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문자로 남긴 민원, 3년간 마음에 담고‥ 끝내 해결
의원 되기 전후, 정보 접근성이 가장 큰 변화
'이 사람은 우리와 같구나', 가장 기쁜 말
100가지 중에 97가지를 남겨 놓고 하루를 마감하는 죄책감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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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제 의정활동의 원칙이었던 것 같습니다.

노원구의회 최나영 의원(진보당)은 인터뷰 내내 '주민의 마음'을 가장 앞자리에 놓았다. 지난 2022년 서울에서 유일하게 진보정당 당선자가 된 최 의원은 이제 의정활동 4년 차를 맞았다. 그는 사소해 보이는 민원 속에서도 주민 삶의 애환이 서린 핵심 문제를 포착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슬로건이 아니라, 그의 하루하루를 채우는 실천의 출발점 같아 보였다.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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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절박함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최 의원의 진정성은 구체적인 민원 해결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선거운동 중 접수된 '국민은행 ATM 설치' 요구는 그의 집념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금융 공백으로 현금 생활이 어려워진 고령층 주민들을 위해 그는 은행을 상대로 한 치열한 협상을 이끌어 설치를 약속받았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TM 설치 후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제기한 '출입문 접근성' 문제를 추가로 해결하며, 진정한 문제 해결은 한 번이 아니라 끝까지 함께하는 것임을 증명했다.

다시 설치된 국민은행 ATM(왼쪽) 이후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해 1개월 만에 다시 조정된 휠체어 오름길(오른쪽)
다시 설치된 국민은행 ATM(왼쪽) 이후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해 1개월 만에 다시 조정된 휠체어 오름길(오른쪽)

그의 성실함은 시간을 관통한다. 3년 전, 공릉동 체육센터 건립 당시 한 특수교육 실무사로부터 "장애인 수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 그는 이 한 통의 문자를 3년 동안 마음에 간직하며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되도록 관철시켰다.

처음 민원을 주신 그분의 마음이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그 마음을 3년간 가슴에 담아두고, 중간중간 계속 체크했죠.

그의 말에서 주민의 고충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는 진보당의 '민중성'이 단순한 이념이 아닌, 한 사람의 삶을 향한 깊은 공감과 책임감으로 이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7회 노원 주민대회, '주민 의원'과 함께 한 직접정치의 현장

최나영 의원에게 주민대회는 단순한 의견 수렴의 장이 아니다. 그것은 주민이 직접 정치의 주체가 되는 살아있는 민주주의 현장이다. 특히 지난 7회 주민대회는 '주민 의원' 제도를 통해 한 단계 진화했다. 단순히 의제를 발의하는 것을 넘어, 실행과 면담, 해결 과정 전반에 직접 참여하는 주민들에게 '주민 의원'이라는 이름을 부여한 것이다.

정보 접근성이 가장 크게 변했어요.

노원 주민대회가 벌써 7회를 맞았다. 최 의원은 의원이 되기 전과 후, 주민대회의 가장 큰 변화는 ‘정보 접근성’이라고 즉답했다.

구의원이 된 최 의원은 자료 요구권 등을 통해 알게 된 행정 시스템을 '주민 의원'들과 적극 공유한다. 이를 통해 학교 급식·미화 노동자들의 휴게실 개선, 어린이집 우수 식재료 지원 예산 지키기 등 구체적인 주민 요구가 제도 안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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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구청 할 일이 아니다'로 끝났던 문제들을, 이제는 주민들과 함께 파고들어 예산을 확보하고 해결책을 만들어갑니다.

이번 주민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의제는 '아픈 아이 돌봄센터 확대'였다. 이는 그의 남은 임기 동안 가장 절실하게 풀고자 하는 과제와 직결된다. 현재 행정의 답답함에 마음 아파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서울 시민 운동으로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주민대회는 이런 중대한 과제를 주민의 목소리로 증폭시키는 출발점이 된다.

겸손의 정치, 스스로를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는 마음

최나영 의원은 스스로를 '낮은 자세로 한결같이'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최나영 하면 무슨 색이 생각나요?"라는 질문에 주민들이 "따뜻한 주황색"이라고 답하거나, "의원님은 항상 정신없이 뛰어다닌다"고 한 말을 기억한다. 이처럼 그는 화려한 정치인이 아닌, 주민들과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이웃으로 남고 싶어 한다. 이런 그의 모습은 오히려 주민들에게 더 큰 신뢰를 준다.

제가 주민들 곁에서 늘 똑같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이 사람은 우리와 같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그게 좋더라고요.

그의 겸손은 스스로에 대한 평가에서 더욱 빛난다. 주변에서 '일을 정말 많이 한다'는 칭찬을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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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100가지 일 중에 3개 해결하고 97가지를 남겨놓고 하루를 마감하는 기분입니다. 의원이 된 날부터 지금까지 해드린 일보다 못 한 일이 많아 늘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이 말은 그가 주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내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과 책임감에 기인한다. 그의 성실함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끊임없이 전진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셈이다.

최나영 의원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다, 주민의 곁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묵묵히 길을 파고드는 정치인이다. 7회 노원 주민대회는 그의 이런 정치 철학이 '주민 의원'들과 함께 구체적인 성과로 피어나는 현장이었다.

그의 진정성과 성실함, 그리고 늘 부족함을 느끼며 더 높이 뛰려는 그의 겸손함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정치가 되찾아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

[최나영 의원과의 일문일답]

Q. 의원 4년차에 접어들었는데, 그간 스스로 세운 의정활동의 원칙이 있었다면?

A. "주민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하면서 활동하자"라는 것이 제 가장 근본적인 원칙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슬로겐이 아니라, 겉으로는 사소해 보이는 민원 속에 담긴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읽어내는 '포착하는 힘'의 중요성으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월계역 배차 간격 문제처럼 다른 정치인들은 중요하게 보지 않았지만, 수많은 노동자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캐치해 주민 운동으로 발전시킨 경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진보당의 '민중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주민들의 삶과 지배 구조를 이해하기 때문에 가능한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민원 사항은?

A. 두 가지 사례가 특히 인상 깊습니다. 첫째는 국민은행 ATM기 설치 사업입니다. 금융자본의 비용 절감으로 인한 지점 통합으로 고령층 주민들이 현금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선거운동 기간 주민들과 함께 은행을 상대로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단순히 ATM을 설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애인 이용자의 휠체어 접근성을 위해 경사로와 출입문 위치를 재설계하는 추가 공사까지 진행했습니다. 이는 문제 해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둘째는 장애인 수영 프로그램 도입입니다. 3년 전 한 특수교육 실무사로부터 장문의 문자를 받았는데, 장애 아이들에게 수영이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에 얼마나 중요한지 상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당시 노원구에는 상시 운영되는 장애인 수영 프로그램이 없었습니다. 3년 동안 이 문제를 간직하며 새로 지어지는 공릉 구민체육센터에 프로그램이 반드시 도입되도록 관철시켰습니다. 그러나 개관을 앞두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하면 불편할 것"이라는 행정 측의 판단으로 프로그램이 무산될 뻔했으나, 2주간의 집중적인 행정 압박 끝에 결국 프로그램을 설립했습니다.

Q. 소개하고 싶은 지역주민이 있다면?

A. 방금 언급한 특수교육 실무사 선생님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본인이나 가족이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셨습니다. 직업적인 경험을 통해 장애 아동들에게 수영이 얼마나 치료적인 효과가 있는지 깨닫고, 직접 장문의 문자를 보내 민원을 제기하셨습니다. 그분의 그 마음 - 타인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그 마음이 너무나 인상 깊었습니다.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함께 해주셨습니다.

Q. 남은 임기 동안 가장 집중하고 싶은 과제?

A. 소아 의료 공백과 아픈 아이 돌봄 센터 확대 문제에 가장 집중하고 싶습니다. 현재 노원구에는 아픈 아이 돌봄 센터가 하나뿐이며, 운영 시간과 규모 모두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행정측에서 추가 확대를 어려워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울산 동구 김종훈 구청장님의 말씀처럼 "세상에 해결 못할 일은 없다"고 믿습니다. 현재 이 문제를 노원구의 단일 문제가 아닌, 서울 시민 모두의 과제로 만들어가는 운동을 준비 중입니다. 공공의료 확대의 일환으로, 특히 소아과 의사 부족과 돌봄 공백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Q. 노원 주민대회, 의원이 되기 전과 후의 가장 큰 변화는?

A. 정보 접근성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의원이 되어 자료 요구권 등을 통해 행정 시스템의 내부 구조를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초중고등학교 미화 노동자들의 휴게실 개선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주민들이 "다리 뻗을 데 없고 샤워실이 너무 춥다"는 식의 호소만 있었고, "이건 교육청 할 일"이라는 답변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경비 보조금 제도 안에 '급식 미화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고, 19개 학교에 예산을 확보해 실제 시설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Q. 7회 주민대회의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A. 가장 큰 성과는 '주민 의원' 제도를 본격 도입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의제를 발굴하는 것을 넘어, 해당 의제를 직접 실행하고 행정 기관과의 면담에 동행하며 해결 과정 전반에 참여하는 주민들에게 부여된 명칭입니다. 약 80여 명의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연차를 내고 구청 면담에 동행하는 등 높은 참여도를 보였습니다. 이를 통해 단기적인 행사가 아닌, 일년 내내 지속되는 주민 참여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Q. 노원 주민들에게 '최나영 의원' 하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A. "낮은 자세로 한결같이" 활동하는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주민 분들이 저를 두고 "의원님이 항상 정신없이 뛰어다니신다"거나, "아직도 중고등학생 자녀 밥 챙겨드리는 게 걱정될 정도로 바쁘게 산다"고 말씀하시는 때가 있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 저는 주민들과 같은 일상을 공유하는 이웃으로 남아있다는 느낌을 받고 오히려 기분이 좋습니다. 화려한 정치인보다는, 때로는 허술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러나 항상 주민 곁을 지키려 노력하는 진실된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 가장 소중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