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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4일 금요일

'3차 세계대전' 일으킬 뻔? 윤석열의 '미치광이 전략'의 전모

 [박세열 칼럼] 박정희, 전두환도 못한 '전쟁 획책' 시도한 윤석열


윤석열이 '3차 세계대전을 촉발할 수 있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지나친 상상이다'라거나 '설마 그렇게까지 됐겠느냐'는 핀잔을 들을 수 있겠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짚고 지나갈 부분들이 있다. 지금부터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타임라인이 중요하다. 내란특검에 의하면, 윤석열이 계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2023년 10월이다. 전직 정보사령관이자 무당, '계엄 설계자'인 노상원의 수첩 메모가 근거다. 여기 적혀 있던 여인형, 박안수, 김흥준, 손식 등 핵심 인물들은 2023년 10월 이후 일제히 진급해 '내란 핵심 포스트'에 들어간다. '충암파' 여인형은 2023년 11월 중장으로 진급하며 방첩사령관이 됐고, 소형기는 방첩사 2인자로 진급했으며, '계엄사령관' 박안수는 육군참모총장으로 진급했고, 김흥준은 육본 참모부장이 된다. 특히 이 시점에 '비상계엄 군 수뇌부 3인방'인 여인형, 곽종근, 이진우가 동시에 사령관으로 승진했다는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지만, 그 시점엔 두 가지 중요한 일이 있었다. 첫째, 윤석열은 11월 22일 북한의 정찰 위성 발사를 빌미로 9.19군사합의를 일부 효력정지했고, 북한은 다음날 '파기'를 선언한다. 접경지역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취지의 9.19합의 효력을, 별 상관 없는 '정찰위성 발사'를 빌미로 중단시킨 데 대한 논란이 있었다. 윤석열은 왜 9.19합의 파기에 매달렸을까?

둘째는 윤석열과 군 수뇌부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궁지에 몰려있었다는 점이다. 2023년 10월 11일 윤석열이 밀었던 김태우가 강서구청장 재보선에서 패배했다. 윤석열은 충격을 받았다. 10월 말엔 윤석열도 공수처에 고발당했다. 11월엔 핵심 키맨인 국방부장관 이종섭의 호주대사 내정설이 거론됐다. 다가올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궁지에 몰린 시점이다.

윤석열과 그의 충실한 '차지철', 김용현은 그 무렵부터 '딴맘'을 먹고 군 인사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말로 하면, 북한을 도발할 여건을 만들기 시작했다.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도발하면 결국 윤석열과 보수정당에 유리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진보진영에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사치였다. 윤석열은 상상할 수 있는 단계를 뛰어넘었다. 우리 군을 동원해 비밀리에 북한을 도발할 거라는 발상을 어느 미친 사람이 할 수 있었겠는가. 박정희, 전두환도 못한 것을 윤석열은 실행했다.

정권의 음습한 곳에서 '비상한 조치'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2024년 3월 말, 윤석열은 경호처장 김용현과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충암파'를 모아놓고 '안가 회동'을 했다. 윤석열은 술에 취해 혼자 1시간가량 떠들면서 "정상적인 정치 상황으로 가기 굉장히 어려워졌다. 비상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군이 나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한다. 그해 5월 28일 북한에서 첫 오물풍선이 날아 들어온다. 그리고 일주일여 뒤인 6월 4일, 윤석열은 9.19군사합의를 완전히 파기한다. 4월에 드론작전사령관으로 발탁된 김용대가 무인기 평양 침투 작전을 시작한 게 6월 즈음이다. 특검이 확보한 군 관계자 진술에 따르면 김 전 사령관은 "V(대통령)에게서 직접 내려온 지시"라면서 '평양 드론 침투 작전'을 설계했다.

6월 중순경, 윤석열과 김용현은 여인형, 곽종근, 이진우를 삼청동 안가로 불러 소폭을 말아 돌렸다. 김용현은 윤석열에게 "대통령께 충성을 다하는 장군(들)"이라며 분위기를 띄웠고, 거나하게 취한 윤석열은 "비상대권이나 비상조치가 아니면 나라를 정상화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 김용현이 경호처장에서 국방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건 3개월 후인 그해 9월이다. 6월부터 준비된 '드론 작전'이 빛을 발할 때가 온 것이다. 북한을 도발할 제반 조건이 모두 완성된 시점이다.

10월 11일, 북한 외무성은 남한에서 보낸 무인기가 10월 3일, 9일, 10일 심야시각에 평양 상공에 침투해서 삐라를 살포했다고 발표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당시 드론사 관련 군 현역 장교는 "V(윤석열)와 장관(김용현)이 북한 발표를 보고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드론작전) 사령관이 또 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한다.

그때부터 여인형은 친위 쿠데타와 관련된 구체적인 구상을 메모로 남겼다. 10월 18일 오후 2시6분 휴대전화에 “불안정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찾아 공략해야 한다"며 그 방안으로 "체면이 손상되어 반드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타기팅"을 언급하고 그 대상으로 평양, 핵시설 2개소, 삼지연 등 우상화 본거지, 원산 외국인 관광지, 김정은 휴양소 등을 적었다. "최종 상태는 저강도 드론 분쟁의 일상화"라고 돼 있다.

11월에도 드론사는 평양에 3~4차례 더 드론을 보냈다. 목표는 대북전단 살포, 전단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인구 밀집지역이었고, 여기에는 김정은의 관저가 있는 평양 중심부와 신포, 남포 군사기지 등이 포함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0월 1일 오전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열병하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의 불장난이 최악인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쿠데타 선배인 박정희와 전두환도 상상하지 못한 일을 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볼모로, 평양을 자극해 "미니멈 안보위기"에서 "맥시멈 노아의 홍수"를 "목적과 최종상태"로 상정했다. 세상의 파괴를 뜻하는 "노아의 홍수"는 전면전을 떠올리게 한다. 박정희가 10월 유신을 할 때도, 전두환이 서울의 봄을 짓밟을 때도 북한의 위협을 말하긴 했지만, 쿠데타를 위해 전쟁을 획책하진 않았다.

둘째, 윤석열은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의 군사력과 방위능력을 증대시켰다. 군 미필자가 벌인 국가 단위에서의 철부지 불장난이 불러온 나비효과는 우리 군에 큰 부담을 지웠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침략전쟁'으로 비난하던 윤석열은 정작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선제적 군사 수단'을 사용했고,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해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 관계 심화를 촉진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수천명 규모(현재까지 약1만2000명 규모 추정)의 부대를 파병하고, 러시아는 북한에 러시아제 방공 레이더와 타격 체계 등을 지원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의 최신 방공무기 '판치르-S1(Pantsir-S1)'을 평양 수도 방어용으로 이미 실전 배치했다고 한다.

"최종 상태"를 "(남북) 분쟁의 일상화"로 상정하고 "맥시멈 노아의 홍수"까지 각오한 윤석열이 노린 것은 '전시 대통령'이었다. 2010년 11월 한국 영토에 포탄이 떨어진 북한의 연평도 도발 같은 대응으로 이어졌다면 국지전으로 확산했을지 모르는 일이다. '전면전'까지 각오했다는 '계엄 일당들'의 메모가 의미하는 건 더 무섭다.

윤석열이 안가에서 계엄군과 폭탄주를 돌리고 있던 6월 중순으로 돌아가보자. 비슷한 시점인 2024년 6월 19일 푸틴이 24년만에 러시아 정상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그가 김정은을 만나서 서명한 합의문에는 양측이 "무력 침략행위에 협력"하고, "무력 침공에는 지체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

한반도 전쟁에 러시아가 개입할 수 있다는 '적국(북한)'의 군사 동맹 강화를 목격하고도 평양과 핵시설에 드론을 보내려 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러시아의 개입은 미국의 개입으로 이어질 것이고, 중국과 일본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의 상태, 동북아 정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인 윤석열의 '미치광이 전략'이 만약 강대국들의 개입을 초래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3차 세계대전'이 지나친 상상이라고? 윤석열이 지금까지 해 온 모든 멍청하고 어리석인 짓들에 우리의 '상상력'을 대입해보라. 그는 항상 우리의 상식을 뛰어 넘은 곳에 서식하고 있었다.

자신과 부인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한반도의 안정과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은 윤석열의 행동은 박정희, 전두환조차도 무덤에서 벌벌 떨만한 일이다. '일회성, 경고성 계엄'이란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알고 있다. 지나친 상상이라는 걸. 러시아에 '서쪽과 동쪽 두 개의 전선'은 너무 버겁고, 미국 역시 확전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의 구상이 실현된 어떤 평행우주에는, 전시 지도자가 돼 벙커에서 자국민이 죽어나가는 걸 보며 벌벌 떠는 윤석열과, 미중러일 4강이 각축하는 세계의 화약고가 된 한국이 있을 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그저 '미치광이' 윤석열의 계엄이 실패한 데 가슴을 쓸어내릴 뿐이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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