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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6일 목요일

이재명 대통령 1번 과제 무산 위기... 국회 말고, 국민 믿고 가라

 

[2026 개헌 로드맵] 38년 동안 보장받지 못한 권리,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 25.11.07 06:56최종 업데이트 25.11.07 06:56
    1987년 민주항쟁의 결과로 개정된 헌법은 현재 시대적 변화와 국민적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민개헌넷은 시민사회가 제안하는 개헌의 방향과 내용을 쟁점별로 소개하고 필요성과 절차를 심도 있게 다룸으로써 국회의 개헌 논의를 촉구하고 시민 주도의 개헌 공론화를 이끌어내고자 합니다.[기자말]
    8월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국정기획위원회는 국민보고대회에서 새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밝혔다.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제1번 과제는 '진짜 대한민국을 위한 헌법개정'이었다. 개헌의 내용도 예시적으로 제안했다.

    ▲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헌법 전문 수록 ▲ 대통령 책임 강화 및 권한 분산(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 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중립성 요구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의무화) ▲ 검찰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 안전권 등 기본권 강화 및 확대 ▲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한 논의기구 신설 ▲ 행정수도 명문화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면 개헌이 과연 성사될지부터 의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에 개헌논의를 맡기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좌절된 경험을 돌아보면, 이재명 대통령의 생각이 이해되는 면도 있다.

    그러나 지금 국회 상황을 보면 '과연 개헌 논의가 가능하겠는가'라는 생각조차 든다. 개헌특위조차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설사 국회에서 개헌특위가 구성된다고 해도 여야 간에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개헌을 하자는 얘기가 한두 번 나왔던 것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직후 국회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 36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매머드급 특별위원회였지만,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끝났다. 초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니 국회에 맡겨서는 개헌이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따라서 지금은 개헌의 성사를 위해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개헌 여부에서부터 개헌의 내용에 이르기까지 주권자인 국민이 참여해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1987년 10월 헌법개정 이후 '개헌 불능 국가' 상태에 빠져있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물론 지금도 개헌 여부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국민투표로 결정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국민투표에 부쳐지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다.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지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데, 거대 양당 중 어느 한쪽이 반대하면 3분의 2를 채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주권자인 국민은 국회 논의만 바라보고 있다가 번번이 실망하게 된다. 국민의 참정권 중 하나인 국민투표권을 행사할 기회조차 38년 동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그런 씁쓸한 경험만 반복하게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 참여 개헌 절차 정하자

    2025년 11월 4일 시민개헌넷은 헌법재판소에 국회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개헌을 하려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지만, 국회는 2014년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국민투표법을 개정하지 않아 11년째 국민투표가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시민개헌넷

    그래서 이번에는 개헌 논의를 단순화해서 각 정치세력의 입장을 밝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제안하는 질문은 3가지이다.

    1. 개헌을 할 의지는 있는지?
    2. 개헌의 과정에서 국민 참여를 보장할 것인지?
    3. 앞의 2가지에 동의한다면 '국민 참여 개헌 절차법'을 제정할 의지가 있는지?

    개헌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개헌이 또다시 무산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각 정당이 위 3가지 질문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지금 '국민 참여 개헌 절차법'의 제정이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국회에 맡겨놓아서는 헌법개정의 성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헌법개정이 불가능한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주권자인 국민이 참여해 개헌의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헌법 개정안을 작성하는 단계부터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국민투표로 결정하게 되더라도, 그때는 찬성-반대 투표만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헌법 개정안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이다. 그래서 헌법 개정안을 작성하는 단계부터 국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아일랜드의 경우에는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된 국민으로 '헌법개정 시민의회'를 구성해서 운영하고 있다. 결정은 국회에서 하되 시민의회에서 취합된 의견을 국회에 전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에는 국회에서 국민투표에 부치고 있다.

    또한 앞으로 단계적·연속적 개헌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더라도 개헌절차법이 필요하다. 한 번의 개헌으로 모든 내용을 담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개헌 절차법을 마련해서 헌법 개정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2023년 마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아일랜드 시민의회가 소집되었다. 아일랜드는 헌법 개정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100명의 시민들로 시민의회를 구성한다.아일랜드 시민의회

    개헌과 개헌절차법 동시 추진해야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다. 국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부터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개헌을 할 의지는 있는지? 개헌의 과정에 주권자인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생각은 있는지? 개헌 절차법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정청래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다시는 내란이 일어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헌법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당연하다. 지난 12.3 내란 과정에서 헌법의 허점이 이미 드러난 상황이다.

    예를 들어 국회에서 계엄 해제를 의결하더라도, 대통령이 계엄 해제 조치를 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만으로 곧바로 계엄 해제의 효력이 발생하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내란죄의 경우에는 사면권 행사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도록 하는 것도 헌법에 담을 필요가 있다.

    물론 개헌은 민주당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민적인 개헌 동력을 만드는 것이 숙제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개헌 절차법이 필요하다. 그래야 38년 동안 헌법을 한 줄도 고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개헌과 '국민 참여 개헌 절차법'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필자 소개] 하승수 : 시민개헌넷 정책기획위원이자 전국시국회의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농민의 목소리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공익법률센터 농본, 권력남용과 예산낭비를 감시하는 세금도둑잡아라에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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