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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6일 목요일

대미투자 협상 급물살? “경제파탄 우려, 속도보다 국익 중요”

 


[500조 대미투자, 막아야 산다2] 대미투자에 ‘선불’ 못박은 트럼프, 협상 난관은 여전

  • 최지현 기자 cjh@vop.co.kr
    김용범(오른쪽)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워싱턴 D.C.로 출국하고 있다. 2025.10.16. ⓒ뉴시스

    10월 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최대 현안인 관세와 대미투자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가 여전히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국익을 훼손하는 합의를 해줘선 안 된다는 우려도 강하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16일 미국을 방문한다. 방미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동행한다. 이들은 미국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나 한국에 대한 관세 및 대미투자를 놓고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이날 출국에서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APEC 정상회의에 맞춰 관세 협상의 최종 타결이 가능할지에 대해 "두 정상이 만나는 기회이기에 양국 협상단 간에 이를 활용하자는 공감대는 있다"며 "(협상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도 15일(미국 시간) 방송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의 무역 협상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다.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 기간에 무역 관련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도 한미 협상에 대해 "이견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현재 대화하고 있다. 향후 10일 내로 뭔가를 예상한다"고 답했다. 베센트 장관은 한미 통화 스와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비쳤다.

    이처럼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양국은 협상을 타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한미 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대미 자동차 수출이 25%의 관세를 무는 것은 물론, 동맹인 미국과 이견이 장기간 좁혀지지 않는 상황 자체가 이례적이고 한국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괴팍한 행동이 불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우리 정부는 최근 미국에 구체적인 협상 수정안을 보냈고 이에 대한 답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러트닉 장관을 만난 김정관 장관이 귀국한 뒤 9일 이른바 대통령실 3실장(비서실장, 정책실장, 안보실장)과 구윤철 부총리 등이 모여 미국 측 답변에 대한 입장을 논의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국 측에 문제점을 다 설명했고, 미국 측에서 지금 새로운 대안을 들고 나왔다. 지금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한국의 대미투자에 대해 "선불(up front)"이라고 못을 박아 협상 전망은 불투명했다. 현재 우리 정부가 제기하는 핵심 사안은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했을 때 벌어질 외환 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통화 스와프 체결, 애초 한미 간에 논의된 대로 3500억 달러를 직접투자, 대출, 보증 등으로 구성할 것 등이다. 이외에도 투자처 결정, 수익 배분 등도 쟁점이다.

    설령 미국이 통화 스와프나 원화 투자 등을 대책으로 제시한다 해도 500조 원에 달하는 액수를 정부 주도로 미국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한국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안보실장도 "한미 통화 스와프는 필요조건일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빠른 타결에 매달려 국익을 훼손하는 합의를 이뤄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현대차 공장과 현대중공업(조선소)이 있는 울산에 지역구를 둔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궁극적으로는 타결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섣불리 일본처럼 했다가는 큰 낭패일 거라고 본다"며 "시간을 정해놓고 APEC 전에 무조건 타결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국익을 챙기면서 줄다리기를 좀 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미 관세 협상은 시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산업별 상호이익 원칙 확립'이 중요하다"며 "미국에서는 한마디로 다 내놓으라는 건데, 전기차, 배터리, 철강 등 궁극적으로 양국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화 스와프에 대해선 "협상 타결을 위한 기본조건으로 보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박찬규 조국혁신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지금 미국이 요구하는 일방적인 선불조건은 투자가 아닌 강탈"이라며"정부는 당당한 대응으로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서둘러 협상 타결을 이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국익을 지키는 것"이라며 "미국 역시 반도체, 선박 등 제조업에 한국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크다. 실무적 협상에서는 저자세로 임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구금 사건·비자 문제와 연계해 미국을 압박해야 한다"며 "무제한 통화스와프는 물론"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미국의 통상 강탈 압박이라는 작금의 상황에 있어 국회의원 전원이 미국에 강력한 항의의 의사를 표해야 마땅하다"며 대미 통상압박규탄 국회 결의안에 여야가 초당적으로 동의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같은 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수출 피해기업 애로사항 청취 현장 간담회'에서 "미국이 동맹을 존중하기보다 일방적인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앞세워, 철강에는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는 추가 관세 위협 등 부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 여야 정당은 정쟁을 넘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연 진보당 대표는 통화에서 "이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국익에 위배된 합의문에 빨리 도장을 찍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많은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로도 협상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게 확인되고 있지 않나"라며 "APEC이라는 세계적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무시할 수 없는 일정이겠지만 이것으로 한국경제의 근간 흔들 수 있는 협상을 졸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건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이벤트에 치중해서 국가 경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이 협상을 속도 높게 진행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이 있다면 국민적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김 대표는 "무제한 통화 스와프는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빌린 돈은 갚아야 하고 투자가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며 "애초 정부에서 3500억 달러, 민간투자까지 포함해서 5천억 달러 투자 얘기를 7월 말에 했을 때는 이런 상황 자체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로 미국과 협의를 했고, 뒤늦게 나온 무리한 상황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통화 스와프가 아이디어로 나온 것이지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입장에선 우리가 받아들일 최선책을 끝까지 주장해야 하고 스와프 같은 것들은 그야말로 고육지책이지 이것 역시 위험한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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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2025-10-16 17: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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