난 4월 상호관세 발표 이후 200억 달러 상당의 일본자금이 미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동 산유국들과 유럽 기관투자자들도 위험 분산을 위해 미국 국채 의존도를 낮추는 추세다. 설상가상으로 연방준비제도도 양적완화 축소 과정에서 보유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고 있다. 결국 미국은 금리는 낮게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으로 국채를 사줄 믿을 만한 파트너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지난 6월 상원을 통과한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안이 모든 달러 기반 디지털화폐를 100% 미국 국채로 뒷받침하도록 설계한 것도 민간 암호화폐 시장을 통해서라도 국채 수요를 확보하려는 절박함을 보여준다.
이런 배경에서 보면 한국 정부가 미 국채 추가 매입을 선언할 경우 트럼프 정부는 대단히 환영하고 승리의 서사로 크게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원하는 큰 숫자와 승리의 서사를 얻고, 우리는 최소한의 추가 부담으로 방위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관세 협상에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는 협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트럼프는 승리의 서사를, 한국은 실속을
트럼프가 지금 요구하고 있는 매년 100억 달러를 방위비는 현재 우리가 내는 방위비 1.5조 원의 9배에 달하는 액수다. 얼토당토않은 금액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지금의 금액과 100억 달러 그 중간 어딘가에서 합의가 되면 무조건 미국이 유리하다는 계산일 게다.
사실 그에게 절실한 것은 100억 달러라는 금액이라기보다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선전할 승리의 서사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300억 달러(혹은 100억 달러나 200억 달러)의 미 국채 추가 매입을 선언하게 되면 트럼프와 그의 참모진이 대단히 환호할 내용이다. 미국으로선 일석이조, 아니 그 이상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국채 매입이 한국에 큰 손해는 아니다. 추가 국채 매입분으로부터 나오는 연간 이자를 주한미군과의 군사협력 비용으로 사용하겠다고 조건을 걸어 합의하면 우리에게도 유리하다. 그 국채 이자를 주한미군 관련 국내 기업과 산업에 일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매년 100억 달러'라는 정치적 숫자를 얻고, 우리는 실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국내 산업에 일감을 제공하는 구조로 추가 방위비 분담금을 설계하면 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방식이 통하는 이유는 지금 미국은 국채를 사줄 나라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 필요를 채워주면서 국가 이익도 챙기는 방식을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미 국채 매입은 관세 협상에서도 유리하다. 300억 달러 국채를 사주고 방위비 분담까지 올려준다면, 한국은 이미 충분히 기여했다는 명분이 확실해진다. 이에 덧붙여 조선업 및 방산 협력, 반도체 기술동맹 강화 등을 협력 조건으로 제시하면 서로 윈윈하는 타결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숫자를, 한국은 실속을 챙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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