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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31일 일요일

[총선브리핑] 이재명 예언, “국민의힘, ‘반성한다’며 단체로 큰절할 것”

 

[오늘의 이슈] 3월 31일 D-10

-‘이·조 심판’, 조국 “소가 웃을 일”

-이재명, “국민의힘, 읍소 작전 본격 시작”

-한동훈, 또 감세 공약…“나라 곳간 아랑곳하지 않아”

-조국 “한동훈, 헛 꿈 깨고 본인 수사나 대비해라”

-박은정 사퇴?, “장모 23억 수익, 대통령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조 심판’, 조국 “소가 웃을 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거론하며 내세운 ‘이·조 심판론’을 두고 조 대표가 “소가 웃을 일”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현재 윤석열 정권 때문에 정치‧민생‧안보가 엉망인데, 지금 나라 꼴을 이렇게 만든 국정 책임자가 누구냐”라면서 “2년간 국정을 책임졌고 앞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이 이재명·조국이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 카르텔이 이 나라를 망쳤다”라고 반격했다.

한편 유승민 전 의원은 “(민심은) 이재명‧조국 대표보다 우리가 지금 더 밉다는 거 아니냐”라며 “국민들의 마음은 지금 ‘이조심판’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명 예언, “국민의힘, ‘반성한다’ 단체로 큰절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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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드디어 정부⸱여당이 읍소 작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 같다”라며 “다 엄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제가 하나 예언을 하면 이 사람들 분명 단체로 몰려 나와서 ‘잘못했다’, ‘반성한다’ 이러면서 큰절 하고 그럴 것”이라며 “또 다른 대국민 사기 행위”라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을 상대로 대놓고 하는 기만행위에 속으면 안 된다”라며 “그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거나 국회 1당이 되는 순간이 오면 이 나라가 걷잡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또 감세 공약…“나라 곳간 아랑곳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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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또 감세 공약을 꺼내들었다. 태권도장, 미술·피아노·줄넘기 학원 등 초등학생 예체능 학원비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외관을 민생 정책으로 포장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학원업계의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에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집권 여당 대표가 세수 감소로 비어가는 나라 곳간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감세공약들을 내놓고 있으니 한심하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부가가치세 인하도 거론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황당한 발상이다. 부가가치세는 국가 조세 인프라의 기본이 되는 일반소비세다. 1976년 부가가치세법 제정 후 단 한 번도 세율 변동이 없었다. 이를 움직이면 전체 조세 체계가 흔들리고 국가 재정이 더욱 어려워진다. 국가 재정을 이토록 가볍게 여겨서 될 일인가. 아무리 선거가 급해도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해서는 여론의 지지와 유권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조국 “한동훈, 헛 꿈 깨고 본인 수사나 대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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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연일 "범죄자들의 연대와 선량한 시민들의 대결"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조국 대표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회장이 발언한 ‘범죄자 연대’는 ‘윤석열·김건희·한동훈’”이라며 “선량한 시민이 심판해야 하는 것은 윤석열 정권”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대표는 한 위원장에게 “헛꿈 깨”라며 “1호 법안으로 낸 ‘한동훈 특검법’을 (총선 후) 민주당과 협의해 최대한 빨리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본인 수사에 대비해 빨리 변호사를 수임하시라”고 일갈했다.

박은정 후보사퇴, “장모 23억 수익, 대통령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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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인 박은정 후보의 배우자 이종근 변호사가 ‘다단계 사기업체 변호 논란’에 휩싸이자, 사건 수임을 그만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박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조국 대표는 “주가조작 사건으로 윤 대통령의 장모가 23억 원 수익을 올린 사실이 검찰 보고서에서 확인됐다”라며 “자기 장모가 주가조작 혐의로 23억 원 벌어들였으니 대통령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비판했다.

강호석 기자sonkang114@gmail.com

2024년 3월 30일 토요일

일본은 멸망한다'라는 예언 퍼트리자 일어난 일

 


[독립운동가외전] 미륵교인 양붕진의 독립운동은 어떻게 탄압받았나

24.03.30 17:20최종 업데이트 24.03.30 17:20

▲ 1930년대 경성소방서 직원들의 신사참배. 일제는 조선 곳곳에 신사를 세우고 종교 신자들을 비롯한 조선인들에게 신사 참배를 강요했다. ⓒ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

 
제국주의는 식민지의 정치·경제뿐 아니라 식민지인의 심리에도 영향을 줬다. 제국주의는 인간 착취를 위한 시스템이므로 식민지인들의 복종을 유도하고자, 이를테면 내선일체론 유포나 신사참배 강요 등의 방법으로 심리적 조작을 시도했다. 제국주의가 종교를 첨병으로 앞세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민족대표 33인은 모두 종교인이다. 기독교 16명, 천도교 15명, 불교 2명이다. 이들 종교인들이 1919년 3·1운동을 주도한 배경 중 하나는 한국 종교에 대한 제국주의의 탄압에서 찾을 수 있다. 일제는 한국 착취에 방해가 되는 존재로 한국 종교들을 대했고, 이는 한국 종교의 활로에 부정적 환경을 조성했다. 이런 압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한국 종교는 3·1운동으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3·1운동의 결과로 서울·상하이·블라디보스토크에 세워진 3개의 임시정부를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로 통합하는 데 기여한 독립운동가이자 <한국통사> 저자인 역사학자 박은식은 1920년에 펴낸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서 일제의 종교 탄압을 비중 있게 서술했다.

그는 "일본인들은 우리 민족에 대하여 우리 역사를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언어·서적·예의·문화·윤리·풍속 모두를 모조리 없애려 하였다"라며 "각 종교에 대해서는 더욱 힘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이랬으니 종교단체들은 민족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일제에 항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제의 탄압을 받은 대표적 종교는 대종교·기독교·불교·천도교다. 서양제국주의와 달리 일본제국주의는 기독교까지 탄압했다. 기독교의 유일신 신앙은 일왕(천황) 숭배와 충돌했다.

항일에 나선 양붕진과 미륵교인들

그런 유력 종교들을 탄압을 받은 것은 당연히 아니다. 한국의 전통 신앙들도 그 대상이 됐다. 후고구려 궁예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 미륵신앙 혹은 미륵불교 신앙도 제국주의의 탄압을 피해 가지 못했다.

이는 미륵신앙 신도들이 항일의 길로 나서는 원인이 됐다. 북제주군이 펴낸 <제주 항일인사 실기>에 소개된 양붕진(梁鵬進, 1895~1945)도 그런 투사다. 제주 지역 항일 투사들을 정리한 이 책은 양붕진이 '일본은 멸망한다'는 예언을 퍼트리다가 체포됐다고 설명한다.

양붕진은 일본이 동학군 진압을 빌미로 경복궁을 점령하고 조선왕조를 장악한 이듬해에 태어났다. 조선의 운명을 어둡게 하는 검은 그림자가 점점 커지던 시대에 성장한 그는 서른 즈음부터 일제 멸망을 예언하는 선지자가 됐다.

그는 일제가 1944년에 멸망할 것이라는 '복음'을 전파했다. 4로 끝나는 해의 간지는 새로운 10년의 출발점인 갑(甲)으로 시작한다. 1944년 갑신년에 한국이 독립을 얻으리라는 희망을 퍼트렸던 것이다. 그는 "지상 천국인 용화(龍華)세가 출현한다"라 미륵사회의 도래를 예고했다. 흔히 말하는 자주독립의 세상, 해방의 세상이 그가 말하는 용화세계·미륵사회였다.

제주도 한가운데인 오라동에 사는 그는 처음에는 보천교 신자였다. 증산교 교주인 강일순의 지지자였다가 강일순 사후에 독자 세력을 구축한 차경석이 1921년에 세운 신흥종교의 신자였던 것이다.

보천교는 종교 차원을 떠나 국가 선포의 단계까지 나아갔다. 차경석은 교주에 머물지 않고 황제까지 자처했다. 1922년 10월 26일 자 <동아일보> 3면 우중단은 덕유산에서 천제를 거행하고 국가를 선포한 이 사건과 관련해 "차경석은 이번에 새로운 국호와 관제 등을 발표하얏다는대, 국호는 대시국(大時國)이라 하고 자긔가 친히 황뎨가 되고"라고 보도했다.

국명 앞에 관용적으로 붙이던 대(大)를 빼면, 차경석이 세운 국가는 시나라였다. 일제 당국은 일왕의 권위에 도전한 시나라를 가만 두지 않았다. 압력을 견뎌내지 못한 시나라는 얼마 안 가 친일 단체로 변모했다. 보천교는 시국대동단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대동아 단결'을 외치기 시작했다.

이는 1924년과 1926년에 보천교 내부에서 혁신운동이 촉발되는 배경이 됐다. 양붕진은 이 시기인 1926년에 32세 나이로 '시나라'에 들어갔다가 얼마 뒤 나왔다. <제주 항일인사 실기>는 "1927년 봄 전북 금산면 금산리에 가서 김종화를 만나 그의 권유로 미륵교에 귀의"했다고 말한다.

김종화는 법명이 종화(鐘華)인 독립운동가 김석윤(1877~1949)이다. 유학자 출신 승려이자 의병장인 그는 미륵신앙의 거점인 금산사에서도 수행했다. 그가 금산사에 있을 때 동향 출신인 양붕진이 그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제주대 사학과 한금순 강사가 2013년에 <대각사상> 제19집에 기고한 '승려 김석윤을 통해 보는 근대 제주인의 사상적 섭렵'은 "1942년 제주도의 미륵교의 항일운동에도 김석윤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말한다.

이 논문에 언급된 1942년 사건은 양붕진을 비롯한 미륵교인들이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된 일을 가리킨다. 김석윤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은 김석윤이 미륵신앙과 더불어 독립사상을 가르쳤음을 보여준다. 식민지 한국인들의 머릿속에 미륵신앙을 퍼트려, 일본제국주의가 오염시킨 부분들을 씻어내고자 했던 것이다.

고문 후유증... 광복 못 보고 사망한 양붕진
 

▲ <제주 항일인사 실기> 겉표지 ⓒ 제주시

  
33세 때 미륵신앙을 접한 양붕진은 포교 활동에 뛰어들었다. 그의 포교 활동은 곧 독립운동이었다. <제주 항일인사 실기>는 "변호찬·이두생·양계초·송태옥 등과 함께 적극적인 포교 활동을 하였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 민족종교는 일망무지(日亡無地)라는 깃발을 들어 일본은 망하고 곧 밝은 새 세상이 출현한다고 믿고 있었으며"라고 설명한다. 일본은 망하리라, 무늬 없는 천 같은 맑은 세상이 도래하리라는 기치를 내걸고 항일운동 지지자들을 모았던 것이다.

양붕진의 '포교' 활동은 47세 때 발각됐다. 위 책은 "1942년에 이 내용이 탄로되어 핵심 신도 양계초, 양붕진, 송태옥, 이두생 등은 체포되고, 1943년 2월 16일 광주지법 목포지청에서 소위 보안법 위반으로 각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될 때까지 심한 고문과 옥고를 치렀다"고 알려준다.

광주지방법원 형사부의 1944년 2월 4일 자 판결문에 따르면, 일제 재판부는 독립운동가인 김기섭 목사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면서 "기독의 재림과 천년왕국의 건설 등으로 국민의 국체 관념을 교란시켜 기독교리에 의하여 통치하도록 하는 국체 변혁의 목적을 가지고"라고 판시했다. 예수의 재림과 천년왕국의 도래를 설교한 것이 일본의 국가체제에 위반되는 반체제 범죄라고 판시했던 것이다.

일제는 일왕의 재림이 아닌 그리스도의 재림을 설교하는 것도 위험시했고, 일왕 세상이 아닌 미륵 세상을 전파하는 것도 위험시했다. 양붕진이 집행유예가 딸린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은 그의 선전이 일제의 한국 착취에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미륵교 교주인 독립운동가 정인표는 1943년에 전주지방법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이는 일제가 일왕 이외의 신들을 얼마나 질투하고 위험시했는지를 보여준다.

양붕진의 사례는 일제가 한국인들을 강제 동원하고 한국 경제를 착취하기 위해 한국인들의 심리와 신앙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했는지를 보여준다. 일제는 일왕 숭배에 대한 의심의 싹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자 미륵 신앙 같은 전통 신앙의 흐름도 이처럼 예의주시했다.

양붕진은 국가보훈부가 지정한 독립유공자 명단에는 들어 있지 않다. 대한민국은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목숨은 민족에 바쳐졌다. <제주 항일인사 실기>는 "그는 모진 고문과 옥고 끝에 그 여독으로 1945년 7월 16일 사망하니 조국 광복 1개월 전의 일이었다"라고 설명한다.

그의 사망 1개월 뒤에 일제는 패망했지만, 그가 꿈꾼 용화세계는 아직 오지 않았다. 한국에 용화세계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증표는 독립운동가들이 올바른 대우를 받고 친일청산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양붕진 같은 인물이 독립유공자로 지정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용화세계가 빨리 도래하도록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2024년 3월 29일 금요일

대사 사임 이종섭, 수사 “강력 대응”...피의자가 어떻게?

 

기자명

  •  정강산 기자
  •  
  •  승인 2024.03.29 21:10
  •  
  •  댓글 0
    • '버티기'에서 돌연 사임...이종섭-윤석열 리스크는 여전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산협력 관계부처-주요 공관장 합동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산협력 관계부처-주요 공관장 합동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29일,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고 외압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망에 오른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외교부는 즉각 사의를 수용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사의 표명과 더불어 이 대사는 공수처 수사에 관해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수사를 받는 범죄 피의자가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는 발언 대신 “끝까지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반응을 한 데에 적반하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최근 급락한 국민의힘 지지율을 반등시켜 보겠다는 다급함이 보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런종섭'에 호주 정치인들 분노

      당초 출국금지 처분이 내려졌던 이 대사는 공수처 수사협조를 약속함으로써 출국금지 해제를 얻어냈다.

      그러나 출국금지가 해제되자마자 이 대사는 호주와의 방산 협력을 구실로 호주로 직행했다. 그 과정에서 수사협조를 약속하며 제출한 휴대폰조차 채상병 사건 이후 새로 개통한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에게 ‘런종섭’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이에 호주 정치인들은 범죄 피의자가 자국에 부임한 데에 불쾌감을 표명했고, 국내에서도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덩달아 국민의힘 지지율까지 추락하기 시작하자, 국힘 내부에서조차 이 대사의 귀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논란을 의식하여 이 대사는 지난 21일 출국 11일 만에 귀국했다.

      그럼에도 그는 혐의 사실과 무관하게 방위사업청과의 회의를 위해 귀국했다는 자세로 일관할 뿐이었다. 이에 그의 귀국은 수사로부터 도주한 게 아니라는 이미지를 부각하여 국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라는 규탄이 쏟아져 나왔다.

      '버티기'에서 돌연 사임...이종섭-윤석열 리스크는 여전

      결국 그가 사의라는 카드를 들고 나선 것은 그의 귀국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인 셈.

      그러나 이로써 여론이 무마되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할지는 미지수다.

      애초 사건의 본질은 이 대사가 국방부장관 재직시절 윤 대통령의 명령으로 채상병 사망에 연루된 사단장 수사를 무마시켰다는 데에 있기 때문.

      오히려 수사가 본격화될수록 이 대사 대신 윤 대통령이 부각되어 지지율 추락이 가속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대사의 다급한 사임이 총선에서 ‘이종섭-윤석열 리스크’를 오히려 키울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2024년 3월 28일 목요일

[정진명의 우리 어원 나들이] 얼굴 1

 [정진명의 우리 어원 나들이] 얼굴 1

정진명 시인, 우리말 어원 고찰 연재 ‘7-얼굴 1’
  •  정진명 시인
  •  승인 2024.03.28 10:39
  •  댓글 0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1997년에 제가 한국 최초의 어원사전 편집을 마치고 학민사에서 출판하려고 상의했ᅌᅳᆯ 때 김학민 사장이 잠시 보류하자고 한 이유 중의 하나가 우리말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신체어나 이목구비 같은 낱말의 뿌리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30년이 지난 지금에야 뒤늦게 숙제하는 마음으로 정리하려는데, 막상 그간 밝혀진 자료를 살펴봐도 딱히 이거다 싶은 것은 없네요. 그래서 소박하더라도 제 생각을 정리해 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목구비는 눈코입귀를 말하는데, 이것에 관해 말하기 전에, 그것이 달린 머리통 전체를 말하는 것이 순서일 듯합니다. 먼저 ‘얼굴’입니다.

‘얼굴’은, 원래는 몸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18세기 들어서 '낯'과 같은 뜻으로 쓰였습니다. 덕분에 ‘낯’은 낮춤말로 내려앉았죠. ‘얼굴’이 본래 낯이 아니라 몸을 나타내는 말이었다면, ‘얽+울’의 짜임이 한눈에 보입니다. 굳이 ‘얼+굴’로 나누어 ‘얼’과 ‘굴’의 뜻을 따져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보자면 뼈대를 가리키는 말로 ‘모습’을 제대로 표현한 말입니다. 허우대와 비슷한 뜻이죠. ‘울’은 명사화 접미사로, ‘방울’의 ‘울’이 ‘올’입니다.

이번에는 ‘얼굴’ 때문에 낮춤말로 떨어진 ‘낯’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낯’은, 머리 중에서 얼굴 부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낯짝’을 보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낯이 나타나는 부분(쪽, 짝)이라는 뜻이죠. 그러니 ‘낯짝’의 대립어는 얼굴을 가리는‘숱’입니다. 머리는 얼굴인 ‘낯’과 머리카락이 뒤덮인 ‘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낯은 ‘대낮’ 같은 말에서 보이는 ‘낮’과 같은 뿌리를 지닌 말로 추정됩니다. ‘낯’은, ‘숱’과 대비되는 환한 곳을 뜻합니다. ‘낯’을 아이누말에서는 ‘nota’이고 길약말로는 ‘netf’여서 같은 뿌리에서 나온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조어를 재구하면 ‘낟’이 됩니다. 이것이 ‘낮’을 거쳐 ‘낯’으로 바뀌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머리는, 동물은 ‘마리’라고 하는데, 같은 어원에서 온 말입니다. ‘말’은 우리말에서 크거나 중요하거나 높다는 뜻입니다. ‘말잠자리, 산마루’ 같은 말에서 볼 수 있죠. 머리는 사람의 몸에서 가장 높고 중요한 부분이라는 뜻입니다. ‘멀’의 조어는 ‘먿’으로 재구되는데, 이것은 ‘맏’과 같습니다. ‘맏아들, 맏딸’ 같은 말에서 보듯이 가장 위라는 뜻입니다. 아이누말에서는 머리카락이 ‘moru’이고, 가야의 지배층이 쓰던 드라비다어로는 뇌가 ‘mūḷai’여서 역시 같은 뿌리에서 나온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한 편으로는 머리의 모양이 둥글어서 ‘두루마리, 달무리, 도꼬마리’ 같은 말에서 보듯이 ‘말다’(捲)의 어근 <말>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된 말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른바 형으로, 이 자음 교체를 일으킨 것입니다.

이제 이목구비의 본때 자리로 가보겠습니다. 먼저, 얼굴 한복판에 있는 코는 뾰족하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말로 ‘활고자’, ‘구지뽕’, ‘곶’ 같은 말이 있습니다. 활 ‘고자’는 활의 양쪽 끝을 말하는 것입니다. 구지뽕은 가시가 달린 뽕나무를 말합니다. 이 경우 ‘구지’는 가시라는 뜻이고, 가시는 뾰족하죠. ‘곶’은 해안에서 바다로 뻗어나간 길쭉한 땅을 말합니다. 이것이 ‘고’가 아니고 ‘코’인 이유는 ㅎ종성체언이기 때문입니다. ‘고ㅎ’가 옛말이었습니다. 이유 없이 ㅎ이 붙는 말입니다. 얼굴 한복판에 우뚝 솟아서 뾰족하게 보이기에 붙은 말입니다.

귀는 간단합니다. 구멍의 옛말이 ‘구시’인데 이것이 ‘굳’이 되었다가 ‘귀’로 정착한 것입니다. 구멍이 뚫렸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죠. 또 귀는 가장자리라는 뜻도 있습니다. 귀가 얼굴 복판으로부터 가장 먼 곳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귀’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귀는 구멍이라는 뜻과 얼굴의 가장자리에 붙었다는 뜻이 동시에 들어있는 말입니다.

‘눈’은 길약말로는 ‘nyunü’이고, 아이누말로 ‘보다’는 ‘nukal’이어서, 우리말의 ‘눈깔’과 똑같습니다. 가야의 지배층이 쓴 드라비다말로 점이나 열심히 보는 것은 ‘nuṉi’이고, 한번 보는 것(一瞥)이 ‘nõkkal’이어서 ‘눈깔’과 거의 같습니다. 대체로 비슷한 말을 썼습니다. 그렇지만 말뜻은 알아내기 참 힘든 말입니다.

눈의 특징은 우묵하다는 것입니다. 새싹이 나오는 곳도 눈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오목하다가 싹이 밀고 나오면서 볼록해지죠. 이렇게 오목하면서도 동시에 볼록한 특징을 지닌 존재가 ‘눈’입니다. 그런데 눈이 다른 부위와 특별히 구별되는 특징 중 하나가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다른 부분은 얼굴에 붙어있을 뿐 스스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반면에 눈은 자유자재로 움직이죠. 이런 특징을 말로 나타내면 어떻게 될까요? ‘논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본다는 뜻과 이어진 말은 ‘노리다, 노려보다’가 있고, 움직인다는 뜻과 이어진 말은 '논다'입니다. 어근 ‘놀’이 ‘눈’으로 발전한 형태로 추정됩니다. ‘논’과 ‘눈’은 정말 닮았죠? 얼굴에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이기에 ‘눈’이 된 것 같다고 한번 상상해 봅니다.

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말의 다른 말과 전혀 이어지지 않는 말입니다. 그런데 입의 특징은 음식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이런 특성과 관련이 있는 동작 언어를 살펴보면 ‘입다’가 있습니다. 사람이 옷을 입는 것이나 몸이 음식을 입는 것이나 다를 게 없죠.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면 의외로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이누어에서는 ‘먹다’를 ‘ipe’라고 합니다. ‘읇다’도 ‘입’의 관련어로 보입니다.

‘입’의 사투리는 아주 다양한데, ‘굴레, 아가리(아구, 아갈빠리), 주둥이’로 나타납니다. ‘아가리’는 입을 나타내는 만주말 ‘aŋgga’와 같은 어근형이며 ‘굴레’는 입을 뜻하는 일본말 ‘kuti’와 대응합니다. 일본말 ‘kuti’는 우리말의 ‘구덩이, 굴’과 같은 원형 어근입니다. ‘입’은 원형 어근 가 와 <čVp>를 거쳐 으로 굳은 것으로 이보이는데, 이에 따르면 <입>은 둥근 모양에서 나온 말로도 보입니다.

‘아가리’는 ‘악+아리’의 짜임인데, ‘아리’는 축소사 ‘아지’의 변형이니, ‘악’이 입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악쓰다’는 말에도 ‘악’이 있습니다. ‘억지’도 ‘악’의 모습입니다. 억지 부리는 것도 결국은 말이 안 되는 것을 관철시키려는 것이니 말로 하게 되어 입을 좋지 않게 말하는 것입니다. ‘윽박지르다’의 ‘윽’도 같은 뿌리입니다.

입안에는 여러 가지가 또 있습니다. ‘혀’는 잡아당긴다는 뜻입니다. 혀가 입 밖으로 길게 나올 수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썰물’은 15세기 표기로 ‘ᅘᅧᆯ믈’입니다. ‘ᅘᅧ다’의 꾸밈꼴이죠. ‘ᅘᅧ다’는 잡아당긴다는 뜻인데, 나중에 ‘켜다’로 자리 잡습니다. 그러니까 썰물은 ‘누군가 잡아당겨서 끌려가는 물’이라는 뜻이죠. 그 누군가가 누굴까요? 달입니다. 이런 말로 보면 우리 조상들은 아득한 때부터 밀물과 썰물이 달의 작용이라는 것을 안 것 같습니다. 원시인을 얕잡아 보면 안 된다는 것을 이렇게 알 수 있습니다.

‘혓바닥’은 혀가 음식에 닿는 부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래서 코끼리의 코처럼 음식을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합니다. ‘바닥’은 ‘받+악’의 짜임인데, ‘받’은 

‘받다’의 어근이고, ‘악’은 ‘벼락, 가락’에서 보이는 것과 똑같은 꼬리말(접미사)입니다. 이것이 혀의 본래 쓰임에 가장 적합한 풀이일 텐데, 맨 밑을 뜻하는 ‘바닥(底)’이 있어서 이것으로 풀어도 되겠습니다. 이때의 ‘받’은 곳(處)을 나타내는 우리말입니다. ‘바탕’도 마찬가지이죠. ‘바탕’은 ‘밭+앙’의 짜임이죠. ‘앙’은 ‘마당, 봉당’에서 보이는 접미사입니다. 어느 쪽으로 풀어도 뜻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 두 말의 뿌리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죠. ‘받는’ 것이나 밑을 뜻하는 ‘바닥’이나 모두 마찬가지 뿌리입니다.

입안에는 이빨이 있죠. ‘앞니, 대문니, 송곳니, 어금니’가 그것입니다. ‘앞니’는 앞에 있다는 뜻에서 붙인 말입니다. 앞니 중에서 위아래에 있는 두 개씩 큰 이빨은 ‘대문니’라고 하죠. 한 집안의 대문처럼 떡 버티는 자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송곳니는 뾰족해서 딱딱한 것을 찍거나 깨뜨릴 때 쓰기 좋은 이빨이죠. 따라서 송곳니의 ‘송곳’은 뾰족하다는 뜻이 있어야 합니다. 뾰족한 것은 가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송곳’의 ‘송’은 뾰족하다는 뜻입니다. ‘송, 손, 솔’ 같은 모습으로 쓰이죠. 『훈몽자회』에 송곳이 ‘솔옷’으로 나와서, 이를 또렷하게 볼 수 있습니다. ‘오솔길’의 ‘솔’이 가늘다 뾰족하다는 뜻입니다. 전라도에서 많이 쓰는 말 중에 ‘솔찮다’는 말이 있는데, 이 ‘솔’이 ‘적다, 가늘다’는 뜻입니다. ‘곳’은 쇠를 뜻하는 말입니다. ‘쇠끝’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못처럼 뾰족한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끝’이 ‘곳’의 변형입니다.

‘어금니’는 ‘엄니’라고도 하는데, ‘엄’은 크다는 뜻입니다. 『훈민정음언해』에 ‘엄’으로 나오고 『훈몽자회』에도 ‘牙:엄 아’로 나옵니다. 따라서 ‘어금니’는 ‘엄니’에 ‘ㄱ’이 끼어든 것입니다. 이것은 ‘개울→개굴창, 모래→몰개’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비교언어학으로 보면 아주 재미있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누어로 어금니는 ‘ikui-nimak’이어서 비슷하고, 터키어로는 ‘뒤쪽’이 ‘arka’여서 비슷합니다. 아이누어에서는 기역이 끼어든 까닭을 알 수 있고, 터키어에서는 어금니가 가장 뒤쪽에 있는 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말에는 이 두 가지가 모두 들었습니다. 여러 언어의 자취가 녹아있는 셈입니다.

아마도 코끼리의 이빨도 상아(象牙)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牙는 큰 이빨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치(齒)와는 구별되는 특별한 이빨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중국 민족도 어금니를 큰 이빨로 인식한 모양입니다. 그 형태상의 특징이 말에 잘 반영되는 것은 민족의 특성을 떠나서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특성으로 작용한 모양입니다.

‘입술’은 ‘입+시울’의 짜임입니다. ‘시울’은 활시위에서 보이는 ‘시위’로 바뀝니다. 어떤 것을 둘러싼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입술의 경우 이 ‘술’을 ‘살’로 볼 수도 있습니다만, 살보다는 입을 둘러싼 것이 더 정확한 의미여서 거기에 대응하는 말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Tag#정진명시인#우리어원나들이#어원사전#얼굴

출처 : 굿모닝충청(http://www.goodmorningcc.com)

2024년 3월 27일 수요일

달곰한 우리말 쉿! 은밀한 이야기

 달곰한 우리말

쉿! 은밀한 이야기

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귀걸이의 침이 들어가는, 귓바퀴 아래쪽 도톰한 살이 귓불이다. 충청도에 가면 귀불알, 구이불알이라고 말하는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다.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귀걸이의 침이 들어가는, 귓바퀴 아래쪽 도톰한 살이 귓불이다. 충청도에 가면 귀불알, 구이불알이라고 말하는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다

.북한 말은 언제 들어도 정겹다. 순우리말이라 절로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덧머리(가발) 살결물(스킨) 뜨게부부(사실혼) 몸틀(마네킹) 몸까기(다이어트) 꾹돈(뇌물)…. 꾹돈은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남들 몰래 돈을 꾹 찔러주는 모습이 그려진다. 부정적인 뜻의 낱말이지만 너무나 그럴싸해 빙그레 웃게 된다.

“북한에선 전구는 불알, 형광등은 긴 불알, 샹들리에는 떼 불알이라고 한다”는 말이 돈 적이 있다. 정말일까. 북한에서 대학교수를 지내다 넘어온 박노평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불알, 날틀(비행기) 같은 단어는 김일성이 말 다듬기를 할 때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진 말”이라며 “북한에서도 전구는 전구 또는 전등알이라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불알 이야기'는 그저 우스개였던 셈이다.

기왕 꺼낸 김에 불알 이야기를 할까 한다. 불알은 남자한테만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여자도 불알을 가지고 있다. 이상한 상상을 하거나 놀랄 일은 아니다. 귓바퀴의 아래쪽에 붙어 있는 도톰한 살이 바로 그것이다. 귀걸이를 하는 이 부위의 이름은 귓불이다. 일상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귓볼’과 ‘귓방울’은 없는 말이다.

귓불은 ‘귀+불’의 형태다. 불은 고어에선 ‘부+ㅀ’로 쓰였다. 불알의 줄임말로, 음낭(陰囊)의 순우리말이다. 충청도 강원도 경기도 등지에 가면 지금도 어르신들은 귓불을 ‘귀불알’ ‘구이불알’이라고 말한다. 이제 여자에게도 불알이, 그것도 두 개가 있다는 데 의심할 사람은 없겠다.

귀 안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봐야겠다. 귓구멍 안에 낀 때는 귀지다. 그리고 그 귀지를 파내는 도구는 귀이개다. 흔히 말하는 ‘귀쏘시개, 귀쑤시개, 귀파개, 귀후비개, 귀후지개’는 모두 표준말이 아니다. 귀지를 귓밥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도 많다. 귓밥은 귓불과 같은 말이다.

내친김에 은밀한 곳에 있는 목젖도 짚고 가는 게 좋겠다. 입을 크게 벌리고 입속을 들여다보시라. 목구멍 끝부분에 둥그스름한 살이 보일 게다. 뜨거운 물을 마시면 뜨끔대는 그것. 바로 목젖이다. 남자들 목 한가운데 툭 튀어나온 곳은 목젖이 아니라 울대뼈다. 울대는 목소리가 울리는 곳으로,성대(聲帶)의 순우리말이다.

새끼손톱만 한 파란빛의 ‘개불알꽃’. 꽃이 개의 음낭처럼 생겼다고 일본인 학자가 이름 붙였다는데 도무지 맘에 들지 않는다. 야생화 동호인들은 '봄까치꽃'이라 부른다. 봄날의 까치처럼 이른 봄에 피어 봄을 알리는 꽃. 뜻도 소리도 예쁘다. 개들도 좋아하겠다.


입력
 
2024.03.28 04:30
 27면

2024년 3월 26일 화요일

‘착인죽인’이 뭐여?

 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188] ‘착인죽인’이 뭐여?

최태호 필진페이지 +입력 2024-03-27 06:30:00







 
▲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젊은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그들의 축약어에 놀라곤 한다연구실에서 논문 집필하던 제자와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갑자기 교수님착짱죽짱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 하고 물었다고사성어라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는 필자였는데순간 눈앞이 캄캄했다창피하지만 그런 말은 처음 듣는데그게 고사성어에 나오는 말이니?”하고 되물었다당연히 고사성어가 아니었다.
 
미국 원주민들을 살육(?)하던 시절의 얘기였다셰리든 장군(1831~1888)이 한 말 중에 내가 본 좋은 인디언은 다 죽은 인디언뿐이다(The only good Indians I ever saw were dead·내가 알고 있던 좋은 인디언은 모두 죽었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뿐이었다로 인식되고한국인들은 좋인죽인보다는 착인죽인이라는 말이 어감상 더 좋아서 바꿨다고 한다.
 
여기서 확장되어 착짱죽짱이라는 용어가 나왔는데지나치게 우리 이웃 나라를 혐오하는 표현이라 원문을 쓸 수가 없다아무래도 이웃과는 친하게 지내는 것이 좋은데 이런 글 때문에 금이 갈까 두렵다말이 주는 상처가 칼로 베는 것보다 오래 가는 법이니 언어의 유희라도 가려 가면서 쓰길 바란다.
 
아직도 미 대륙을 발견한 사람이 콜럼버스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까그렇다면 콜럼버스의 무리보다 먼저 살던 원주민은 누군가?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