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21년 9월 4일 토요일

추미애, 고발사주 의혹 “윤석열 부부와 한동훈 모의기획 흔적있다”

 홍민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국회 인근 개인 업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1.08.29ⓒ정의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윤석열 부부와 한동훈 등이 모의 기획을 한 흔적이 뚜렷하다”며 “대검 감찰부는 즉시 증거확보에 나서고, 공수처는 증거인멸이 완료되기 전에 수사에 나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름이 언급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추 전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글에서 윤 전 총장과 한동훈 검사장, 채널A 기자 사이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진상 파악을 지시했던 지난해 3월 말, 4월 초 정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지난해 3월 31일 ‘검언 유착’ 관련 MBC 보도가 나오자 4월 2일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추미애 전 장관은 대검 감찰부에 진상 확인을 지시했다.

추 전 장관은 “보도가 나온 다음 날인 4월 1일에는 윤석열 전 총장과 한동훈 검사장 사이 전화 통화가 12회, 윤 총장의 입이라 할 수 있는 대변인 권순정, 눈과 귀 역할인 수사정보정책관 손준성, 브레인 역할을 한 한동훈 사이에 45회의 단체카톡방 대화가 오갔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연이어 4월 2일에는 윤석열 전 총장과 한동훈 사이에 17차례의 전화 통화가 있었고, 한동훈-권순정-손준성 사이에 단체 카카오톡 30회의 대화가 오갔다”고 설명하면서 “그런데 공교롭게도 뉴스버스에서 공개된 청부고발이 4월 3일 이뤄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이후에도 상당한 양의 소통이 카카오톡과 전화로 이어지는데 만약 청부고발과 연관되었다면 한동훈이 필사적으로 핸드폰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하고 압수수색 저지를 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전 장관은 채널A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근거로 “범정(수사정보정책관실)을 이용한 범행모의를 한 것으로 짐작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녹취에 등장하는 한동훈 검사장의 발언 “그 내용을 가지고 대검 범정을 접촉해. 필요하면 내가 범정을 연결해 줄 수도 있어”라는 내용을 근거로 제시하며 “윤석열 지휘 아래 한동훈이 범정을 이용해 1차로 ‘유시민 엮기 공작’을 벌였으나 제보자X의 제보로 탄로가 나자 다시 범정(수사정보정책관) 손준성을 이용해 4월 3일, 2차 ‘청부고발 공작’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추 전 장관은 윤석열 전 총장 부부와 한동훈 검사장이 모의 기획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근거로 통화 내역과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횟수를 공개했다.

추 전 장관은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징계 결정문에 “한동훈과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통화는 4개월 동안 9차례, 윤석열 전 총장과는 397회 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3개월간 한동훈은 김건희와 332회, 윤석열 총장과는 2,300회 카톡을 주고받았다”며 “왜 지방 근무 중인 부하가 상관과 한 달 평균 100회의 통화를, 부인과도 수 백회 문자를 주고받았는지 이 사건들의 모의와 연관성이 명명백백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검 감찰부는 즉시 증거확보에 나서고 공수처는 증거인멸이 완료되기 전에 수사에 나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동훈 사실무근 반박, 법적 대응 예고

한동훈 검사장은 “추 씨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마치 제가 한 말이거나 제 말의 녹음이 있는 것처럼 오해되도록 왜곡해 주장하고 있다”며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 범죄”라고 했다.

이어 “만약 제가 한 말이라는 것이 확인됐다면 추 씨가 직접 골라 구성한 수사팀이 9번이나 무혐의 결제를 올리고, 법원이 기자들 모두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겠느냐”고 밝혔다.

한 검사장은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결정문을 공개한 것에 대해 “명백한 공무상비밀누설 범죄”라며 “장관 재직시 알게 된 공무상비밀을 자기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불법 누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업무 책임자였던 추 씨 뿐 아니라 이러한 자료를 제공한 공직자 등도 ‘공범’으로 처벌받아야 한다"며 “이는 통신비밀보호법상 비밀준수의무위반 범죄(16조)이기도 하다” 주장했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 잘못에 상응하는 법적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이 말하는 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될 만한 어떠한 희미한 단서도 없고, 해당 언론조차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 않다”며 “제가 친분이 있는 동료들과 카카오톡 대화를 한 것이 어떻게 저를 어거지로나마 엮어 넣을 근거가 될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과의 통화 횟수와 관련해선 “중앙지검 3차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당시 수행한 조국 사건 공판, 전직 대통령 두 분 공판, 법원 관련 사건 공판, 삼성 사건 공판 등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중요 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었으므로 검찰총장에게 수시로 상황보고를 계속하는 것은 저의 당연한 업무였다”고 주장했다.

김건희 씨와 연락한 이유에 대해선 “총장 배우자와의 연락은 총장과 연락이 잘 안될 때 등에 이루어졌던 것이고, 추미애 씨가 말하는 카톡 횟수는 한줄 한줄을 한건 한건으로 계산한 것이므로 실제 대화의 수를 과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검사장 자료사진ⓒ공동취재사진

2021년 9월 3일 금요일

“인혁당처럼 죽임 당할 뻔했죠, 지금도 섬뜩해요”

 등록 :2021-09-04 09:11수정 :2021-09-04 09:35

 

[토요판S] 커버스토리
사형집행령 받았던 간첩조작 피해자

‘구미간첩단’ 김성만 양동화씨 재심 무죄
북과 단순 접촉도 무조건 처벌에 제동
1987년초 사형집행 문서 34년 만에 발견
“간첩 손가락질 벗어…사회 기여하고파”

“북한 방문하고 북 대사관에 갔다 왔으면 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변 눈초리가 가장 힘들었어요. 이제 누명을 벗었으니 사회에 기여하면서 살아야죠.” 지난 7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난 구미간첩단 사건의 조작 피해자인 김성만(왼쪽), 양동화씨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아 수감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북한 방문하고 북 대사관에 갔다 왔으면 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변 눈초리가 가장 힘들었어요. 이제 누명을 벗었으니 사회에 기여하면서 살아야죠.” 지난 7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난 구미간첩단 사건의 조작 피해자인 김성만(왼쪽), 양동화씨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아 수감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대검찰청 1987.2.6
제목 사형집행구신
아래 사람에 대하여 사형집행명령을 받고자 소송기록을 첨부하여 구신합니다.
성명 김성만 (하략)”
1987년 2월6일자로 당시 김성기 법무부 장관의 서명까지 이뤄졌던 김성만씨에 대한 ‘사형집행구신’장. 결재 뒤 계획이 취소돼 장관 결재란에는 흰 종이가 덮여 있다. 양동화씨에 대한 동일한 문서도 이번에 처음 발견됐다. 김성만 제공
1987년 2월6일자로 당시 김성기 법무부 장관의 서명까지 이뤄졌던 김성만씨에 대한 ‘사형집행구신’장. 결재 뒤 계획이 취소돼 장관 결재란에는 흰 종이가 덮여 있다. 양동화씨에 대한 동일한 문서도 이번에 처음 발견됐다. 김성만 제공

‘구신’이란 상세한 보고를 뜻하는 법률 용어로, ‘사형집행구신’은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사형 집행을 요청하는 문서다. 법무부 장관이 이 서류에 결재하면 사형집행 명령서 발부 등 후속 절차가 자동적으로 뒤따르게 되고, 해당 인물은 5일 이내에 처형된다. 1987년 2월6일의 이 문서는 장관 서명까지 끝났지만, 막판에 작동이 멈췄다. 그 흔적이 문서에 고스란히 남았다. 얼핏 공란으로 보이는 장관의 결재 칸 바깥으로 삐죽삐죽 튀어나온 서명이 그것이다. 당시 장관(김성기)은 사형 집행을 허락한 뒤 어떤 이유에서인가 취소했으며, 이에 따라 누군가 장관 결재란에 흰 종이를 덧댔다.


덕분에 문서의 주인공인 김성만(64)은 살아남았다. 동료 사형수였던 양동화(63)도 같은 날 사형집행구신장이 완성됐으나 동일한 과정을 거쳐 목숨을 건졌다. 주요 결재권자들은 이미 사망했거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두환 정권이 우리를 정말로 죽이려고 했었구나 하는 것을 얼마 전에야 처음 알았어요. 햐! 죽음이 코앞까지 왔다 간 거죠. 사형집행구신장을 본 뒤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김성만)


“문서를 발견한 날 둘이 통화하면서 울었어요. 사법살인 당한 인혁당 사람들처럼 우리도 억울하게 바로 이 장소에서 불귀의 몸이 될 뻔했잖아요.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섬뜩해요.”(양동화) (*1975년 4월9일 박정희 정권은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의 전신)가 조작한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 8명을 대법원 선고 18시간 만에 사형시켰다. 이에 대해 국제법학자협회는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규정했다.)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재심 무죄를 받은 구미간첩단 사건의 조작 피해자인 김성만(오른쪽), 양동화씨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아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재심 무죄를 받은 구미간첩단 사건의 조작 피해자인 김성만(오른쪽), 양동화씨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아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구미간첩단 사건의 사형수였던 양동화(오른쪽), 김성만씨는 1987년 2월 사형집행을 위한 문서(사형집행구신)에 법무부 장관이 서명까지 마쳤던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있는 옛 사형장을 찾은 두 사람은 “그 문서를 생각하면 지금도 섬뜩하다”고 말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구미간첩단 사건의 사형수였던 양동화(오른쪽), 김성만씨는 1987년 2월 사형집행을 위한 문서(사형집행구신)에 법무부 장관이 서명까지 마쳤던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있는 옛 사형장을 찾은 두 사람은 “그 문서를 생각하면 지금도 섬뜩하다”고 말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기록 보고 과거의 내가 불쌍해서 울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내 옛 사형장 앞에서 김성만과 양동화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하늘을 쳐다봤다. 가을장마가 몰고 온 먹구름으로 하늘은 잔뜩 흐렸다.


두 사람이 자신들에 대한 사형집행 시도를 알게 된 것은 지난 7월 재심 무죄가 확정된 뒤였다. 민사소송을 준비하면서 국가기록원에 요청해 받은 서류 더미에서 사형집행구신장을 발견했다.


“1987년 2월이면 민주화운동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였죠. 서울대생 박종철군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다가 숨진 사실이 밝혀져서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잖아요. 우리를 사형시킨 뒤 대대적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민주화운동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양동화)


“그런데 딱 제동이 걸린 거죠. 그렇게 제동을 걸 수 있는 힘은 당시 미국밖에 없었어요. 실제로 그때 국무부와 주한 미 대사관, 폴 사이먼 상원의원 등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서는 우리를 사형시켜서는 안 된다는 서한을 전두환 정권에 계속해서 보냈거든요. 그때마다 우리 어머니와 여동생에게도 자신들이 보낸 편지 사본을 보내주고, 한국 정부의 반응도 알려줬어요.”(김성만)


앰네스티인터내셔널 등 국제사회는 관련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등 사건 초기부터 구명운동을 벌였다. 앰네스티는 1991년 창립 30주년 때 전세계 양심수 30명에 김성만을 포함시키고, 30주년 기념 영화(<잊지 말자>, 감독 코스타 가브라스 등)에 김성만의 이야기를 담기도 했다. 미국의 움직임은 앰네스티의 이러한 노력과 긴밀히 연계돼 있었다.


1985년 9월9일 안기부와 군 보안사령부가 조작 발표한 구미간첩단 사건을 보도한 &lt;경향신문&gt; 1면 지면.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갈무리
1985년 9월9일 안기부와 군 보안사령부가 조작 발표한 구미간첩단 사건을 보도한 <경향신문> 1면 지면.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갈무리

양동화, 김성만은 1985년 9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구미(歐美) 유학생 간첩단 사건’의 ‘수괴’였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전신)와 국군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전신)는 미국 웨스턴일리노이대학(WIU) 유학생이었던 김성만과 양동화, 황대권, 이창신 등 4명을 간첩, 이들의 친구나 대학 동창, 후배 등 17명을 간첩단의 조직원이라고 발표했다. 구미 유학생 간첩단이라고 이름이 붙은 것은 또 다른 간첩 조직이라고 함께 발표된 안상근(1985년 11월 구치소에서 사망) 등 서독 유학생 2명 때문이었다. 이 사건으로 1986년 9월 대법원에서 김성만과 양동화는 사형, 황대권과 강용주는 무기징역 등 모두 15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성만과 양동화는 1988년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뒤 1998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13년 만에 출소했다. 두 사람은 2017년 9월 황대권(66), 이원중(58)과 함께 재심을 청구해 지난 7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고문받았던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서 재심할 생각을 안 했어요. 그런데 저랑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간첩단으로 조작돼 고초를 겪었던 정금택 등이 재심을 준비하면서 그러는 거예요.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너 때문에 간첩방조죄를 뒤집어썼으니 이것을 벗겨줘야 할 것 아니냐’고요. 그 말을 듣고는 아, 내가 힘들어도 과거 속으로 다시 들어가야겠구나 결심했죠. 재심은 역시 힘들었어요. 사건 당시 검사가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는데도 법정에서조차 바보처럼 네, 네 대답하는 기록을 보면서 과거의 내가 너무 불쌍해서 여러번 울기도 했어요.”(김성만)

“저도 고등학교 후배인 강용주가 재심을 하겠다고 해서 시작했어요. 저나 김 박사(김성만)의 경우 간첩죄는 당연히 무죄가 나오겠지만 나머지 국가보안법 위반 사항은 유죄가 되지 않을까, 일부 무죄 일부 유죄를 굳이 확인해야 하냐는 생각에서 재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거든요.”(양동화)


구미간첩단 사건의 피해자인 김성만(오른쪽), 양동화씨가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의 옛 감방을 둘러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구미간첩단 사건의 피해자인 김성만(오른쪽), 양동화씨가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의 옛 감방을 둘러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세습 비판, 주체사상 거부에 북쪽 얼굴 붉혀

양동화와 김성만은 1982년 미국 일리노이주 머콤시에 있는 웨스턴일리노이대학에서 만났다. 양동화는 어학과정에 등록 중이었으며, 김성만은 대학원 정치학과 유학생이었다. 같은 시기 이 대학에는 유학생인 황대권(대학원 정치학과)과 재미동포 학생인 이창신도 있었다. 연세대 물리학과를 다닌 김성만과 서울대 농업교육과 출신 황대권은 대학 시절에 학생운동을 했던 경험이 있었던데다가 당시 국외에서도 전두환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었기에 청년들은 가끔 만나 5·18 민주화운동을 기록한 영상을 보는 등 조국의 현실을 놓고 울분을 토하곤 했다.


 한국 사회와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었던 황대권이 이듬해 뉴욕의 뉴스쿨로 학교를 옮길 때 김성만과 양동화도 각각 다른 이유로 뉴욕으로 이주했다. 뉴욕에서 이들은 한인사회에서 신망이 높았던 서정균(2005년 사망)을 만나서 가깝게 지냈다.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이자 <해외한민보> 발간인인 서정균의 집에서 이들은 가끔 북한 영화 등을 보기도 했다.


이들이 간첩으로 내몰렸던 것은 북한을 방문했거나 북한 인사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양동화는 1984년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귀국하는 길에 동유럽을 거쳐 평양을 방문했다. 김성만은 1983년 6월 헝가리 북한대사관에서, 1984년 11월에는 동베를린에서 북한 인사들과 만났다. 헤어질 때 여비조로 돈을 받은 것도 간첩이라는 증거가 됐다.


“군 복무를 위해 귀국할 때였어요. 서정균씨가 유럽에 들러 여행도 하고 민주인사도 만나자고 해서 유럽행 비행기를 탔는데 비행 중에 느닷없이 북한을 가보자고 하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몇번을 거절했지만, 모질지 못한 성격 탓에 따라갔어요. 북한을 동경하는 마음은 당시에도 없었지만, 잃어버린 반쪽에 대한 관심과 북한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거든요. 평양과 묘향산 등 일반적인 여행코스를 보여줬는데 제가 그들과 얘기하다가 정권의 부자세습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해서 그들을 곤혹스럽게 만든 적이 있는 것을 빼곤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그런 것들이 실망스럽고 해서 방북 사실을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하고 지냈어요.”(양동화)


구미간첩단 사건의 조작 피해자인 양동화씨.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구미간첩단 사건의 조작 피해자인 양동화씨.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통일방안에 대해서 북한 사람들과 토론해보라는 서정균씨의 권유로 1차로 헝가리 대사관에서 만났는데 크게 실망했어요. 저에 대한 신상조사만 잔뜩 하고는 제대로 된 토론은 없었거든요. 저녁에 술을 마실 때 제가 개성의 존중을 얘기했더니 이 사람들은 입을 딱 다무는 거예요. 그중 한명이 ‘수령님이 개성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다’고 하니까 다들 ‘그렇다’면서 입을 열더라고요. 북한의 체제가 인간 사고를 어떻게 옥죄는지를 겪은 거죠, 그때. 그래서 북한 사람들을 다시 만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이듬해 독일어 공부하러 유럽에 갔을 때 서정균씨가 이번에는 제대로 토론이 될 거라면서 강하게 권해서 따라갔죠. 처음에는 고려연방제를 놓고 토론하다가 제가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했더니 얘기를 딱 접고는 노동당에 가입하라, 주체사상을 갖고 남한에서 운동을 하라고 하는 거예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태연한 척하면서 남한에서 운동하는 사람이 왜 노동당 가입이나 주체사상을 가지면 안 되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했죠. 그런데도 계속 설득하길래 그랬죠. ‘북한에서는 김일성 주석이겠지만, 남한에서 김일성 주석이니 김일성 주체사상이니 얘기하면 그게 통하겠느냐’고. 그랬더니 얼굴이 시뻘게져서 소리 지르면서 방으로 들어가더라고요. 그걸로 끝이었지만, 제가 북한 사람을 만났다는 것을 누군가 알면 그것도 죄가 되니까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아무한테도 얘기 안 했죠.”(김성만)


구미간첩단 사건 조작 피해자인 김성만씨.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구미간첩단 사건 조작 피해자인 김성만씨.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주사파와 결이 달랐던 ‘예속과 함성’

귀국 뒤 양동화는 고향인 광주에서 방위병으로 군 복무를 했으며, 김성만은 서울에서 민주화운동을 계속했다. 특히 김성만은 정금택, 김창규와 함께 운동권 팸플릿인 ‘예속과 함성’을 가명으로 집필해 1984년 7월 대학가에 배포했다. 군사독재정권을 미국이 지원하고 있음을 분석한 것으로, ‘반미 자주’를 외친 최초의 운동권 문건이었다.


“1985년부터 북한 방송을 듣고 전파하는 주사파가 나왔지만, ‘예속과 함성’은 그런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어요. ‘예속과 함성’에는 양키고홈도 없고, 주한미군 철수 주장도 없어요. 어디까지나 민주화운동 차원에서의 자주와 반미였죠. 그 뒤의 흐름을 보면 ‘예속과 함성’이 큰일을 했다고 봐요.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때 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려던 전두환 정권의 기도를 미국이 막거든요. 청년 학생들의 반미 정서에 미국이 놀랐던 결과라고 봐요. 물론 저는 맹목적 반미주의자가 아닙니다. 안보적 차원에서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자주를 추구해야 한다고 봐요.”(김성만)


미국 머콤시에서부터 이들을 주시했던 공안당국은 두 사람의 ‘과거’를 눈치챘고, 안기부는 1985년 6월 초 양동화와 김성만을 차례로 붙잡아 갔다. 이즈음 부모님께 갓난아기를 맡기러 일시 귀국했던 황대권도 붙잡혔다. 이들은 혹독한 고문 끝에 간첩으로 만들어졌으며, 평소 가깝게 지냈던 친구와 선후배들은 간첩방조자로 조작됐다.


“발바닥을 맞는 것이 죽을 만큼 아픈 줄은 처음 알았어요. 잔뜩 부풀어 오른 발바닥을 몽둥이로 평지 고르듯이 쓰다듬을 때는 정말 미칠 것만 같았어요. 그들이 부르는 대로 진술서를 쓸 수밖에 없었죠. 소명의식에서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조선노동당 입당 부분은 못 쓰겠다고 했더니 지독한 물고문을 했고, 끝내 정신을 잃었어요. 결국 입당했다고 허위 진술을 했지만, 검찰에 송치돼 조사받을 때 이것만은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다시 버텼죠. 노동당 입당 부분은 그래서 기소장에서 빠졌어요.”(김성만)


“무지막지한 고문은 육신을 무너뜨릴 뿐 아니라 영혼마저 찢어요. 노동당 입당이든 뭐든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어요. 진술을 번복하면 다시 안기부로 잡아온다고 하고 실제로 재판정 방청석에도 안기부 사람들이 앉아 있으니까 무서워서 부인을 못 했어요. 재판을 마치고 돌아가는 호송차에서 한번은 김 박사가 저한테 ‘꿈 깨! 꿈 깨!’라고 하더군요. 노동당 입당을 하지 않았으면서 왜 법정에서 예, 예라고 답하느냐는 거죠.”(양동화)


지난 7월29일 대법원에서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뒤 김성만(왼쪽 둘째), 양동화(가운데)씨가 동료, 후원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양동화 제공
지난 7월29일 대법원에서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뒤 김성만(왼쪽 둘째), 양동화(가운데)씨가 동료, 후원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양동화 제공

강용주 등 다른 피해자도 곧 재심

지난해 2월 재심 1심에서 구미간첩단 사건 4명 모두 무죄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김성만과 양동화에 대해서는 항소와 상고를 했다. 북한 방문과 북 대사관 등에서의 만남, 돈을 받은 것은 국가보안법상의 잠입 탈출, 회합 통신죄 등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2심과 3심은 북한과의 단순 접촉이나 금품 수수를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그런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에게 그런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2심 판결문)는 것이었다. 재심을 맡았던 김형태 변호사는 “북한을 가거나 북한 사람들을 만나 돈을 받으면 그동안에는 거의 무조건 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해왔는데 이번 판결은 그런 행위들이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를 따져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작된 것이지만 간첩이라는 주홍글씨가 한번 새겨지니까 씻기가 참으로 힘들어요. 주변의 시선 때문에 고향을 떠나야 했을 정도로 위축되는 삶을 살았죠. 길을 가다가 ‘간접적으로’라는 말만 들어도 깜짝깜짝 놀랐는데 이제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고향도 가보려고요. 앞으로 꿈이 있다면 몇년째 연구하고 있는 미생물을 이용한 인삼 재배에 성공하고 싶어요.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해야죠. 그게 저로 인해 고초를 겪은 분들에게 용서를 비는 길이기도 하고요.”(양동화)


“이번 판결의 사회적 의미도 크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를 옥죄던 족쇄에서 벗어난 게 가장 기쁘죠. 민주화운동 했던 사람들조차도 그동안 저를 따돌림하거나 농담조로 간첩 운운했거든요. 일일이 반박하거나 설명할 수도 없어서 많이 괴로웠어요. 한반도 평화와 북한 핵문제로 석사와 박사 논문을 쓰는 등 공부를 계속해왔는데 이제 책이나 논문으로 성과물을 열심히 제시하려고 해요. 이론뿐 아니라 온몸으로 겪어봤기에 누구보다 문제 해법을 잘 알거든요. 앞으로 연구자 김성만으로 봐주면 좋겠어요.”(김성만)


보안관찰 거부 투쟁과 겹쳐 재심 신청을 포기했던 강용주 등 구미간첩단 조작 사건의 나머지 피해자들도 곧 재심을 신청할 계획이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rights/1010441.html?_fr=mt1#csidx14848ebd7206fd7bb476a48ef1a71a5 

[고발 사주 의혹] "그게 공익제보? 듣도 보도 못해"

 김웅은 "공익제보"라 주장했지만... 법조인들 "공익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

21.09.03 19:17l최종 업데이트 21.09.03 19:17l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웅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당대표 후보 자격으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정당과 국회의원은 공익신고의 대상으로 이에 대한 공익제보를 마치 청부 고발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공익제보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심히 유감이다."

윤석열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유력 대권주자를 향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해당 고발장의 전달자로 전해진 김웅 의원은 지난 2일, 이를 "공익제보"라고 해명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검사가 건넨 고발장과 관련 자료들이 과연 공익제보 혹은 공익신고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당장 피고발인으로 지목됐던 이 중 한 명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익제보"는 "검사가 검사 출신 야당 (총선)후보에게 여권 정치인에 대한 음해성 고발장을 대신 써서 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 법률용어"라며 비꼬았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역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검찰이 여권 정치인에 대한 고발장 초안을 만들어 야당에 제공하는 것이 '공익제보'라고?"라고 꼬집었다.

공익제보 대상도 아니고, 공익제보 받을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 공익제보를 규정하고 있는 법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과 '공익신고자 보호법'이다. 이들 법에서 규정하는 부패행위와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신고가 법적인 공익제보다. 


공익침해행위는 크게 ▲건강 ▲환경 ▲안전 ▲소비자 이익 ▲공정경쟁 등 5개 분야에 관한 행위로 규정돼 있으며 관련 법도 식품위생법, 폐기물관리법, 위험물안전관리법 등이다. 공직선거법(방송·신문 등 부정이용죄)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를 담은 이번 고발장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 

부패행위는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 ▲공공기관의 예산사용, 공공기관 재산의 취득·관리·처분 또는 공공기관을 당사자로 하는 계약의 체결 및 그 이행에 있어서 법령을 위반하여 공공기관에 대하여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행위 ▲부패행위나 그 은폐를 강요, 권고, 제의, 유인하는 행위 등이다. 

이 역시 고발장 내용과는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우선 피고발인들이 '공직자'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역시 당시에는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후보였을 뿐이며, MBC와 <뉴스타파>에 소속된 언론인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시 공직자는 아니다.

문제는 또 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 공익신고를 할 수 있다"라며 ▲공익침해행위를 하는 사람이나 기관·단체·기업 등의 대표자 또는 사용자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지도·감독·규제 또는 조사 등의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이나 감독기관 ▲수사기관 ▲위원회 ▲그 밖에 공익신고를 하는 것이 공익침해행위의 발생이나 그로 인한 피해의 확대방지에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 등으로 접수자를 정해뒀다.

이 법률의 대통령령에는 국회의원도 접수자로 포함됐다. 하지만 당시 김웅 의원은 서울 송파갑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 신분이었고,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이전이다. 김웅 의원이 해당 내용을 당 법률지원단에 넘겼다고 했지만, 정당 자체는 공익신고 접수기관으로 보지 않는다. 법 개정을 추진하며 정당도 포함시키려 한 적이 있었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아직 제외돼 있다.

국회의원은 해당 공익신고를 법률에 따라 법에 정하는 기관 중 한 곳(예컨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보내거나, 혹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보내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보낸 경우든 보내지 않은 경우든 해당 사실을 공익신고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당시 지도부가 전혀 인지 사실을 몰랐고, 법률지원단 역시 공식적으로 이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본다면, 사안의 성격, 신고 접수자, 신고 처리 절차 등 모든 면에서 공익제보와 거리가 멀다. 

"공익제보라 보기 어려워... 정치적 수사조차 못 된다"
 
큰사진보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을 방문, 한국교회 대표연합기관 및 평신도단체와 간담회를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을 방문, 한국교회 대표연합기관 및 평신도단체와 간담회를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관련사진보기

 
김웅 의원이 말한 공익제보가 법률에서 정하는 협의의 공익신고가 아니라, 공익을 목적으로 한 광의의 제보를 모두 포함한 것이라는 의도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활동한 바 있는 한 변호사는 3일 <오마이뉴스>에 "검찰에서 고발장을 대신 써주고 정당에 전달하는 행위는 듣도 보도 못했다"라며 "세상 어느 누가 고발장을 공익신고라고 주느냐?"라고 꼬집었다.

그는 "성폭력이나 부정청탁 등의 잘 알려지지 않은 비위행위를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알릴 수 없을 때, 피해자나 내부고발자가 하는 것이 공익제보"라며 "이미 공개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을 지적하는 게 어떻게 공익신고가 되겠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다른 법조인 역시 "현직 검찰총장과 검찰총장의 부인 그리고 검찰 고위간부의 명예훼손 상황 자체가 기본적으로 공익적 사안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라며 "스스로 구제할 능력이 없는 이들도 아니고,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유불리가 갈리는 사안을 특정 정당에 고발해 달라고 보내는 것을 공익제보라 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정치적으로 쓰는 수사라고도 하기 어렵다"라는 것.

나아가 개정된 검찰청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6대 범죄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검찰이, 대신 고발장을 써서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에 전달했다면 그 자체로 비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감찰을 지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상인들 ‘위드 코로나’ 기대해도…“방역피로보다 감염 더 무서워”

 

거리두기 4단계 내달까지 연장…영업시간 1시간 연장
‘위드 코로나’ 전환 촉구, 기대한다지만 걱정이 한시름
“백신 방역 갖춰지지 않으면 감염 불안 먼저 앞서”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한 과일 상인은 “코로나 전후로 방문 고객 수가 확실히 줄었다. 식장 사장님들이 코로나로 가장 힘들어하시기에 위드 코로나를 원한다지만, 거리두기 제한 해제로 안한 확진자 발생이라도 날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사진은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 내부의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한 과일 상인은 “코로나 전후로 방문 고객 수가 확실히 줄었다. 식장 사장님들이 코로나로 가장 힘들어하시기에 위드 코로나를 원한다지만, 거리두기 제한 해제로 안한 확진자 발생이라도 날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사진은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 내부의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되면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위증증 확진자 관리 집중식 방역체계)’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현장의 상인들은 감염 상황을 감안할 때 아직은 시기상조란 분위기다.

     

    정부는 3일 코로나19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오는 6일부터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및 추석 연휴 특별방역대책 확정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는 다음달 3일까지 연장하는 대신,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은 종전 대비 1시간 늘린 오후 10시까지, 모임 인원 제한은 6명까지 확대한다. 단 접종완료자 포함 등 조건이 뒤따르며, 8명까지 확대한 가족 모임도 마찬가지다.

     

    이번 발표로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기간은 지난 7월을 시작으로 3개월을 맞이하게 된다. 고강도 거리두기 연장의 연속에 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 등 5개 중기·소상공인 단체는 지난 2일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위드 코로나’ 전환 촉구의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장의 자영업자·소상공인들 또한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체계 전환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반면 최근 2000명대 안팎을 넘나드는 신규 확진자 감염을 생각하면 감염 불안이 먼저 앞선다고 말한다.

     

    경기 수원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에서 십여년간 방앗간을 운영해온 한 상인은 “위드 코로나로 장사가 잘되길 바라지만, 손님들의 방문을 조심해야한다. 손님들로 인한 감염 위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걱정을 먼저 내비쳤다. 사진은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 방앗간의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 경기 수원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에서 십여년간 방앗간을 운영해온 한 상인은 “위드 코로나로 장사가 잘되길 바라지만, 손님들의 방문을 조심해야한다. 손님들로 인한 감염 위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걱정을 먼저 내비쳤다. 사진은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 방앗간의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서 중화식당을 운영하는 사장 A씨는 “코로나로 이른 저녁 이후에는 방문하는 손님이 아예 없다. 정말로 단 한명도 방문하지 않는다”며 “주문 일부가 배달로 바뀌었지만, 코로나 확산 이전 평소 주문량과 비교하면 줄어든 수치다. 배달료 부담도 든다”고 호소했다.

     

    권선종합시장 내 한 시장 상인 B씨는 “위드 코로나를 하면 참 좋겠으나, 또 하자니 걱정이 앞선다. 최근에 백신을 맞았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야 제대로 된 위드 코로나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의 과일 상인 C씨도 “이곳은 방역준수로 확진자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으나, 코로나 전후로 방문 고객 수가 확실히 줄었다”며 “식장 사장님들이 코로나로 가장 힘들어하시기에 위드 코로나를 원한다지만, 거리두기 제한 해제로 안한 확진자 발생이라도 날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에서 십여년간 방앗간을 운영해온 B씨 또한 “위드 코로나로 장사가 잘되길 바라지만, 손님들의 방문을 조심해야한다. 손님들로 인한 감염 위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경기 수원시 권선종합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위드 코로나를 하면 참 좋겠으나, 또 하자니 걱정이 앞선다. 최근에 백신을 맞았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야 제대로 된 위드 코로나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사진은 권선종합시장 내부의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 경기 수원시 권선종합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위드 코로나를 하면 참 좋겠으나, 또 하자니 걱정이 앞선다. 최근에 백신을 맞았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야 제대로 된 위드 코로나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사진은 권선종합시장 내부의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상인단체는 정부의 이번 방역 조치와 위드 코로나 필요성에 대해선 긍정하는 모습이다. 다만 현 코로나19 확산의 심각성과 방역상황을 감안하면, 위드 코로나를 통한 영업 개선보다 코로나19 감염의 불안이 더 큰 실정이라 말한다.

     

    경기도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방역조치와 관련 “영업시간을 오후 9시 제한에서 오후 10시로 1시간 늘리는 것은 웬만한 매출의 3분의 2 가량을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영업시간 확대에 따른 인파를 감안할 때, 수도권 4단계를 연장시킨 것은 어쩔 수 없는 조치”라 설명했다.

     

    이어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상인들의 어려움을 생각할 때, 위드 코로나 문제는 매우 큰 고민이 된다. 백신 접종을 통한 위드 코로나 전환 여지도 고려할 순 있으나, 델타 바이러스 등을 생각하면 오히려 감염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단 부분이 가장 걸린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와 함께 가야하는 상황이라면, 백신 접종이 감기약 구매처럼 더 쉽고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러기 전까진 위드 코로나 추진에 대해 상인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현지용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왜 말을 막나. 민주주의와 방역은 같이 가야한다"

     

    시민사회, '문재인정부 오만' 비판..양경수 민주노총위원장 석방 촉구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09.03 14:53
    •  
    •  수정 2021.09.03 14:56
    •  
    •  댓글 1
     
    시민사회단체들은 3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강제연행을 규탄하고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시민사회단체들은 3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강제연행을 규탄하고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강제연행한 임기말 문재인 정부의 행태에 시민사회가 경악했다.

    6.15남측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기독교교회연합 인권센터,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양경수 위원장 강제연행 규탄  △집회 시위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정부가 100만 노동자의 대표인 양경수 위원장을 집회 시위의 헌법적 권리를 행동으로 옮겼다고 하여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강제연행한 것은 문재인 정부 스스로 재벌 특혜 정권이고 노동자 탄압정권임을 밝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는 민주노총을 존중하고 그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마땅하지만, 불구속수사도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에서 새벽에 사무실까지 침탈하여 강제연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집회를 개최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촛불정부가 아님을 선언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들은 촛불집회를 통해서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고 평화롭게 표출하고 이 나라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집단지성으로 문제를 풀어내기도 했다는 점에서 '촛불'은 곧 '집회'였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우려를 들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집회 시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려는 공안당국이야말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정부가 양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유로 지목하고 있는 7.3전국노동자대회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산업재해 재발방지대책 마련 △사회적 불평등 해소 등 요구와 함께 노정대화를 촉구하는 자리였다.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우고 국민과 한 약속이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민주노총이 나서게 된 것인데 정착 방역을 이유로 모든 집회를 불허한 것은 정부 당국이었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왼쪽부터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김경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호중 민교협 공동희장,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왼쪽부터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김경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호중 민교협 공동희장,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석훈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특히 5년 전 민주, 진보, 시민의 힘을 합쳐 성취한 촛불항쟁의 결과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정무적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결코 시민들을 희롱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인 김경민 한국YMCA사무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오만이 극에 달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7.3전국노동자대회에서 주목해야 하는 건 다름아닌 민주노총의 요구사항"이라고 하면서 "정부는 자신들의 약속이기도 한 민주노총의 요구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고 대화 요구도 수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7.3 전국노동자대회가 기획되고 실행되었으나 정부는 더 이상 대화할 의지도 없이 물리적으로 통제하려는 생각에만 빠져있다고 짚었다.

    김 총장은 "세계에 자랑하는 K방역도 정부가 잘 통제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이 그 질서를 잘 지켜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하면서 "민주주의 작동원리는 여전히 잘 지켜지고 있다. 방역과 민주주의는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고뇌하는 코스프레를 하면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가석방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기한 지도자는 강제연행하고 구속집행하기 때문에 이 정부에 대해 '대자본연합 정부', '촛불정신을 배신한 정부'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했다.

    말을 막고 일관되게 강압적으로 나오는 정부의 태도를 가지고는 '사회적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하면서 먼저 민주노총 위원장의 석방을 강력히 촉구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방역과 민주주의는 병립 가능하다"며 "지금은 구속하고 말겠다는 의지만 보인다"고 공안당국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호중 민주평등사회를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공동의장은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방역지침에서 1인시위만 허용하고 있으나 1인시위는 집시법 대상이 아니므로 현재는 집회, 시위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전 세계에 집회시위를 전면적으로 통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꼬집었다.

    "7.3전국노동자대회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이 허위라는 사실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존중과 인권존중은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용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은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통로가 보장되지 않은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정신적 산소와 같다"며, "다른 기본권과 충돌된다면 조화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자체 방역활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코로나로 여러 위기 상황에 내몰린 노동자 농민 빈민 자영업자 등 피해자의 절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1년 9월 2일 목요일

    “사투리, 친근하고 호감 가는데 쓰고 싶지는 않아요”

     

    [2021 지방혐오 리포트]④ 외면받는 사투리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가


    (주)쿠도가 제작한 부산 사투리 캘리그라피 책갈피. (주)쿠도 제공 (주)쿠도가 제작한 부산 사투리 캘리그라피 책갈피. (주)쿠도 제공

    지방혐오의 상당수는 사투리를 매개로 한다. 지역민들은 일상적으로 사투리로 인한 차별을 경험했고, 이는 사투리 사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연결됐다.


    사투리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

    평소 차별 경험으로 사용 기피

    일상 속 표준어 사용 많아져

    사투리 비중 줄어 입지 축소

    지위 낮을수록 사용에 부정적

    때·장소 가려 쓰는 언어로 취급


    에코에코협동조합이 제작한 '부산사투리 100선' 자석. 부산을 찾는 외지인들이 부산 사투리에 대한 좋은 기억을 안고 가길 바라며 제작됐다. 에코에코협동조합 제공 에코에코협동조합이 제작한 '부산사투리 100선' 자석. 부산을 찾는 외지인들이 부산 사투리에 대한 좋은 기억을 안고 가길 바라며 제작됐다. 에코에코협동조합 제공

    ■잊히는 ‘옛날 말’ 사투리

    ‘저 가가꼬 뽀대고 있네.’ ‘송신해서 살 수가 없다.’

    부산시와 동아대 국어문화원이 발간한 책 〈단디 알자 부산사투리 500선〉에서 발췌한 예문이다. ‘뽀대고 있다’는 ‘할 짓 없이 모른 척 붙어 있다’는 뜻이고, ‘송신하다’는 ‘시끄러워 정신이 없다’는 뜻이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도 이 같은 사투리가 낯설거나 아예 뜻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실제 2013년 〈부산일보〉와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가 해운대구와 남구 지역 초등학생 4~6학년 476명에게 부산 사투리 단어의 뜻을 아는지 물어봤다. 그 결과 460명이 부산 사투리 일상어 66개 중 3분의 1도 알지 못했다.

    부산대 국어교육과 이근열 교수는 “SNS, 유튜브 등 정보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젊은 층의 고유한 사투리 사용은 줄어든다”면서 “사투리 보존은 혈통주의가 아니라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표준어는 상위 계층의 언어”

    국립국어원이 실시한 ‘2020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들이 평소 자주 쓰는 언어 중 표준어 비중은 56.7%로 나타났다. 5년마다 실시하는 이 조사에서 2005년 47.6%, 2010년 47.5%, 2015년 54.5%로 조사 때마다 일상언어에서 표준어 사용 비중이 점차 늘어나며 사투리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특히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자신의 사투리 사용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학력이 낮고 월평균 가구 소득이 낮을수록 자신의 사투리 사용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사투리는 때와 장소를 가려 써야 하는 언어라는 인식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때와 장소에 따라 사투리와 표준어를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한 이가 전체의 40.6%였고, 기본적으로 표준어를 사용하고 사투리는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한 이도 전체의 26.9%에 달했다. 학력과 월평균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때와 장소를 가려 사투리를 사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집단은 표준어를 상위 계층의 언어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며 “지위가 높을수록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으로서 사투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주류 집단과 화합에 저해가 된다고 판단해 의식적으로 표준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주)쿠도가 제작한 부산 사투리 열쇠고리. (주)쿠도 제공 (주)쿠도가 제작한 부산 사투리 열쇠고리. (주)쿠도 제공

    ■일상 차별이 사투리 외면 불러

    사투리 그 자체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사투리 사용자들과 대화할 때 친근한 느낌이 든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79.9%이고, 사투리를 사용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2005년 26.3%에서 2020년 86.1%로 대폭 개선됐다. 동아대학교 국어문화원이 2016년 부산 시민 25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대다수가 표준어보다는 부산 사투리에 더 호감이 간다고 응답했다.

    사투리 자체는 긍정적으로 인식하면서도 사용을 기피하는 현상은 개개인이 사투리로 인해 겪은 ‘먼지 차별’(도처에 깔린 작은 차별)의 경험이 축적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동아대 국어문화원 박주형 연구원은 “대부분 학생이 평소에는 사투리로 이야기를 잘 하다가도 발표 등 공개된 자리에서는 억지로라도 서울말을 사용하고자 한다”며 “일상에서 사투리 사용으로 인해 겪었던 차별이나 불평등이 개인 인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고 밝혔다.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출처: 부산일보]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90218284858533

    2021년 9월 1일 수요일

    미국의 위상 추락을 보여준 미 부통령의 동남아 순방

     


    백남주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1/09/02 [08:02]

     

     

    전 세계의 이목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패퇴에 쏠려있던 8월 말, 동남아시아에서도 미국이 망신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8월 동남아시아 순방에 나섰다. 8월 22일(이하 현지시간) 싱가포르를, 8월 24일 베트남을 각각 방문했다. 대 중국 압박 및 포위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미국 해군이 주둔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외교’ 노선을 취해왔다. 베트남은 사회주의권 국가이지만 중국과 남중국해를 두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의 동남아 순방 외교는 미국의 세계적 위상 추락을 보여준 외교무대가 되고 말았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8월 23일 해리스 부통령과의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아프간이 탈레반에 함락된 일이 미국 대외정책 신뢰도에 영향을 줬느냐’라는 질문에 “앞으로 미국이 무엇을 하는지가 (우리) 지역을 향한 미국의 헌신과 결의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리셴룽 총리는 “각국은 때때로 계산을 다시 한 뒤 입장을 조정한다”고 강조했다.  

     

    리센룽 총리는 “아프간 이후 장기적으로 중요한 것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위치를 어떻게 재정립하는지”라면서 이를 보고 각국이 인식을 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싱가포르 총리가 미국 부통령을 앞에 두고 ‘앞으로 미국이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며 미국의 태도에 따라서 기존관계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미-베트남 회담에 앞서 베트남과 중국이 기습회담을 진행하고 양국 관계강화를 강조한 일이 벌어졌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해리스 부통령과 회담에 앞서 베트남 주재 중국대사인 슝보와 회담을 가졌다. 

     

    애초 해리스 부통령은 8월 24일 베트남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현지 미 외교관이 ‘아바나 신드롬’ 의심 증상을 보이면서 도착 일정이 재조정됐다. 이 사이에 중국과 베트남은 기습회담을 진행한 것이다.  

     

    <뉴스1>보도에 따르면 팜 민 찐 총리는 “양국의 개혁과 개방 사업은 모두 중요한 단계”라며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양국 관계는 사회주의 사업을 추진하는 데 결정적이며 지역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안정,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팜 민 찐 총리는 “베트남은 베트남 민족해방과 사회주의 건설사업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기억 한다”며 “베트남은 중국과 관계 발전을 중시한다. 이는 베트남 대외 정책의 전략적 선택이자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오는 손님을 두고 중국과의 관계 강화가 ‘우선순위’라고 밝힌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보여준 실패와 패퇴는 전 세계 국가들에게 ‘미국의 위상’을 재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는 세계의 정치적 지형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