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4 분기의 첫 보름이 지나갔습니다. 북한은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을 성대하게 보내면서 국력을 과시하고 세계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반면 미국은 10월의 첫날을 연방정부 폐쇄, 일명 셧다운으로 맞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달라며 떼를 쓰는 추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북한과 미국의 선명한 대비는 국제 질서가 변화하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화려한 조명 대 암울한 거리
1. 화려한 북한 모습
북한은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를 굉장히 다채롭고 화려하게 준비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일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 개막식 참석, 6일 평양종합병원 준공식 참석, 8일 당창건사적관 방문 등으로 당창건 80주년 주간을 열었습니다.
북한은 당창건 기념일 전날인 9일 평양 릉라도의 5월1일경기장에서 경축대회를 열었습니다. 1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 북한 국민과 외국 참가단 앞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인민의 꿈과 이상이 실현될 사회주의 위업의 종국적 완성을 위하여 용기백배, 신심도 드높이 나아갑시다”라고 호소했습니다.
행사는 다음날에도 이어졌습니다. 11일 저녁 김일성광장에서는 당창건 80주년 경축 군중시위와 횃불야회가 열렸습니다.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군중시위와 횃불야회는 모두가 당창건 기념일의 주인공이라는 걸 보여주는 듯했고 참가자들의 표정은 시종일관 환희에 차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간이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화려하고 열정적으로 행사들이 진행되었고 참가자들의 모습에서도 기쁨과 긍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2. 암울한 미국 모습
미국 현지 시각으로 10월 1일 0시를 기해 연방정부 폐쇄, 즉 셧다운에 돌입했습니다.
미국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 1일 시작하는데 그 전에 의회에서 예산안을 통과해 주지 않으면 연방정부가 돈을 쓸 수 없습니다. 그러면 핵심 업무를 제외한 업무들이 정지되고 핵심 업무 부서도 공무원 월급을 줄 수 없게 됩니다.
15일 자 민플러스 보도 「미국 셧다운 장기화, 어디까지 번질까?」에 따르면 셧다운 보름이 지나며 미국 내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지고 있다고 합니다. 먼저 1만 3천여 명의 관제사와 5만 명이 넘는 교통안전청 공무원들이 무급으로 일하게 됐는데 피로 누적과 결근으로 항공 지연, 결항 사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연방 국가홍수보험(NFIP)이 중단돼 하루 평균 3,600건 이상의 주택 거래가 지연 혹은 취소되고 있다고 합니다. 노인 의료보험과 재택병원 등 시범 프로그램이 중단됐는데 겨울이 다가오며 독감 등이 유행하면 의료 붕괴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또 질병통제센터(CDC) 1,300명을 포함해 4천 명 넘는 공무원이 해고됐습니다. 이대로 가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3%P 감소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는 한두 번 있었던 게 아닙니다. 그래서 이제는 많은 이들이 ‘또 저러다 여야 타협으로 예산안이 통과되겠지’라고 여깁니다. 단순한 여야 힘겨루기 정도로 여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 폐쇄가 갈수록 잦아진다는 것은 이미 미국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말해줍니다.
게다가 트럼프 정권 들어 미국에 내전이 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 셧다운 문제가 예년과 달리 쉽게 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진압에 군대를 투입하며 사실상의 계엄을 선포하려고 하는데 여기에 셧다운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엮일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금 미국에서는 시민에게 실탄을 쏘는 등 폭력적인 이민자 단속이 계속되면서 항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도시들에 “반란 상황”이라며 군대를 투입하면서 폭동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불법 논란 속에서 군대가 진압에 나서면서 미국 사회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입니다.
신형 무기 대 고개 숙인 장성들
1. 북한의 열병식, 군인과 무기
이번 북한 열병식은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보여주기보다 핵심적인 최신 무기만 골라서 보여주는 ‘짧고 굵은’ 열병식이었습니다. 그래서 행진하는 군인의 모습이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북한은 군대의 열병식이라고 하지 않고 무장력의 열병식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북한군과 더불어 예비군과 민방위군, 경찰, 정보기관까지 모두 참가하는 열병식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중간에 보면 정장 차림의 정보요원들이 행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또 의무병 행진대열이나 청소년 행진대열 등 일반적인 열병식에서 보기 힘든 대열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폭넓고 다양한 구성을 통해 북한 사회 전체가 국가 방위를 맡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군인들의 열병식 모습을 보면 일단 훈련이 굉장히 잘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보나 옆에서 보나 사선으로 보나 어디서 봐도 흐트러지지 않고 반듯하게 줄을 맞춰 정확한 속도로 걸어갑니다. 심지어 고개를 돌리고 팔을 드는 세부적인 모습까지도 딱딱 맞습니다.
이번에 쿠르스크 전투에 파병된 북한군의 기록을 보면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나타날 때 3인 1조가 되어 한 명이 드론을 유인하고 나머지 두 명이 드론을 격추했다고 합니다. 유인을 맡은 군인이 다른 두 동료를 믿지 못하고 한 몸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작전입니다.
다음으로 군인들의 표정을 보면 자신감이 넘칩니다. 원래 행진은 굉장히 힘듭니다. 게다가 열병 행진은 평소처럼 걷는 게 아니라 무릎을 굽히지 않고 팔도 높이 들며 걷기 때문에 훨씬 힘듭니다. 그러면 표정이 굳을 법도 한데 군인들이 하나같이 밝은 표정입니다. 잘 보면 기쁨, 당당함, 감격,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표정이 나오는 건 자기 최고지도자와 국민, 외국 손님 앞에 전체 군인을 대표해서 선 것을 영광이나 행운으로 여기기 때문이며, ‘전쟁이 나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번 열병식에 많은 무기가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나온 무기는 모두 세상을 놀라게 할 중요한 무기들입니다.
이미 세계 최대 차량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포-19형을 개발한 상태에서 새로 등장한 화성포-20형은 실체를 알 수 없어 더 위협적입니다. 화성포-11마형은 단거리 미사일까지 극초음속 미사일로 개발한 세계 최초의 사례로 충격을 주었습니다. 자폭 드론 발사 차량은 북한이 현대전의 핵심 무기로 떠오른 드론 개발에서 상당한 수준에 올랐음을 보여줍니다. 베일에 싸인 ‘고정밀 다연장 전술유도무기’, 미국의 하이마스를 떠올리게 하는 신형 방사포, 전쟁이 발발하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질 핵무기인 600밀리미터 방사포,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보이는 신형 전차 천마-20과 신형 자주포 등의 무기들도 눈길을 끕니다. 북한은 핵무기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 개발에도 큰 힘을 쏟고 있는데 내년 초로 예상되는 9차 당대회에서 핵·재래식 무력 병진노선을 채택할 것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자체로 자기 군대가 세계 최강이라 평하는데 쿠르스크 전투가 이를 객관적으로 받쳐주고 있습니다.
2. 고개 숙인 장성들
9월 30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800여 명의 미군 장성 전원이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 모이는 초유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군사 전략에서 대격변을 예고하는 행사라서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그런 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장관의 군기 잡기, 극우 선동장이었습니다.
헤그세스 장관 연설도 가관이었습니다. 그는 미군 전투력이 떨어졌다면서 장성들에게 “사령부에서 뚱뚱한 장군과 제독을 보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라며 살을 빼지 않으려면 군을 나가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또 장성들이 성소수자 인권 보호 등에 앞장서서 승진한 것처럼 묘사하며 이들을 군에서 몰아내겠다고 장담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교전 규칙을 거부하라고 선동하며 장성들에게 전쟁범죄자가 되기를 요구했습니다. 헤그세스 장관은 전부터 민간인 학살이나 고문 등을 금지한 제네바 협정이나 교전 규칙을 거부하자는 발언을 해 온 자입니다.
미군 장성이라면 그래도 ‘세계 최고의 군대’에서 별을 달았다는 자긍심이 있었을 텐데 이들을 긴급히 불러 모아 놓고 저런 모욕적이며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소리를 늘어놓았으니 어떤 심정이었을지 짐작이 갑니다. 부동산 재벌인 장사꾼 대통령과 소령 출신 극우 장관에게 이런 망신을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겠지요.
화려한 신도시 대 범죄의 도시
1. 외국인들이 공개한 북한 경제 발전상
북한은 내년 초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올해 연말까지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 국내 언론이 소개하는 것과 달리 북한 경제는 상당히 빠르게 발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북한이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총생산(GDP) 같은 수치로 북한 경제를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 나라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도시 건축 현황을 보면 상당한 수준에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2021년 평양에 매년 1만 세대씩 5년 동안 5만 세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송화거리와 화성지구 1~3단계 공사가 끝났고 현재 화성지구 4단계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완성된 신도시의 모습은 웬만한 선진국 번화가라 여길 만큼 굉장히 화려합니다. 그전에 평양을 상징했던 미래과학자거리(2015년), 려명거리(2017년)와 비교해도 크게 발전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백두산 자락의 산골 동네였던 삼지연군이 ‘천지개벽’을 거쳐 2019년 삼지연시로 승격되었는데 사진을 보면 스위스에 왔는지 착각할 정도입니다. 지난 7월 1일 개장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도 세계적인 휴양지를 목표로 개발한 게 보입니다.
이번에 당창건 기념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사진과 영상,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봐도 북한 경제가 확실히 빠르게 발전하는 듯합니다. 한 외국인은 북한에 노란 번호판을 단 개인 소유 자동차가 코로나19 이전에는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보니 거리에 수백 대나 다녔다고 소개했습니다. 자가용이 늘어난 걸 보면 연료 공급도 충분한 걸로 보입니다.
이런 걸 보면 북한 경제가 상당히 흥성거리는 걸 알 수 있습니다.
2. 범죄의 도시
미국에서는 대도시 번화가와 달리 조금만 뒷골목으로 들어가도 ‘여기가 미국 맞나’ 싶을 정도로 심각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에 가면 켄싱턴이라고 아예 경찰도 단속을 포기한 마약 거리가 있습니다. 이곳은 소문을 들은 전국의 마약업자와 중독자들이 모여들어 대낮에도 마약 중독자들이 좀비처럼 거리를 배회합니다. 그런데 사실 미국의 다른 대도시에도 이런 마약 거리가 하나씩은 있다고 합니다.
마약뿐 아니라 노숙자 문제도 심각합니다. 2024년 1월 기준으로 노숙자 수가 무려 77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도시마다, 주마다 넘쳐나는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머리를 썩입니다. 아예 노숙자를 강제로 버스에 태워 옆 도시나 인근 주로 추방하는 일도 있습니다.
자포자기하는 미국인이 많은 이유는 심각한 서민 경제 위기 때문입니다. 흥미롭게도 현 미국 부통령 JD 밴스의 베스트셀러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에는 러스트 벨트에 사는 가난한 백인의 이야기가 신랄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는 책에서 “나는 자포자기 직전까지 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어쩌다 그런 상황까지 가게 되는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인생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신적, 물질적 빈곤이 자녀에게 어떤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른 사람들도 이해하길 바랐다”라고 썼습니다. 책에는 “마약에 빠진 식구가 집집마다 적어도 한 명씩은 꼭 있다”라는 내용도 있습니다.
경제 위기는 실업률로 나타납니다. 올해 8월 미국 실업률이 4.3%로 상승해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14일 앞으로 실업률이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루드비히 공유경제번영연구소(LISEP)는 실질 실업률(저임금·불완전고용을 포함한 수치)이 24.3%에 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4명 중 1명꼴로 실업자라는 말입니다. 이 가운데 특히 심각한 건 미국 사회에서 중산층을 형성하던 백인 남성조차 실업자 대열에 내몰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파트타임 일자리에 몰립니다. 미국은 지난 5년간 파트타임 고용이 꾸준히 늘었습니다. 파트타임을 전전해야 하는 미국은 이미 희망이 없는 나라입니다.
세계의 중심 대 변두리
1. 세계의 중심으로 솟아오른 북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누가 진정한 현대전의 강자인지를 실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방 세계 전체와 단독으로 맞서 싸우고 있던 러시아에 유일하게 군대를 파견한 동맹국은 북한입니다. 세계는 쿠르스크 전투를 통해 북한군의 실체를 확인했습니다.
북한군과의 교전을 지휘한 우크라이나 제225독립강습여단 사령관 올레흐 시랴예프는 “북한군이 없었다면 러시아가 쿠르스크를 탈환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북한군이 쿠르스크 전투에서 “정예 공격부대가 됐다”, “빠르게 러시아 공격의 선두 주자로 부상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북한군에 관한 정보를 청취한 유용원 국힘당 의원은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은 북한군 5명이 러시아군 10명 전투력과 맞먹을 정도로 높은 전투력을 보유했다고 평가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에이피(AP)통신은 1월 12일 자 보도에서 “북한군과 교전해 본 우크라이나 군인은 북한군이 러시아군보다 더 전문적이고 잘 훈련되었으며 매우 체계적이라고 밝혔다”라고 했습니다. 미국 NPR은 6월 16일 자 보도에서 우크라이나 제8특전연대 병사의 증언을 소개했는데 그는 “북한군은 러시아군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신체적으로 준비된 상태였다”, “러시아군에게서 관찰한 것보다 훨씬 더 규율적인 전투 방식이었다”라고 했습니다.
북한군이 러시아군보다 더 강하다는 것입니다.
지난 9월 있었던 중국 전승절에서도 북한이 중심에 섰습니다.
한국일보는 9월 5일 자 보도 「“中 열병식 빅 이벤트의 최대 승자는 김정은”」을 통해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이라는 빅 외교 이벤트의 최대 승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는 평가가 쏟아진다”라면서 북한의 지위가 “‘글로벌 사우스’ 진영의 리더급으로 단숨에 격상”됐고 “전리품을 싹쓸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소개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9월 6일 자 보도 「전승절 최대 승자는 ‘김정은’…다음은 북·미 담판」에서 “외신은 대체로 ‘중국 인민 항일 전쟁·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대회’(열병식)의 최대 승자로 김 위원장을 지목”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열병식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옆에 선 것을 두고 “정치적 승리를 선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정치적 승리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이번 방중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 극대화의 행보”라며 “전승절의 주인공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중심에 섰다. 시진핑 주석은 서방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계 질서를 만들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필수적인 파트너라고 인식한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줬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이번 당창건 8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반복되었습니다. 북한을 중심으로 중국, 베트남, 러시아, 라오스의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두드러졌습니다. 특히 러시아는 여당은 물론 야당들도 대거 행사에 참석해 북한과 교류·협력을 희망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예술단을 파견해 북한에서 공연을 하며 민간 친선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 이란, 베네수엘라, 브라질, 니카라과, 멕시코, 적도기니 등도 대표단을 파견했습니다.
2. 변두리로 밀려나는 미국
막말을 서슴지 않고 혼자 떠들기 좋아하기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웬일인지 북한에 입틀막(입을 틀어막음)을 당한 듯합니다. 온갖 나라에 독설을 퍼부으면서도 북한 얘기는 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얘기가 나오면 북한에 아부하는 말만 합니다. 북한이 핵시설을 공개하고 핵무기 증산을 얘기해도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기는커녕 핵보유국 맞다고 인정합니다. 북한이 각종 신무기를 공개해도 침묵합니다.
트럼프 대통령만 그런 게 아닙니다. 과거 화성포-17형 미사일이 공개됐을 때 미국 전문가들은 ‘괴물’이라 부르며 성능을 분석하느라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이 열병식에서 화성포-17형보다 더 큰 화성포-20형이라는 새로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공개하자 아무도 떠드는 사람이 없습니다.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합니다. 왜 그럴까요?
심리연구소 ‘함께’의 김태형 소장은 “미국이 북한 군사력에 관해 입을 다문 건 쿠르스크 파병 이후다. 북한이 쿠르스크 파병을 인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별의별 이야기가 많았는데 정작 북한이 파병 사실을 공개하자 조용해졌다. 쿠르스크 전투 결과 우크라이나 측 피해가 너무 커서 서방이 충격을 받아서 그런다는 얘기가 있다. 북한의 군사력에 압도당한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새로운 무기를 공개해도 위축돼서 입도 뻥긋 못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 밀려난 미국은 다른 나라를 향해서도 눈치를 봅니다. 일단 으르렁거려보고 상대가 약하게 나오면 달려들어 물어뜯지만 강하게 나오면 꼬리를 내립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두고 아예 타코(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도망간다)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습니다.
최근 중국과 다시 무역 전쟁에 뛰어들었지만 많은 전문가가 결국 미국이 물러설 것으로 전망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 중국을 향해 과격하게 말했다가 갑자기 꼬리를 내리며 전형적인 타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나아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메가 타코’라며 조롱했습니다.
브라질을 향해서도 관세 50% 폭탄을 던지며 공세를 폈지만 브라질 정부가 강경하게 나서자 꼬리를 내리고 갑자기 정상회담을 제안했습니다.
이제는 전 세계가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는 법을 알아버렸습니다. 상대국이 미국에 강하게 맞서서 미국이 결국 물러서게 되는 일이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동맹국과의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관세 폭탄, 국방비 인상 요구, 환경 문제 등 여러 사안에서 동맹국과 대립합니다. 기본은 미국이 동맹국을 약탈하려고 하고 여기에 동맹국이 저항하면서 생긴 갈등입니다. 특히 유럽과는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로 갈등합니다. 한국과는 대규모 대미 투자 문제가 좀처럼 타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과는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걸려있습니다. 미국은 현 분담금의 두 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옛날 같으면 그래도 결국 동맹국들이 미국을 따라갈 텐데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미국이 너무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도 있지만 미국의 힘이 예전만 못하다는 걸 동맹국이 알아버렸기 때문에 고분고분 약탈당하지 않으려는 점도 있습니다.
여러모로 미국은 세계의 변두리로 밀려나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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