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연합뉴스
▲검찰. ⓒ연합뉴스

검찰의 대장동 사건 1심 항소 포기에 대한 집단 반발이 거센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단죄’에 나섰다. 민주당은 검사 파면이 가능하도록 14일 검사징계법 폐지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대장동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도 추진된다. 민주당의 강공을 두고 언론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검찰개혁의 선의마저도 의심받을 수 있다”(한국일보)는 우려부터 “검사들을 순한 양으로 만드는 게 목표인가”(중앙일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검찰 때리기 나선 민주당, 한국일보 “이율배반적”

검찰의 대장동 사건 1심 항소 포기 파장이 가시지 않는다. 검찰 내부에서 집단적 반발이 일어나자 더불어민주당까지 이를 겨냥해 ‘검사징계법’ 개정 작업에 나섰다. 민주당은 검사에 별도로 적용되는 징계 규정을 담은 검사징계법을 폐지하고, 검찰청법에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한다는 내용을 넣어 검사 파면 및 징계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를 두고 14일 주요 일간지는 여당이 검찰과 전면전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14일 동아일보 5면 기사.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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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이어진다. 동아일보는 5면 <‘항명검사’ 좌표 찍은 與… “총장도 탄핵없이 파면” 법안 오늘 발의> 보도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의 집단 반발을 ‘사실상 쿠데타이자 반란’으로 규정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수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국정조사도 단독 추진한다는 방침”이라며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진화를 넘어 반발하는 검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을 명분으로 검찰 힘 빼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14일 경향신문 1면.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14일 경향신문 1면.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1면 <“항명 검사 단죄”… 검찰 몰아붙이는 여당>에서 “이번 논란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사의 표명으로 일단락되는 국면에 들어서자 (민주당이) 검찰을 몰아붙이는 강공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경향신문은 3면 보도를 통해 “검찰 내부엔 여전히 이번 사태를 만든 노 대행과 법무부를 향한 비판 여론이 강하게 흐르고 있다”고 했다.

▲14일 한국일보 사설.
▲14일 한국일보 사설.

이 같은 국면에서 민주당이 검찰 관련 법 개정에 나서는 것은 압력으로 보일 수 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한국일보는 사설 <의도 의심스러운 여당의 대장동 국정조사·특검 파상공세>에서 “검찰의 정치화를 문제 삼으면서 과도한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라며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은 사법 절차 전반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 여당이 검찰에 책임을 떠넘기며 국면 전환을 시도한다고 해서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여당이 지금처럼 정치적 압박으로 검찰을 길들이려고만 한다면 ‘검찰개혁’의 선의마저도 의심받을 수 있다”고 했다.


▲14일 중앙일보 사설.
▲14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항소 포기 반발하자 검사 파면 쉽게… 권력 눈치 보라는 건가> 사설에서 “검사 파면을 쉽게 할 수 없도록 설계한 데에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 독재정권 시절에도 검사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며 “검사 파면이 쉽도록 법을 바꾸면 검찰 조직이 정치권력의 압력에 더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검사들을 ‘순한 양’으로 만드는 것이 과연 검찰개혁의 목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지난 10일 대검 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지난 10일 대검 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일보 인터뷰서 입 연 노만석 대행 “정권-검찰 역방향”

이런 가운데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취재진에게 “전 정권이 기소했던 게 전부 현 정권 문제가 돼 버리니까, 저쪽에서 지우려고 하는데 우리는 지울 수 없어 부대껴 왔다”는 발언을 해 정치권 압박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주요 일간지 중 유일하게 노만석 대행과의 단독 인터뷰 보도를 냈다. 인터뷰는 지난 13일 노 대행 자택에서 이뤄졌다. 노 대행은 중앙일보에 “정권하고 검찰이 방향이 같았으면 무난했을 텐데 솔직히 지금은 완전히 역방향”이라고 했다. 또 노 대행은 “‘윗선’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뒤늦게 ‘외압이다’ ‘압력이다’ 하면 온 천지에 직권남용이 남발하지 않겠는가”라며 “조직을 위해 결단을 내린 건데, (후배들의 비판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14일 중앙일보 4면 기사.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14일 중앙일보 4면 기사.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노 대행은 “정부가 국민주권 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검사에게 수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도 국민에게 줘야 한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억울함을 검사에게 수사해 달라고 할 수도 없다면 국민주권 시대라고 할 수 있겠나”라면서 “검찰개혁을 위해 정말 필요한 건 검찰청을 해체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권자와 기소권자를 분리하는 거다. 경찰이 수사한 사건에 대해선 검사가 판단하고, 검사가 수사한 사건은 또 다른 검사가 기소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14일 동아일보 사설.
▲14일 동아일보 사설.

하지만 동아일보와 세계일보는 노 대행이 항소 포기에 외압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밝히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시종 눈치 살피고 책임 떠넘기던 노만석의 초라한 퇴장> 사설에서 “(‘저쪽에서 지우려 한다’는)노 권한대행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권의 의중을 거스를 수 없어 ‘항소해야 한다’는 소신을 지키지 못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며 “스스로를 권력에 예속시키는 ‘정치 검찰’의 실상을 보여준다. 검찰의 항소는 법무부의 허락을 받아서 하는 일이 아니다. 사건 관할 지검장이 자체 전결로 항소할 수 있고, 주요 사건의 경우 검찰총장과 상의해 결정해 왔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법무부가 항소를 막겠다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법무부 몫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노 권한대행은 지휘권 발동도 하기 전에 지레 항소를 포기했다. 직을 걸고라도 원칙을 지켜야 했을 땐 바짝 엎드렸다가 검찰 안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자 물러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구체적인 내용도 밝히지 않으면서 ‘저쪽에서 지우려’ ‘부대껴 왔다’ 등등을 운운하며 변죽을 울리는 것도 구차스럽다. 외압이 있었다면 그 내용을 소상히 밝히면 될 일”이라고 했다.

▲14일 세계일보 사설
▲14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도 <“부대껴 왔다”는 노만석의 엄중한 발언, 진상 밝혀라> 사설에서 “책임 모면 차원에서 외압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면 이 또한 묵과할 수 없다. 노 대행의 항소 포기 결정은 개인적 영달을 위해서든, 검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서든 이기적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변죽만 울리며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는 노 대행의 처신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14일 조선일보 사설
▲14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총장대행 “저쪽에서 지우려 했다”, ‘李 사건’ 지우려 했나>에서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최소화하려고 항소 포기를 압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 항소 포기와 공소 취소를 압박하고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수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으로, 정상적인 법치국가에선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노 대행은 정권 외압의 실태를 밝히고, 현 정권은 힘으로 형사 사법 제도의 근간을 흔들려는 위험한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했다.

▲오른쪽부터 차례대로 고리 1, 2, 3, 4호기이다.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오른쪽부터 차례대로 고리 1, 2, 3, 4호기이다.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고리 2호기 운영 재개에 환영하는 보수경제지… 경향 “안전 빈틈 없어야”

정부가 국내 최장수 원자력발전소 고리 원전 2호기 수명을 연장시켰다. 보수·경제지들은 AI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한 만큼 다른 원전 수명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향신문·한겨레 등은 안전에 주목했다.

▲14일 조선일보 사설
▲14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다른 원전 9기 연장 운영도 지체 없이 결정해야>에서 “고리 2호기의 계속 운전 허가는 과학적인 안전성 심사를 통과한 결과다. 괴담이나 이념이 아닌, 데이터와 과학에 기반한 결정을 더 미루고 외면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며 “계속 운전을 앞둔 다른 원전에 대한 장기적 에너지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매일경제 역시 <고리 2호기 운행 연장… 뒤늦게 실현된 정의> 사설에서 “이재명 정부가 내건 AI 3대 강국 도약은 원전 없이는 불가능한 꿈이다. 이미 멈춰 있는 고리 3·4호기를 포함해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추가로 만료되는 9개 원전의 수명 연장도 지체 없이 결정해야 한다”며 “AI시대 저렴하고 안정적인 발전원인 원전을 정치적 이유나 불필요한 행정지연으로 멈춰 세우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고리 2호 연장 가까스로 승인…다른 원전 심사도 서둘러야> 사설을 통해 “고리 2호기의 재가동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남아 있는 9기의 계속운전 심사 또한 과학적 기준과 효율적 절차로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14일 경향신문 사설.
▲14일 경향신문 사설.

하지만 경향신문은 <고리 2호기 연장, 안전 빈틈 없는 에너지믹스 돼야> 사설에서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수명 연장 조치는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재명 정부가 수명이 다한 원전의 사용 연한을 늘리기로 한 것은 문재인 정부 때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금지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뒤집는 중대한 변화”라며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섣부른 수명 연장은 금물이고,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자립을 생존의 문제로 무겁게 인식하고, 신재생에너지 확장 속도를 높이는 에너지믹스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3면 <원안위, 안전성 검증 미흡 ‘계속 운전’ 경제성도 없어> 보도에서 “고리2호기는 중대 원전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던 1980년대 설계돼 최신 안전 기준에서 보면 미흡한 점이 여럿”이러며 “수명을 연장해도 경제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질적 가동 기간이 7년 가량인데 예상 이용률, 전기 판매 단가 등을 따져보면 100억 원 이상의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