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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8일 화요일

소득은 비슷해졌는데 왜 계속 불평등할까...국회, ‘다차원 불평등 지수’ 발표

 


소득·교육·건강·자산 반영한 ‘다차원 불평등 지표’, 꾸준히 상승
연구 결과 “소득보다 자산이 불평등 심화 원인”

  • 김백겸 기자 kbg@vop.co.kr발행 2025-10-28 17:38:35
    우원식 국회의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 주도 첫 다차원 불평등 지수 연구 결과 발표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5.10.28. ⓒ뉴시스

    한국 사회에서 소득 격차는 완화돼 왔지만, 여전히 부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불평등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소득뿐만 아니라 교육, 건강, 자산 등 다양한 요인들까지 함께 고려해 사회 전반의 불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지수를 연구한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 결과, 소득 불평등 수준 완화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불평등 수준은 점차 심화됐다. 주된 이유는 자산의 격차 때문이었다.

    이에 이제는 자산의 재분배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소득·교육·건강·자산 등 고려한 '다차원 불평등 지수'

    국회입법조사처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다차원적 불평등 지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소득, 교육 등 분야별 불평등 수준을 살펴보는 연구는 많았으나, 이를 모두 고려해 사회 전반의 불평등 지수를 연구해 국회가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다차원 불평등 지수는 불평등을 소득, 교육 등 1차원적인 요인만 분석하지 않고 소득·자산·교육·건강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종합적인 불평등 지수를 제시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주도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진행된 것으로, 이번이 첫 다차원 불평등 지수 발표다.

    다차원 불평등 지수에 대한 연구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단지 하나의 문제로만 나타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연구 결과 발표는 맡은 김기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정책연구실 부실장은 "만약 하나의 불평등이 다른 불평등의 원인이었다고 한다면 그것만 해결하면 모든 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그게 아니고 각각의 불평등이 다른 인과관계로 서로 엮여 있다라고 한다면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이런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사회가 발전하면서 불평등 문제를 단지 소득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문제도 생겼다. 김 부실장은 "소득 중심 사고를 넘어서고자 하는 시도"라며 "소득만이 인간의 행복을 좌우하는 건 아니다. 교육, 건강, 인간 관계 같은 것들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소득, 교육, 건강 등 11가지 항목을 측정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BLI)'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BLI는 36개 회원국 중 28위로 하위권이다.

    실제로 소득이 좋아진다고 해서 이에 비례해 다른 요인들이 무조건 좋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김 부실장은 "다른 지표가 소득과 다르게 나타나 실제로 비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며 "소득이 늘면 당연히 건강도 좋아질 줄 알았는데, 일정 소득을 넘어서면 건강이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상관관계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소득, 자산, 교육, 건강 등 요인을 반영한 다차원적 불평등 지수는 최근 13년간(2011∼2023년)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해당 2011년 0.176였으나 2023년 0.190으로 상승했다.

    이번 연구에서 '다차원 불평등 지수'는 다차원 측정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혼합다차원지수(Hybrid Multidimensional Index, H-MDI)를 사용했다. 소득, 자산, 교육, 건강 등 각 요인의 불평등 정도를 지니계수로 표현하고, 여기에 집중지수, 민감도, 가중치를 계산해 산출한 수치다. 지수가 높을수록 불평등이 수준이 높다는 의미다.

    다차원 불평등 지수의 지속적인 상승은 그동안 소득 불평등이 완화된 것과는 반대되는 현상이다. 소득 불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는 2011년 0.387에서 2023년 0.323으로 낮아졌다. 지니계수는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다는 뜻이며, 반대로 1에 가까워질수록 불평등이 더 심화됐다는 것을 나타낸다.

    반면 자산·교육·건강 등 다른 3개 분야의 불평등은 모두 심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자산 불평등은 2018년 이후 지속해서 심화하고 있다. 최근 13년간(2012∼2024년) 순자산(총자산-부채) 지니계수는 2012년 0.625에서 2017년 0.589로 낮아졌다가 2018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2024년엔 0.616을 기록했다.

    다차원 불평등의 주된 요인도 점차 소득에서 자산으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였다. 다차원 불평등 지수에서 차원(요인)별 기여도를 보면 2011년에는 소득이 38.9% 차지하면서 불평등의 주된 요인이었으나, 2023년에는 자산(35.8%)이 소득(35.2%)을 앞질렀다. 같은 기간 교육은 20.9%에서 16.0%로, 건강은 14.7%에 서 13.1%로 기여도가 줄었다.

    현재 한국에서 다차원 불평등 지수의 증가는 자산 불평등 심화가 주된 원인인 셈이다.

    다차원 불평등 지수 및 차원별 기여도 변동 추이 ⓒ국회 입법조사처

    김 부실장은 "지금까지 전반적으로 소득 불평등도 완화되고, 교육과 건강 지표 자체는 기여도가 완만하게 유지됐다"면서 "반면 자산 불평등이 기여도에서 많은 부분이 반영된 것을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김 실장은 소득과 함께 자산의 재분배를 위한 정책적 대안도 요구된다고 결론내렸다. 그는 "자산 불평등의 문제는 한국 사회의 계급 간 이동을 가로막고, 건강한 노동 윤리를 저해하는 요인도 된다"라며 "부의 대물림이 주된 경로가 된다는 부분은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고, 사회적 상속 정책에 대해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 김 부실장은 "2012년도부터 소득 불평등이 꾸준히 괜찮아졌지만, 그러면 이대로 둬도 괜찮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라는 것"이라며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소득이 불평등한 나라"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데이터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 부실장은 "불평등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아예 없는 데이터도 있지만, 공개되지 않은 데이터도 있다"면서 "이런 부분들에서 데이터의 더 퀄리티를 높여야 되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교육 불평등은 교육연수를 기준으로 측정돼 '교육의 양적 불평등'만 알 수 있다. 부모의 소득 및 자산 정도와 명문대 진학률 등 교육의 질적인 요인은 대학 등에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아예 데이터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기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정책연구실 부실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 주도 첫 다차원 불평등 지수 연구 결과 발표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2025.10.28. ⓒ뉴시스

    "한국 사회 불평등의 근저에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지표"

    전문가들은 이번 다차원 불평등 지수 연구에 대해 한국 사회 불평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표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이명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학 개론 교과서에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분산되고 파편적으로만 조사되고, 이렇게 종합적으로 살펴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 반가운 연구"라고 평가했다.

    임아영 경향신문 기자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가 구체적인 인식이 부족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고 그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을 하는 게 좋은지 잘 되어 있지 않아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사건들을 보도하는 건 굉장히 쉬운 일인데 그 근저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해석하는 일은 굉장히 많은 도구들이 필요하다"면서 "그래서 이번에 이 연구가 굉장히 의미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지적된 데이터 활용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유종성 연세대학교 한국불평등연구랩 소장은 "건강 불평등 경우에는 다른 차원과 다르게 객관적 지표가 거의 없고, 주관적 지표를 많이 사용을 했는데 사실은 이제 이런 부분은 행정 데이터라든지 이런 게 활용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소장도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은 개인 소득을 다 파악할 수 있다"면서 "한국은 가계소득도 데이터도 충분하지 않고, 또 연구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위 말하는 SKY 대학이 부모 소득에 대한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하버드 등은 다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학금이나 저소득층 배려 정책을 수립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정보 공개를) 강제해야 되고, 철저하고 투명한 공개를 통해서 교육의 질적 지표 분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차원 불평등 지수에 더 많은 요인을 반영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명진 교수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의 불평등에 대한 함의를 더 가진 부분은 세대 간의 불평등"이라면서 "세대 간의 불평등도 상당히 주목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했다.

    정책적인 대안에 대해서도 단순히 재분배 방안뿐 아니라 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전환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불평등의 문제를 재분배의 문제로 접근하는 건 명확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경제구조는 성장 방식으로만 얘기를 하는데 그런 경쟁 구조가 자꾸 불평등을 강화하는 구조로 만들어 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문제를 조세정책 등을 통해서 완화한다는 것은 굉장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근본적 구조의 개혁과 전환에 대한 대안들을 좀 모색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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