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베이글 청년 노동자 ‘과로사 의혹’ 질의하던 국회의원이 눈물 쏟은 이유
진보당 정혜경 “이대로 두면 더 많은 청년들이 목숨 잃을 수도”, 노동장관 “엄정하게 대응”
- 남소연 기자 nsy@vop.co.kr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대한 국정감사에서 빵집 '런던베이글뮤지엄' 일하던 20대 노동자의 과로사와 관련 질의 전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5.10.30 ⓒ민중의소리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런던베이글)에서 벌어진 청년 노동자의 과로사 의혹을 언급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인 정 의원은 청년들이 자신을 갈아 넣으면서 일할 수밖에 없는 노동 현실을 지적하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철저한 점검을 호소했다.
정 의원은 30일 고용노동부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런던베이글과 그 계열사에서 일했던 전·현직 직원들의 제보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원은 “(제보를 들어보면) 여기가 한 달에 한 번씩 근로계약을 하고, 그 뒤에는 3~6개월을 계약하는 구조인 것 같다”며 “장관은 한 달에 한번 계약을 해보셨나. 제가 청년 시절 한 달에 한 번씩 60번을 근로 계약한 노동자였다. 근로 계약을 하려면 정말 쉬는 시간, 퇴근 시간 다 갈아 넣어서 해야 한다. 이 청년노동자도 그랬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쪼개기 계약으로 인한 불안정한 계약 형태로 과거 자신은 물론 오늘날 청년노동자들도 자신을 갈아넣으면서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정 의원은 이 질의를 하던 중 눈물이 쏟아져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정 의원은 또 다른 제보도 공개했다. 그는 “매일 1명은 시말서를 썼다고 한다. 사망사건 후로 회사에서는 손님이 근로환경을 물어보면 잘 다니고 있다고 하라고 했다더라”라며 “어떤 직원의 부모는 자기 자식이 죽을까 봐 걱정해서, 정말 격정적으로 제보를 해왔다. 화장실에 가기도 어려웠고, 식사 시간의 여유도 없고, 저녁도 안 먹이고 밤늦게까지 일하고, 느리게 일하면 뒤에서 푸쉬(압박)를 넣었고, 별것도 아닌 일에 시말서를 쓰게 했다는 제보였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다른 계열사 직원들의 제보도 똑같다. 근로 형태가 1개월, 3~6개월로 진행되고 밤 늦게까지 연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CCTV방이 존재하고, 작은 실수라도 찾아내 시말서를 작성하게 했다더라”라고 부연했다.
정 의원은 “고용의 다변화로 시간제 일자리가 너무 많이 생기고, 청년들은 두세 시간짜리 알바를 몇 군데 해야 일할 수 있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며 “그런데 근로계약 자체를 한 달에 한 번 하면서 목숨줄을 가지고 청년들에게 너무나 많은 헌신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을 그대로 놓아두면 더 많은 청년들이 아마도 목숨을 잃을 것 같다. 청년들은 결국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여기에 갈아 넣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양산될 것”이라며 “이 사안을 한 청년의 죽음으로만 보지 말고 계열사 전체를 점검해 고용구조를 바꿔내고,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을 지키지 않으면 기업들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장관으로서 미처 예방하지 못한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29일부터 (고인이 일했던) 인천점과 본사에 대해 즉시 기획감독을 실시했고 법 위반 여부가 확인될 때는 전국 지점으로 확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이런 운영 방식이 마치 기업 혁신이나 경영 혁신의 일환으로 포장되어서 성공 사례처럼 회자되는 이 문화, 이번에 반드시 발본색원하겠다”며 “철저하게 진상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정 의원은 고인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아 국화꽃 한 송이를 자리에 두었다. 정 의원의 노트북 앞에는 고인이 사망 전날 연인에게 보냈던 “연락 못 해서 미안해. 밥 먹으러 못 갈 줄 몰랐는데 매장이 너무 정신이 없었어”라는 메시지 내용을 인쇄해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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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 2025-10-30 16:26:50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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